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83화 (483/633)

483. 강림 (1)

[흑마법 : 패러사이트(Parasite)] 

[드루이드의 주술 : 급성장] 

올리버는 흑마법과 드루이드의 주술을 동시 시전했다. 

영창과 동시에 올리버가 손에 쥐고 있던 검은색 흑마법과 나뭇가지에 저장되어있던 녹색 자연의 힘이 한데 뒤섞여 폭발하듯 발광. 

검녹색 에너지가 검붉은 나뭇가지에 깃들며 창자-크리처에 깃든 모든 에너지를 흡수했다. 

흑마법 패러사이트(Parasite)의 효과. 

창자-크리처를 구성하는 감정은 물론 생명력, 시체, 심지어 영혼조차 검붉은 나뭇가지가 흡수했고, 검붉은 나뭇가지는 흡수한 에너지를 양분 삼아 폭발하듯 빠르게 성장해 뿌리를 사방으로 퍼트렸다. 

촤아아아아아!! 

나뭇가지의 뿌리가 울룩불룩 자국을 만들며 바닥을 따라 방사형으로 퍼져, 벽을 타고 천장까지 뻗어나가 해당 공간 전체를 에워쌌다. 

굵게 뻗어나간 뿌리는 더욱 많은 양분을 흡수해 잔뿌리를 만들어 창자-크리처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는 준비 단계에 불과했다. 

[흑마법 : 프로스트바이트(Frostbite)] 

[얼음마법 : 프로즌 그라운드(Frozen Ground)] 

올리버는 뿌리내린 검붉은 나뭇가지를 매개로 질병계열 흑마법과 얼음마법을 동시에 펼쳤다. 

하나로 합쳐진 흑마법과 마법은 강렬한 빛을 내며 검붉은 나뭇가지를 따라 사방으로 퍼져나가 창자 크리처 구석구석에 독과 같은 지독한 냉기를 주입했다. 

쩌저적······! 

뿌리를 따라 사방으로 퍼진 냉기는 축축하고 물컹거리는 창자를 순식간에 세포 단위로 얼려버렸고, 창자의 표면에는 얼음꽃이 맺히며 거울처럼 빛났다. 

올리버가 순식간에 팬의 공간을 빼앗은 거였다. 

[어디서 개수작을······!] 

당황한 팬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신호 삼아 크리처와 팬의 그림자가 깃든 어둠이 사방에서 올리버를 덮쳐왔다. 

무슨 수작을 부리기 전에 찍어 누르겠다는 속셈. 

허나, 한 발자국 늦고 말았다.

[빙림경뢰(氷林鏡雷)] 

팬의 크리처가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올리버가 영창했다. 

질병계열 흑마법 두 개, 드루이드의 주술 하나, 얼음 마법이 하나 부여된 검붉은 나뭇가지에 올리버는 전격계열 마법을 추가로 주입해 사방으로 퍼트렸다. 

전격계열 마법은 특유의 푸른빛을 번뜩이며 나무뿌리를 따라 사방으로 번쩍번쩍 퍼져나갔다. 

그 덕분에 아주 찰나이긴 하지만 어두운 지하 공동(空洞)에 한순간 빛이 들어왔다. 

파지지직! 파지직······! 

얼음이 맺힌 표면 위로 전기가 뱀처럼 꿈틀대더니 전구가 깨지는 듯한 펑 소리와 함께 얼음과 같은 차가운 백색 전광(電光)이 올리버 바로 앞에서 용솟음쳤다. 

············!!! 

귀를 찢어버릴 듯한 요란한 소리가 허공에 울리며, 올리버를 위협하던 크리처 다수가 바로 얼음 가루 형태로 변해 소멸했다. 

전광(電光)의 냉기와 충격에 몸이 순식간에 바스러진 것. 

심지어 형체가 없는 어둠조차 총상을 입은 듯 몸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반응할 수 없는 속도와 강력한 위력의 빛줄기에 모든 크리처가 멈칫했으며, 이는 그들에게 있어 크나큰 실수였다······. 뭐, 움직였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겠지만. 

펑! 펑! 펑! 

