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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514화 (514/633)

514. 모순 (2)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올리버와 관련된 일. 더 나아가 올리버의 생존 그 자체는 말이다. 

올리버는 이미 죽어야 했다. 죽어 마땅하다는 뜻은 아니나, 죽는 게 여러모로 자연스러웠다. 

왜냐면 수많은 요소가 올리버의 생존을 늘 위협했으니까. 

악의밖에 없는 아이들, 올리버를 께름칙하게 여기는 고아원 원장, 일상이 된 굶주림, 질병, 커다란 쥐······. 거기에 올리버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광산에 팔려 가 더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놓이기까지 했다. 

올리버는 죽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올리버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몇 번 죽을 뻔한 고비가 있었지만. 올리버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이상한 기현상. 

허나, 아무도 이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올리버가 재수 없는 아이라 생각할 뿐이었고, 그건 당사자인 올리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살아남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올리버는 자신이 세상 바깥 존재라는 것도, 마력과 감정, 자연의 힘을 자유로이 다루는 능력도, 악마의 태도도, 더 나아가 멀린과 전투에서 예언의 첫 번째 구절을 이행한 사실 역시 깊게 관심 두지 않았다. 

‘세상 끝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그 순간 바늘이 움직이노라······.’ 

왜냐면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바쁘고, 또 이 즐거운 세상을 구경하기 바빴으니까. 

‘진짜 그 때문일까?’ 

올리버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자신에게 되물어봤다. 

정말 그 때문에 자신이 해당 사실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이러한 사실조차 고민하기 싫었던 건지. 

그런데, 그런 올리버의 면전에 대놓고 릴리스가 물었다. 

그토록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왜 이토록 자기 일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 사실은 올리버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마치, 왜 중요한 문제는 회피하냐고 비난 혹은 조롱하는 거 같았기에. 

그래서일까? 올리버는 대화 대신 인상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손을 든 자신을 발견했다. 

“······아.” 

릴리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왜 놀라세요. 그게 당신 특기잖아요? 사람 좋은 척하지만, 신경을 거스르면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휘두르죠. 친절은 오직 자신이 정한 선 안에서만 행하죠.” 

릴리스 때려보라는 듯 당당히 양팔을 펼쳐 보였다. 

아까 와는 달리 통쾌한 감정보다 두려움, 원망, 분노, 슬픔의 감정이 더 강하게 빛냈다. 

올리버는 그제야 릴리스의 진짜 목적을 눈치챘다. 

그녀는 질문을 대답을 듣는 것보다 올리버를 화나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최대한 신경을 긁는 거 말이다. 

의문이었다. 왜 릴리스는 올리버의 신경을 긁으려고 했을까? 

다행히, 의문은 빠르게 해소됐다. 그녀의 마지막 질문에 해답이 있었기에. 

“처음 한 질문이군요.” 

“아, 말 돌리시는 건가요? 하긴, 그것도 당신 특기죠. 내키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이야기로-” 

“-또, 여러분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했던 질문이기도 하고요.” 

“······.” 

“오염구역 지하에서요······. 그때도 여러분은 나타나 제가 누구냐고 물었죠. 저는 대답 대신 여러분을 후려쳤고요.” 

올리버는 로스번 건으로 세계수에 접속. 마텔 연구소에 관해 찾아봤을 때를 떠올렸다. 

조사하는 도중 허공 세계인 룻 넷(Root Net)에서 무수한 마력으로 이뤄진 눈이 나타나 올리버에게 질문했고, 올리버는 그 눈을 향해 손을 휘둘러 유리처럼 깨버렸다. 

이유는 오직 하나, 바쁜 와중 성가시게 해서. 

나중에 만난 판도라가 말하길 그 눈이 이브(Eve)였고, 눈이 깨짐으로써 자신들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하였다. 3명의 이브(Eve)가 말이다. 

이브(Eve), 판도라(Pandora), 릴리스(Lilith). 

“혹시, 지금 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그거 때문이라면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저에 대해 가진 안 좋은 감정이 그거 때문이라면 정식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습니다. 릴리스.” 

올리버가 과거 판도라에게 사과했듯이 릴리스에게 사과했다. 

아무리 일이 바빴다지만, 때리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었다. 

