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506화 (506/633)

506. 로드 갱 (2)

“재밌네요.” 

올리버가 칼로리바를 입안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데릭이 중얼거렸다. 

“스릴을 즐기는 타입일 줄은 몰랐는데?” 

“아, 그게 아닙니다. 다른 의미입니다.” 

올리버가 해명했다. 

올리버가 재밌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이 재밌는 건 아니었다. 뭐, 솔직히 지금 상황도 재밌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로드 갱의 장비를 보고 재밌다고 한 거였다. 

“동의합니다. 개조 트럭은 그렇다 쳐도, 바이크와 저 무기들······. 경쟁에서 밀린 갱들이 보유할만한 물건은 아니네요.” 

언너가 갱들이 손에 쥔 기관단총, 사이드카에 설치된 중기관총 등을 보며 말했다. 

못 구할 물건은 아니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돈. 최소한 경쟁에서 밀린 갱들이 가질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정말 경쟁에서 밀린 자들이 맞나요?” 

언너의 질문에 데릭이 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뭐, 내가 그쪽 종사자가 아니니 틀릴 수도 있지만.” 

“전 데릭 씨를 믿습니다.” 

올리버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데릭이 올리버를 말없이 바라봤다. 

“데릭 씨가 케빈 교수님 연구원으로 있는 동안 얼마나 성실한지 봤습니다. 그러니 사실이겠죠. 그렇다면 이야기는 하나뿐일 겁니다. 저 로드 갱들 누군가에게 지원을 받은 거죠······. 대가는 아무래도 저희를 습격하는 것 같고요.” 

올리버가 추론했다. 일부러 외진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자신들을 습격한 것과 이만한 인원이 매복해 있는 걸 볼 때 그거 외에는 답이 없었다. 최소한 올리버가 보기에는 말이다. 

‘아니, 있으려나?’ 

올리버가 갱들의 관자놀이와 어깨, 가슴 등에 부착된 기기를 보며 생각했다. 기기에는 미세하게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철컥. 

어느새 포위망을 구축한 로드 갱들이 총알을 장전했다. 그리고는 올리버가 탄 차를 향해 일제히 탄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사방에서 사나운 총성이 울리며 총알이 쏟아지는 그때, 올리버는 센터패시아에 있는 또 다른 버튼을 눌렀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와 두꺼운 장갑과 방탄유리 위를 코팅하듯 뒤덮었다. 

군용장비인 외골격 장갑의 마력 방어막을 이용한 기술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탄환은 차량에 코팅된 마력 방어막에 가로막혀 튕겨 나갔다. 

입힌 피해라고는 마력 방어막에 생긴 물결형태의 파문만이 전부. 

데릭이 차의 성능에 감탄했다. 

“이거 얼마면 살 수 있는 거야?” 

“글쎄요. 저도 선물 받은 거라서요. 나중에 여쭤보겠습니다.” 

문답을 주고받는 사이, 총성이 잦아들었다. 일제히 쏘아댄 탓에 총알이 동시에 떨어진 것. 

올리버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180도 차를 돌려 후진하던 차를 전진 형태로 바꾸며, 동시에 보닛에 장착된 기관총을 발사했다. 

공기를 두들기는 총성. 보닛 좌우측에 달린 기관총에서 화염을 내뿜었다. 

회색 화약 연기가 초승달 형태로 잔흔을 남기며, 범위 내에 있는 로드 갱들을 난사했다. 

그런데 이거 웬걸. 최소한 한쪽에 있는 갱들을 전부 휩쓸어버릴 줄 알았건만 갱들의 피해는 미미했다. 

차가 회전하기 직전 미리 눈치챈 듯 갱들이 도로 밖으로 나가 총탄을 피한 것. 쓰러진 건 두 대뿐이었다. 

올리버는 감탄했다. 

“원래 운전실력이 저렇게 좋나요?” 

“글쎄, 도로 위에서 약탈하는 놈들이라 운전실력이 좋긴 하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 

기관총의 위협에서 벗어난 로드 갱들은 다시 도로 위로 복귀해, 올리버가 탄 차량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차량을 코팅한 마력은 소나기 아래 물웅덩이처럼 수많은 파문이 맺히며 요동쳤다. 

솔직히 말해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마력 코팅을 이용한 방어는 성능이 확실하긴 했지만, 연료 소진이 심하고 그로 인해 지속시간도 짧았다. 

공격을 막는 횟수가 늘어나면 더더욱 그랬고. 

이대로 가다간 차량을 코팅한 마력이 사라질 뿐 아니라,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출 가능성도 있었다. 

“아, 화해하고 싶네요.” 

“실없는 농담은 그만하고, 차 문 잠금장치 좀 해제해봐.” 

