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 징조 (徵兆) (2)
올리버가 성기사의 팔을 제압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숨이 막혀서요.”
하지만 중요한 건 올리버가 사과한 것도 숨이 막힌 것도 아니었다.
삐쩍 말라빠진 흑마법사가 순수한 완력으로 성기사를 제압했다는 게 중요한 거였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
선천적 축복과 후천적 노력으로 다져진 성기사의 육체를 가죽과 뼈밖에 없는 흑마법사가, 그것도 맨몸으로 제압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당연히 이 사실을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제압당한 성기사 본인.
붉은 머리 성기사는 수치심과 분노를 빛내며 팔에 힘을 줬다.
꾸구구구구구······!
도드라지는 팔근육과 울룩불룩 솟아오르는 핏줄. 그러나 힘을 주면 줄수록 느낄 수 있는 건 올리버의 기형적인 육체뿐이었다.
분명, 겉보기에는 며칠 굶은 사람 같았건만, 목은 거목(巨木)처럼 단단했고,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성기사 수업 도중 교육받은 용의 육체와 비슷했다. 살아 움직이는 산과 같은 굳건함.
붉은 머리 성기사는 이윽고 주변의 시선도 잊은 채 필사적으로 힘을 줬으나, 올리버는 아까 전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성기사들은 조용히 무기에 손을 얹어 포진을 짰고, 핑크맨 역시 불길함을 느끼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팽팽해진 공기 속. 유일하게 요안나만이 움직였다.
“잠시만요. 다들 진정하세요. 지금 중요한 건 임무-”
“-성기사 님.”
의심과 긴장, 침묵과 요안나의 목소리 사이에서 현실과 조화를 이루진 못한 덤덤한 목소리가 울렸다.
올리버의 목소리로 특유의 이질적인 분위기 탓에 소리가 작음에도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
올리버가 수통을 꺼내며 물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질문에 모두 침묵했고, 올리버가 덧붙였다.
“목이 말라서요.”
“······.”
당연히 이번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성기사 안셀름이 대답하기 전까진.
“마음대로 하시오. 목마르면 마셔야지.”
“감사합니다.”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짓는 와중 올리버가 안셀름에게 감사를 표하곤 수통을 열어 물을 마셨다.
물은······. 퉤.
올리버는 예의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입에 머금은 물을 뱉었다.
더 이상 시원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아.
“붉은색?”
올리버가 뱉은 물을 본 누군가 놀라며 말했다. 붉은색 물이라니······.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식수가 오염돼 올리버의 물을 얻어 마셨기에 수통에 맑고 시원한 물이 대량으로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올리버가 뱉은 물은 피처럼 붉은색이었다.
“죄송합니다. 쇠 맛이 나서요.”
“쇠 맛?”
핑크맨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렸으나, 성기사들은 모두 무슨 말인지 이해한 듯 얼굴에 긴장이 역력해졌다.
성기사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은 악마로부터 인간계를 지키는 것이었으니, 올리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아무래도 인육 요리사의 서적은 제대로 된 물건인 듯했다.
탁.
올리버가 붉은 머리 성기사의 팔을 놓아주었다. 성기사는 괜찮은 척 팔을 뺐으나, 욱신거리는지 팔을 미세하게 떨었다.
“실례했습니다.”
올리버가 붉은 머리 성기사에게 사과하곤 자리에서 움직여 안셀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다른 성기사가 올리버를 막아섰고, 붉은 머리 성기사 역시 멈추라고 소리치곤 떨리는 손으로 도끼를 잡았다.
멈추지 않으면 공격할 기세.
“다들 멈추게.”
그때, 안셀름이 성기사들을 말렸다.
올리버는 그대로 서 말없이 안셀름은 봤다. 단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대가로 그는 극도로 쇠약해졌다.
그럼에도 불구 눈은 차분했고, 성기사 특유의 확신, 오만 등은 없었다.
안셀름은 올리버와 잠시 눈을 마주 보더니 오라고 살짝 손짓했고, 성기사들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길을 터줬다.
