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32화 (532/633)

532. 레드후드 (3)

백여 기의 미니언이 나무와 수풀 사이에서 쏟아져 나와 주변을 포위했다.

그 갑작스러운 광경에 사방으로 도망치려던 레드후드 패밀리는 주춤거리며 당황이란 감정을 빛냈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자신들이 이만한 수의 크리처가 주변을 포위하는 동안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실로 위협적인 사실이었으니.

하지만 그렇게 억울해할 건 아니었다.

레드후드를 관찰하는 동안 올리버는 그들의 뛰어난 감지 능력을 관찰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은신 흑마법 역시 관찰, 분석, 개량해 어떻게 해야 저들의 눈을 속일지 분석했고.

그 결과물을 미니언에게 적용했으니, 오히려 눈치 못 채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허나, 그러한 내막을 알 리 없는 레드후드는 당황해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고, 미니언들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증오의 탄환을 사방에서 쏟아내기 시작했다.

퓻! 퓻! 퓻! 퓻!

사방에서 쏟아지는 백여 발의 흑탄(黑彈).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높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물량과 시시각각 변하는 공격 방향 탓에 꽤 위협적이었다.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었고, 방어 역시 쉽지 않았는데, 조금만 틈을 보이면 그 사이로 흑탄이 쏟아져 적잖은 피해를 줬다.

일부 몇몇은 부상을 각오하고 미니언의 포위망을 정면에서 뚫으려 했으나, 미니언은 그때마다 대형을 짜 집중포화를 날려 도망치려는 이를 벌집으로 만들거나, 압도적인 충격량으로 밀어낼 뿐이었다.

그냥 만든 미니언이 아닌, 레드후드 패밀리의 움직임을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조금 더 신경 쓴 특제 미니언이라 가능한 광경.

그 와중에 송장인형-늑대인간은 양쪽 승모근에 달린 기관총으로 조준 사격해, 미니언의 포화 속에서 버티는 레드후드 흑마법사를 한 명씩 한 명씩 벌집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쓰러지자 레드후드 패밀리의 흑마법사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부 작전을 변경.

도주 대신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현재 미니언의 화력은 안쪽으로 집중된 상태. 그 수가 수다 보니 정면에서 뚫긴 쉽지 않았다.

그러니 밖으로 도망치길 포기하고 차라리 안쪽에 있는 올리버를 노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술사를 죽인다고 크리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나, 통제력을 잃어 흩어지거나 잠시 행동 불능이 될지 몰랐으니.

여하튼,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정작, 레드후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지만.

“안 돼!!”

부하들의 무모한 선택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늑대.

그러나 레드후드의 흑마법사 십여 명은 이미 마음을 결정했기에 일제히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특유의 강력한 육체, 저돌성, 머릿수를 앞세워.

다만, 그냥 무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올리버가 사용한 흑마법이 화기계열과 창조계열인 점과 앞을 지켜주는 전위가 없다는 걸 고려해 붙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거였다.

붙기만 하면 말이다.

“미니언.”

올리버의 부름에 품 안에서 미니언이 세 기가 나왔다.

퍼엉!!

밖으로 나오자마자 미니언 중 하나도 자폭, 안에 내장되어 있던 대량의 섬광이 터져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뒤이어 다른 미니언 두 기도 자폭해, 폭음과 엄청난 악취를 퍼트렸다.

삐━━━━━━━익!!!

푸쉬시시시식!!!

주변을 새하얗게 물들이는 섬광에 뒤이어 폭음이 주변의 소리를 삼키고, 악취는 코를 멀게 했다.

예민한 감각기관을 가진 레드후드 패밀리에겐 특히나 위협적.

순식간에 모든 감각을 빼앗긴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비틀거렸고, 올리버는 검지를 세워 평소보다 많은 양의 감정을 압축하는 동시에 탄환에 회전을 추가했다.

위이이이이이잉!!

[헤잇 불릿(Hate Bullet)]

올리버는 검지를 세운 손을 곧게 뻗어 영창했다.