“차 문은 왜 그러시죠?” 

바이크를 탄 갱 중 몇몇이 차량 앞까지 이동해 폭탄을 던지는 와중 올리버가 몹시도 차분히 물었다. 

쾅! 쾅! 

폭탄이 터지자 굉음과 함께 차가 흔들거렸다. 차체의 무게와 높은 방어력 탓에 크게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데릭은 차를 포위한 갱들을 살피며 답했다. 

“이래서는 당하고 말 거야. 내가 차 위로 가서 휩쓸어버릴게.” 

데릭은 스스로 포(砲)가 되길 자처했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었다. 화염 마법 특유의 범위 공격과 지속성이라면 주변에 따라붙은 갱을 한 번에 쓸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전 반대입니다.” 

“왜?” 

“위험하니까요.” 

올리버가 당연하단 듯이 말했다. 왜냐면 정말 위험했으니까. 

마법사란 마법을 이용해 병기와 맞먹는, 어쩌면 이상의 위력도 낼 수 있는 존재였지만, 결국, 마법사도 사람이었다. 

익숙지 않은 상황. 가령, 총을 든 갱들에게 포위된 상태로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무리해 싸우면 200란다밖에 안 하는 싸구려 납탄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내 실력이 의심스럽다는 거야?” 

“아뇨. 데릭 씨의 실력이 의심스럽다는 건 아닙니다. 데릭 씨의 재능과 노력을 전 믿습니다.” 

“······근데?” 

“그저 상대가 더 유리한 장소에서 싸울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굳이 위험을 높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럼, 뭐 어쩌자는 건데? 대응은 해야 하잖아?” 

스스로 성질을 누른 데릭이 물었다. 그의 말대로 대응은 해야 했다. 

좌우측과 후방에서 쏟아지는 탄환과 앞쪽에서 던지는 폭탄 탓에 마력 코팅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마력 코팅이 벗겨지면 차가 직접 피해를 입을지도 몰랐고, 어쩌면 연료가 다 떨어져 이후부터는 걸어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부상 때문에 오래 걷는 건 힘들었으니까. 

“음? 저건 뭐죠?” 

올리버가 앞을 가로지르는 한 바이크를 봤다. 속도를 무리해 올린 탓인지 배기관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는데, 옆에 달린 사이드카에 웬 기괴한 차림의 남성이 서 있었다. 

누더기처럼 얼기설기 이어 붙인 방호복을 입은 자로, 그는 등에 불길한 녹색 형광 물질이 담긴 탱크(Tank)를 짊어지고 있었으며, 손에는 탱크(Tank)와 호스로 연결된 총 형태의 밸브가 쥐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탱크 안에 든 불길한 액체를 내뿜는 용도인듯했다. 

치이이익. 

밸브 입구에서 녹색 형광 물질이 떨어지자 사이드카가 연기를 뿜으며 조금씩 부식됐다. 

방호복을 입은 남자가 무거운 방호복을 입은 채 낑낑대며 올리버를 겨눴다. 

쩌저저적! 

방아쇠를 당겨 유독성 물질을 쏘려는 찰나, 야렐리가 눈에 힘을 줘 노려보자 방호복 남성이 쥔 밸브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이스아이 가문 고유능력인 마안(魔眼)의 힘. 

방호복을 입은 남성은 당황했고, 올리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어에 달린 가속 버튼을 눌러 순간 속도를 늘렸다. 

B사의 특별 주문한 차량은 그 이름에 걸맞게 배기관에서는 불길을 뿜으며, 믿기지 않는 속도로 내달렸다. 

쾅!! 

그 과정에서 앞에서 알짱거리며 폭탄을 던지던 바이크 두 대와 유독성 물질을 뿌리려 한 바이크가 산산 조각났다. 

부서지고 찢어진 갱과 바이크 잔해가 뒤따라 오던 갱들과 일부 부딪히며 발목을 잡았고, 올리버는 그 틈을 이용해 갱들과 거리를 벌렸다. 

올리버가 야렐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야렐리 씨. 이제부터 운전이 조금 거칠어질 수 있는데,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올리버가 양해를 구한 다음 룸미러를 통해 로드 갱들을 살펴봤다. 

갑자기 거리가 벌려지자 당황한 그들은 배기관에서 불을 뿜으며 필사적으로 거리를 좁혀왔다. 

50미터, 30미터, 20미터, 15미터, 10미터, 8미터, 5미터, 3미터······. 

그때, 올리버는 자동차의 또 다른 기능인 후방 연막탄을 발동했다. 

