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15화 (515/633)

515. 모순 (3)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마력으로 이뤄진 눈을 거칠게 후려쳐 정확히 3등분 시킨다는 게. 그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난 걸 직접 봤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올리버는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판도라와 이브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올리버 본인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허나, 떨어져 나간 시체 조각을 먹어 파손 부위를 복구하는 시체 골렘을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올리버는 릴리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브(Eve)와 판도라(Pandora) 보다 작고 불안정한 형태로 떨어져 나간 릴리스가 생존을 위해 어찌했는지 말이다. 

시체 골렘과 딱히 다르지 않을 터였다. 자신보다 작고 불안정한 파편(자매)을 먹어 치웠을 게 뻔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테니. 

그러자 비로소 올리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브(Eve)를 먹었다고 했을 때, 진심과 거짓이 동시에 빛난 이유를. 

릴리스는 이브(파편 부스러기)를 먹었다고 했지만, 올리버가 알고 있는 이브는 아직 먹지 않은 거였다. 

일종의 말장난. 

또, 올리버가 사과했을 때, 발작하듯 미친 듯이 웃은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자기 잘못이 뭔지 다 안다는 식으로 지껄였지만,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 진심은커녕, 최소한의 자각조차 없었다. 

올리버는 상상해 보았다. 자신이 로스번을 도와주러 떠났을 때, 홀로 남아 살기 위해 다른 자매들을 먹은 릴리스의 모습을. 

‘······.’ 

솔직히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먹보 주머니의 성능을 올리기 위해 또 다른 먹보 주머니와 싸우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처음 올리버를 봤을 때 혼란스러워하며 도움을 청한 이브(Eve)와 아버지라 부르며 먼저 다가온 판도라(Pandora)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자 뭐라고 할까? 좀 더 그 느낌이━ 

━쾅!! 

전방에 울리는 굉음과 앞머리를 휘날리게 하는 충격파. 올리버는 현실로 되돌아와 앞을 봤다. 

눈앞엔 수백 구의 시체를 한 데 엮은 거대한 시체 골렘과 그런 시체 골렘의 공격을 막은 자신의 그림자가 있었다. 

올리버의 그림자는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자의로 움직여 시체 골렘의 거대한 주먹을 붙잡아 세웠다. 

이는 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송장인형에 비해 제작에 필요한 기술이 떨어진다 뿐 시체 골렘이 송장인형보다는 약한 건 아니었는데. 

여타 흑마법처럼 들어간 재료와 제작자의 실력에 따라 시체 골렘도 송장인형보다 얼마든지 강할 수 있었다. 최소한 물리력만큼은. 

수백 구의 시체를 한 데 합친 눈앞의 시체 골렘이 그중 하나였고. 

그런데, 그런 시체 골렘의 일격을 올리버의 그림자가 거대한 촉수로 가볍게 막아버린 것이다. 

꾸구구구구구······!! 

시체 골렘은 부패한 혈관과 힘줄을 돋우며 올리버를 짓뭉개려 했다. 

떨리는 공기가 그 힘을 대변해줬다. 

그러나 올리버의 그림자는 그런 시체 골렘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은 것은 물론, 눈알을 하나 생성해 올리버를 바라보기까지 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둥글고, 맑은 사백안 눈동자를.

그림자는 말없이 올리버를 바라보며 무언의 말을 전했고, 그 순간 거대한 시체 골렘이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기이이이이이잉!!” 

탐욕스러운 그림자가 시체 골렘의 주먹을 휘감아 어깨 채 뽑아 먹은 거였다.

우적! 우적! 우적! 

신대륙에서 팬의 크리처를 먹었을 때처럼 그림자는 릴리스가 마력으로 구현한 시체 골렘의 팔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는지, 그림자는 거대한 입을 생성해 쩌억 벌려 시체 골렘을 마저 먹어 치우려고 했다. 

올리버의 부탁이나 의견 없이 순수한 자의로. 실로, 크리처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림자. 멈춰주시겠어요?” 

올리버는 왼손에 마력을 집중. 전격 마법을 준비하며 그림자에게 부탁했다. 

부탁을 듣자마자 우뚝 선 그림자. 

그 사이 올리버의 손바닥 위로 찌지직! 소음이 울리며, 푸른빛 전광이 번뜩였다. 

손바닥 위에 형성된 불규칙한 스파크는 보는 것만으로 그 위력이 쉬이 예상됐다. 

수백 구의 시체를 엮은 시체 골렘도 단번에 튀겨버릴 강력한 위력. 

