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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485화 (485/633)

485. 강림 (3)

바위가 갈라진 듯한 입이 살짝 올라가더니, 악마는 장난스럽게 올리버의 손을 잡았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대하듯 아주 부드럽게.

그리고는 자신의 이마를 올리버의 손등에 댔고, 그 손등을 시작으로 어깨까지 불 없이 불타기 시작했다.

기이한 표현이었다. 불 없이 불타다니. 허나,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 모를 악마가 이마를 댄 것만으로 올리버의 손등은 우그러들더니 그 범위가 퍼져 살가죽이 안쪽으로 우묵하게 쪼그라들며 찢어지고 검게 변색했다.

신경을 불태우는 끔찍한 작열통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러나 불 따위는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어깨까지 단숨에 번진 끔찍한 화상과 그로 인해 드러난 붉은 피하조직.

그 피하조직마저 검게 변색시키고 우그러트리는 화기(火氣)와 연기(煙氣)뿐이었다.

“커헉······.”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뼈가 울리는? ······올리버의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고, 올리버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팠다. 아주 아주 아팠다.

일반적인 통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신경을 직접 때리는 것도 아니었고,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통증이었다.

저항할 수도 견딜 수도 없는 그런 종류의 통증.

지금 올리버로서는 재앙(災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으으······.”

올리버는 바닥 위에 쓰러져 신음했다. 아파서 소리를 내본 게 얼마 만인지.

올리버는 악마의 인사로 불타버린 자신의 오른팔을 살펴봤다.

피부는 다 타버린 장작처럼 시커멨으며, 말라비틀어지고, 갈라진 틈새 사이로 살점인지, 잔불인지 모를 붉은빛만 언뜻언뜻 보였다.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봤으나 곧 후회했다. 뇌와 심장을 직접 찌르는 통증을 맛봤기에.

끔찍했다. 참으로 끔찍했다.

“후우······. 후우······. 후우······.”

“데이브!!”

상식을 벗어난 통증에 올리버가 일어서긴커녕 몸도 가누지 못하자 요안나는 악마의 존재도, 성기사의 눈도 잊은 채 올리버 곁으로 다가왔다.

혼란, 당혹, 슬픔 등이 뒤섞인 감정을 빛내는 그녀는 불타버린 올리버의 팔에 치료 성법을 사용했다.

마법과 다르게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다시피 하는 기적의 치료술.

은은한 노란빛이 올리버의 팔을 감쌌고, 잠시 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너무 놀라 동공이 열린 요안나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다른 성기사 역시 마찬가지.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믿기지 않았으니까.

아까 전 성법으로 만든 성벽은 힘이 부족하다 쳐도, 치료 성법마저 씨알도 안 먹히는 건, 성기사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성법은 신께서 악마에 맞서라고 내려주신 힘. 그런데 어찌하여 조금도 저항하지 못한단 말인가?

의문과 공포가 최고조에 달할 때 메아리 같은 소리가 뇌를 직접 때렸다.

[신이 주신 힘이 아니니까.]

어디서 들려왔는지 알 수 없는 음성. 올리버와 성기사들은 모두 악마를 바라봤다.

극한의 상황에서 본능이 이성을 대신해 정답을 찾아준 거였다.

[그 힘은 그분께서 주신 게 아니야.]

악마가 다시 말해주었다. 성법은 신이 주신 힘이 아니라고.

그 사실에 올리버는 가벼운 흥미를, 성기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혼란을 느꼈다.

성기사란, 자신의 직책이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신을 대신해 인간계와 인간을 지키는 것이 삶의 전부였으니.

그런데, 신께서 성법을 준 게 아니다? 그것은 죽음보다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래서 형용할 수조차 없는 악마의 존재감에 압도된 성기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붉은 머리의 성기사였다. 올리버의 멱살을 잡았던.

그는 믿음과 광신을 빛내며 외쳤다.

“거짓말하지 마라! 악마야!”

악마는 그를 말 없이 바라봤다.

“신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셨다. 자신을 대신해 자신이 만드신 세상과 자신의 자녀를 지키라고! 우리에게 이 힘을 주셨단 말이다!! 거짓된 말로 우리를 속이려 하지 마라!! 거짓된 건 네놈의 목소리로도 충분하다!!!”

믿음, 광신, 자아, 존재의의. 여러 이유를 원동력 삼아 성기사는 악마의 말을 부정했다.

