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 과도한 장비 (2)
공간, 생명, 세계수, 순수마력, 마법공학, 연금술 등등 이제는 수많은 계열로 나뉜 마법들.
그 가운데서 가장 역사가 길고, 아직까지 그 영향력이 가장 큰 마법은 다름 아닌 원소마법이었다.
자연을 구성하는 원소를 바탕으로 정립된 원소마법.
그 종류는 크게 화염의 아그니 학파, 대지의 가이아 학파, 공기의 엔릴 학파, 얼음의 스카디 학파, 번개의 묠니르 학파가 있었고, 각 학파는 저마다 크고 명확한 특성이 있었다.
가이아 학파와 엔릴 학파는 높은 물리력과 어디서든 자연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이 있었고,
스카디 학파는 독과 같은 냉기, 마력을 물리력으로 변화시킨 얼음을 이용해 술사의 의지를 현실로 끌어내기 유리한 특성이 있었으며,
묠니르 학파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와 강력한 파괴력이란 특성이 있었다.
당연히 아그니 학파도 그에 걸맞은 특성이 있었다.
강하고 지속적인 화력, 열에너지를 통한 신체 능력 강화, 무엇보다 화염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과 이를 이용한 상상 이상의 공격 범위가 그러했다.
“근데, 넌 뭐지? 넌 뭐냔 말이다!! 이 괴물아!!”
온몸에 화염을 두른 호그가 올리버에게 소리쳤다.
그는 몸에 두른 화염을 열에너지로 바꿔 신체능력을 극도로 높인 뒤, 미친 듯한 공세를 퍼부었다.
일반적인 시야로는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눈이 깜빡일 때마다 나이프에서 주먹, 주먹에서 발차기로 공격이 순식간에 전환되며 정신없이 상대를 몰아붙였다. 심지어 공격의 각도마저 시시각각 변해 빈틈을 쉴 새 없이 파고들었다.
하나하나 목숨을 빼앗기 부족함이 없는 치명적 일격.
호그가 왜 수상쩍기 이를 데가 없는 의뢰를 받고, 란다에서 주가를 날리고 있는 데이브의 손을 거절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피갑주를 걸친 그의 힘은 다수의 마법사와 상당한 수준의 마력사용자를 하나로 합쳐 극한까지 끌어올린 수준이었다.
빼앗긴 영역을 되찾는 건 물론, 오히려 확장까지 가능한.
허나, 그럼에도 그의 공격은 지금 모조리 막히고 말았다.
삐쩍 마른 데다 한쪽 손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올리버에게 말이다.
“큭······!”
호그는 나이프 찌르기, 하단 발차기, 팔꿈치 공격, 나이프 난도질 등. 숨 쉴 틈도 없이 공격을 쑤셔 넣었으나,
올리버는 마력실드로 나이프를 흘려보낸 다음, 뒤로 물러나 발차기를 피하고, 팔꿈치는 다시 마력실드로 막은 다음, 연이어지는 칼날을 찬찬히 바라보며 최소한의 동작으로 모두 회피했다.
앞서 말했듯 보통의 시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지만, 뛰어난 흑마법사의 눈과 인육 요리사 살점을 먹어 높아진 동체시력이 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그 덕분에 일방적으로 맹공을 펼치는 호그는 오히려 점점 초조함을 느꼈다.
아니, 단순히 이것만이라면 문제없었다.
마법사, 흑마법사가 이만한 근접전투 능력을 가진 게 이상하더라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비효율적이라 그러지 않을 뿐.
진짜 이상한 건 바로 이것이었다.
[플레임 스펄트(Flame Spurt)]
호그가 인피갑주를 이용해 술식을 전개. 갑주 안에 깃든 대량의 화염을 한 번에 분출했다.
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밀도 높은 화염은 홍수처럼 사방으로 쏟아졌고, 올리버는 화염 마법의 성질이 깃든 실드를 삼각형 형태로 펼쳐 화염의 홍수를 흘려보냈다.
화염 마법을 막는 데 가장 좋은 것은 화염 마법이었으니.
그렇게 최소한의 마력으로 공격을 막아낸 그때, 인피갑주를 두른 호그가 돌진해 순수한 마력을 두른 주먹을 쇠망치처럼 휘둘러 올리버의 실드를 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고밀도의 화염 속에도 호그는 정자세로 주먹을 휘둘렀다. 길거리가 아닌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생성된 자세. 그만큼 주먹은 정확했고, 순식간에 실드 위로 금이 생겼다.
