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41화 (541/633)

541. 공주와 왕자 (5)

왕자.

그 단어나 나오자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기현상이 일어났다.

겉보기에는 고요하고 차분했으나, 알 수 없는 힘이 공간 전체를 쥐어짜듯 짓눌렀다.

마법사의 마력도, 드루이드의 자연의 힘도, 성기사의 성력도, 흑마법사의 감정도 아닌, 설명하기 힘든 이질적인 힘.

그 정체가 불분명했으나, 단 하나 확실한 건 그 힘이 눈앞의 공주는 물론, 공주를 지키려는 잠자는 숲마저 짓눌러 제압했다는 거였다.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 ······!!

거대한 공간 안에 있는 침대와 바닥. 심지어 천장과 벽까지 소리 없이 조용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마치, 얇은 판자 위에 거인이 올라온 것처럼.

······아니, 처럼이 아닐지도 몰랐다.

간신히 고개를 든 공주의 눈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흐릿하게나마 보였으니.

그 크기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그것은 밤바다와 같은 칠흑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있었다.

그것은 태아와 같은 불완전한 모습을 하였으며, 보는 것만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깊은 어둠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어둠과 심연을 한 데 응축한 듯.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물리적인 것을 넘어 의식과 본질 등 추상적인 개념조차 빨려 들어갈 거 같았다.

······!! ······!!!!

그 존재가 점차 선명해지며, 파묻은 고개를 들려 하자 그것이 내뿜는 압박감은 한층 더 심해져, 잠자는 숲을 구성하는 술식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이지 않으나, 잠자는 숲의 뿌리인 공주는 알 수 있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을 제물로 바쳐 만든 잠자는 숲이 단 하나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다는걸.

존재 그 자체가 재앙. 현실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

그 상식 밖의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올리버가 공주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왕자라······. 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올리버는 공주가 했던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들려 했는데, 바로 그때, 공주가 입을 열었다.

“······그대께선 시험받으실 겁니다.”

멈칫.

올리버의 손이 멈췄다.

공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께선 분노를 시험받을 것이며, 슬픔을 시험받으실 거고. 마지막엔 사랑을 시험받으실 겁니다.”

예상치 못한 공주의 발언. 평소였다면 무시했을 테지만, 기이하게도 올리버는 손을 멈추고 말았다.

목소리에 마법이나 흑마법이 깃들어 있진 않았다. 말 그 자체에 무시하기 힘든 힘이 있었다.

이것이 예언? 그리고 신경 쓰이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공주의 감정 역시 신경 쓰였다. 그녀는 단순히 눈앞의 위기를 피하고자 위와 같은 말을 한 게 아니었다. 미리 준비한 말을 한 거였다. 올리버에게 전하기 위해.

동시에 그녀는 자기가 아닌 잠자는 숲을 구성하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위해, 또, 올리버를 위해 한 말이기도 했다.

동질감, 안타까움,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빛낸 게 이를 증명해줬다.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올리버는 그 이유를 알고자 행하려던 했던 일을 잠시 뒤로 미뤘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이 이상은 말할 수도, 아는 것도 없습니다. 제가 꿈을 통해 본 것은 이게 전부입니다.”

진심. 그러나 올리버는 요동치는 감정 탓에 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혹시 농담하시는 겁니까?”

“어느 정도는요. 애당초 예언이라는 거 자체가 하나의 농담이니까요. 그것도 아주 질 나쁜 농담요. 끔찍한 미래를 알려주지만, 이를 피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과연 그렇다면 도대체 예언이 무슨 의미일까요?”

공주의 마지막 말은 마치 해답을 구하는 듯 자조가 섞여 있었다.

올리버는 그녀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공주가 앞서 보여준 그림자 인형극을 통해 과거 그녀의 기억과 감정을 한 번 봤기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등장하고, 수많은 예언을 통해 왕국의 사랑을 받은 공주가 침묵한 이유는 다름 아닌 꿈을 통해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소왕국에서 보낸 토벌대도,

자식을 잃은 유력자들이 고용한 용병과 해결사도,

종국에 선택받은 국가가 모여 결성한 연합군도 그를 막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한다고 사람들이 믿지 않을 테니, 오히려 재수 없는 말을 해 패전의 책임을 물어 마녀로 몰릴 공산까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미래를 봤음에도 침묵할 뿐이었다. 말해봤자 더 나쁜 형태의 미래가 올 뿐이었으니.

그뿐 아니라 그녀는 피리 부는 사나이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긴 왕국의 혼란을 이용해 의식을 거행하려는 13명의 마녀의 존재도 미리 알고 있었다.

마지막 의식 중 마녀들의 술식을 빼앗아 그 통제권을 가져온 게 그 증거.

그런데도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도 하지 않은 이유는 다름 아닌, 그나마 그것이 덜 최악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마녀의 정체에 대해 말해도 피리 부는 사나이란 존재에게 겁먹은 사람들을 믿지 않을 게 뻔했고, 도망치는 것 역시 선택할 수 없었기에.

그래서 그녀는 왕국이 마녀들의 의식에 멸망할 걸 앎에도 침묵한 거였다.