주변의 공기를 삼키듯 빠르게 회전하던 증오의 탄환은 앞으로 날아가 직선 방향에 있는 다수의 흑마법사를 깔끔하게 관통했다.

━━━━!

커다랗게 울리는 파육음(破肉音)과 함께 쏟아지는 대량의 혈액, 무너지는 흑마법사들.

아무리 용맹한 자들이라도 멈칫거리게 할 광경이었으나, 그럼에도 흑마법사들은 지금이 최대의 기회라 판단. 특유의 저돌성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올리버 역시 개의치 않고, 인육 요리사의 살점을 먹어 얻은 동체 시력을 이용. 차분하게 손을 움직여 코앞까지 다가온 흑마법사들을 향해 증오의 탄환을 쐈다.

[헤잇 불릿(Hate Bullet)]

압축, 회전이 추가된 흑탄이 두 발 더 날아가, 직선 방향에 있는 다수의 흑마법사를 관통했다.

흑마법의 깊이를 키우고 싶어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 찔렀다지만, 흑마법사들의 목숨을 건 돌격이 기본 흑마법에 무너지는 건 퍽 장관이었다.

레드후드 패밀리 흑마법사들의 실력을 고려하면 더욱.

운 좋게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일부 흑마법사들은 기가 꺾여 더는 다가오지 못했다.

자신들의 목숨을 건 필살의 공격을 제자리에 서서, 기본 흑마법만으로 제압했으니.

그렇게 올리버에게 전장의 주도권이 넘어가려는 찰나, 흑마법을 쓰는 늑대 레드후드의 걸걸한 목소리가 울렸다.

[블러드 포그(Blood Fog)]

레드후드의 분신체 중 한 마리가 죽은 동료들이 흘린 피를 재료 삼아 혈마법을 발동했다.

‘오, 어떻게 혈마법을?’

혈마법이 발동하자 각종 질병과 기생충으로 가득한 혈액이 부글부글 기화해 붉은색 안개로 변해 올리버를 덮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코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겠지만, 인육 요리사의 살점을 먹어 독과 질병에 내성이 생긴 올리버는 레드후드가 혈마법을 쓴다는 사실에만 신기해할 뿐이었다.

“크르르르······!”

멀쩡한 올리버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납득하는 레드후드와 그 분신체. 그들은 다시 흑마법을 동시 발동했다.

[리바이브(Revive)]

[오브젝티브 헤이트(Objective Hate)]

[래이비스(Rabies)]

레드후드와 그 분신체는 죽은 부하들을 좀비로 되살린 후, 증오의 감정을 이용해 올리버를 표적화시키곤, 질병계열 흑마법 광견병을 추가해 늑대인간과 비슷한 괴물 개로 만들었다.

올리버는 다수의 블랙 실드를 전개해 그들을 막았고, 미니언은 그런 올리버는 돕기 위해 일제히 총구를 돌렸다.

아주 잠깐 멈춘 집중포화 세례.

레드후드는 그 찰나와 같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흑마법이 담긴 포효를 토했다.

“캬햐햐햐햐햐항!!!”

사방으로 넓게 퍼진 검은색 음파가 허공을 비행하던 미니언을 타격했고, 인공생명체인 미니언은 쇼크 탓에 한순간 행동이 멈췄다.

바로 그때 다른 분신체들이 팔을 거대화시켜 미니언을 대부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꽤 흥미로웠다. 술사의 털을 매개로 만들어 보통 분신체는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웬만한 데미지에도 사라지지 않고, 자체적으로 흑마법까지 쓰다니.

보통 기술이 아니었다.

이대로 여세를 몰아 공격하려나 싶었지만, 레드후드는 올리버를 슥 보더니 원래 계획대로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려 했다.

아무래도 정말 싸울 생각이 없는 듯했다.

“미니언.”

좀비들의 공격을 막느라 발이 묶인 올리버가 살아남은 소수의 미니언을 불렀다.