그러나, 올리버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불규칙한 스파크 하나하나에 통제권을 발휘. 한 줄기의 청색 스파크로 가공해 회전을 가미하더니 그대로 투척했다. 

보는 것만으로 눈이 멀 것 같은 전광은 소용돌이 형태로 날아가, 한쪽 팔이 뜯긴 시체 골렘을 그대로 관통했다. 

번쩍! 

거대한 살덩어리가 불타고, 찢어지는 소리가 공기 중에 울렸으며, 시체 골렘은 도넛 형태로 가운데가 뚫린 채 아코디언처럼 짜부라졌다. 

가운데 생긴 검붉은 화상 자국과 바깥으로 터진 살점만이 그 위력을 대변해줬으나, 올리버는 자신의 마법에 감탄하지 않고, 시체 골렘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전격 마법을 쓴 진짜 이유는 시체 골렘을 해치우기 위해서가 아닌, 길을 내기 위해서였으니. 

치이이이익······. 

올리버가 던진 전광은 시체 골렘 뒤에 있는 벽을 꿰뚫고 녹이며 길을 만들었고, 올리버는 그곳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이 너머에 릴리스가 있는 게 보였기에. 

엄청난 양의 마력으로 이뤄진 가상의 공간이었지만, 올리버의 눈을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릴리스 역시 올리버가 자신을 발견했다는 걸 눈치챈 건지, 세계수를 매개로 공간을 이루는 술식을 변경, 재배치해 올리버가 가는 길을 방해했다. 

전격에 꿰뚫린 벽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와 구멍을 메꿨으며, 그뿐 아니라 바닥이 움직여 올리버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거기다 천장과 바닥에서 좀비 떼들이 연이어 쏟아져 올리버를 덮치기까지 했다. 

바닥, 천장, 사방이 요란한 상황. 

분명 아까 전까지였다면 어울려 줬을 테지만, 생각이 바뀐 올리버는 몸에 저장한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해 몰려드는 좀비 떼를 쓸어버리고, 벽에 구멍을 만들어 릴리스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밀고 들어갔다. 

콰앙!! 

“숨바꼭질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무너진 벽을 통해 들어간 지하실 어느 거대한 공간 내부. 한 세계수 옆에 앉은 릴리스가 올리버를 맞이해줬다. 

“칭찬 감사합니다. 저도 제가 숨바꼭질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래요?” 

“예, 고아원에서는 저랑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광산에서는 일부러 안 했거든요. 숨었다가 걸리면 감독관님들에게 죽을 때까지 맞아서요.” 

“어머, 슬퍼라······. 눈물이라도 흘려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거칠긴 해도 릴리스 덕분에 해봤으니까요.” 

올리버가 아무 생각 없이 툭 하고 던진 말에 릴리스의 잠시 침묵했다. 말 그대로 잠시일 뿐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약속을 지켜야겠네요? 제가 왜 이브(Eve)를 먹었는지 이야기해준다고 했죠?” 

“예. 근데, 왠지 알 거 같습니다. 저 때문이군요.” 

릴리스가 눈을 살짝 떴다. 

“제가 여러분을 후려쳤고, 릴리스는 그중 상태가 안 좋아 나머지 파편 부스러기를 먹은 거죠?” 

“······어떻게 아신 거죠?” 

“우연치 않게요. 이브(Eve)를 잡은 것도 그 때문입니까?” 

올리버가 릴리스 옆에 있는 세계수를 가리켰다. 그 안에 올리버가 아는 이브(Eve)가 있었다. 

“예······.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요. 여러 파편 조각 중 하나가 아닌 온전한 존재가요······. 좀 실망이네요. 제가 말하고 싶었는데.” 

“저도 제게 실망했습니다. 릴리스에게 너무한 짓을 저지른 것 같아서요······.” 

올리버가 말꼬리를 흐렸다. 

평소에는 상상력이 부족했지만, 이번 경우는 어느 정도 상상됐다. 

자신의 손에 부서진 릴리스가 생존하기 위해 다른 자매들을 먹는 모습이. 아마, 고아원과 광산의 풍경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곳에선 음식, 옷 등 자원이 늘 부족해 살아남기 위해선 때때로 남의 것을 빼앗고 훔치기도 해야 했으니. 

원래 올리버라면 그것이 평범한 것이기에 릴리스가 왜 분노하고 원망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여러 경험을 한 덕분인지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한다고요?” 

“아마도요.” 

올리버의 대답을 들은 릴리스가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판도라, 이브보다 훨씬 사람다운 표정이었다. 

