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78화 (478/633)

478. 꼬마? (2)

“뿌글뿌글. 뜽장!”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스컹크 망토를 두른 소년이 새총을 들고 나타나 해맑게 외쳤다. 

척 보기에도 네, 다섯 살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는데, 올리버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런 사실을 신경 쓰지 못했다. 

왜냐하면 소년이 타고 있는 형용하기 힘든 크리처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올리버가 보기에도 퍽 인상적인 크리처였으니. 

형용하기 힘든 생김새의 크리처는 부기맨, 곰 인형, 호두까기 인형 등. 팬의 여타 크리처와 달리 특정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외형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붙이자면 흐물거리는 고깃덩어리라 할 수 있었다. 부패할 대로 부패해 물컹거리고 고약한 악취를 내뿜는 살덩어리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고깃덩어리 표면에는 뒤틀린 팔이 벌레 다리처럼 수십, 수백 개 달려 거대한 몸체를 지탱했고, 그 팔들 사이사이에는 일그러진 얼굴이 빈틈없이 박혀 있었다. 

얼굴들은 마치 녹아내린 듯 눈, 코, 입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척 보기 끔찍하였는데, 단 하나 공통점이라면 공장 노동자처럼 얼굴이 초췌하다는 거였다. 

뒤틀린 얼굴은 전부 살아 있는 것인지 일그러진 입에서 저마다 알 수 없는 신음을 냈다. 

“dmdmdmdmdmd······.”

“tnlrhtlvdj······.” 

“djaak······.” 

“qorhvk.qorhvk.” 

“tnadldkstnldjwu-!” 

“dkvk! rhlfhdnj!!” 

끔찍한 외형과 더불어 울리는 끔찍한 소리에 핑크맨은 물론 성기사마저 혐오감과 공포를 느꼈다. 

얼굴 개수와 맞먹는 영혼과 인간의 신체를 재료로 사용했기에 자연스러운 반응이긴 했다. 

“······!!!” 

창자 통로를 조종한 팬의 그림자가 없는 입으로 소리쳐 뿌글뿌글이라는 크리처에게 명령 내렸다. 

지시를 받은 거체의 크리처들은 덩치와 수를 앞세워 올리버와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돌진했고, 성기사들은 사방을 둘러싼 원형 진에서 크리처들이 오는 전방으로 일제히 모여 황금빛 화염을 집중시켰다. 

쿠르룽!! 퐈화화화하하하하하하하━━━!! 

사방에서 크리처들을 불태운 황금빛 화염이 성기사의 의지에 반응해 전방으로 집중. 살아 있는 생명처럼 오직 앞을 향해 돌진했다. 

‘탐화(貪火)랑 비슷한데?’ 

비록 크기는 작아졌지만, 색은 더욱 진해진 황금의 화염은 사납게 돌진해 달려오는 부글부글을 강타했다. 

흡사,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모습. 차이가 있다면 파도가 바위를 부수고, 불태워 녹인다는 거였다. 

‘그래도 힘들겠는데?’ 

올리버가 거침없는 화염의 파도와 십수 마리의 뿌글뿌글을 보며 생각했다. 

황금빛 화염은 분명 뿌글뿌글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으나, 사용된 재료와 양이 보통이 아닌지라 꽤 버틸 수 있었다. 

거기에 숫자까지 적잖아 계속해 질량으로 밀어붙이면 황금빛 화염을 뚫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를 증명하듯 뿌글뿌글은 거침없이 앞으로 밀고 들어와 코앞에 들이닥쳤다. 

“지원 부탁하지.” 

뿌글뿌글이 바로 목전까지 다다르자 성기사 안셀름이 황금빛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스스로 재가 되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 

그러나 놀랍게도 황금빛 화염은 안셀름을 불태우긴커녕 오히려 보호하듯 휘감아 하나의 갑옷을 형성했다. 

퐈화화화화화화화화화화화!!!! 

황금빛 화염을 두른 장검을 휘두르자 칼날은 폭발하며 거대한 화염의 칼날을 형성해 거의 불탄 뿌글뿌글을 양단했다. 

잘린 단면도 사이로 화염이 파고들어 뿌글뿌글을 더 빨리 불타 재가 됐으며, 안셀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돌진해 뒤에 있는 다른 뿌글뿌글을 노렸다. 

썩은 살덩어리들의 몸에선 부글부글 거품이 샘솟더니 뒤틀린 팔을 대거 꺼내 안셀름을 공격했으나, 파도처럼 몰아닥치는 황금빛 화염과 알셀름의 화염 칼에 불타고 베여 그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실로 놀라운 힘이었다. 

“━━━━━━━!!!” 