전구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울리며, 지하 공동(空洞)에 때아닌 재앙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좌에서 우, 우에서 좌로 터졌다. 

사방에 맺힌 얼음 거울을 매개로 백색 전광이 뿜어져 나와 형체가 없는 어둠을 꿰뚫고, 형체가 있는 크리처는 얼음 가루로 만들어 사방을 휩쓸었다. 

압도적인 범위와 속도, 위력에 크리처의 수와 크기는 그 의미를 잃어버리며 지우개로 지우듯 사라져 갔다. 

단 몇 초 만에 말이다. 

족히 수십 마리가 있던 크리처들은 한 자릿수가 되었고, 사방을 가리던 어둠은 에멘탈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어둠 너머를 보여주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덕분에 올리버는 그 틈새 사이로 주변을 둘러봐 일행들의 위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구나.’ 

올리버가 어둠이 거둬진 주변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지하 공동(空洞)은 분명 넓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넓진 않았고, 또 일행들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 

아무래도 짙은 어둠이 감각을 왜곡시킨 듯했다. 꽤 흥미로웠다. 

그저 어둠으로 시야를 제한한 것으로 감각을 이토록 왜곡시킬 수 있다니. 어둠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캬햐햐햐하학!!” 

한 크리처가 주변을 사정없이 난도질하는 번개에 겁을 집어먹더니 자신이 제압한 핑크맨을 붙잡아 내세웠다. 

크리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인질로 협박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고, 크리처의 말을 이해하는 올리버는 더더욱 알 수 있었다. 

핑크맨이 각오를 빛내며 말했다. 

“나는-” 

-펑! 

핑크맨이 말하자마자 백색 전광이 내리치며 크리처를 얼음가루로 만들었다. 핑크맨에겐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고.

올리버가 모두에게 부탁했다. 

“모두 제자리에 서 있어 주십시오.” 

어둠이 거둬진 덕분에 올리버의 목소리는 모두에게 닿았고, 그 말을 들은 핑크맨은 물론, 성기사마저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멈춰 섰다. 

지금은 올리버의 말을 따르는 게 정답이라는 걸 안 것. 

모두 멈추자마자 올리버는 검붉은 나뭇가지를 통해 주변을 감싼 전광에 일일이 통제권을 행사. 사방을 난도질하는 전광을 폭발시키며 일행이 있는 공간을 제외하곤 모조리 백색 전광으로 뒤덮어버렸다. 선으로 색을 칠하듯. 

━━━━━━━━!!! 

형용할 수 없는 천둥소리가 지하에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며, 지축이 흔들리고, 새하얀 백색이 사방을 물들었다. 

잠시 후, 메아리치는 이명이 울리며, 백색으로 물든 세상이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새하얗게 얼어버린 지하 공동(空洞), 얼음 가루가 돼 사라진 크리처, 아군의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미쳤네요······. 이토록 정밀한 포격마법이라니.” 

엉망이 된 핑크맨 팀장 리키가 올리버의 능력에 감탄했다. 

악마의 의식이 진행 중인 다급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팔자 좋은 소리였지만, 그만큼 올리버가 보인 술식이 대단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실제로 올리버가 보인 흑마법, 주술, 마법의 복합 기교는 학계를 뒤집을 정도였으며, 그걸 보는 눈이 없더라도 위력 자체가 엄청났다. 

기관총으로 폭탄을 쏴 원하는 목표만 저격하는 수준이랄까?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허나, 그렇기에 불리한 전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었다. 

“과찬이십니다.” 

“진심인데요.” 

“저도 진심입니다.” 

올리버가 리키의 칭찬을 정중히 거부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왜냐면 흑마법과 주술, 마법의 복합한 전광(電光)으로조차 지하 공동 한가운데서 이뤄지고 있는 의식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르. 둥둥둥. 탁탁탁. 

사람을 장작으로 삼은 거대한 모닥불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으며, 머리끄덩이를 붙잡힌 사람들은 여전히 북을 치고, 춤을 추고 있었다. 

올리버가 저쪽을 공격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일단은 임무가 먼저였기에, 크리처와 같이 쓸어버리려 했지만 통하지 않은 거였다. 