“웃기는 말이네요. 태어나자마자 살기 위해 또 다른 나, 자매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을 악착같이 먹어 치운 제 심정을 이해한다니요······. 거기다 ‘아마도’라? 정말 웃기는 말이네요.” 

“죄송합니다. 릴리스. 저도 제 감정을 잘 몰라서요.” 

“뭐, 그런 거 같네요.” 

몸에 이식된 흑마법사의 세포를 통해 올리버의 감정을 꿰뚫어 본 릴리스가 답했다. 

“······후회하나요? 별 볼 일 없는 애새끼 하나 구하러 가겠다고 저희를 버리고 간 게요?” 

“릴리스. 우선 한 가지만 정정할게요. 전 로스번을 도와주러 간 거지, 구하러 간 건 아닙니다. 누굴 구할 만큼 전 대단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하······.” 

“그리고 두 번째. 개인적으로는 후회하긴 합니다. 여러분을 후려치고, 그대로 방치하고 떠난 건요······. 다만, 로스번을 도우러 간 행위 자체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모든 마법사와 드루이드의 꿈인 저희가 여관에서 일하던 잡역부보다 못하다는 건가요?” 

“가치란 상대적인 거니까요······. 변명 같이 들릴 수 있지만, 당시 전 이브의 구체적인 가치도 몰랐고, 또, 여러분이 그런 존재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 오셨군요. 저희 가치가 올라간 겁니까? 고마워라.” 

“비슷합니다. 왜냐면 여러분을 제가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이제와 창조주 노릇하고 싶으신 건가요?”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를 쥔 왼손을 휘휘 저었다. 

“아뇨. 아뇨.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절대로요.” 

평소 강한 표현을 쓰지 않는 올리버가 절대로라고 말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솔직히 아직도 제가 여러분을 만들었다는 게 실감이 안 되거든요.” 

올리버가 판도라와 나눴던 대화를 상기하며 앞으로 저벅 걸어갔다. 올리버와 릴리스의 거리가 한 걸음 줄어들었다. 

“정황상 제가 여러분을 만든 게 확실한 것 같지만, 그와 별개로 창조주란 거창한 표현은 부담스럽습니다.” 

저벅. 올리버와 릴리스의 거리가 다시 한 걸음 줄어들었다. 

“또, 여러분을 만들었다고 여러분에게 명령하거나, 여러분을 소유하는 것 역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리버가 릴리스와의 거리를 또 한 걸음 줄였다. 

“제가 여러분을 만들었다고, 여러분을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어느새 릴리스 바로 앞까지 도착한 올리버가 말했다. 

“그럼, 제가 이브를 먹어 치워도 가만히 있을 거란 뜻인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전 이브 때문에 여기 온 데다, 또, 개인적으로 이브가 무사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럼, 절 방해하시겠다는 거네요?” 

“아뇨.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말씀드리는데 이브를 풀어줄 수 없을까요?”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물었고, 릴리스는 다시 깔깔깔 웃더니 몸에 저장한 마력과 감정을 동시에 끌어올려, 자기 육체를 강화. 그대로 팔을 뒤로 당겼다. 

*** 

흑마법으로 육체를 직접 강화하고, 그 위에 마력을 덧씌운 릴리스의 팔이 뒤로 당겨지자 공기가 빨려 들어가듯 일그러졌다. 

시야로 보이는 힘의 응축. 

그 응축이 절정에 달했을 때, 릴리스는 폭탄 같은 충격파를 터트리며, 섬광보다 빠른 주먹을 내질렀다. 

음속을 뛰어넘는 주먹. 흑마법과 마력 모두 극한까지 사용한 덕분에 가능한 속도. 

그 주먹에 닿자 올리버의 얼굴에 거대한 충격파가 원형으로 퍼지며 올리버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아프네. 많이.’ 

릴리스의 주먹을 맞고 날아가 등이 바닥에 닿은 올리버가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천장에는 미세한 얼룩이 있었다. 저런 것까지 구현하다니. 

팍! 

올리버가 천장의 얼룩을 감상하는 사이, 땅을 박차는 소리가 울리며, 시야로 릴리스가 신은 구두 밑창이 들어왔다. 

올리버 위로 뛰어오른 릴리스는 몸에 두른 마력을 폭발시켜 아래로 추락하듯 떨어져 올리버의 가슴을 양발로 짓밟았다. 

콰━━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바닥과 천장, 벽이 요동쳤다.

바닥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은 건 릴리스가 세계수의 마력을 끌어다 만든 가상의 공간인 덕분일 터였다. 

순간 숨이 턱 막혔던 올리버는 간신히 숨을 쉬며 생각했다. 

