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31화 (531/633)

531. 레드후드 (2)

“오······. 대단하시네요.”

레드후드 패밀리와 브로큰 소드 용병단의 전투를 멀리서 지켜보는 올리버가 감탄했다.

양쪽의 실력은 모두 대단. 란다로 와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특히, 레드후드 패밀리는 비록 그 수가 적었으나. 하나하나가 높은 수준의 흑마법사였다.

여덟 개나 되는 질병-강화계열 흑마법을 무리 없이 소화한 것이 그 증거. 거기다 협동력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보통의 흑마법사 조직은 얼핏 기강이 잡힌 것처럼 보여 단합이 잘되는 것 같았지만, 사실 손발이 안 맞는 경우가 꽤 있는데, 저기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스스로 인육 요리사의 유산을 차지하겠다고 왔다면 최소한의 실력은 갖췄을 테니.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레드후드 쪽 전술이군요.]

세계수를 통해 레드후드 패밀리의 싸움을 살펴본 이브(Eve)가 셔츠 칼라 안쪽에 부착한 통신장치를 통해 말했다.

올리버도 이에 동의하는 바였다.

흑마법 실력, 협동력. 모두 훌륭하긴 했지만, 상대측이었던 용병들 역시 보통 실력은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잘 훈련받은 베테랑으로, 협동력 역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도 각자 제 역할을 해 대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무엇보다 대장으로 추측되는 순수마력 학파 마법사는 백여 개의 칼을 동시에 다룰 만큼 뛰어난 실력자였다.

혼자서 전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초인.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레드후드 패밀리와 브로큰 소드의 싸움은 이리 단숨에 끝날 싸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싸움이 이토록 빨리 끝난 것은 다름 아닌 흑마법을 사용하는 늑대. 레드후드의 뛰어난 전략 덕분이었다.

얼핏 흑마법을 강화한 육체와 식인을 통한 회복 능력만 앞세운 무식한 공격처럼 보였으나, 멀리서 지켜보던 올리버는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레드후드는 피해를 입고 사기가 떨어진 채 후퇴하던 브로큰 소드를 정확히 포착해 그들이 약해진 심리를 노려 정확히 타격했으며,

파도처럼 쉬지 않고 부하들을 내보내 주의를 끈 뒤, 본인은 고화력의 화기계열 흑마법으로 효과적인 타격을 줬다.

그리고는 돌입한 백병전.

완벽하게 전투를 주도했다. 흥미로운 건 그런데도 흥분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점이었다.

전장에 감정이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또, 상대가 마지막 전력을 드러낼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된 전투.

결국, 용병단은 대장이 직접 나서 마지막 패를 드러냈고, 이를 확인한 레드후드는 망설임 없이 싸움에 참전, 상대측이 본격적인 힘을 내기 전 단숨에 찍어눌러 효과적으로 싸움을 끝냈다.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뒷세계에서도 이렇게 치밀하게 싸우는 자들은 몇 번 보지 못했건만.

우두머리를 잃은 용병단은 전의를 상실하며 모래처럼 무너졌고, 사람은 고기로, 무기와 아이템은 전리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크르르르······.

찌익. 질겅.

뚜두두둑······. 뚜둑!

울창한 숲에는 고기 뜯는 소리만이 나지막이 울렸고, 올리버는 그 모습을 무감각하게 바라봤다.

사람을 먹는 모습이 좀 그렇게 느껴질 법도 했지만, 애당초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렇다 할 감흥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 온 사람들 모두 목숨을 걸고 온 것일 테니. 뭐, 그 외에도 따로 생각할 게 많은 것도 한몫했다. 가령······.

“이브.”

[예. 데이브.]

셔츠 칼라 안쪽에 부착된 통신기기. 이브가 대답했다.

“숲 안쪽 부근, 세계수로 탐색 가능합니까?”

올리버가 울창한 숲 중심부 방향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아마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이었다. 흑마법사의 눈으로 직접 봐서 확인했으면 됐으니. 그러나 지금은 그 경우가 달랐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관측되지 않습니다.]

이브가 예상한 대답을 내놓았다. 올리버는 울창한 숲 중심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요.”

웬만한 소도시도 한눈에 담을 수 있게 된 올리버가 그리 말했다.

그 이유는 울창한 숲 안쪽에 드리운 정체를 알 수 없는 결계 탓으로, 흑마법의 기운이 가미된 이 결계는 안개 혹은 장막의 형태로 올리버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세계수를 통해 지상 대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이브가 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일 터였다.