열린 길을 통해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로 바닥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폐광산을 뒤덮은 창자가 소멸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쿼터스태프로 바닥을 짚을 때마다 딱. 딱. 소리가 울렸다.
딱. 딱. 딱······.
안셀름 앞에 멈춰 선 올리버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성기사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것의 예의였으니까.
“악마가 소환되는 것이오?”
“글쎄요. 저도 제대로는 공부하진 못해서요······. 아는 것이라곤 물이 붉게 변하는 건 악마가 강림하는 첫 번째 징조(徵兆)라는 것뿐입니다.”
올리버가 악마의 서적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대답했다. 물이 붉게 물드는 것은 첫 번째 징조(徵兆)로 그 외에도 아홉 가지가 더 있다고 하였다.
이것을 토대로 생각한다면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징조(徵兆)의 개수에 따라 재앙의 규모도 차이가 났으니. 개구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은 1단계. 즉,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것이오?”
안셀름이 거친 호흡을 고르며 물었다.
“대부분 사람은 징조(徵兆)의 존재조차 모르고, 징조(徵兆)의 종류는 더더욱 모르는 데 말이오. 최소한 실수로 알 수 있는 건 아니지.”
“악마의 서적에서 읽었습니다.”
올리버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흑마법사인 자신이 악마의 서적을 통해 알게 됐다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 성기사는 올리버를 즉결 처형할 수 있었다. 악마의 서적과 흑마법사의 조합은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기에.
그러나 안셀름은 그러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그런 걸 이야기해줘도 괜찮은 거요?”
“확실한 정보를 드려야 성기사님들께서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습니까? 성기사님들을 보조하는 게 지금 제 임무라서요······. 그런 의미로 실례가 안 된다면 말씀 한마디 드릴 수 있겠습니까?”
“······?”
“지금 기사님께선 제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보다 악마를 막으러 갈지 말지 정하는 게 우선 아닐까 합니다.”
안셀름의 눈은 작게 흔들렸다.
“······그대 말이 옳구려.”
***
성기사 안셀름은 올리버의 조언을 수용했다.
그는 올리버에게 양해를 구하곤 잠시 회의 시간을 가졌으며, 핑크맨 역시 자신들끼리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악마와 관련된 일이었으니.
현재에는 사실상 사라진 머나먼 과거로만 전해지는 반쯤 신화와 같은 대재앙(大災殃).
실제로 몇몇 핑크맨은 아직도 악마 강림에 대해 믿지 못하는지, 혹은 현실성을 못 느끼는지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보니 용이 날아다니며 이웃집을 불태우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는 이야기였기에.
허나, 성기사들의 심각한 분위기와 올리버의 무덤덤한 반응을 볼 때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참고로, 올리버는 한쪽 구석 저 멀리 떨어져 홀로 있었다. 너무나도 불길한 존재였기에.
하긴, 팬과 악마 소환과 같은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올리버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불길하기 짝이 없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리버의 그림자까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굼실굼실거렸고 말이다.
“그림자······. 괜찮은 건가요?”
올리버의 곁으로 요안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직은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생각한다고요?”
“예······. 저도 자세히는 알 수 없어서요.”
그랬다. 올리버도 지금 자기 그림자에 대해 어떠한 확신도 할 수 없었다.
인육 요리사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의 방대한 감정, 생명력, 마력이 그림자에 흡수돼 여태 유지됐는데, 이유는 불분명했다.
수백 년간 축적돼 그 끝을 가늠하기 힘은 엄청난 양 때문인지, 아니면 감정과 생명력의 전도율이 높은 그림자의 특성 탓인지.
여하튼 확실한 건 올리버의 그림자에 인육 요리사의 모든 에너지가 담겨 있다는 거였다.
