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42화 (542/633)

542. 백조 왕자 (1)

“후우우우······. 씨발.”

갈로스의 연합 범죄 조직 밀리유.

그 밀리유의 보스 중 하나인 루시앙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한숨과 욕설을 동시에 내뱉었다.

흑마법을 쓰는 늑대 인간.

죽어 나간 부하들.

악성 채무자 이완.

잠자는 숲과 크리처.

인육 요리사를 연상케 하는 데이브 등.

인육 요리사의 보물창고를 차지하는 일에 숱한 위험이 따를 걸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로 좆같은 일이 연이어 일어날 줄을 꿈에도 몰랐다.

‘특히, 지금 건 더더욱 말이 안 돼. 세상의 악의가 느껴질 정도야.’

루시앙이 찢긴 배를 부여잡으며, 머리 위에 엉겅퀴 관을 쓴 남자를 보고 생각했다.

백조 교단의 왕자 후보로, 그는 데이브가 떠나고 갑자기 땅 위에서 솟아나 지금 밀리유와 흑마법사, 트레저 헌터로 이뤄진 수백 명의 사람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기이한 움직임과 말라빠진 몸이라곤 믿기지 않는 괴력, 사람을 빨아들이는 살점 칼을 이용해 말이다.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 아니, 사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사람이 어떻게 잘린 팔을 복구한다는 말인가?

“이런 개 같은······!!”

루시앙과 같은 밀리유 보스인 피에르 영감이 까무러치듯 소리쳤다.

노장의 노련함을 발휘해 백조 왕자의 팔을 잘라냈건만, 백조 왕자는 당황하긴커녕 바로 새 팔을 만들었다.

얼핏 인육 요리사와 비슷하지만 다른 재생능력.

백조 왕자는 그 상태로 팔을 휘둘러 피할 틈 없이 피에르를 가격했다.

콰앙!!

회색 철갑을 두른 거구의 노장은 말라깽이가 휘두른 팔에 그대로 날아가 바닥 위를 나뒹굴고 말았다.

여기저기 흩어진 갑옷 파편이 위력을 대변.

그로 인해 피에르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백조 왕자는 단숨에 도약해 끝장내려 하였다.

하늘 위로 빠르게 이동하는 백조 왕자와 피에르를 겨누는 송곳 형태의 살점 칼날.

팍!

그 살점 칼날이 피에르의 몸을 꿰뚫기 직전, 또 다른 밀리유 보스인 레오가 채찍을 휘둘러 피에르 영감을 낚아챘다.

암살자다운 민첩함. 그것도 모자라 그는 그물을 투척해 백조 왕자를 덮어버렸다.

꽈악!

노처녀의 머리카락과 집착이란 감정으로 가공한 그물은 남자를 뒤덮자마자 그 상태로 조여들어 대상을 철저히 구속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공격이 쇄도했다.

밀리유의 또 다른 보스인 나텅은 자기 부하들과 함께 독, 폭발, 화염, 산성이 깃든 석궁 화살을 쏴 백조 왕자를 고슴도치로 만들었으며,

밀리유의 홍일점 발레히는 마법 총으로 푸른빛 마력탄을 쏴 머리에 거대한 구멍을 생성,

전사 아론과 암살자 레오는 각각 도끼, 송곳을 휘둘러 백조 왕자를 폭풍처럼 난도질했다.

고위 마력사용자의 연계.

힘, 기술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고, 이를 증명하듯 백조 왕자의 몸은 그물과 같이 순식간에 넝마가 되었다.

백조 왕자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잘리지 않는 엉겅퀴 관을 쓴 머리 일부와 먹고 남은 사과심처럼 너덜너덜하게 변한 상체 일부와 하체뿐.

멀리서 백조 왕자가 당한 것을 본 이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정작 가까이서 공격한 밀리유의 보스들과 루시앙은 아니었지만.

“저거 뭐야?”

엉망이 됐음에도 쓰러지지 않은 백조 왕자의 모습을 보고 루시앙은 불길함에 중얼거렸다.

장사꾼이라 불렸음에도 그 역시 전사란 증거.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근접전을 벌이던 아론과 레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백조 왕자의 오른팔이 허공에서 움직여 살점 칼로 그 둘을 벴기 때문이었다.

“크윽······!”

“칵!”

몸에 걸친 갑옷을 무시하는 공격력.

전사와 암살자는 각각 한쪽 팔이 잘리며 쓰러졌고, 살점 칼날은 잘린 팔을 흡수했다.