‘운이 좋네. 진짜로······. 인육 요리사 님이 아니었으면 방금 그걸로 죽었겠어.’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의 살점을 먹기 전 자기 육신과 지금의 육신을 비교해 생각했다. 

아프긴 엄청나게 아팠지만, 릴리스의 공격 위력을 생각하면 이것도 배부른 소리였다. 

한 방 한 방이 어지간한 초인도 죽일 위력이었으니. 

꽈악. 

릴리스가 올리버의 멱살을 잡아당기더니, 반대 손을 휘둘러 얼굴을 후려쳤다. 

쾅! 쇠몽둥이가 얼굴을 때린 소리가 울렸다. 오른팔의 화상을 제외하면, 인육 요리사 이후 처음 맛보는 고통이라 할 수 있었다.

“안 아프세요?” 

멱살을 잡은 릴리스가 물었다. 

“아픈데요.” 

“아, 그래요?” 

릴리스가 다시 주먹을 휘둘러 올리버의 얼굴을 가격했다. 충격파가 터지자 뇌가 흔들리며 다시 통증이 올라왔다. 

양손이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전혀 방어하지 않은 대가. 

“근데 왜 안 막으세요? ” 

올리버가 아까 전과 똑같은 자세로 대답했다. 

“한 손은 화상을 입었고, 다른 한 손은 쿼터스태프를 쥐고 있어-” 

-쾅!! 

올리버가 말하는 도중 릴리스가 다시 주먹을 휘둘러 올리버의 입을 후려쳤다. 

덕분에 입술이 터져 쇠 맛이 혀끝을 따라 퍼졌다. 

“제대로 대답하세요.” 

“······미안해서요.” 

쾅!! 

“제대로 대답하라니까요.” 

“제대로 대답한 건데요.”

올리버는 멍이 들고 입술이 터진 와중에도 가면과 같은 얼굴로 담담히 답했다. 

“얼마나 미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한 건 사실입니다. 최소한 제가 여러분께 나쁜 짓을 했다는 건 알았거든요.” 

무엇하나 확신하지 못하고, 명확하게 판단 내리지 못하는 올리버가 마지막 말만큼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별생각 없이 휘두른 손에 릴리스를 포함한 이브, 판도라 외 수많은 이들로 쪼개졌고, 그중 상태가 불안정한 릴리스는 생존하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자매와 같은 존재를 잡아먹어야 했다. 

고아원의 그것과 똑같은 상황. 

그런데도 올리버는 여기 올 때까지 릴리스란 존재 자체도 몰랐고, 딱히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제가 여러분께 정말 나쁜 짓을 했어요. 정말-” 

-쾅!! 

릴리스는 다시 올리버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까와 차이점이 있다면 대화를 포기한 채 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점이었다. 

“안다고요?” 

쾅!! 

“안다고요?!” 

쾅!! 

“당신은!” 

쾅!! 

“몰라요!” 

쾅!! 

“그것들을!” 

쾅!! 

“먹는!” 

쾅!! 

“심정을!” 

쾅!! 

“안다면!” 

쾅!! 

“내가 이브를 흡수하는 걸!” 

쾅!! 

“어떻게 방해하냐고요?!!” 

쾅!! 

“알지도 못하면서!!” 

쾅!! 

“지껄이지-” 

-탁! 

돌로 이뤄진 바닥이 파일 정도로 얻어맞은 올리버가 릴리스의 손을 붙잡았다. 

삐쩍 마른 외관에 어울리지 않는 괴력에 멈춰 선 릴리스의 주먹. 

피범벅이 된 얼굴로 올리버는 릴리스와 눈을 마주치고 차분히 물었다. 

“그럼, 왜 아직 이브(Eve)를 흡수하지 않은 거죠?” 

“······당신 눈앞에서 흡수해주려고요. 당신이 미우니까요.” 

“그런가요? 아쉽네요. 그래도 전 릴리스와 좋은 사이가 되고 싶은데요.” 

올리버는 뇌를 거치지 않고 속에 담긴 속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뭐가 됐건, 릴리스는 자신에 의해 탄생한 생명체. 가급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멋대로 버리고 방치한 것 치고는 참으로 제멋대로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런 뻔뻔한 올리버를 보며 릴리스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당신은 ㅈ-” 

-와장창! 

릴리스가 뭐라 말하려는 찰나 거대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울리며, 온몸이 검은 인형(人形)이 허공의 마력을 깨며 나타났다. 

사람인 듯하면서도 사람이 아닌 듯한 오싹한 외형.

올리버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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