거기다 한 대 때리고 끝나는 게 아닌 세 개로 쪼개버렸으니, 올리버의 잘못은 훨씬 크다 할 수 있었다. 

판도라야 운이 좋게도 헤임달에게 거둬져 안정적인 학습을 했다지만, 이브의 경우는 엔조이먼트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렀고, 릴리스는 그 이상이라 할 수 있었다. 

과정은 알 수 없었으나, 릴리스를 거둔 것은 다름 아닌 퍼펫. 

물론, 릴리스가 가진 송장인형과 놀라운 학습량을 볼 때 잘 지냈을 가능성도 없는 게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올리버는 일단 사과했다. 

“제가 때린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거듭 사과하는 올리버. 그런 올리버를 보며 릴리스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발작하듯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풋! 꺄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학!!” 

릴리스는 처음 보였던 도도한 태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웃음소리를 냈다. 

웃는 도중 머리 색깔이 얼룩덜룩 휘황찬란하게 변해 오히려 자연스러웠는데, 오히려 이게 더 진짜 모습 같았다. 

한참을 웃는 릴리스. 그러나 올리버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가만히 릴리스를 바라봤다. 

시간이 지나자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이군요. 저는 예측하는 게 특기인데도 말이죠.” 

“그게 무슨 뜻이죠?” 

“훨씬 더 뻔뻔하다는 뜻이죠.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진심이 뭔지도 모르는데 미안하다고 하니까요. 참 대단해요.” 

올리버는 침묵했다. 저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올리버는 아직도 미안하다는 게, 진심이라는 게 뭔지 몰랐다. 

“그래도 전-” 

“-괜찮아요. 당신께서 원래 그런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본론요?”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댔다. 

“예, 이곳에 온 이유는 이브(Eve)를 찾기 위해서잖아요?” 

아······. 올리버는 탄성을 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렬한 개성의 릴리스 탓에 잠시 깜빡했지만, 올리버가 이곳에 온 것은 붙잡힌 이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릴리스도 그런 올리버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역시나란 반응을 보였다. 

잠시 잊은 사실을 떠올린 올리버가 질문했다. 

“말씀하시는 걸 보아하니, 이브(Eve)를 이미 붙잡은 거 같으신데······. 이브는 어떻게 됐죠?” 

질문은 들은 릴리스가 고민하다 답했다. 

“음······. 잡아먹었어요. 얌얌.” 

*** 

릴리스가 과장된 몸짓으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브를 잡아먹었다고. 

놀랍고도 흥미롭게도 릴리스의 감정은 진심과 거짓이 혼재되어 있었다. 

모순되기 그지없는 대답. 

이브를 먹긴 먹었지만, 먹지는 않았다? 그게 무슨 뜻일까? 반만 먹었다는 뜻일까? 

올리버가 이에 관해 묻자 릴리스는 다시 대답했다. 

“뜻은 무슨 뜻요? 말 그대로 먹었다는 뜻이죠.” 

올리버는 릴리스의 감정을 살펴봤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릴리스는 이브를 잡아먹었다. 이 자체만은 진심이었다. 

이상한 점은 그 사실에 릴리스가 분노과 원망을 빛냈다는 점이고. 

“충격이 크신가 보네요?” 

“어······. 예, 솔직히, 예······. 좀 놀랍네요. 이브를 왜 드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제가 릴리스께 화를 낼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서요. 또,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기도 하고요.” 

올리버는 놀란 와중에도 차분히 말했다. 릴리스는 그런 올리버를 빤히 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어려운 것도 아닌데. 대신 조건이 있어요.” 

이브는 대답과 동시에 땅 밑. 정확히는 땅 밑에 있는 세계수에서 마력을 끌어와 순식간에 올리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세계수의 정수 그 자체나 다름없는 릴리스가 세계수를 통해 구축한 자신만의 공간이기에 할 수 있는 한정적 권능. 

올리버는 허공에 대고 그녀를 불렀다. 

“릴리스?” 

“걱정하지 마시죠. 당신 눈앞에선 사라졌지만, 진짜 사라진 건 아니니까요, 그럼, 섭섭하잖아요?” 

“동감입니다.”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미, 판도라와 이브를 만나봤으나, 그들과 결이 다른 릴리스와의 대화가 벌써 끝나면 너무 아쉬웠으니. 