모두가 경악.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산성에 녹아떨어진 후, 허공에서 멋대로 움직인 오른팔을 중심으로, 백조 왕자의 원래 모습이 재구축되고 있었다.

떨어진 살점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고, 새 살점이 돋아나는 식으로.

이미 재생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다.

“저, 저게 뭐야······!”

모두 의문을 빛냈다. 인육 요리사에게 빌빌대 농경 국가 이베리냐에서만 활동하던 자그마한 사이비 집단이 어찌 저런 힘을 내는 건지.

“등신들이 뭐해?! 빨리 공격 안 하고!”

모두가 경악해 아무것도 안 하는 와중 똑 부러진 홍일점 발레히가 외치며 마법 총을 쏴 화염탄을 날렸다.

주먹만 한 시뻘건 화염은 소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 백조 왕자에게 적중, 그의 살점을 터트리며 거대한 화염을 일으켰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열기. 그러나 백조 왕자는 살점으로 이뤄진 칼날을 이용해 화염을 흡수, 휘둘러 방출했다.

초승달 형태로 날아간 화염은 발레히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가 발레히를 포함한 여러 아군을 강타해 커다란 피해를 줬다.

사람을 흡수하고, 화염조차 흡수하는 칼날이라니. 허나, 경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백조 왕자는 그 상태로 살점 칼을 바닥에 찍어 박더니, 대지 일부를 부글거리는 부패한 살점으로 변형시켜, 높이 6.35미터, 폭 3.98미터의 거대한 문을 구축했다.

문 최상부에는 까마귀를 머리 위에 둔 소녀와 그 소녀를 지키는 11마리의 백조가 있었으며,

최상부 아래 나뉜 좌우 문짝에는 제각기 음울한 모습의 왕국과 현대 산업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왼쪽 문짝에는 사악한 왕비 아래 수많은 백성이 핍박받고 있었고,

오른쪽 문짝에는 기계 태엽 아래 수많은 노동자가 시달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생생해 현실을 박아 넣은 듯한 모습.

끼이이이익······.

아름다우면서도 불길하기 그지없는 문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음울한 경첩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거대한 문 뒤로 7미터 짐승이 몸을 숙이며 튀어나왔다.

그 짐승은 팔다리가 달린 까마귀로, 한 손에 삽을 들고 있었는데, 가만 살펴보니 보통 까마귀가 아니었다.

날개와 팔다리는 사람의 팔다리를 수백 개 이어 붙였으며, 몸통은 사지가 잘린 사람의 몸통을 수천 개 용접했고, 머리는 사람의 해골을 실로 이어 붙인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생물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인 조형물에 가까운 그것.

그것은 고장 난 장난감처럼 삐걱삐걱 앞으로 몇 걸음 걷더니, 날개를 활짝 펴곤 안개처럼 옅은 공포를 주변에 퍼트렸다.

고리 형태로 넓게 퍼져나가는 공포는 괴조(怪鳥)의 끔찍한 외형과 맞물려 수백 명의 사람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거대한 새는 그 공포를 도로 빨아들이더니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한층 부드러워진 움직임이 그 증거. 정말 생물보다는 기계에 더 가까웠다.

‘이게 아니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시앙이 속으로 외쳤다.

눈 앞에 펼쳐진 술식 중 무엇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었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지켜볼 시간에 공격해야 살 수 있다는 거였다.

허나, 막상 소리치려니, 복부에 난 상처가 악화한 탓에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끝나려는 순간-

-히이이이잉!!

말 울음소리가 울렸다.

모두가 괴조에게 압도돼 아무것도 못 하는 그때,

퍼펫의 제자이자, 인형상인이란 이명을 지닌 클로드가 자신의 그림자를 통해 송장인형으로 가공한 네 마리의 말과 뼈로 만든 전차, 여신풍으로 꾸민 기수, 창잡이-송장인형을 소환해 그대로 내달렸다.

달릴 때마다 송장인형에 깃든 감정이 서로 순환하며 증폭되더니 하나의 검은 덩어리가 되었고, 그 상태로 괴조의 한쪽 다리를 향해 돌진했다.

━━━━━!

전력으로 달린 네 마리의 송장인형과 두 구의 송장인형, 뼈로 만든 전차의 힘이 한 점에 모이며, 회오리 형태로 다리가 압축되더니 붕괴했다.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다리를 공간째 일그러트린 것.

거대한 문에서 나온 괴조는 기우뚱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고, 클로드는 방향을 크게 돌아 다시 돌진할 준비를 했다.

괴조는 날개를 펄럭여 수백 개의 팔을 깃털처럼 날려 보내 주변을 뒤엎었으나, 클로드는 현란하게 전차를 몰아 이를 피했다.