무력하고, 굴욕적이게. 새삼 생각해보니 예언이란 건 공주의 말처럼 질 나쁜 농담 같았다.

공주는 그 질 나쁜 농담에 매인 존재였고.

꽤 슬픈 이야기.

그 사실을 새삼 깨달은 탓일까?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 때처럼 공주를 대우해주려던 감정이 살짝 흔들렸다.

웃기는 노릇이었다. 고작, 그거 때문에 흔들리다니······.

혹시, 이걸 노리고 그림자 인형극을 보여준 건가 싶었지만, 공주의 감정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유가 혹시 이 숲과 관계있는 겁니까?”

올리버가 공주의 감정을 토대로 추측했다. 올리버와 마주하는 걸 두려워함에도 만난다는 결정을 내린 용기와 그 용기를 가능케 해준 의지와 의무감, 이타심.

공주는 부정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놓았다.

“예, 그렇습니다······. 오직 왕자만이 이 숲에 걸린 이 저주를 풀 수 있어서요.”

“왕자라 하면 종말론 속 지옥의 왕자를 뜻하는 겁니까?”

올리버가 혹시 몰라 확인했다.

“예.”

“이해가 안 되는군요. 세상을 멸망시킨다고 하는 지옥의 왕자가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다니요······. 아, 흑마법사라 그런가?”

흑마법사인 올리버가 비꼬아 말했다. 실례인 줄 앎에도, 가슴 속 깊숙이서 울컥울컥 올라오는 불쾌함 탓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공주가 그 감정을 읽으며 답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대께서 천천히 알아보려 했던 사실을 멋대로 마주 보게 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공주는 진심이었다.

“저 역시 이것이 옳지 않은 걸 앎에도. 그대께서 느끼시는 두려움과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앎에도. 제 이기심에 끔찍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그 죄는 추후 반드시 치르도록 할 터이니. 부디-”

“-신기하네요.”

올리버가 온 진심을 담아 말하는 공주의 말을 잘랐다.

“그대를 제물로 바친 자들을 위해 이러는 게요. 정말 대단합니다.”

올리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그 목소리 이면에는 평소에 있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대신, 조롱이 깔려있었다.

상대를 상처 주기 위한 조롱, 사람의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한 조롱. 말로 상대를 미치게 하던 불타버린 자가 떠올랐다. 그리고 조롱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습니까? 공주님을 바친 사람들요. 본인들은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도움만 원하는 그들요.”

올리버가 그림자 인형극을 통해 본 공주의 기억과 감정을 토대로 가장 아픈 부분을 찔렀다.

혀에 가시가 돋친 듯 올리버의 말에 공주는 상처를 입었으나, 올리버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종국에 갑자기 나타난 마녀들에게 휘둘려 공주님과 공주님의 부모님을 배신하기까지 했지요. 그런데도 왜 그들을 도와주려는 겁니까? 혹시, 원망 따위는 안 하시는 겁니까? 공주님께서는 공주니까?”

올리버는 혀에 돋친 가시를 마음껏 휘둘렀다. 그 말에 상처를 입은 공주는 천천히 눈을 담더니 잠시 후 뜨며 답했다.

“······원망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공주가 생각보다 순순히 인정했다. 예지력으로 모든 걸 알았다 해도, 원망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

“다만,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해?”

“예······. 그대의 말처럼 그들은 나약한 존재니까요. 나약하면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놀랍게도 공주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자기를 제물로 바치려고 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했다.

‘······예쁘군.’

공주의 감정을 본 올리버가 감탄했다. 동시에 더럽히고 조롱하고 싶었다. 인육 요리사의 눈앞에서 그 여동생을 죽였을 때처럼.

“대단하군요. 이해한다니. 수백 년간 살면 그렇게 되는 겁니까?”

“시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닙니다. 저도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하찮은 재주를 얻은······. 앞서 말했듯이요.”

올리버는 혀를 놀렸다.

“제 생각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공주가 지지 않고 말했다.

“아뇨, 맞습니다. 그 증거로 저 역시 지금 왕자께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올리버는 공주를 바라봤다. 그녀의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감정을. 그 감정을 보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방금까지 들끓었던 충동이 사그라드는.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군요. 아주 대단해요······. 어차피 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요.”

“······.”

“이해하고, 포용하는 그 태도, 실로 대단합니다. 허나, 죄송하게도 전 왕자가 아닙니다. 전······. 그냥 전······. 좀 다를 뿐입니다.”

올리버가 과거 캔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래. 조금 다른 것뿐이었다.

올리버가 설득하듯 덧붙였다. 그 대상이 공주인지, 자기 자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가 감정이 둔하고, 공감 같은 것도 잘못하는 건 맞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뭣보다 전 세상을 종말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예?”

“꼭 왕자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 아닙니다.”

올리버가 인상을 구겼다.

“그게 무슨······?”

공주가 답했다.

“세상이 악으로 가득 찼을 때, 지옥의 왕자가 문을 열어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종말론에 적혀있지요. 허나, 왕자가 세상을 멸망시킨다 구절은 어디에도 없어요.”