그 수가 얼마 되진 않았으나, 그들은 올리버의 부름에 반응했고, 올리버의 부탁에 따라 서로 뭉쳐 거대한 미니언 4개로 합쳐졌다.

커진 크기와 비례한 에너지.

그들은 그 힘을 한 번에 끌어모아 도망치는 네 마리의 레드후드를 쐈고, 그 중 두 마리를 저격해 관통했다.

관통상을 입자 그제야 사라지는 레드후드의 분신체.

[헤잇 불릿(Hate Bullet)]

올리버는 회피하는 타이밍에 맞춰 쏴 마지막 분신체마저 없애버렸다.

일부러 분신체만 없앤 것인데, 그 모습에 진짜 레드후드가 경악하며 더욱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좀비들이 올리버의 발목을 잡는 동안 말이다.

쩌저저적······!!

때마침 실드에 금이 가는 소리가 울렸다.

괴물 개로 변한 좀비의 맹공에 실드의 내구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물론, 실드가 깨진다고 해도 올리버에겐 큰 위협이 안 될 테지만, 그 짧은 시간 사이 레드후드는 최대한 멀리 도망쳐 모습을 숨기려고 할 터였다.

재주가 많으니 어쩌면 정말 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판단한 올리버는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쩌저적!!!

충격파를 일으키는 괴물 개의 맹공에 결국 실드가 부서졌다.

유리 파편처럼 깨진 실드. 원래라면 연기처럼 허공에 사라질 터였으나, 지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올리버가 붙잡고 있기 때문.

올리버는 그 상태로 흑마법을 발동했다.

[오브젝티브 헤이트(Objective Hate)]

오브젝티브 헤이트. 증오의 감정을 이용해 특정 대상을 표적화하는 조작계열 흑마법.

원래는 좀비, 동물에게 사용하는 거였지만, 올리버가 관점을 바꾸고, 술식을 재해석해 실드에 적용해 봤다. 놀랍게도 성공했다.

퍼버버벅!

실제로 피해를 준 대상에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오브젝티브 헤이트는 수많은 실드 파편이 괴물 개에게 골고루 깊게 박힐 수 있게 해줬다.

아마, 사람이었다면 엄청 당황했을 반격.

“크하하하하학!!”

“캬햐햐햐햐햐하하하학!!”

“크르르르르르!!”

그러나 이미 죽어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좀비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올리버 역시 이 정도가 끝이 아니었으니까.

[블랙 실드(Black Shield)]

올리버는 감정을 추출해 좀비들에게 흘려보내며 영창했고, 좀비들에게 박힌 파편은 감정을 흡수하더니, 각각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좀비의 몸에 박힌 상태에서.

써걱!

수십 개의 파편이 좀비의 몸에 박힌 상태에서 원래 크기대로 돌아갔고, 좀비들을 말 그대로 토막 났다.

방어용 흑마법이 공격용 흑마법이 된 순간.

아무리 죽은 상태로도 움직이는 좀비라 해도 몸이 토막 나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순식간에 좀비들을 제압한 올리버는 새로운 흑마법 사용법에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송장인형-늑대인간을 조종 자신 쪽으로 달려오게 했다.

빠르게 달려오는 송장인형-늑대인간. 올리버는 그 늑대인간 위에 올라타 블랙슈트를 뒤덮어줬다.

흑마법 갑주를 두른 늑대인간은 올리버의 통제에 따라 몸을 최대한 웅크리더니, 땅을 박차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도약. 바람보다 빠르게 레드후드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

송장인형-늑대인간은 올리버는 태운 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 레드후드를 추격했다.

콰앙! 콰앙! 쾅!!

늑대인간은 발판으로 삼은 나무를 발로 찼고, 발로 찰 때마다 나무는 산산이 조각나며, 허공에는 충격파가 발생했다.

늑대인간 특유의 신체 능력과 블랙슈트가 합쳐진 결과.

