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48화 (559/633)

548. 유산 (2)

올리버가 열쇠를 가져와 달라 부탁하자 골렘들이 좌우로 길을 텄고, 그 사이로 웬 골렘 하나가 나와 올리버 앞에 섰다.

다른 골렘과 똑같이 생긴 골렘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거대한 돌주먹을 내밀더니 손을 쫙 폈다.

그 손바닥 위에는 묵직해 보이는 무쇠 열쇠가 하나 있었다.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얻기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두 개의 열쇠 중 하나.

“교활하기 짝이 없군.”

루시앙이 열쇠를 보자마자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마지막 열쇠의 행방이 다름 아닌 문 앞에 있었으니.

그의 말대로 참으로 교활하기 그지없는 방법이었다.

무슨 현관 열쇠도 아니고 마지막 열쇠를 성안, 그것도 골렘에 숨겨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하기도 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렇게 하면 열쇠를 모두 확보할 때까지 다른 이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할 수 있었으니.

설사 눈치채고 온다 해도 성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골렘 군대와 싸워야 했으니, 까다로운 건 매한가지였다.

얼핏 허술하게 열쇠를 보관한 것 같지만, 사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보관한 셈이었다.

문제는 이런 보안 체계를 생각한 인육 요리사조차, 자신을 먹어 치워 골렘을 굴복시키는 올리버란 존재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뿐.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밀리유의 일반 단원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수백 개나 되는 골렘을 복종시켜 전투 한번 없이 열쇠를 획득하는 건 그만큼 진풍경이었으니.

아니, 진풍경이기 이전에 전체적으로 수상쩍었다.

단, 한 번에 크리처 떼를 절단 낸 인육 요리사의 대표 기술인 참수(斬首)를 사용하고, 맨몸으로 거인의 주먹도 부수는 괴력, 인육 요리사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 등.

올리버가 여태껏 보여준 모습은 인육 요리사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인육 요리사가 배치한 골렘까지 단 한 번의 손짓으로 복종시켰다?

수상쩍어도 너무 수상쩍었다. 그저 그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없을 뿐.

그때, 올리버가 먼저 입을 열어 해답을 내놓았다.

“인육 요리사 님을 한번 뵌 적 있습니다. 라빌리에서 난리가 일어났을 때요.”

“아카이브와 싸우실 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루시앙이 아카이브를 언급했다. 공식적으로 인육 요리사를 쓰러트린 건 아카이브였으니.

“예, 그때, 인육 요리사 님이 사용하신 마력 흐름과 기운을 봤고, 지금 흉내 내본 것뿐입니다. 골렘의 마력을 통해 사람을 구분하니까요.”

그 말에 골렘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골렘이 마력을 통해 사람을 구분하는 사실은 조금만 접전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이야기였으니.

확실히 그 말대로면 이러는 것도 납득되긴 했다.

손가락과 싸울 실력을 갖춘 올리버라면 인육 요리사의 마력을 흉내 내는 기교를 발휘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 허나, 뭔가 개운치는 않았다. 물론, 그걸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올리버가 골렘의 손에서 무쇠 열쇠를 챙기며 입을 열었다.

“그럼, 미리 말씀드린 대로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모두가 동의했고, 올리버는 성벽 안쪽에 있는 성채 정문에 다가가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곤 돌렸다.

철컥.

소리가 울리자 성문과 달리 성채 정문은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낡고 해진 성안 내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올리버는 성채 내부로 발을 내딛자마자 밀도 높은 마력이 몸을 감싸는 걸 느꼈다.

그 상태로 완전히 들어가자 마력이 온몸을 감싸며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받았고, 곧이어 보통 사람은 인지도 할 수 없는 짧은 블랙아웃 현상을 체감했다.

똑같이 구현된 두 개의 공간을 매개로 한 순간이동 마법이 발동한 것이었다.

***

올리버는 순간 일어난 마력의 흐름과 블랙아웃 현상을 통해 자신이 새로운 공간으로 전이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성(古城) 내부와 똑같이 꾸며진 진짜 보물창고로 말이다.

시간과 비용은 확실히 들겠지만, 불안정한 공간 마법을 이토록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방법인 듯했다.

이미 죽은 사람이긴 했지만, 인육 요리사. 그저 사람만 잡아먹는 존재는 아닌 듯했다. 이제 와 다 의미 없는 이야기지만.