지구 곳곳에 뻗어 있어 이론상 어디든 살펴볼 수 있는 세계수도, 나무가 없는 지역이나 건물 내부, 혹은 고도의 결계가 펼쳐진 곳은 살펴볼 수 없었으니.

그 말은 즉, 울창한 숲 중심부에 펼쳐진 결계는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소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인육 요리사가 한 흑마법사를 고용해 이 숲에 결계를 걸어놨다는 소문이요.]

올리버는 흥미가 동했다. 인육 요리사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올리버가 본 그는 최소한 쉽게 남에게 일을 맡길 인물은 아니었다.

신용, 실력, 둘 다 있어야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일을 맡겼다니. 누군지 궁금했다.

“인육 요리사님이 이 숲을 구매했을 때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인육 요리사가 이 숲을 구매한 것은 87년 전 갈로스의 정세가 혼란했던 시기로, 찾아보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겁니다.]

“아, 그럼 괜찮습니다.”

올리버는 바로 거절했다. 궁금하긴 했지만, 당장 할 일이 있는 와중에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뭣보다 이브는 현재 마탑에서 연구를 도와주고 있어, 올리버를 도와줄 시간이 다소 제한됐다. 그 소중한 시간을 이런 식으로 쓸 수는 없었다.

[현재 제가 확실히 관측한 것은, 숲 중심부로 들어간 적잖은 인원이 실종, 부상을 입어 나왔다는 겁니다. 부상의 종류는 육체적인 부상 외에도, 정신적 충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걱정되십니까? 먼저 숲 중심부로 이동한 밀리유 분들요.]

그랬다. 올리버가 레드후드에게서 열쇠를 가져오겠다고 말하자, 밀리유는 먼저 울창한 중심부로 이동. 인육 요리사의 고성(古城) 근처에 터를 잡아, 바로 진입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계획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이번 일은 뭐가 됐건 속도가 생명이었으니.

유산을 얻기 위해 열쇠가 필요하긴 했지만, 열쇠 없이 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여유 부릴 수 없었다.

이브의 질문에 올리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모두 제 몸을 지킬 능력이 있으신 분이라 걱정은 없습니다. 또, 철가면 성기사 님이 있으니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리버가 개틀링 기관총으로 좀비 떼를 단숨에 쓸어버린 철가면 성기사를 떠올렸다.

올리버가 감지 못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었음에도 단숨에 뛰어와 좀비들을 쓸어버린. 성기사치고 특이한 무기를 쓰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다.

최소한 올리버가 보기에는 그동안 자신이 봐온 성기사 중 가장 뛰어났다.

계속해 올리버를 말없이 관찰하는 등, 그 속을 알 순 없었지만. 여하튼 실력 하나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결계조차 큰 문제가 아닐 터.

아마, 루시앙도 그 점을 고려해 울창한 숲 중심부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겠지. 마냥 무모하기만 사람은 아니었으니.

올리버가 신경 쓰이는 건 다른 거였다.

“레드후드 님께서 숲 안쪽 결계에 대해 뭔가 아는 눈치거든요.”

[······그렇습니까?]

이브가 되물었다. 세계수를 통해 모든 것을 보고 관측할 수 있는 그녀긴 했지만, 그렇다고 또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이브는 세계수에서 탄생한 인공정신.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에 사람처럼 실수할 수도 있었다.

착시현상과 같은 시각적 오류나, 특정 행동에 담긴 뜻을 읽지 못하는 등.

올리버가 계속해 이브와 대화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올리버가 이브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듯, 이브 역시 올리버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해.

올리버는 해당 사실을 인지하며 이브에게 설명했다.

“아까 전부터 레드후드 님께서 숲 안쪽을 경계하고 계시거든요.”

[경계는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습니까?]

“경계만 하면 그렇겠지만, 동시에 뭔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기회를 엿보듯이요. 그건 뭔가 아는 게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모르면 힘들죠.”

올리버의 대답에 이브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같습니다. 레드후드의 이동범위는 제가 관측할 수 없는 숲 중심부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으니, 뭔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올리버가 레드후드의 감정 정보를 추가로 알려주자, 이브는 빠르게 결론을 내놓았다.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레드후드를 보자마자 바로 습격하지 않고 지켜본 건 좋은 선택이었다.

덕분에 그의 흑마법 수준과 전투 스타일, 루시앙이 말한 빨간 망토라는 아이템도 살펴볼 수 있었으니.

종합적으로 말하면 레드후드는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다.