그녀가 올리버에게 가진 불만과 분노는 이브에 관해 이해도를 더 높여줄 거라 직감했다. 

‘음······.’ 

그 순간 올리버는 멈칫했다. 이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놀라워서. 

아니, 놀라울 것은 아니었다. 원래 자신이 이런 사람이라는 건 알았으니. 다만, 처음 만났을 때의 혼란스러워하던 이브와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다가온 판도라가 떠오르자, 조금 그렇지 않나란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 

올리버는 밑도 끝도 없는 이 묘한 기분에 늪과 같은 고민에 빠졌으나, 다행히, 릴리스가 불러준 덕분에 곧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저랑 숨바꼭질하죠. 아시나요?” 

“뭔지 압니다. 광산에서 봤거든요.” 

“대단하시네요. 절 찾아내면 왜 제가 이브를 먹었는지 알려드릴게요.” 

“제가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력으로 재현된 오염구역의 지하에서 좀비 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과거, 오염구역 청소 때, 퍼펫을 상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캬햐햐햐햐햐학━━━!!

꾸에에에엑━━! 꾸에에에엑━━! 

지하의 벽을 뚫고 나온 대량의 좀비 떼들. 그들은 올리버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세계수의 기억을 마력으로 재구성한 걸 이미 알았지만, 그렇다 해도 엄청난 구현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의 눈이 아니면 진짜라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세계수의 마력과 이미지를 빌렸다 해도 공간을 이토록 사실적으로 구현하다니. 실로 놀라운 실력이었다. 

하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세계수의 힘을 빌렸다 해도 정보의 바다라 할 수 있는 룻 넷에서 명확한 이미지만을 꺼내와 뼈대를 구축하고, 세계수 안이 있는 마력을 끌어모아 재료를 확보, 이를 정확히 구축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으니. 비유하자면 혼자서 청사진을 그리고 건물을 짓는 것만큼. 

프로젝트에서도 최소 수십에서 수백 명의 마법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공간을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를 찾고, 현실로 가져오는 넷 세일링(net sailing), 

가져온 정보를 현실로 구축하는 연산능력과 술식 전개 능력, 

요동치는 마력을 통제할 수 있는 마력통제력,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견딜 수 있는 높은 체력과 정신력까지. 

혼자서 이런 술식을 구축한 것은 세계수의 정수인 릴리스라 가능한 거였다. 

[실드(Shield)] 

[드라이(Dry)] 

올리버는 왼손에 마력을 집중. 두 가지 술식을 동시 전개했다. 

우선 마력을 압축시킨 실드를 다중 생성해 하나로 합쳐 압착. 다가오는 좀비 떼의 진격을 멈춰 세웠다. 

쾅━━!! 

좀비들은 특유의 숫자와 저돌성으로 앞에 있는 좀비가 짜부라지든 말든 밀어붙여 압박의 수위를 높였고, 선두의 좀비들 역시 자신이 짜부라지든 말든 개의치 않고 이빨과 손톱, 주먹을 이용해 실드를 부수는 데만 집중했다. 

생명이 없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공격. 

‘그런데 좀 신기하네. 좀비를 너무 잘 구현했는데? 다른 세계수의 기억을 가져와 추가한 건가? 아니면, F구역에 이만한 좀비가 아직 더 있다는 거야?’ 

좀비를 높은 수준으로 구현한 모습에 올리버가 감탄하며 술식을 전개. 엔릴 학파의 대기 마법 드라이(Dry)로 좀비들을 최대한 건조하게 했다. 

대기 중 수분을 빨아대는 메마른 바람에 좀비들은 눈에 띄게 건조해졌고, 올리버는 그 상태로 화염을 뿌려 좀비들을 모조리 소각했다. 

화르르르르륵!! 

‘이거 설명을 들었을 때는 몰랐지만, 직접 보니 창조계열 흑마법과 비슷하기도 하네.’ 

올리버가 실드에 가로막혀 불살라지는 좀비 떼와 마력으로 만든 오염구역 지하실을 보며 생각했다. 

세계수를 이용한 가상의 공간 구축은 정밀한 수학 공식이라 했다면, 

팬이 신대륙에서 선보인 창조계열 흑마법 창자 통로는 그림이라 할 수 있었다. 정밀한 계산보다는 창의력과 상상력에 기반한. 