올리버는 보고 느낀 공간 마법을 분석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고성 내부와 똑같이 꾸민 탓인지 이곳도 언제 어디서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허나, 올리버는 그런 외관에 홀리지 않고 흑마법사의 눈으로 주변을 차분히 살펴봤다.

흑마법사의 눈에 신경을 집중하자 올리버는 겉이 아닌 그 내부에 깃든 방대하고 세밀하게 얽힌 보안 마법 술식과 흑마법 술식을 찾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술식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었는데, 그 방식이 꽤 흥미로웠다.

흑마법사 술식이 이곳에 전이된 사람이 인육 요리사인지 생체 반응을 먼저 감지하고, 이를 마법 술식에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만약, 인육 요리사의 기운이 없을 경우 보물창고 곳곳에 배치된 보안, 함정 마법이 도미노처럼 발동되게 설치되어 있었다.

다행히 인육 요리사의 손바닥 살점은 먹은 올리버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올리버는 몸 안에 저장한 마력을 추출, 인육 요리사가 설치한 보안 마법 술식에 맞춰 마력 흐름을 설정하고는 그 상태로 벽에 손을 댔다.

그러자 오랫동안 방치된 보물창고 내부의 술식은 열쇠가 들어간 듯 올리버가 투여한 마력에 반응.

올리버가 접촉한 지점을 시작으로 고성(古城) 내부를 가득 메운 술식이 기계장치처럼 차례차례 해제되었고, 잠시 후, 벽에 걸린 횃불에 파바박 불이 들어오며 길게 늘어선 벽에 보이지 않던 문들이 생겨났다.

보물창고의 숨겨진 문이 열린 것이다.

올리버는 확인차 적당한 문 하나를 열어보았고 곧 볼 수 있었다.

인육 요리사가 숨겼다고 한 막대한 유산을.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올리버가 방 벽면을 가득 메운 금괴를 보며 중얼거렸다.

벽 사면을 가득 채운 누런 금이 불빛에 반사돼 방안을 금빛 물결로 가득 채웠다.

인육 요리사가 수백 년간 모은 재화를 보관했다는 게 헛소문이 아니었던 것.

이 방에 있는 금괴만 챙겨도 어지간한 금전 문제로부터 해방될 것 같았다.

그러나, 혹시 몰라 올리버는 다른 방도 두어 개 더 확인해봤다.

흥미롭게도 다른 방에는 금괴뿐 아니라 산처럼 쌓인 현금다발과 보석 등이 있었고, 그 외에도 마법 아이템이나, 흑마법 아이템도 있었다.

말 그대로 진짜 보물창고였다.

특별한 마법이나 주술을 걸지 않아도 사람의 혼을 빼놓고, 집착,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보물창고.

그러나 올리버는 벽을 가득 채운 누런 금도, 산처럼 쌓인 현금다발을 보고도 그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돈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있으면 편리한 도구로서의 관점. 올리버의 관심사는 재화가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귀중한-

“-찾았다.”

올리버가 금은보화 대신 흑마법 서적과 악마의 책을 보관한 서재를 발견하며 중얼거렸다.

***

“빅마우스.”

서재를 발견하자마자 올리버는 허리 뒤쪽에 두른 가죽 케이스에서 고이 접힌 거대한 먹보주머니. 빅마우스를 꺼내 불렀다.

올리버의 부름에 이불처럼 접혀있던 빅마우스는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곧 눈알과 팔다리가 돋아났다.

“꾸룩?”

새로운 공간에 눈을 뜬 빅마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두꺼비 같은 특유의 울음소리를 냈다.

올리버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폐 다발을 꺼내 바로 일을 부탁했다.

“여기 있는 서적 전부 챙겨주실 수 있나요? 책장째로요?”

두툼한 지폐 다발을 본 빅마우스는 올리버를 한번 보더니 수락. 여러 먹보주머니를 먹음으로써 얻은 늘어나는 아가리를 통해 수십 권의 서적이 꽂힌 책장을 통째로 들어 삼키기 시작했다.

“듬직하네요.”

“꾸루루루루룩······!”

지폐 다발과 칭찬을 받은 빅마우스는 우당탕거리는 소음을 내며 더욱 빨리 책을 삼키기 시작했다.