인간을 앞에 둔 개미의 외침처럼 무력했으나, 그 행위 자체로도 가치 있었다. 악마의 존재감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는 성기사들이 그 증거.

악마가 입을 열기 전까진 그러했다.

“정말 진실을 원하나?”

악마가 성기사를 바라보며 육성(肉聲)으로 말했다. 바위가 갈라진 듯한 입으로.

놀랍게도 악마의 목소리는 흉흉한 외관과 어울리지 않게 감미로웠으며, 동시에 고통스러웠다.

울컥······!

악마의 목소리를 들은 올리버는 눈, 코, 입, 귀.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그건 요안나를 비롯한 다른 성기사도 마찬가지.

간신히 일어선 그들 모두 뇌와 장기를 직접 두들기는 통증에 무릎 꿇고 쓰러졌다.

악마의 목소리를 옆에서 들은 것만으로 크나큰 피해를 입은 거였다.

‘그럼, 직접 들은 사람은······.’

파도처럼 몰아치는 고통 속에서 올리버가 전방을 봤고, 악마에게 용기 있게 말한 붉은 머리 성기사가 여드름처럼 터진 걸 볼 수 있었다.

아까 숨으로 핑크맨을 모조리 불태워 죽이더니, 지금은 목소리로는 성기사를 터트려 죽였다.

“히이이익······!!”

붉은 머리 성기사 바로 옆에 있던 성기사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피가 섞인 눈물과 콧물, 침을 흘리며 버둥거렸다.

자신이 본 광경에 충격을 받아 정신이 나간 것.

그는 절망적인 현실에 이성을 놓더니, 무기와 방패를 버리고 도망쳤다.

신앙, 믿음, 용기, 책임, 의지. 성기사가 지녀야 할 덕목은 배설물과 함께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 모습을 본 악마는 손가락을 까딱여, 주변의 어둠이 성기사를 잡아먹게 했다.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성기사.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 안식을 있을 거 같지 않았다.

“하,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거룩한 빛으로 저희를 보호하시며, 세상의 풍파와 고통 속에서 저희를, 저희를-”

성기사 하나가 패닉에 빠진 채 무구를 쥐며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맞서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는 걸 깨닫곤 신에게 매달리기로 한 것.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기사는 스스로 방패와 무기가 돼 인간을 지키고, 악을 물리쳐야 하는 존재. 도망쳐서도 안 됐지만, 기도만 해서도 안 됐다.

기도는 성직자와 일반인으로도 충분했으니.

악마도 올리버의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거룩하신 나의 아버지.]

악마가 모든 걸 포기하고 기도하는 성기사에게 다가갔다.

[지금 그대가 주신 무기와 방패를 들며 지금 이 순간 맹세하겠나이다.]

악마가 성기사 앞에 멈춰 섰다.

[나는 인간을 지키는 방패가 되며, 악을 처단하는 칼이 되겠나이다. 규율과 약자, 선을 보호하며, 혼란과 악마, 악을 막겠나이다.]

악마는 무릎 꿇은 성기사의 어깨를 붙잡아 세우더니 보이지 않는 손길로 억지로 고개를 들고, 눈을 뜨게 했다.

[나는 어둠을 몰아내는 빛. 아침을 알리는 나팔. 세상을 지키는 갑옷, 그대의 자녀를 수호하는 방패가 되겠나이다.]

악마는 번개처럼 불타는 눈으로 성기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낡은 방패처럼 너덜너덜해질지언정.]

악마와 눈을 마주친 성기사의 안구는 부글부글 끓더니 증기를 내뿜었다.

[망가진 칼처럼 이가 빠지고, 부러질지언정.]

성기사는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는 비명을 질러댔다.

[외면하지도, 도망치지도, 포기하지도 않겠나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맹세하겠나이다.]

악마의 기도문이 끝나자 비명은 잦아들고 성기사는 몸에서 증기를 내뿜으며 선 채로 소금기둥이 되었다.

사람이 소금기둥으로······. 가능한 건가 싶었지만, 올리버는 의문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악마란 이해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걸 방금 막 배웠기에.

중요한 것은 성기사가 셋이나 당했다는 거였다······. 당했다는 표현이 적당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심판(審判)에 더 가깝나?’