올리버는 멈칫하며 손을 들어 보였다. 할 말이 있다는 듯.

동시에 올리버는 과거 멀린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멀린이 말해준 흑마법사들 사이에 퍼진 종말론을.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세상이 악으로 가득 찼을 때, 지옥의 왕자가 지옥의 문을 열고 지상의 위선자들에게 벌을 내리며 새로운 시대를 연다고 해석하지.’

놀랍게도 공주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옥의 왕자가 문을 연다고 했으나, 왕자가 직접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구절은 없었다. 약간의 말장난 소지가 있긴 했지만, 물어볼 가치는 있었다.

“······왕자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까?”

“그건 또 아닙니다. 저도 예언을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라서요. 그저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 일례로 스스로 예언을 이룩하려는 사람들도 있지요.”

수수께끼 같은 말.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대자 공주는 곧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침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 한쪽 벽면에 거대한 거울이 생겨나더니, 숲의 한쪽 구석을 비췄다.

거울이 비춘 건 다름 아닌, 밀리유와 클로드 일행으로, 그들은 머리에 엉겅퀴 관을 두르고, 살점으로 이뤄진 뾰족한 칼을 든 남자와 싸우고 있었다.

텅 빈 눈과 기괴한 몸짓은 사람보다 인형에 더 가까웠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머리 위에는 마리의 것과 다르지만 비슷한 검은 손이 있었다.

“백조 교단의 왕자 후보입니다.”

“왕자 후보요? 팬 님 같은 겁니까?”

스스로 왕자라 칭하고 부정당한 팬을 떠올리며 물었다.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백조 교단은 왕자를 만들어서라도 세상을 종말시키려고 하는 이들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줄 후보를 왕자 후보라 칭한 것이고요.”

“흑마법사 중 사이비 종교를 운영하는 이들도 있는 건 알지만, 백조 교단은 처음 들어보는 조직이군요.”

“자연스러운 거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베리냐에서 조용히 활동해 아는 이들만 아는 조직입니다. 잘 모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닙니다.”

이베리냐. 갈로스 서남쪽에 있는 저개발 농업 국가였다.

“악마에게서 받은 인신공양술을 이용해 그곳에 교세를 뿌리내렸죠. 인육 요리사가 사용했던 인신공양을 가미한 뒤틀린 소환마법을 제공해준 이들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정보에 올리버가 반응했다.

확실히 인육 요리사가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소환술이 설명됐다. 그도 그럴 게, 소환마법은 공간마법에 속한 하위마법.

사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의문이었다. 인육 요리사가 갈로스에서 보여준 거인과 늑대인간, 드래곤 등 여러 괴수를 어떻게 소환한 건지.

그 정도 질과 양은 마탑에서도 쉽사리 엄두 내지 못할 수준인데.

허나, 악마에게서 전수받은 인신공양술을 접목했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자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그런 분들이 왜 인육 요리사님에게 일방적으로 협력했죠.”

“당시에는 조용히 지내는 게 목표였고, 힘도 약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악마가 이 세상에 다시 강림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올리버는 거울에 비친 왕자 후보의 머리 위에 있는 검은 손을 봤다. 그리고 마리도.

“제법 아시는 게 많군요.”

“백조 교단의 교주인 백조 공주 역시 저와 비슷한 사람이거든요. 피리 부는 사나이에 의해 몰락한······. 아니, 어쩌면 저보다 더 불행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세상의 종말을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저분도 인육 요리사 님의 유산을 노리고 온 겁니까?”

“아뇨, 저분은 절 노리러 온 겁니다.”

***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노리는 백조 교단. 올리버는 그것을 시작점으로 공주와 길면서도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는 당초의 계획을 수정. 일단, 공주의 침실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피곤해서 하려던 걸 뒤로 미룬 것뿐이거든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감사하다고 말씀드린 건 다른 겁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아버지와 어머니를 해하지 않으신 것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올리버는 공주의 침실에 들어오기 전 길을 막을 뻔한 국왕과 왕비의 석상을 떠올렸다.

역시나 그 크리처들은 공주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만들어진 거였다.

하긴, 그게 아니고서는 공주에 대한 강력한 죄책감과 그에 비례한 보호욕은 설명되지 않았다.

“길을 안 막으셨으니까요.”

반대로, 막았다면 부수고 먹었을 거란 뜻. 날 선 반응이었지만, 공주는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그 역시 왕자님의-”

“-절 왕자라 부르지 마십시오.”

비교적 온건해졌던 올리버는 다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공주와의 만남으로 많이 듣고 얻었으나, 그중 왕자에 대한 것은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싶었으니까.

공주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으나, 올리버를 배려해 입을 다물었고, 올리버도 적당히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다음을 기약하며 말이다.

공주의 침실 밖으로 나온 올리버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잠자는 숲을 둘러보며, 저 멀리서 백조교단의 왕자 후보와 싸우는 밀리유를 발견했다.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올리버는 잠자는 숲을 이루는 감정을 추출. 그 감정을 이용해 숲을 이루는 술식을 조작해 공간을 접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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