그런데도 올리버는 근본적으로 그 둘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은 즉, 사용하기에 따라선 세계수를 이용한 공간 구축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셈이지. 수학도 여러 공식이 있으니까.’ 

실로 흥미로운 주제.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수많은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열거해 봤다. 

가령, 환경의 영향을 받는 원소마법을 사용하기 유리한 환경을 구축하거나, 혹은, 자연적으로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개 이상의 장소를 같이 구현해 미지의 시너지를 낸다든가 말이다. 

그리된다면 이 마법의 가능성과 유용함은 정말 말 그대로 무궁무진해지는 셈이었다. 

그때였다. 올리버가 서 있는 지면이 붕 뜨기 시작했다. 

온갖 장치가 되어 있는 오염구역 지하실 바닥이 스스로 무너져내려 올리버를 지하로 끌어당긴 것, 

인육 요리사 덕분에 반사신경이 좋아진 올리버는 한 박자 더 빠르게 이를 눈치채 원한다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올리버는 그러는 대신 쿼터스태프에 마력을 집중시키며 그 성질을 변화시켰다. 

릴리스와 최대한 어울려주기 위해. 

무너진 바닥 밑으로 빠져 반쯤 떨어졌을 때, 쿼터스태프에 푸른색 전광이 번뜩거렸고, 그 전광에 의해 바닥 아래 숨어 있는 수많은 좀비를 볼 수 있었다.

사람의 것도, 짐승의 것도 아닌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좀비들이 올리버에게 달려들었다. 

아귀 지옥과도 같은 광경 속.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바닥에 탁 내리쳤고 내리친 전격은 푸른빛 파문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져 땅에서 천장으로 솟구쳐 올랐다. 

[리턴 스트로크(Return Stroke)] 

원래는 정밀함보다는 불특정 광범위한 지역에 큰 타격을 주기 위한 화력 중심의 마법이었으나, 올리버는 멀린의 가르침을 상기. 마법 하나만 쓴다는 조건을 부여해, 마법 하나하나의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했다. 

덕분에 땅에서 하늘로 전격을 내뿜는 범위 마법 리턴 스트로크는 대포로 저격하듯 올리버를 중심으로 촘촘히 퍼져 좀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후려쳐 불태우고 박살 내버렸다. 

촤좌좌자자자자장!!! 

전격 마법 특유의 귀 아리게 하는 소음과 같이 좀비 떼들이 하늘 위로 비산했다. 

꽤 끔찍한 광경. 허나, 이조차 다음 공격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했다. 

불타고 산산조각이 난 좀비의 파편이 서로 뭉쳐 시체 골렘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수의 시체를 엮어 그 크기와 출력을 극대화한. 송장인형과 또 다른 특수 좀비. 

흑마법을 쓰는 기색이 없었음에도 가능한 것은 릴리스가 구현한 공간이기 때문일 터. 

‘거기에 릴리스가 쓰고 있는 송장인형에 이식된 흑마법사의 세포도 한몫했겠지. 아마, 따로 흑마법을 공부해보기도 했을 테고.’ 

신대륙에서 만난 퍼펫의 제자 클로드에게 가르쳐준 올리버의 세포 이식 기술로, 아무래도 퍼펫에게 전수된 모양이었다. 

‘뭐, 퍼펫 님이 미리 연구했던 걸 수도 있지만. 수백 년을 살며 연구만 한 분이니.’ 

올리버가 생각하는 사이 거대한 시체 골렘이 형성돼 다시 올리버 앞에 섰다.

이대로 체력이 다할 때까지 말려 죽이려나 싶은 그때, 시체 골렘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과도하게 높은 공간 구현 능력과 전격 마법의 영향으로 좀비의 파손이 심해서 일어난 해프닝. 시체 골렘은 떨어진 시체 조각을 집어삼켜 손상된 부위를 수복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올리버는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릴리스가 이브를 먹었다는 뜻을. 

릴리스는 올리버가 아는 그 이브를 먹은 게 아닌, 눈을 박살 냈을 때 생긴 파편 부스러기를 먹은 거였다. 생존을 위해. 

“나 정말 나쁘구나.” 

올리버가 자신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날리는 시체 골렘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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