작열통과 내상으로 식은땀을 흘리던 올리버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뭐라도 생각할 게 필요했다. 한순간이라도 생각을 포기하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올리버는 당장이라도 놓을 거 같은 의식을 부여잡으며 왼손에 든 쿼터스태프를 놓은 채 품 안에서 종이를 찾았다.

포털 마법이 깃든 종이.

도망쳐야 했다. 임무가 중요하긴 했지만, 이건 그런 식으로 접근할 건 아니었다.

아무리 임무가 중요해도, 해일과 지진 앞에선 다 무의미했다.

[괜찮으십니까?]

올리버가 종이를 찾느라 시선을 돌린 찰나 눈앞에 한 다리가 보였다. 접근하는 기색 따위는 전혀 없었는데.

올리버는 시선을 올렸고, 예상대로 악마가 서 있었다. 온몸이 불타 장작처럼 된 악마가.

그의 등 뒤 너머로 성기사 안셀름과 요안나가 있었다. 둘 다 저 위치가 아니었는데······. 악마가 위치를 인위적으로 옮긴 거였다. 인지할 틈도 없이.

실로 뛰어난 공간 마······. 아니, 공간 마법 따위가 아니었다. 그보다 고차원적인 그런 거였다. 기적?

거듭되는 불가해한 현상 속에서 올리버는 되려 차분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악마는 그런 올리버를 몇 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잠깐의 침묵. 올리버가 입을 열었다.

“······아프지만 괜찮습니다.”

[악의는 없었습니다.]

“압니다.”

올리버가 답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사실일 터였다.

흑마법사의 눈으로 보면 가장 좋긴 하겠지만, 맨눈으로 태양을 보는 것 같아 감히 시도할 수 없었다.

[조금 이르게 왔군요. 아직 껍데기를 벗지 못하다니.]

올리버는 고개를 갸웃댔다. 이르게 왔다니? 껍데기라니? 말 자체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혹시 절 아십니까?”

올리버가 질문했다. 대화에 재주가 없어 착각한 걸 수도 있지만, 악마의 말투는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닌 지인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그저 예의가 발라 경어(敬語)를 쓰는 줄 알았건만.

악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그대를 압니다.]

우리라······. 올리버는 대답을 들었지만, 오히려 의문만이 쌓여갔다.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말하는 그때, 유일한 빛인 악마를 둘러싼 어둠이 일정한 조류를 형성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악마의 존재에 압도돼 인지하지 못했지만, 지금 주변의 어둠엔 상당한 지옥의 기운이 머금어져 있었다. 팬의 그림자도.

푹!

허공의 어둠이 회전하며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더니 기둥과 같은 대못이 나타나 악마의 가슴을 대뜸 찔렀다.

크기와 예기(銳氣) 모두 수준급.

내부를 구성한 술식과 안을 구성하는 막대한 영혼, 그 시너지를 봤을 때, 임시로 만든 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고 준비한 거였다. 딱 한순간을 위해.

가슴이 뚫린 악마가 이를 증명해주었다.

첫 번째 공격이 먹히자 도미노와 같이 추가 술식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주변을 둘러싼 어둠이 다방향에서 회전해 응축. 사방에서 빈틈없이 악마의 몸에 대못을 박아 넣고, 그것도 모자라 쇠사슬이 달린 갈고리로 걸어 당겼다.

촤르르륵·····. 탕!

찔리고 당겨진 악마의 육체.

당연히 악마 바로 앞에 있던 올리버 역시 무사하지 못할 수준이었지만, 어느새 위치가 바뀌어 요안나와 안셀름 곁으로 이동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내가 진정한 지옥의 왕자다! 널 부른 것도 나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감히, 날 무시하다니! 그 대가를 받아라!!”

눈, 코, 입, 귀에서 피를 흘리는 팬이 어둠 속에서 나와 대량의 영혼을 손에 쥐고, 새로이 만든 그림자-크리처와 합작해 주변 어둠에 대규모 술식을 전개, 악마의 몸에 대못과 갈고리를 박아 넣었다. 그 어떠한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악에 받친 모습과 감정으로 볼 때 그는 몹시도 분노한 것 같았다. 실망, 배신감과 같은 것을 느끼며.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요안나가 올리버를 부축해줬다. 피로가 극에 달했는지 그녀는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안하지만 도저히 치료는 할 수가······.”

“괜찮습니다······. 그보다 잠시 등 좀 받쳐 주시겠습니까?”