괴조가 2차 공격을 가하려는 찰나, 그것의 날개 위에 뭔가가 달라붙었다.

수십 구의 자폭-송장인형이었다.

콰과과과과과광!!

수십 구의 자폭-송장인형이 폭발하자, 수십 개의 충격파가 연이어 터져 주변을 뒤흔들었다.

한쪽 다리가 부러지고, 날개가 박살 난 괴조는 폭발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거대한 지네가 나타나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괴조의 몸을 타고 휘감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네가 나타난 곳은 역병상인이 만든 마법진이었다.

‘원래 역병상인이 소환마법을 쓸 줄 알 건가?’

출혈로 인해 정신이 몽롱해지는 와중 루시앙이 생각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역병상인은 몸에 벌레와 쥐, 뱀, 개 따위를 숨겼다가 공격하는 타입이었는데.

‘뭐, 새로 익혔나 보지. 흑마법사들이 날뛰는 시대이니. 중요한 건 저 괴조를 끝장낼 수 있다는 것.’

페펫 제자들의 합작에 괴조의 머리가 땅 위에 떨어졌고, 클로드가 그 머리를 향해 돌진했다.

다리를 부러트렸던 것처럼 머리도 으깨버릴 심산.

그때, 바닥에서 썩은 살점 여기저기 수포처럼 올라오더니 육포처럼 붉은 석상이 다수 튀어나왔다.

석상은 얼굴을 포함해 온몸이 구속구에 포박된 채, 입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척 봐도 백조 왕자의 소환수.

소환수는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비명인지, 기도문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맞춰 클로드의 돌진이 멈췄다.

그가 사용 중인 흑마법 술식이 요동치며 상태 이상에 빠진 거였다.

몇 초의 혼란. 백조 왕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특유의 도약력으로 점프. 클로드를 향해 살점 칼을 휘둘렀다.

콰앙!

두 쪽으로 쪼개진 대지. 운이 좋게도 클로드는 전차가 멈추자마자 몸을 피한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허나, 문제는 다음 공격.

송장인형이 없는 흑마법사는 맨몸이나 다름없어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클로드가 살점 칼에 찔려 목숨을 잃으려는 찰나, 저 멀리서 감정을 꼬아 만든 검은 실이 날아와 클로드의 몸에 꽂혔다.

검은 실 끝에는 폭탄장수 베이와 그가 소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삐에로 모습의 송장인형이 있었다.

다수의 시체를 이어 붙인 삐에로-송장인형은 여섯 개의 손과 도르래를 이용. 클로드를 홱하고 잡아당겼다.

끼익-! ······촤아아악!

“등이 갈려 아프다!”

“미친 새끼!!”

고속으로 당겨진 덕분에 클로드의 등은 다 갈렸으나,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

백조 왕자는 바로 뒤를 쫓으려 했지만, 그때, 지네와 뱀이 그의 다리를 조여왔다.

퍼펫의 제자인 역병상인이 칭칭 감긴 붕대 몸뚱이에서 꺼낸 것으로, 그는 다수의 지네와 뱀을 꺼내 바닥에서 솟아오른 비명 지르는 석상을 공격하는 동시에 백조왕자의 다리를 묶었다.

폭탄장수 베이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소리쳤다.

“이때다! 나랑 클로드가 재정비할 때까지 시간 끌어!”

말하는 대상자는 다름 아닌, 주변의 밀리유, 흑마법사, 인육 요리사의 잔당, 트레저 헌터 수백 명이었다.

허튼소리는 아니었다.

현재 이곳은 도망치는 게 불가능한 잠자는 숲. 눈앞에는 온몸을 찢어발겼는데도 살아 움직이는 괴물이 있었다.

살기 위해서라도 싸워서 이겨야 했고, 이기기 위해서는 괴조에게 유의미한 데미지를 준 클로드와 베이, 역병상인의 힘이 꼭 필요했다.

셋 모두 퍼펫의 제자이자 갈로스 뒷세계에서 명성이 높은 강자.

물론, 다른 이들 역시 이곳까지 올 정도의 경험과 실력이 갖춘 이들인지라, 베이가 하는 말이 뭔지 이해했고,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움직였다.

처음 움직인 건 트레져 헌터이자 도굴꾼인 네언으로, 그는 지네 형태의 골렘을 다수 돌진시켜 백조 왕자를 묶으려고 했다.

강철 이빨을 내세우며 돌진한 지네 골렘은 푸른빛 마력 레이저를 쐈고.