그을림조차 남기지 못하고 말이다. 

혹시 몰라 올리버는 표면의 얼음 거울을 통해 전광을 날려 다시 한번 의식을 방해해보았지만, 일그러진 허공과 그 허공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연기에 잡아 먹혀 소리 없이 사라질 뿐이었다. 

올리버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외부의 힘으로 중지시키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혹시, 성기사님들께선 멈추는 법을 아십니까?” 

성기사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연배가 있고, 리더 역할을 하는 안셀름조차. 감정이 요동칠 뿐 입을 꾹 다물었다. 

좀 의외긴 했지만 그렇다고 놀랍진 않았다. 

근래 공식적으로 악마가 소환된 것은 라빌리를 제외하곤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그만큼 악마 소환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이 아닌 신화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걸 의미했다. 

현실이 아닌 신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교단 역시 그만큼 오래 있었을 텐데 이상하네······. 아닌가? 간신히 얻은 악마의 서적도 난해한 게 많았으니. 의식을 진행한 당사자는 아시려나?’ 

올리버는 궁금해졌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방에 널린 얼음 거울을 조종. 구석진 자리를 향해 백색 전광을 날렸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리며 날아간 전광이 허공에 부딪혔다. 

전광은 강렬한 빛을 발산하며 허공에서 사라졌고, 허공은 일그러지더니 산산이 조각나 그 아래 숨어있던 팬이 그 모습을 드러났다. 

전광에 휩쓸린 탓인지 팬이 머리 위에 쓰고 있던 워보넷(Warbonnet)과 앉아 있던 왕좌는 새하얀 숯검정이 되었으며, 팬 역시 얼굴에 얼음 가루를 뒤덮고 있었다. 

영락없는 굴뚝 청소부의 모습. 

그러나 그런 팬의 모습도 옆에 쓰러진 그림자의 모습에 비하면 나은 편이었다. 그만큼 팬의 그림자는 척 보기에도 상태가 나빠 보였다. 

전투로 힘을 소진해 몸을 구성하는 생명력과 마력이 밑바닥인 건 둘째치고, 

핏빛 단검에 감염된 질병계열-흑마법이 악화돼 외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 전광에 당해 몸 일부가 소멸하기까지 했고. 

당장 바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만큼 열심히 싸우고, 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그러나 팬은 그 사실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관심 없는 건지 자신의 그림자에게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 

“쓸모없기는······.” 

가뜩이나 힘이 없던 그림자는 그 말에 충격을 받으며 완전히 쓰러졌고, 팬은 그런 그림자를 분해해 새로운 크리처로 만들었다. 

입 없는 팬의 그림자는 도움을 청하듯 이쪽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곧 분자 단위로 해체돼 사라졌다. 

기묘하게도 일행들은 모두 그 모습을 보며 생리적 거부감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기사도 포함해 말이다. 

“뭘 그렇게 봐? 방금까지 너희도 실컷 죽였잖아?” 

새로운 그림자-크리처를 만든 팬이 말했다. 

“내가 만든 생명! ······내가 다시 거두겠다는데 문제 있어?” 

논리적으로 문제없는 말이었다. 크리처란 술사가 필요에 의해 만든 존재였으니, 그 용도가 다한 건 폐기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흑마법 서적에서도 크리처는 그때그때 필요할 때만 잠시 쓰다 폐기하라고 권했다. 장기간 존립하면 크리처의 자아(自我)가 강해져 자칫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런 관점까지 더하면 팬의 행동은 더없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옳은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좀 그랬다. 설명하기 힘들었지만. 

“네가 이긴 것 같나?!” 

생각에 빠진 올리버를 향해 팬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네가 나보다 강해서 이긴 것 같냐고? ······내가 최고의 작품을 가져왔으면 너 같은 건 한 입 거리야!!” 

“미친······.” 

“정말 애새끼잖아?” 

“저딴 게 손가락?” 

팬의 외침에 핑크맨 단원 몇몇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개소리냐고 치부했다. 

승패가 결정 난 마당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손가락이란 위명에 걸맞지 않았으니. 

허나, 흥미롭게도 팬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 최고의 작품이 뭐죠?” 