올리버답지 않은 부탁에 요안나는 당황하면서도 올리버의 등을 받쳐줬고, 올리버는 그나마 편해진 자세로 품 안을 뒤져 아까 전 찾다 만 포털 마법이 깃든 종이를 찾았다.

팬이 이기든 악마가 이기든 일단 도망쳐야 했기에.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종이를 찾은 올리버가 소리 냈다. 포털 마법이 깃든 종이는 이미 불타 재가 돼 바스러진 상태였다.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악마가 한 일 같았다.

싸우는 것도 불가하고, 도망치는 것도 불가하다라······. 왠지 광산 시절이 떠올랐다.

그곳에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마저 대부분 희망 잃고 모든 걸 체념하였는데, 흥미롭게도 지금 이 순간 요안나와 안셀름 역시 그런 상태가 되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보니 썩 보기 좋은 감정 같지는 않았다.

“요안나 님······.”

“예, 예?”

“죄송하지만, 왼쪽 안주머니를 뒤지면 은제 담배 케이스가 있을 겁니다. 좀 꺼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요안나는 고맙게도 부탁대로 뒤져 주었다. 다만, 악마의 존재감 탓인지, 죽은 성기사 동료 탓인지 그녀의 행동은 빛을 잃은 눈처럼 반쯤 비어 있었다.

무엇인가 하겠다는 의지가 꺾인 상태였다.

“아멜린 원장님.”

“······.”

“세실 씨, 시몬 씨, 바네사 씨.”

올리버가 아르크 고아원의 직원분들을 이야기했다.

그들 외에도 고아원에서 만난 아이들도 이야기했다.

“쥘리, 앙토냉, 제라르, 알랭, 모리스, 프랑수아즈, 아르디······.”

올리버가 그들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마다 요안나의 눈에는 다시 빛이 깃들었다.

“원장님께선 요안나 님을 위해 왕국어를 공부하고 계시더군요. 다른 아이들께선 란다를 방문해 보고 싶다 하고요.”

“······.”

“담배 케이스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다시 부탁하자 요안나는 정신을 차리며 빠르게 안쪽 주머니를 뒤져 은제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담배 케이스를 열자 필거렛 두 개비가 있었다.

세상 밖으로 나와 간신히 모은 아름다운 빛으로 만든 필거렛.

그 희귀성 탓에 가급적 쓰지 않았건만, 오늘은 예외였다.

“아무거나 하나만 입에 물-”

-탁!

성기사 안셀름이 요안나가 연 은제 담배 케이스를 닫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모두 그를 바라봤다.

“기사님?”

“······불평등, 파괴, 쓸모없는, 불과 암흑의 왕, 문란한 전도사.”

“······?”

“그는 어미와 아들을 붙어먹게 하며, 아비와 딸을 교접시키고,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범하게 하며, 어른과 말, 개와 아이를 합치는 자. 오직 쾌락을 위해 다수의 인간을 뒤섞으며, 양팔을 붙잡아 억지로 쑤시고, 다른 아내와 남편을 한 침대에 눕히는 자이다.”

올리버가 안셀름을 봤다. 그의 눈빛과 표정, 감정을 더없이 진지했으며, 굳건한 각오까지 엿보였다.

“그로 인해 오염된 위대한 도시는 불타 모든 것이 소금기둥으로 돌아갔다······. 이게 저 악마의 존재요.”

“아······. 대단하네요. 요안나 님은 아셨습니까?”

요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전-”

“-모를 거요. 악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성기사로 8년 이상을 보내야 열람할 수 있소.”

“그렇습니까?”

“그렇소······. 그러니 이제 그대가 대답하시오. 악마에게 인사받고, 도움까지 받은 그대 정체는 무엇이요?”

안셀름이 물었다. 진짜 궁금해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한 단호한 감정과 한 손에 든 단검이 이를 말해주었다.

“······저는-”

올리버가 입을 열었고, 혼란과 각오란 상충된 감정을 가진 안셀름은 필살의 의지로 단검을 들어 올리버를 찌르려 했다.

요안나는 눈앞의 광경에 놀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올리버는 저항하려 했지만 불타버린 오른팔 탓에 저항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단검이 올리버의 심장을 꿰-

-퐈악!!

올리버의 심장에 단검이 꽂히기 직전 사방이 번쩍 빛나며, 성기사 안셀름이 증발했다.

온몸에 대못과 쇠사슬 갈고리가 박힌 악마가, 목만 180도 돌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평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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