다소 소란스럽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지금 올리버에게 필요한 건 속도였으니.

아무리 먼저 들어간 걸 허락해줬다 해도 일정 시간을 넘기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밀리유는 그렇다 치더라도 성기사가 있으니 그런 상황은 피해야 했다.

밀리유가 성기사를 어느 정도 맡아 주긴 하겠지만, 성기사는 성기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서두를까?’

생각을 마친 올리버가 빅마우스를 불렀다.

“빅마우스.”

“굴룩?”

책장 채 서적을 삼키는 빅마우스가 대답했다.

“혹시, 여기 방을 다 삼킨 후, 다른 방도 혼자 둘러봐 책이 보이면 삼켜주실 수 있나요?”

“구루룩?”

추가 업무에 빅마우스는 영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에 올리버가 아까 전 창고를 둘러볼 때 챙긴 금괴 한 덩어리를 꺼냈다.

다닥다닥 돋아난 빅마우스의 눈깔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현금은 자주 봐도 금괴를 볼 일이 없으니 당연했다.

“꾸뤅?!!”

“이런 금괴가 수백 개는 있고, 지폐도 산더미만큼 많이 있습니다. 보석도 꽤 있고요······. 만약, 협조해주시면 나중에 절반 먹게 해드리겠습니다.”

올리버는 주는 게 아닌 먹게 해준다고 했다. 애당초 보관하려면 빅마우스에게 먹여야 했음에도.

허나, 이미 금괴에 눈깔이 돌아간 빅마우스는 그 말뜻을 멋대로 곡해해 들었는지, 아까 전과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서적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거의 빨아들이는 수준.

“꾸루루루루루루룩!!”

약간 무서울 지경. 하지만, 이 정도면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을 듯했다.

물론, 빅마우스가 멋대로 금괴나 지폐를 먹을 염려가 있긴 했지만, 그동안 빅마우스가 보인 모습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빅마우스가 물욕이 많고, 먹성도 좋긴 했지만, 그것도 올리버가 허용해준 범위 내. 뭣보다 감정 상태도 그런 상태는 아니었다.

빅마우스를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올리버는 홀로 서재 바깥으로 나와 흑마법사의 눈을 집중. 다시 고성(古城) 내부를 둘러봤다.

책 대신 다른 것을 얻기 위해.

다행히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만나 탓인지 한층 좋아진 올리버의 눈은 거미줄처럼 복잡한 술식을 꿰뚫어 봐, 그 사이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감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감정은 다름 아닌, 공주가 인육 요리사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요구한 인육 요리사의 감정이었다.

올리버는 희미하게 빛나는 감정을 향해 걸으며 한 문을 열었고, 그곳에 금은보화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오래된 특수 시험관을 발견했다.

장기간 시간이 지나도 감정이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특수 가공 처리된 시험관.

올리버는 그 시험관을 잠시 바라보더니 품 안에 넣었다.

***

대략 십몇 분 후, 올리버는 금고 안에 있는 서적을 얼추 챙기곤 고성(古城) 밖으로 나왔다.

재물에 눈이 먼 빅마우스가 두 발로 뛰어가며 협조해준 덕분이었는데,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밀리유는 올리버를 보자마자 반겨주었다.

“오셨습니까?”

“예.”

올리버는 대답과 동시에 공간을 매개로 한 순간이동 마법과 이동한 보물창고 내부에도 인육 요리사가 설치한 보안 술식이 있다고 설명해줬다.

밀리유는 모두 믿어 주는 눈치였다.

“그럼, 결과적으로 데이브 씨가 먼저 들어간 게 행운이었다는 이야기군요.”

올리버가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밀리유와 함께 들어갔으면 자칫 함정이 발동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부 해체했으니까요. 이제 같이 들어가서 보물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됩니다.”

“얼마나 있지? 보물이?”

이완이 질문했다.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요. 다만, 그전에······.”

올리버가 대답하다 말고 말꼬리를 흐리며 몸 안에 저장된 마력을 손끝에 모아 전방에 흩뿌렸다.

마력을 이용한 감지 마법을 변형시킨 것으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마력 입자가 물결치듯 날아가 울창한 숲의 풀잎과 나무 그리고 허공에 맺혔다.