“그건-” 

“-그건 당장 중요한 게 아니요!” 

안셀름이 올리버와 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팬에게 장검을 겨눴다. 

“당장 의식을 멈춰라. 만약. 멈추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 

그는 이가 빠진 장검과 다친 몸에도 불구하고 위엄 있게 경고했다. 당장 목을 치지 않는 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것. 

허나, 팬은 비웃을 뿐이었다. 

“역시 성기사야. 빛에 눈이 멀었지. 대부분은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의식은 시작할 순 있어도,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야.” 

“저 말도 진심입니다.” 

올리버가 팬의 감정을 꿰뚫어 보며 말해줬다. 

그 말에 모두 충격과 절망을 빛냈다. 바로 옆에 폭탄이 있는데, 멈출 수 없다는 거였으니. 

난감하긴 했지만, 올리버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은 일이라 의식을 멈출 의사는 있었지만, 불가능하다면 관찰해 탐구욕을 해소하는 것도 방법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왜 멈출 수 없죠?” 

올리버가 팬에게 질문했다. 팬은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해줬다. 

“······그게 의식이라는 거니까. 악마도 만난 주제 넌 정말 모르는 거야?” 

“예.” 

올리버의 대답에 주변 사람들이 올리버를 바라봤다. 악마를 만나본 흑마법사라니. 

“의식(儀式)이라는 건 최소 조건에 불과해. 악마 소환의 진정한 핵심은 악마의 관심을 끄는 거지.” 

“오.”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인지라. 

여태까지 의식을 행하는 방식이나, 제물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건만, 최소 조건이었다니. 

자신이 그나마 확보한 악마의 서적을 통해 배운 지식이 전부 무가치해졌다. 

그러나 화가 나진 않았다. 실패하는 것도 배움이었고, 무엇보다 지금 팬의 말이 너무나도 흥미로워. 

충분히 말이 되었다. 왜냐면 의식과 제물을 바침에도 악마가 소환되지 않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았으니. 팬의 말대로면 모든 게 말이 됐다. 

의식은 최소 조건. 중요한 건 악마의 관심. 

그러자 새로운 의문이 생겨났다. 

“왜 그럼 악마는 지금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거죠?” 

“여러 이유가 있지.” 

팬이 불타버린 왕좌에 서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땅은 죄악의 땅이니까. 홍인들을 바쳐 마석 광산을 만든 피와 탐욕의 땅.” 

“······.” 

“두 번째는 제물 덕분이지. 거기 누운 릴리는 저래 보여도 한때 번성했던 부족의 공주였거든. 이제는 이름도 없이 멸망했지만.” 

올리버는 거대한 북 위에 누운 소녀를 바라봤다. 배만 임산부처럼 불룩 솟고 나머지는 야위고 쭈그러든. 

“뭐, 이 땅에 악마 소환을 촉진해주는 아이템이 아직 있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예?” 

“아, 별것 아니야. 그보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합니다.” 

팬이 자신을 가리켰다. 

“세 번째 이유는 바로 나. 왕자가 있기 때문이지.” 

“······무슨 왕자시죠?” 

“지옥의 왕자······.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그 모습을 드러내!” 

팬이 냅다 소리쳤다. 

그와 함께 소리가 사라지며 공기가 멈추는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춤을 추던 홍인들이 일제히 멈춰 선 것. 

등골이 서늘해진 올리버는 위험을 느꼈고, 소용없음을 앎에도 백색 전광을 쏘려 했다. 

파치치징!! 

그러나 올리버가 채 술법을 발동하기도 전에 홍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감정과 마력, 자연의 힘이 뒤섞인 얼음이 깨지며 사방이 다시 어둠으로 물들었다. 

공간 자체가 깨져 전혀 새로운 이공간(異空間)으로 이동한 느낌. 

이 공간에서 유일한 빛이라고는 모닥불뿐이었다. 

무릎 꿇은 홍인들은 신에게 기도하듯 양손을 모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기도문을 웅얼거렸고, 거대한 북 위에 시체처럼 누워 있던 홍인 소녀는 갑자기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세상을 찢어지길 저주하듯 끔찍한 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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