실드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호그는 주먹을 뒤로 빼 주변에 퍼진 화염(火焰)을 대기(大氣)와 함께 흡수하여 한쪽 팔에 집중시켰다.
치이이이익!!
주먹에 두른 인피갑주가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주변의 화염과 공기를 회오리 형태로 집어삼켰다.
그 모습을 본 올리버는 쿼터스태프에 마력을 부여한 뒤 왼손으로 길게 잡아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파앙━━!!
호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트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이미 금이 갈 대로 간 실드를 부수며 올리버를 덮쳤으나, 그 강렬한 폭발은 올리버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친 쿼터스태프에 홍해처럼 갈라지고 말았다.
“크아아악······!! 말도 안 돼.”
공격이 파훼되고 한쪽 팔까지 부러진 호그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에너지의 총량은 호그 쪽이 우세했으니.
그런데도 공격이 갈라진 이유는 단순했다. 올리버가 쿼터스태프에 부여한 마력이 더 섬세하고 조밀했기 때문.
멀린의 종이와 책을 흉내 낸 것으로, 비유하자면 바위만 한 달걀과 주먹만 한 쇳덩어리가 부딪힌 거라 할 수 있었다.
“으아아악······!!”
팔이 부러진 고통에도 호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며 다른 한쪽 팔로 나이프를 뽑아 올리버를 향해 기습적으로 내질렀다. 광전사라 할 수 있는 투지.
쾅━━!!
그러한 투지마저도 올리버가 치켜든 쿼터스태프를 내리찍음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호그의 양팔은 쿼터스태프에 의해 부러지고 찢어졌다. 전투불능의 치명상. 제압됐다고 판단된 그때, 인피갑주가 부러진 팔을 서로 이어 붙이며 팔을 원래 상태로 수복했다.
비록, 술사의 몸을 파고들어 침식하고, 생명력을 빨아먹는 등 위험한 형태였지만.
‘역시나.’
올리버가 인피갑주의 위험성을 꿰뚫어 보며 생각했다.
당연한 거였다. 흑마법 아이템은 그 기능이 뛰어날수록 위험이 큰 게 보통이었으니.
다수의 마법사와 마력사용자를 합쳐 전투력을 높여주는 흑마법 아이템이면 그에 걸맞은 리스크가 있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였다.
문제는 그 리스크가 착용자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육체에까지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는 거였지만.
부러지고 찢어진 양팔이 인피갑주와 반쯤 뒤섞인 모습이 그 증거.
올리버가 그 위험성을 호그에게 설명해주려 했다. 한때, 마탑 소속이던 던칸과 비슷한 남성에게.
“호그 님. 그 인피갑주라는 거 위험해-”
[-오버히트(Overheat)]
호그가 양팔을 복구하며 영창했다. 그러자 인피갑주에서 공기를 일그러트릴 대량의 열기(熱氣)가 뿜어져 나와 올리버를 덮쳤다.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호그는 순식간에 자세를 재정비해 다시 올리버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자세의 재정비와 공격이 거의 동시나 다름없는 속도. 그러나 올리버는 그 짧은 간격 사이를 파고들어 마력으로 이뤄진 충격파를 쏴 호그의 가슴을 짓뭉개버렸다.
쩍!!
갈비뼈가 부러지는 감각과 함께 호그는 저 멀리 화염 속으로 날아갔다.
갈비뼈를 산산 조각내고 그 안의 내장까지 으깨는 충격.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호그는 육체와 생명력을 대가로 곧바로 회복해 바닥에 떨어진 기계망치를 들어 다시 돌진했다.
“내가 이 갑주의 위험성을 모를 줄 알았나?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란 게 있지!!”
높이 점프한 호그가 마력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방향을 틀고, 속도를 올리며 소리쳤다.
허공에서 돌진해온 호그. 올리버는 이에 대응해 마력을 극도로 압축한 쿼터스태프를 투척해 날아오는 호그를 영격했다.
아직까지 직접 휘두르면 오른팔이 울려서 아팠다.
━━━━!
호그가 휘두르는 기계 망치와 올리버가 던진 쿼터스태프가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형용할 수 없는 굉음이 충격파와 같이 주변에 퍼져 땅을 뒤엎고, 화염의 기세마저 꺾어버렸다.