뭐,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에너지가 넘친다 해도 에너지는 에너지일 뿐. 올리버가 별다른 자극을 가하지 않으면 가끔 그 방대한 에너지가 밖으로 요동칠 뿐 별다른 일은 없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인간의 영혼을 재료로 사용한 크리처를 대량으로 먹은 탓인지 올리버의 그림자는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중요한 건 정도가 아닌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방대한 인육 요리사의 에너지를 흡수한 그림자에 팬의 크리처가 추가된다라······.’
상대적으로 창조계열 흑마법에 조예가 낮은 올리버였지만, 뭐가 됐건 올리버는 뛰어난 흑마법사.
팬의 크리처가 가진 감정, 경험, 재료로 쓰인 영혼 등이 추가돼 자신의 그림자가 크리처화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흑마법이란 복잡하고 모호해 환경이 조성되면 스스로 생성될 때도 있었으니까.
대표적인 것이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이었다. 대량의 시체와 불결한 환경 속에서 소량의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을 방치하면 끔찍한 대재앙으로 변하곤 했으니. 창조계열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럼, 위험한 거 아닌가요?”
“예, 술사의 의지가 아닌 자연적으로 발생하면 변수가 많아지고, 경우에 따라 통제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크리처는 개체에 따라 자유의지가 강한 것도 있고요.”
“없애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안나가 걱정하며 말했다. 맞는 말이긴 했다. 아직은 올리버가 무난하게 해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문제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는 거였다.
안전도 중요한 건 맞지만, 그 못지않게 호기심도 중요했기에.
올리버는 실로 궁금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바탕으로 인육 요리사의 감정과 생명력, 마력, 팬의 크리처가 자연스레 합쳐지면 어떤 크리처가 탄생할지.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자신에게 있어 어쩌면 이건 최고의 크리처 제작 방법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만큼 변수와 위험이 따르긴 하겠지만, 그만큼 호기심과 흥미도 컸다. 신상의 안위를 담보로 걸 정도로 말이다.
요안나는 그런 올리버의 마음을 눈치챈 건지 충격과 걱정을 빛내며 제정신인지 물었다.
“진심이세요?”
“아······. 뭐······. 그보다 요안나 님 여기 오셔도 됩니까? 다른 기사님들께서 회의하시는 중이신데.”
올리버가 말 돌리기를 시전했다.
요안나는 고개를 돌려 성기사들을 바라봤다.
“······제가 없는 편이 나을 거예요.”
“예? 아······. 예······. 죄송합니다.”
올리버가 뒤늦게 눈치채며 사과했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성기사들은 올리버와 요안나가 안면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성기사와 흑마법사가.
꽤 큰일이었다. 이대로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간다 해도 문제였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데이브 씨 잘못이 아니니까.”
“그래도-”
“-정말 괜찮아요······. 대신이라긴 뭣하지만, 혹시 질문해도 되나요?”
“질문요?”
“예.”
갑작스러운 말. 올리버는 요안나의 감정을 바라봤다. 두려움과 궁금증 그 못지않은 간절함. 그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뭔가 확인하고 싶어 했다.
“뭐가 궁금하시죠?”
“저희를 도와줄 건가요? 악마 소환을 막는 거요.”
“예, 그건 제 일이니까요.”
“음······. 악마의 책은 어떻게 구했죠?”
“갈로스에서요.”
요안나는 텅 빈 듯한 질문을 거듭했고, 올리버는 이에 성실히 답했다. 전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요안나 님.”
“예?”
“주제넘을 수 있는 말이라 혹여 제가 틀린 거라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궁금한 걸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
“제가 궁금해서요.”
올리버의 말에 요안나의 감정은 살짝 요동쳤고, 그 감정은 그녀의 입에서 진심을 꺼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성당에서 헤어지고 뭘 하셨는지 물어볼 수 있을까요?”
성당. 요안나가 말한 성당이라 하면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올리버는 바로 대답이 나오려 했으나, 당시 요안나가 빛냈던 감정과 현재 상황, 무엇보다 자신이 느끼는 고민을 종합해 되돌아봤다.
“음······.”
“왜······. 그러시죠?”
“요안나 님. 혹시, 임무가 끝난 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고, 저도 거기에 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뭣보다 지금 움직여야 할 것 같고요.”