배기관 옆에 설치된 관을 통해 유독성으로 보이는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가 바로 앞까지 쫓아온 갱들을 덮쳤고, 갱 중 면역력이 약한 이들부터 현기증을 일으켜 방향감각을 상실, 심하면 피를 토하며 엎어져 도로 위로 갈려나갔다. 

“연막탄이라면서?” 

“연막탄 맞습니다. 연막탄에 질병계열 흑마법을 조금 추가한 것뿐이죠.” 

“······왜?” 

“해보고 싶어서요? 다들, 뭐 잡아주시겠어요?” 

올리버가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핸들과 기어를 조작 다시 자동차를 180도 회전시켰다. 

가뜩이나 가속도가 더해져 연기를 내뿜던 바퀴는 이제 불까지 붙었는데, 올리버는 그 상태로 독 연기 안으로 돌진했다. 

끼이이잉······콰과광쾅!! 

연기 속으로 자동차가 돌진하자 호흡 곤란으로 행동불능이 된 갱들이 피하지 못하고 정면충돌했다. 

속도에 초점을 맞춘 갱들의 바이크는 전차를 연상케 하는 올리버의 차에 부딪히자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박살 났고, 그 위에 타고 있던 갱들 역시 목과 척추가 꺾인 채 하늘 위를 날아올랐다. 

개중 몇몇은 잘못 부딪힌 건지 몸통과 팔다리가 분리되거나, 두개골이 박살 나 그 안에 든 푸딩을 흩뿌리기도 했다. 

“세상에······.” 

앞 창문에 묻은 피와 푸딩 조각. 올리버가 와이퍼를 켜 닦아내자 이쪽으로 미친 듯이 돌진해 오는 개조 트럭을 마주 볼 수 있었다. 

올리버는 보닛에 달린 기관총으로 트럭을 다시 사격했다. 

카가가가가강!! 

아깐 전 트럭보다 더 질 좋은 장갑을 썼는지 이번에는 기관총만으로 찢어발길 수 없었다. 그저 작은 구멍만 생길 뿐. 

이대로 가면 정면충돌. 올리버는 재빨리 품 안에서 감정이 담긴 시험관을 꺼내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블레스(Bless)] 

마리가 사용했던 오리지널 흑마법. 

영창하자 손안에 머금어져 있던 감정이 안개와 빛 중간 형태로 변해 자동차 내부와 외부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획득한 자동차에 대한 통제권. 올리버는 이를 이용해 직접 자동차를 움직였고, 서커스 곡예처럼 바퀴 한쪽을 붕 띄워 아슬아슬하게 트럭을 피했다. 

빠아아앙!! 

목표물을 놓친 트럭은 사납게 짖어댔고, 트럭의 배후를 잡은 올리버는 차를 돌려 트럭 뒤쪽으로 따라붙어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괜찮으십니까?” 

올리버가 데릭, 야렐리, 언너에게 물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것 같았지만, 필시 기분 탓일 터였다. 

끼익- 쾅!! 

트럭의 배후를 잡은 올리버가 박격포를 쏴 뒤에서 공략하려는 그때, 트럭 적재함에서 강력한 마력이 나타나더니, 거대한 작살이 날아와 마력 코팅은 물론 차 범퍼까지 꿰뚫었다. 

“내 차.” 

올리버가 범퍼를 꿰뚫은 작살을 보며 말했다. 

작살 끝에는 굵직한 쇠사슬이 달려있었고, 쇠사슬 끝에는 트럭과 연결된 리프트가 있었다. 

끼이이익. 

리프트가 움직이며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전차와 맞먹는 차량도 끌고 갈 만큼 출력이 상당했다. 

이로써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어졌는데, 그때, 외골격 장갑을 축소시킨 듯한 기계 갑옷을 입은 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강철 헬멧과 태엽이 뒤섞인 흉갑, 등 뒤에는 푸른 증기를 내뿜는 파이프와 엔진이 달려있었으며, 다리에는 기계 골격, 양팔에는 거대한 기계 건틀릿이 달려있었다. 

올리버도 보지 못한 물건. 해당 물건을 처음 알아본 건 야렐리였다. 

“마력 기계 갑옷? 저게 어떻게······.” 

기계 갑옷을 입은 갱은 대답 대신 기계 골격을 두른 다리를 살짝 굽히더니, 바닥을 박찼다. 

그 반동에 거대한 트럭이 크게 흔들렸고, 갱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올리버의 차 보닛 위에 착지했다. 

쾅!! 

전차와 맞먹는 차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보닛과 앞바퀴가 완전히 찌그러질 뻔했다. 

갱은 끝이 날카로운 오른쪽 건틀릿으로 차를 붙잡아 몸을 고정한 다음, 왼쪽 건틀릿에서 마력을 응축시킨 거대한 칼날을 뽑아 그대로 내질렀다. 