그 심상치 않은 추격에 숲이 요동치며, 짐승들은 도망쳤고,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노리는 사람들은 경계심과 함께 관심을 빛냈다.

당연히 추격당하고 있는 당사자인 레드후드는 계속해 초조함을 빛냈고.

올리버는 그 모습을 보며 의문을 빛냈다.

늑대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신체와 뛰어난 흑마법 실력을 가졌음에도 이토록 도망만 치다니. 이해가 안 됐다.

승산이 없다 판단해도 한 번 정도는 공격할 법했는데.

‘역시, 짐승이라 그런가?’

올리버는 자신을 볼 때마다 겁에 질리는 짐승들을 떠올리며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는 걸 느꼈다.

그냥 열쇠만 빼앗아야 하나 싶은 찰나, 도망치던 레드후드의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독하게 마음먹고는, 흑마법의 기운이 깃든 말린 고기 완자를 입에 넣었다.

그러자 레드후드의 육신에서 새로운 기운이 추가됐다.

인육 요리사를 상대해본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저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을 통째로 말리고, 갈아 압축한 고기 완자일 터였다.

인육 요리사가 식인을 통해 대상의 힘을 얻듯, 바토리 패밀리가 피로 힘을 얻듯.

레드후드 역시 사람을 압축 가공한 고기 완자를 섭취해 입을 얻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운과 힘을 얻은 레드후드는 시험관에서 대량의 감정을 추출하더니, 창조계열 흑마법을 발동. 열 마리의 거대한 늑대를 만들어 올리버에게 돌진시켰다.

놀랍게도 레드후드의 늑대-크리처는 자동차보다도 큼에도 매우 민첩해 하늘을 날아다니듯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해 올리버를 공격했다.

올리버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송장인형-늑대인간을 조종. 이를 피하려 했으나, 늑대의 수와 속도, 덩치 등 수많은 제약 탓에 쉽사리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벌어지는 레드후드와의 거리.

아마, 늑대-크리처와 싸우면 거리는 더더욱 벌어질 터였다. 그렇다고 피하기도 쉽지 않고.

어찌해야 하나 싶은 그때, 올리버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레드후드는 올리버에게서만 도망친다는 걸.

올리버는 그 생각을 하자마자 타고 있던 송장인형-늑대인간의 등을 손을 대 술식을 부여, 등을 박차 뛰어올라 떨어졌고, 예상대로 늑대-크리처의 시선은 올리버에게 일제히 쏠렸다.

레드후드가 크리처를 만들 때 오직 올리버만 막으라고 만들었으니.

“크르르르르르르!”

“크롸롸롸롸롸롸롸롸!!”

“캬햐햐햐햐항!!”

늑대-크리처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송장인형-늑대인간을 무시한 채 올리버에게 달려들었고, 허공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올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한 손에 감정을 추출, 강렬한 빛을 형성했다.

마력으로 만든 빛에 비하면 탁했지만, 상관없었다.

올리버가 빛을 만든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그림자를 짙게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

올리버가 입을 열어 자신의 그림자에게 부탁했다.

“먹어주세요.”

그 말과 동시에 올리버의 몸에 생긴 역광에서 그림자가 불룩 튀어나와 거부감이 들 정도로 가지런한 치아가 다수 생성.

입을 쩍 벌리더니 와직 닫으며 늑대-크리처를 허공에서 씹어먹었다.

우적. 우적. 씹는 소리와 만족한 듯 입꼬리가 올라가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

오싹······!!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레드후드는 후방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이는 실수였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미칠 것 같은 심연과 같이 불길하고 두려운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왜 뒤를 돌아봤단 말인가? 본다고 뭔갈 알 수도,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차라리 돌아볼 시간에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현명했다.

레드후드는 그렇게 속이 뒤틀리는 감각과 온몸의 털이 빠지는 불쾌하고 두려운 감각을 버티며 앞으로 더욱 내달렸다.

그나마 수십 년간 지성을 유지하기 위해 먹은 인간들 덕분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마, 그게 없었다면 미쳐버리고 말았을 터였다.