그 충격으로 인해 쿼터스태프는 빙빙 회전하며 하늘 높이 날아갔고, 기계 망치는 과부하가 걸린 듯 기능이 정지했다.
당황한 호그는 쇳덩이로 전락한 기계 망치를 올리버에게 던지며 돌진해 다시 맹공을 가했으나, 올리버는 기계 망치를 피한 다음 마력실드로 호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그의 공격에 맞춰 바로바로 생성해 말이다.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군?! 마탑의 실험체라는 소문이!!”
호그가 무수히 많은 실드를 부수며 외쳤다. 단순히 주의를 빼앗기 위한 목적은 아닌 정말 궁금해 외치는 거였다.
올리버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공격을 실드로 막고 피하며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그게 아니고선 그런 삐쩍 마른 몸으로 어떻게 그리 움직일 수 있겠어?! 아니, 그보다 어떻게 이 열기와 화염을 버티는 거지?!!”
호그는 진심으로 의문을 빛냈다. 그는 싸우는 내내 숨만 쉬어도 폐가 타들어 갈 열기를 내뿜었으니.
화염 마법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전투법이었다.
화염 마법은 강력한 화염으로 찍어 누르는 것 외에도 화려한 화염으로 시선을 빼앗고, 보이지 않는 열기로 쪄 죽이는 방법도 있었다.
올리버가 이에 답했다.
“글쎄요······. 얼마 전 훨씬 뜨거운 분을 만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올리버가 불타버린 자를 떠올렸다. 호흡만으로 사람을 불태워버리는 존재.
구체적인 원리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와 만난 후, 올리버는 열기와 화염에 약간 내성이 생긴 것 같았다.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최소한 지금 호그가 내뿜는 열기는 신경 안 써도 될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 이해할 수 없고, 이치에도 벗어난 말이었지만, 그걸 눈앞에서 본 호그는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흑마법도 안 쓰고, 그따위 허접만 마법만 사용해서 날 상대하는 건가?”
“아뇨, 허접한 마법이 아닌 기본 마법입니다. 그리고 호그 님을 우습게 보는 것도 아닙니다. 일종의 훈련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올리버는 마력 실드를 전개해 날아오는 호그의 주먹을 막을 뿐 아니라, 술식을 변화시켜 실드를 사슬로 변형해 호그의 팔을 붙잡았다.
과거 멀린의 조언대로 말이다.
멀린과의 대련 후, 그는 올리버에게 마력과 감정, 자연의 힘을 뒤섞거나 같이 사용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한 가지 힘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여러 힘을 뒤섞는 건 실로 대단한 거지만, 때때로 그것에 매몰돼 본질을 잊을 수 있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조금만 어려워지면 다수의 힘을 섞어 위기를 타개했지만, 그 탓에 멀린과 같은 깊이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올리버는 상황이 허락하는 내에서는 이제부터 한 가지 힘만 쓰기로 했다.
올리버는 실드의 표면을 움직여 호그의 자세를 흩트린 다음 재빠르게 움직여 그의 목에 주사를 쑤셔 박았다.
콱!!
날붙이와 다른 뜨끔 하고 불길한 감각.
올리버는 능숙하게 주사기를 당겨, 호그의 피를 뽑아낸 다음 주사기를 뽑았다.
한 박자 늦게 호그가 마력사슬을 부수며 반격했으나, 올리버는 이미 피한 직후였다.
“뭘 한 거야!!?”
“혹시나 하는 보험입니다.”
올리버가 호그의 피를 뽑은 주사기를 품 안에 넣으며 답했다.
“그보다 상태도 점점 안 좋아지시는데,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떨까요?”
숨을 몰아쉬는 호그의 상태를 보며 올리버가 제안했다.
호그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흥! ······꽤나 봐주는군. 강자의 여유인가?”
“아뇨, 호그 님과 싸우는 건 제가 정식으로 받은 의뢰가 아니고, 또, 목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습격을 사주하고, 여러분께 이런 장비를 지원해 준 게 누군지 알아내는 것뿐이거든요.”
그랬다. 올리버가 손속의 사정을 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갱들과의 세력 경쟁에서 밀려난 빅 휠에 마공학 무기와 인피갑주와 같은 장비를 지원해 준 세력이 누군지 알기 위해.
단순한 의뢰 대가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과했다. 숨은 의도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두 번째는, 전(前) 마탑 출신이시기도 하시고요.”