세 번째 뿌글뿌글이 베이고 불타자, 팬의 그림자가 없는 입으로 괴성을 지르며, 한 뿌글뿌글 위에 올라탔다. 

눈은 없었지만, 올리버는 팬의 그림자와 눈을 마주쳤고, 그것의 강렬한 증오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신이시여······.” 

성법의 보호를 받는 핑크맨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림자가 올라탄 뿌글뿌글에 손을 박아 넣어 통제권을 행사했기에····. 아니, 통제권만 행사한 거라면 그렇게 놀라지 않을 거였다. 

문제는 통제권을 행사하자마자 주변의 다른 뿌글뿌글에 접촉해 흡수, 십수 마리의 뿌글뿌글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이었다. 

“tlfgdj! tlfgdj! tkffuwnj!” 

“tkfrhtlvdj! tkfrhtlvdj! djaak! djaak!” 

“Rmdkdkdkdkdkdkdk━━!!!”

“wnrduwnj! tkffuwnj!” 

뿌글뿌글은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팬의 그림자에 의해 하나가 되어 거대해질 뿐 아니라, 모습까지 변했다. 

천 개의 얼굴과 만의 팔을 지닌 괴물로. 

거기에 하나로 합쳐진 뿌글뿌글의 하반신은 창자 통로와도 융합했다. 

“Rrmdkdkdkdkdkdkdkdkdkdkdkdkdkdk━━━━!!!”

하나가 된 뿌글뿌글은 괴성을 질렀고, 괴성은 단순히 소리가 큰 것을 넘어 물리력까지 갖춰 살을 떨리게 하고, 뼈를 울리게 하며, 황금빛 화염마저 뒤흔들었다. 

거인처럼 커진 저 육체는 얼마나 강할지 예측조차 어려웠는데, 성기사 안셀름은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소리쳤다. 

“거룩하신 나의 아버지!”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크리처가 수천 개의 팔을 한데 엮어 내질렀다. 안셀름은 방패에 화염을 둘러 이를 정면으로 막았다. 

“그대가 주신 무기와 방패를 들며 지금 이 순간 맹세하겠나이다!” 

방패에 가로막힌 크리처의 팔이 불타고, 안셀름은 장검을 휘둘러 팔을 자르고 불태웠다. 

“저는 인간을 지키는 방패가 되며-” 

크리처가 다시 공격, 안셀름은 막아냈고- 

“-악을 처단하는 칼이 되겠나이다!!” 

-크리처의 팔을 튕겨내 몸통을 베어버렸다. 

“Rmdkdkdkdkdkdkdkdkdkdkdkdkdk!!!!”

상처가 상당히 깊었는지 크리처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기우뚱 쓰러졌다. 

주변 성기사의 힘을 지원받았다 해도 엄청난 활약. 

안셀름은 쓰러진 크리처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때, 팬의 그림자가 있는 대로 힘을 쥐어짜 그림자 포털을 열었다. 

그림자 포털에서 다시 크리처들이 쏟아져 나오자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안셀름은 자신이 가진 화염 일부를 이용해 크리처들을 막아냈다. 

올리버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덕분에 핑크맨을 비롯한 다른 성기사들은 크리처의 기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안셀름의 힘은 다소 약해졌다. 

[리젠트먼트 클로(Resentment Claw)] 

굽히지 않는 무릎이 황금빛 화염의 기세가 약해진 그 찰나 비집고 들어와 흑마법을 시전, 영혼을 가미한 칼날의 폭풍이 안셀름을 강타해 그가 두른 화염의 갑옷을 찢어 틈새를 만들었다. 

그때, 스컹크 옷을 입은 소년이 흑마법과 함께 새총을 당기더니 틈새 사이로 정확하게 탄환을 꽂아 넣었다.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 공격. 하지만 올리버는 볼 수 있었다. 

탄환에 깃든 독특하면서도 치명적인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을. 

고작 네 살, 다섯 살임에도 소년은 상당한 수준의 흑마법사였다. 

“······!” 

그 증거로, 자신보다 수십 배는 더 큰 크리처를 맞상대하던 안셀름의 몸이 기우뚱 기울며, 핏줄이 보라색으로 울룩불룩 솟아오르더니 탁한 피를 토했다. 

“zmdkdkdkdkdk!!”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크리처는 팔을 휘둘러 안셀름을 후려쳤고, 방금까지 압도하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안셀름은 거대한 질량에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안셀름이 통제하고 있던 황금빛 화염은 그 기세가 꺾였으며, 사방에서 크리처가 쇄도했다. 

성력을 상당히 쓴 상황이라 대응하기 마땅치 않은 그때, 올리버가 한쪽 손으로 조잡한 입을 만들더니 콱하고 닫았다. 