질병계열 흑마법이 특기인 듯했으나, 다른 계열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전투 경험 역시 풍부해 보였다. 뭣보다 일반적인 위장 아이템과 궤가 다른 빨간 망토까지.

참으로 흥미로운 존재였다.

어떻게 늑대가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고, 흑마법을 쓸 수 있는 건지 말이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볼 때는 흑마법의 산물인 듯했는데.

올리버는 슬슬 이 궁금증을 해소할 때라고 판단했다.

움찔.

브로큰 소드의 대장과 간부를 먹어 치운 레드후드가 귀를 쫑긋거리며 머리를 번쩍 치켜들더니 고개를 틀었다.

그러나 올리버 쪽은 아니었다.

이브의 도움으로 레드후드의 감지 범위를 알아낸 올리버는 안전거리를 유지했으니.

레드후드가 포착한 것은 다른 거였다. 올리버의 이동용 늑대인간.

“캬하하하하항!!”

이동형 송장인형-늑대인간이 올리버의 반대쪽에서 등장하며 포효했다.

몸에 철근과 대못, 나사가 박힌 늑대인간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올리버는 손가락을 까딱여 송장인형-늑대인간을 컨트롤했다.

전투에서 송장인형을 이렇게까지 조종하는 건 이번이 처음. 왜 조작계열 흑마법사들이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송장인형을 조종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송장인형을 집중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정신을 집중해야 해. 전투 현장에서 직접 조종하기 다소 문제가 있었다. 개선안이 필요했다.

‘일단, 당장은 여기에 집중.’

올리버가 정신을 다잡으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올리버의 손가락에 맞춰 송장인형-늑대인간이 양손을 땅에 박더니, 몸에서 푸른색 마력 증기를 내뿜었다.

몸 안에서 철컥 울리는 기계음. 잠시 후, 늑대인간의 거대한 승모근에서 거대한 기관총 총구나 나왔다.

“캬학!!”

짧고 굵은 늑대인간의 외침과 함께 양쪽 승모근에서 튀어나온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필립이 선물해준 자동차를 참고해, 제2의 이동수단인 늑대인간의 몸 내부에도 기관총 등을 탑재한 것. 사용할 줄 몰랐건만, 이렇게 쓰게 되니 뭔가 뿌듯했다.

갑작스러운 늑대인간의 등장에 멈칫한 흑마법사들은 납탄 세례까지 쏟아지자 당황했고, 대응이 한 박자 늦어져 일부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비록. 질병-강화계열 흑마법 덕분에 치명상은 피했으나 중요한 건 피해를 줬다는 사실.

기습당한 흑마법사들은 흥분해 송장인형-늑대인간에게 곧바로 달려들었고, 주의가 끌린 틈을 이용 올리버는 그에 맞춰 즉시 움직였다.

“미니언.”

올리버의 부름에 맞춰 2기의 미니언이 반응했다.

하나는 올리버 바로 앞에 있는 미니언이었고, 다른 하나는 은신 흑마법을 부여받은 채 낮게 비행해 레드후드 근처까지 간 미니언이었다.

올리버의 부름에 맞춰 두 미니언은 자폭했으며, 내부에 담긴 대량의 혈액이 바닥 위에 쏟아져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올리버는 통신기기가 피에 젖지 않게 마력을 코팅한 후 망설임 없이 피 웅덩이에 들어갔고, 알 수 없는 조류에 몸을 맡겨 레드후드의 바로 앞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촤학!

피웅덩이에서 올리버가 나오자마자 레드후드와 눈이 마주쳤다.

올리버는 그의 표정, 감정을 살펴봤다.

예상대로 레드후드의 표정과 감정은 당혹, 공포, 두려움으로 짙게 물들었다.

왜냐면 그는 짐승이었으니까. 아무리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고, 흑마법을 쓰던 고아원에서 보던 쥐나, 광산을 지키는 경비견, 길고양이와 그 본질이 같았다.

그래서 올리버는 그를 만나고 싶었다. 질문하기 위해. 왜 자신을 보고 그토록 공포에 질리는 건지. 늘 동물들에게 궁금하던 거지만, 묻지 못했다. 동물은 말할 수 없었으니까.

올리버가 레드후드를 포박하려는 찰나, 레드후드는 짐승 특유의 민첩함을 이용. 자신의 털을 뽑아 이를 매개로 흑마법을 발동해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세 마리나 만들었다.

그리고는 외쳤다.

“흩어져!!”

네 방향으로 도망치는 레드후드. 올리버가 말했다.

“미니언.”

그 부름에 맞춰 미니언 백여 기가 숲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레드후드와 그 부하들을 포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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