올리버가 요안나 뒤쪽 성기사를 정중히 가리켰다. 그들은 회의를 끝마쳤다.
“결정했소. 우리의 임무를 다하기로 했소.”
안셀름이 성기사를 인솔하며 말했다. 딱히 놀랍진 않았다. 이미 성기사들 모두 악마를 막겠다고 각오한 바였으니.
그저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각오를 다지며, 작전을 짠 것뿐이었다.
“핑크맨 분들은 결정하셨습니까?”
“저희도 참여하겠습니다.”
앞선 전투로 적잖은 인원을 잃은 핑크맨을 대표해 리키가 말했다. 팀장이 모두 죽어 직급상 그가 대장이 되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올리버가 놀라 물었다. 성기사야 이것은 본연의 임무고, 성법의 가호가 있다지만, 핑크맨은 전혀 아니었기에.
솔직히 폐광산을 두르던 창자도 사라진 마당인지라 떠날 줄 알았다.
“핑크맨은 계약을 준수합니다.”
리키가 심플하게 답했다. 자신만의 확고한 규칙, 의지, 나름의 자긍심을 빛냈는데, 제법 예뻤다.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기 전 내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소?”
안셀름이 올리버를 불렀다.
“······? 말씀하시죠.”
“그대는 정말 팬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요?”
“예.”
“됐소. 그럼, 움직입시다.”
성기사 안셀름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
왈! 왈! 왈! 크르르르르르······!
“어머, 애가 왜 이래?”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프로메테우스 사(社) 본사.
그곳 거대한 롱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한 늙고 부유한 여인이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캐서린 빙리. 자본가와 마법사, 신(新) 계급의 범람으로 그 위세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귀족 계급에서 아직까지 도도함을 유지할 수 있는 명문가의 수장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땅을 소유하고, 귀족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졌는지, 유산을 노리는 친척은 얼마나 많은지 설명하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했는데, 당장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프로메테우스 사(社)의 새로운 경영자로 에드워드 10세를 뽑으려는 이 순간, 그녀의 애완견이 울어댔다는 거였다.
그것도 발작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게.
아무리 지체 높은 신분이고, 그녀의 편이 귀족 주주가 많다 하더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영자 후보석에 앉은 에드워드 10세의 대리인 갈색 머리 소년 앞에서 더더욱.
결국, 난감함을 이기지 못한 캐서린은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애완견의 마법 목줄을 작동시켜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켰다.
“아, 이제야 조용해졌네요.”
그녀는 민망함을 없애기 위해 남 일 이야기하듯 뻔뻔히 말했다.
하긴 어쩌면 저게 맞는지도.
이곳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지금 도시의 모든 동물은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말은 히히힝! 울며 미친년처럼 널뛰어 자신을 묶은 마구를 풀기 위해 애썼고, 돼지는 우리에 부딪혀 우리를 탈출하려 했으며, 개는 미친 듯이 짖으며 다가오는 사람을 물려고 했다.
하지만 그중 가장 이상한 것은 도시의 쥐들로, 그들은 내륙 혹은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마치 이 도시만 벗어나면 아무래도 좋다는 듯.
검은 먹구름이 낀 하늘 탓에 이런 괴현상은 더욱 사람들을 불안케 했는데, 새로운 프로메테우스 사(社)의 경영자를 뽑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의장이 목을 가다듬었다.
“큼, 큼······. 죄송합니다. 주주 여러분. 다시 회의를 진행하도록-”
“-뭐, 뭐야?”
개가 발광하더니 이번에는 사람이 발광했다.
의장은 프로였기에 겉으로는 내색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짜증을 느끼며 소란이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무슨······.”
고개를 돌린 의장은 얼빠진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끝내지 못했다.
홍차를 담은 주전자와 컵이 붉게 물들더니,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개구리가 튀어나오고 있었기에. 눈을 의심하게 하는 광경.
개구리 한 마리가 주전자 위에 올라와 의장과 눈을 마주쳤다.
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