콰직━! 

올리버의 그림자가 황금빛 화염을 뚫고 바닥에서 솟아올라 다가오는 거대한 크리처의 상체를 통째로 베어 물었다.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뱀처럼 길쭉하고 입만 형상화된 올리버의 그림자가 크리처의 상체를 베어 문 채 씹어댔다. 공간 전체에 씹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주변 모든 사람과 크리처는 올리버의 그림자를 바라봤다. 

사람의 것을 흉내 낸 듯한 인위적일 정도로 두툼한 입술과 지나칠 만큼 가지런한 치아를 가진 올리버의 그림자를. 

오싹······. 

기계적으로 크리처를 씹는 올리버의 그림자에 모두가 등골에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꼈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입술에서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불쾌함을 느꼈기에. 심지어 크리처마저도 이유가 다르긴 했으나, 공포, 혐오,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 

진격을 멈추고 올리버의 그림자만 바라본 게 이를 말해주었다. 

“······?” 

간신히 올리버의 그림자에게 먹히지 않은 팬이 없는 이목 구미로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소리 없이 물었다. 

저건 도대체 뭐냐고? 

올리버는 대답해주는 대신 그림자를 조종. 크리처의 남은 하체를 통째로 삼켜 씹었다. 

쩌어어어억······딱!!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우적. 

다시 올리버의 그림자가 크리처를 씹는 소리가 울리자, 크리처들은 본능에 따라 너나 할 것 없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기사님들.” 

“······응?” 

“안셀름 기사님 확인 부탁드립니다.” 

대치 상황 중 올리버가 성기사에게 부탁했고, 당황한 성기사들 중 요안나가 먼저 대답하며 한쪽 구석에 날아간 안셀름을 확인하러 갔다. 

“젠장······! 부상이 심해. 질병 흑마법도 너무 심하고.” 

“치료 성법으로 치료해야 해요.” 

“이상해······. 치료가 제대로 안 돼.” 

요안나를 필두로 두 명의 성기사가 안셀름의 상태를 확인 치료하였다. 

그 와중에도 올리버와 크리처의 대치는 이어졌고, 올리버의 그림자에 압도된 팬의 그림자는 뒤늦게 자신이 겁먹었다는 걸 인지.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주변 크리처들에게 강제력을 발휘 다시 돌진시켰다. 

“······!!” 

소리 없는 괴성과 덤벼오는 크리처들. 

황금빛 화염은 이제는 사라졌지만, 올리버의 그림자가 뱀처럼 사방을 휘저으며 입을 벌렸다 닫자 그들의 진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겁먹은 크리처들은 주춤거렸으나, 팬은 강제력을 발휘해 계속해 돌진시켰다. 

[탐화(貪火)] 

소모전은 좋지 못한다고 판단한 올리버는 탐욕의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탐화(貪火)를 생성했다. 

앞서 합체된 크리처는 크기와 내재된 힘이 너무 커 어려웠지만, 현재 수준이라면 무난히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예상은 벗어나지 않아 탐화(貪火)는 주변의 크리처를 양분 삼아 더 큰 화력을 냈다. 

꽈악······! 

팬의 그림자가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올리버는 손을 꽉 쥐며 탐화(貪火)를 꺼트렸다. 잘못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탐화(貪火)를 끈 상태로 올리버는 팬의 그림자 역시 공격하려 했으나, 이미 팬의 그림자는 포털을 열어 굽히지 않는 무릎과 스컹크 망토 소년을 데리고 도망치고 있었다. 

‘아, 저건 힘들겠네.’ 

너무나도 가까이 붙은 팬의 그림자와 굽히지 않는 무릎, 소년을 보며 올리버가 그림자를 거뒀다. 

팬의 그림자까지 먹으려고 했다간, 굽히지 않는 무릎과 소년 역시 같이 먹어야 했기에. 

그때였다. 

“이런 버러지들이 어딜!” 

요안나와 함께 안셀름을 살피러 간 붉은 머리 성기사가 살의(殺意)를 빛내며 스컹크 망토 소년을 향해 돌진했다. 

단련된 신체와 성력이 합쳐지자 상당한 거리임에도 성기사는 거리를 단숨에 좁혔고, 그 상태로 도끼를 휘둘러 소년의 머리를 쪼개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올리버도 저도 모르게 바닥을 박찼다. 

콰앙······!! 

굉음, 충격파······. 스컹크 소년 머리 몇 센티미터 위로 도끼날이 멈췄다. 올리버의 쿼터스태프에 가로막혀. 

스컹크 망토 소년은 그 찰나 덕분에 도망칠 수 있었고, 소년을 놓친 성기사는 흉흉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올리버를 노려봤다.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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