‘아, 안 쫓아온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음에도 레드후드는 저 불길한 존재가 더는 쫓아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타고난 기운이 너무 강한 덕분에 오히려 알 수 있었다.

이는 기쁜 소식이었으나. 그렇다고 추격이 아주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타고 이동하던 송장인형-늑대인간이 아직 쫓아오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레드후드는 더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덕분에 불길한 존재와 제법 거리가 생겨,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저 늑대인간을 이대로 달고 도망칠지, 아니면 떨어내고 도망쳤지.

‘일단 이대로 이 숲을 벗어······.’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도망치는 와중 레드후드가 멈칫했다.

자신이 왜 이 숲에 왔는지 문득 깨달았기 때문.

고작, 별것도 아닌 놈들이나 먹고, 도망이나 치려고 온 게 아니었다.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은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차지해 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였다.

더 영리하고, 강인한 존재가.

그러기 위해 위험하기 그지없는 공주의 영토. 잠자는 숲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거였다.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영토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테니.

그런데 지금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그자와 같은 기운을 내뿜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겁을 먹어.

불길한 존재가 두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으나, 여기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해 도망치고, 당하며, 고통받는 미물의 삶을 살 터.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크르르르르르르!!”

거리가 벌려진 불길한 존재와 인간을 섭취함으로써 얻은 지성과 야심이 레드후드에게 용기를 줬다.

레드후드는 도주를 멈추고, 온몸에 흑마법으로 만든 갑주를 입은 송장인형-늑대인간을 봤다.

그 늑대인간은 레드후드를 보자마자 승모근을 뚫고 나온 기관총을 조준해 레드후드를 쏠 뿐 아니라, 극도로 오염된 물질을 물대포처럼 쏘아 됐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나무를 부수는 납탄과 나무를 녹이는 오염물질이 날아왔다.

레드후드는 강철보다 더 단단하고, 어떤 오염물질도 견디는 털과 피부로 이를 정면에서 버티며, 자신의 두 다리와 한쪽 팔에 흑마법을 부여했다.

털을 검게 물들이는 흑마법의 기운.

준비를 마치자마자 레드후드는 디디고 있는 나무가 세로로 쪼개질 정도로 자리를 박차 유성처럼 허공을 돌진해, 그대로 송장인형-늑대인간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다.

손 너머로 특수 가공한 거죽과 내장된 각종 기계장치가 느껴졌으나, 이젠 다 의미 없었다.

방금 이 일격에 송장인형-늑대인간의 기능이 정지했으니.

그렇게 추격을 완전히 뿌리치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영토가 사라질 때까지 버티다가 먼저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번쩍.

레드후드가 늑대인간의 가슴을 꿰뚫자마자 등에 깃들어 있던 술식이 발동하더니, 번쩍거리는 섬광과 함께 그 불길한 존재가 갑자기 나타났다.

세상의 모든 심연과 어둠을 뭉친 듯, 형용할 수 없이 거대하고 웅크린 뭔가가.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돋는 걸 넘어 빠지려고 하였는데, 그때, 레드후드의 몸에 흑마법이 부여됐다.

공황, 공포, 두려움을 진정시키는 흑마법 캄(Calm).

다름 아닌 불길하기 그지없는 존재가 부여한 것으로, 덕분에 그의 넘치는 본질이 흐려지며, 껍데기가 눈에 들어왔다.

푹 들어간 뺨과 먹을 거라고는 없는 말라빠진 육신, 촌스럽기 그지없는 백발과 흑발이 뒤섞인 머리.

그는 왼손엔 일마리넨 공방에서 만든 공간이동 아이템이 들려 있었고, 흑마법으로 만든 거대한 손에는 쿼터스태프가 들려 있었다.

그가 쿼터스태프를 던지기 전 말했다.

“정신 차리셔서 다행이네요.”

그러고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흑마법을 두른 쿼터스태프를 레드후드에게 투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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