자동차 앞 유리가 박살 나며, 모두가 숨을 삼켰다······. 칼날을 내지른 갱 본인조차도 말이다. 

“오, 깜짝이야.” 

올리버가 맨손으로 칼날을 잡아 세우며 말했다. 

보는 것처럼 마력을 머금은 거대한 칼날을 완력만으로 막은 것으로, 방금 전까지 위세 등등하던 갱은 강철 헬멧 너머로도 알 수 있게 크게 동요했다. 

그도 그럴 게, 당장이라도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애송이가 맨손으로 자동차를 막아 세운 격이었으니. 

비현실적인 광경에 갱은 미지의 공포를 느끼며 칼을 빼려 했으나, 올리버는 놓아주지 않았다. 갱에게 빌릴 물건이 있었다. 

당황한 갱은 기계 갑옷의 출력을 높였다. 

칙. 칙. 칙······! 등 뒤에 달린 파이프에서 푸른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갑옷을 이루는 태엽이 삐걱삐걱거렸다. 보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는 강철의 힘. 

그러나 올리버는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칼날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프타스 어시스턴트(Ptah's Assistant)] 

올리버가 영창하자 허공에 다수의 마법진이 형성되며 마력으로 이뤄진 기계 팔이 솟아나 정밀 작업을 하듯 갱이 몸에 두른 기계 갑옷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처음 해체한 것은 등 뒤의 파이프. 

뜨거운 푸른 증기를 내뿜은 파이프는 기계 팔의 손길에 곧바로 기능이 정지하더니 해체됐고, 강력한 출력을 내던 기계 갑옷은 어느새 착용자를 내리누르는 구속구로 변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갱. 

올리버는 그 상태로 왼팔을 움직여, 그가 착용한 강철 헬멧을 잡아 부순 후,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장착된 기계를 빌려왔다. 

아까 전부터 신경이 쓰이던 물건. 손가락 굵기의 막대기 같은 기계 가운데에 눈 같은 렌즈가 달려있었다. 

올리버가 렌즈를 말없이 바라봤다. 

“······.” 

*** 

“연락은?” 

도로 옆에 숲속에 세워진 한 낡은 건물. 그곳에 커다란 나이프를 갈고 있는 험상궂은 사내가 말했다. 

로드 갱. 빅 휠의 리더 호그였다. 

배불뚝이 부하가 답했다. 

“아직 없습니다.” 

“끙······.” 

호그는 앓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될 걸 어렴풋이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진짜 이렇게 되니 답답했다. 

‘역시, 거절했었어야 했나?’ 

호그는 잠시 후회하며 고민했다. 허나,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장담컨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터였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란다에서 갱들이 대거 몰려와 구역을 빼앗겨 몰락하는 와중, 누가 손을 내민다면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한두 푼도 아니고 재기 이상의 지원을 해주는데. 그 정도면 수상쩍어도 잡아야 했다. 

목이 말라 뒈질 줄 앎에도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이치. 

부하들도 그걸 알기에 마탑 애송이들을 습격하라는 의도도 목적도 불분명한 수상쩍은 의뢰를 받아들인 거였다. 

임무를 맡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마법 무기를 선불로 준다고 했으니. 저 정도 무기면 원래 구역을 되찾는 건 물론 세력 확장할 수도 있었다.

누가 아는가? 화물 형제단만큼 거대한 조직을 이룰지도. 

‘그래, 거절할 수 없었어. 대가를 선불로 지급하겠다는데 어떻게 거절해?’ 

호그는 한때 잊었다고 생각한 야심을 다시 불태우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합리화했다. 

어떻게 찾은 기회인데, 포기한단 말인가? 

호그는 자신의 옷 아래 걸친 흑마법아이템-인피갑주(人皮甲冑)를 보며 생각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차 시동 걸어.” 

“예?” 

“내가 직접 움직인다. 따돌린 거면 내가 추적해 죽이고, 죽어가는 중이면 내가 직접 죽인다. 선금으로 이미 엄청난 양의 무기를 줬으니, 잔금도 제대로 지급하겠지. 우린 그걸로 원래 우리 구역을 바로 되찾는다!!” 

보스의 야심 찬 발언에 초조해하던 부하의 표정이 밝아졌다. 

란다 밖으로 쏟아져 나온 갱 때문에 약해진 보스가 다시 옛날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니. 

부하는 그 말에 기쁘게 대답하며 과거의 영광을- 

-와장창창창!! 

갑자기 전차를 연상케 하는 차량이 건물 벽을 부수며 나타났다. 

운이 나쁘게도 방금까지 호그와 대화를 나누던 부하가 차에 치여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굳어버린 호그. 운전석 차 문이 열리며 올리버가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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