백조 왕자는 살점 칼을 들어 레이저를 빨아들이고는 지네 골렘을 베어낸 후, 레이저를 도로 뱉어내 네언을 공격했다.

꼼짝없이 당하려는 그때, 용병대가 방패벽을 만들어 네언을 지켜줬다.

백조 왕자의 좌우 측에서 나타난 흑마법사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이어 붙여 백조 왕자를 포박하려 했으나,

백조 왕자가 그 타이밍에 맞게 점프해 그림자를 피하곤, 허공에서 칼을 크게 휘둘러 흑마법사들을 베어버렸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양손에 강철무기와 흑마법 아이템을 든 밀리유와 인육 요리사 잔당이 백조 왕자를 막기 위해 사방에서 몰아붙였다.

백조 왕자는 지치긴커녕 더욱 화려하고 빨라진 움직임으로 이에 반격.

어찌나 빠른지 루시앙의 눈으로도 따라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아냐, 의식이 흐릿해진 거야. 출혈이······. 초반에 공격을 허용 당해서······. 정말-’

“-정말 쪽팔리겠구만! 그래도 명색의 밀리유 보스인데, 초반에 한 방 얻어맞고 뻗어 여기서 죽어가고 있다니.”

정신을 잃으려는 루시앙 앞으로 이완이 나타나 대뜸 말했다.

***

“이 개······.”

이완의 얼굴을 보자마자 루시앙이 말했다.

평소 예의 바른 루시앙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지만, 자세히 따지고 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냥 지나가려던 백조 왕자에게 캣머신건을 쏴 주의를 끈 게 다름 아닌 이완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야오오오오오오옹!!!

그런 주제 막상 싸움이 시작하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지곤. 개새끼 진짜 죽어 마땅한 씹새끼였다.

“그 씹새끼가 지금 당신을 도우러 왔는데 이럴 거요?”

이완이 자기의 망토에서 포션을 꺼내며 말했다.

지금 루시앙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물건.

출혈로 인해 의식이 흐릿해진 탓에 루시앙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만, 이완이 고개를 저으며 도로 가져갔다.

“아. 아. 아. 공짜는 안 되지. 좋은 일에는 대가가 따라야 하는 법.”

이완이 계약서를 내밀었다. 채무탕감 동의서였다.

이완 이 미친 자는 죽어가는 루시앙에게서 포션 하나로 천문학적인 빚을 퉁치려 했다.

“포션 하나가 아니라, 루시앙 당신 목숨값이니. 비쌀 수밖에.”

“주긴······다.”

“어허! 못된 말! 당신들이 가져온 포션은 이미 썩어서 어차피 내 거 외에는 없어.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라야지. 다른 보스들도 다 사인했습니다. 고객님.”

이완이 혈인(血印)이 찍힌 다른 계약서를 보여줬다. 남은 건 루시앙 하나뿐.

설마 아 미친놈이 이걸 노리고 한 건가 싶었다.

“설마, 그럴 리가······. 다만, 확실한 건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거지. 왜냐면 저게 다시 움직이려 하거든.”

이완이 한 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부서진 신체를 회복한 괴조가 다시 일어나는 중이었다.

거대한 덩치는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너무나도 적합했고, 이를 증명하려는 듯 괴조는 깃털 대신 인간의 팔로 이뤄진 날개를 펄럭여 사람들을 휩쓸었다.

이로써 포위가 풀린 백조 왕자는 다시 한번 날뛰었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괴조는 뼈와 살점으로 이뤄진 거대한 삽을 번쩍 들어 대지를 찌르려고 했다.

거대한 크기와 무게 그 자체로 재앙. 거기에 눈으로 보일 정도로 짙은 흑마법 기운.

땅에 닿자마자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피해야 했다.

이완이 외쳤다.

“거래?!”

“승······낙!”

“감사!!”

구두로 계약을 승인하자마자 루시앙은 계약서에 피를 묻힌 지장을 찍었고, 이완은 포션을 뿌려 상처를 회복시켜줬다.

허나, 하늘 높이 올라간 괴조의 삽은 이미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피하긴 한 박자 늦은 상황. 허나, 이완은 태연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이미, 왔으니까.”

루시앙이 뭐가 왔냐고 물으려는 찰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트러스트(Thrust)]

영창 소리가 울리자 구조물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괴조가 한쪽을 향해 날아가며, 사방에 거대한 흙먼지가 일어났다.

일제히 행동을 멈춘 사람들. 그들은 모두 거대한 존재감에 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곧 흙먼지를 뚫고 나타난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흑발에 약간의 흰머리가 섞인 올리버였다.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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