호그가 동요했다.
“······어떻게 눈치챈 거지?”
“마력사용자를 연기하시지만, 마력을 운용하는 방식에서 순수마력 학파 기운이 남아있거든요.”
“거짓말······. 내가 그걸 다 지웠는데.”
“완전히는 아닙니다. 또, 인피갑주의 사용이해도도 높고요. 장비가 있다 해도 다루는 건 사용자의 능력이죠. 마법에 대한 이해도 말입니다.”
올리버가 간접적으로 호그의 실력을 인정해줬다. 실제로 인피갑주를 이용한 실력을 볼 땐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직접적인 재능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쌓아 올린 이론 지식.
적잖은 나이와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전투 스타일 때문에 몸이 쇠약해졌다곤 하나 과거 노력의 흔적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자 호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삶 반도 살지 못한 애송이의 칭찬에 그는 진심으로 뿌듯함을 느낀 것이었다.
과거 어린 시절 재능을 인정받아, 마탑에 거둬졌을 때를 떠올릴 만큼······. 곧 재능의 벽을 만나 거리로 쫓겨났지만.
기쁘고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지 마. 재능 있는 놈은 평생 모를 기분이거든. 이 좆같은 느낌을.”
“압니다.”
올리버가 간결하게 답했다. 재능 부족으로 자괴감에 빠져 안팎으로 괴로워하다 마탑에 쫓겨난 사람의 심정을 안다고 말이다.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말. 허나, 올리버는 진심이었다. 뼈에 새기듯 한 진심.
왜냐면 던칸의 아름다운 빛으로 만든 필거렛을 피움으로써 그의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살았으니까.
호그에게 손속의 사정을 둔 것도 이 때문일지도 몰랐다. 던칸과 비슷한 느낌이 났기에······. 재능이란 벽에 부딪혀 괴로워함에도, 그 와중에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로 나아가는. 그건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존경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부디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호그 님께서 절 도와주시면, 저 역시 호그 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혹시, 다시 마법을 배우고 싶지 않습니까?”
올리버가 던칸의 필거렛을 피웠을 때 경험을 토대로 제안했다. 마탑에서 쫓겨난 자들은 마탑과 마법을 증오했지만, 동시에 마탑과 마법을 그리워했다.
모순적이지만 실존하는 감정.
이를 증명하듯 그 제안에 한때 마탑에서 꿈이 꺾이고, 현실에 풍화된 호그의 마음이 요동쳤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호그의 감정을 동요했다. 마치, 천사의 손길처럼, 악마의 속삭임처럼.
“······재밌는 제안이네.”
“그렇죠?”
“하지만 그런 제안은 날 쓰러트린 다음에 해야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올리버가 바로 대답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에임 코렉트(Aim Correct)]
[스트렝슨(Strengthen)]
[헤빌리(Heavily)]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아까 전 기계 망치와 맞부딪혀 하늘 높이 날아간 쿼터스태프가 다수의 술식을 두른 채 호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공기를 찢어발기고 사람도 찢어발기는 위력의 쿼터스태프가.
그 모습을 본 호그는 품 안에서 회중시계처럼 생긴 마법 아이템을 꺼내 작동시켰다.
섬광이 번뜩이듯 호그의 모습이 불빛 꺼지듯 사라지고, 올리버의 측면에서 번쩍 나타났다.
공간마법이 깃든 마법 아이템으로, 술사가 지정해 놓은 위치로 옮겨주는 듯했는데, 아주 고기능의 물건이었다.
아이템의 힘을 빌려 회피와 동시에 측면을 잡은 호그.
그는 마탑에서 갈고닦은 마법을 사용해 나이프 위에 마력을 코팅, 전기톱처럼 회전시켜 위력을 극대화했다.
마탑의 마법사들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치명적인 일격.
올리버는 놀라운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으로 측방에 마력실드를 전개해 막았다.
“소용없다!”
호기롭게 외치는 호그. 그의 말처럼 올리버의 마력실드가 깨졌다.
우악스럽게 날이 회전하며 마력실드를 갈라버린 것.
맹렬히 회전하던 호그의 마력이 그 아래에 있는 올리버를 향해 날아들다가 바로 눈앞에서 멈췄다.
부서진 마력 실드가 그 상태로 다시 합쳐져 호그의 팔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공간마법 아이템까지 소모해 기회를 잡은 호그의 눈이 흔들렸다. 올리버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