이를 확인하자마자 올리버는 손을 꽉 쥐어 흩뿌린 마력에 담긴 술식을 발동했고, 마력 입자는 발광하더니 허공이 일그러지며 수림 속에 몸을 감춘 다수의 사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도굴꾼 놈들이네?”

밀리유의 홍일점 발레히가 나타난 사람들을 보곤 침을 뱉듯 말했다.

아무래도 아는 눈치인 듯했다.

“도굴꾼이라니, 모험가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군.”

투명화 마법 기능이 있는 마공학 갑옷과 무기로 중무장한 한 무더기의 사람 중 한 남자가 나서서 말했다.

대장인 듯했는데, 광고지에 나오는 모델처럼 훤칠하고 이목구비가 선명했다.

“누구시죠?”

올리버가 저들에 관해 묻자 밀리유 보스 중 가장 연장자인 피에르가 대답해줬다.

“오페르트. 꽤 유명한 도굴꾼이요. 신대륙이나 동방, 오지 등에서 무덤을 파 유물을 훔치는 놈이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진짠 줄 오해하겠네. 난 미지의 땅을 탐구하는 낭만과 정열의 모험가일 뿐이야. 그 과정에서 잊힌 유물을 발굴해 소중히 보관하는 거뿐이고.”

“우린 그걸 도굴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지.”

“그렇게 얻은 유물을 국가에서 인정해줄 뿐 아니라, 훈장까지 준다면 그건 더 이상 도굴이 아니지. 법이 날 인정해줬으니까.”

“몸에 걸친 장비는 훈장을 팔아서 샀나 봐?”

홍일점 발레히가 날카로운 안목으로 오페르트가 걸친 값비싼 장비를 꿰뚫어 보며 말했다.

오페르트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자신의 장비를 자랑하듯 가슴을 쫙 폈다.

“소소한 부업을 하긴 했지. 덕분에 이렇게 접근하는 동안 아무도 눈치 못 챘잖아? 아니면, 밀리유가 사실 별 볼 일 없는 족속이던가······. 소문이 사실이었나 봐? 인육 요리사가 사라지고 밀리유가 퇴물이 됐다는?”

그랬다. 갈로스를 양분하던 인육 요리사가 사라지고,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흑마법사를 필두로 여러 무력집단이 충동하던 중, 밀리유의 힘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실 이는 조금만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긴 했다.

인육 요리사가 두려워 여태껏 갈로스 뒷세계에 그 어떠한 세력도 들어오지 않아, 밀리유 역시 외부와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보호받았기 때문이었다.

실로 아이러니한 일.

사실, 루시앙을 비롯한 밀리유가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차지하려는 이유도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차지해 밀리유의 강건함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실제 힘의 여부와 관계없이 우습게 보이는 건 이 바닥에서 독이었기에.

허나, 아무리 맞는 말이 해도 순순히 인정할 순 없는 노릇. 발레히가 맞받아쳤다.

“흥, 잘난 척은. 외곽에서 눈치만 보던 기어 나온 쥐새끼가······!”

오페르스 역시 지지 않고 말했다.

“다 죽어가는 놈들이 아가리는······. 왜? 골렘이 있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굴꾼 오페르트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부하에게 눈치를 줬고, 이에 기계 팔로 무장한 부하 하나가 골렘의 시스템을 해킹, 기능을 정지시켰다.

병사의 모습을 본뜬 골렘의 눈구멍에서 빛이 사라지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밀리유. 오페르트가 거만하게 말했다.

“최신 마공학 장비지. 시대는 계속 변하거든. 너희 같은 놈들만 구식 무기로 싸우는 거고. 그러니-”

수백 개의 골렘을 무력화시킨 오페르트가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멈췄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올리버 때문이었다. 올리버가 대뜸 성채 쪽으로 가더니, 아까 전 연 문을 닫고 도로 잠갔다.

철컥.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 뭔 수작인가 싶은 그때, 올리버가 열쇠를 들어 보이며 담담히 말했다.

“도굴꾼 오페르트 씨 말고, 다른 분들도 모두 나와주시겠습니까? 제가 좀 피곤해서요. 안 나오시면 이 열쇠를 부러트리겠습니다.”

올리버가 아직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귀찮게 계속 숨어 있으면 열쇠를 확 부러트려 버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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