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59화 (459/633)

459. 괴담 (4)

올리버와 클로드 사이에 끼어든 드루이드-송장인형과 마력사용자-송장인형.

드루이드-송장인형은 몸에 저장한 자연의 힘과 콩 줄기를 이용해 거대한 기둥을 만들어 올리버의 쿼터스태프를 막아냈다.

타악!

단단하면서도 질긴 콩 줄기는 공격의 위력을 반감, 흡수했으며, 그뿐 아니라 콩 줄기를 이용해 쿼터스태프를 붙잡기까지 했다.

빼려고 했지만 콩 줄기가 억세 쉽지 않았고, 잠시 멈춘 그 타이밍에 맞춰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이 주먹과 다리에 마력을 집중. 올리버에게 돌진해 왔다.

풍부한 마력량에 걸맞게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은 마력으로 강화한 육체를 이용해 칼로 공기를 가르듯 매서운 공격을 날렸다.

한순간에 주먹을 여덟 번 내지르고, 두 번의 발차기를 날렸으며, 그 위력 하나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준이었다. 실로 놀라운 실력.

허나, 더 놀라운 것은 쿼터스태프가 붙잡힌 상태에서 올리버가 이를 모두 피하고 막아냈다는 거였다.

“······!!”

클로드가 말없이 놀랬다. 그건 올리버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블랙 슈트의 방어력에만 의존하던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모습.

올리버가 제자리에서 공격을 막고 피하던 중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이 주먹을 뒤로 크게 당겼고, 그 모습에 맞춰 올리버 역시 블랙 슈트를 한쪽 팔에 집중시켰다.

그리고는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이 내지른 주먹에 맞춰 자신도 주먹을 내질렀다.

꽈앙━!!

마력으로 강화한 주먹과 감정을 두른 주먹이 부딪히자 섬광과 함께 파열음(破裂音)이 터졌다.

다행히 부서진 것은 올리버의 주먹이 아닌, 송장인형의 주먹이었다.

주먹은 물론 팔꿈치 바로 위까지 산산조각이 났는데, 그렇다고 기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능만 따지만 란다에서도 먹힐 수준이었다.

송장인형이란 것 자체가 보통 실력이 아니면 만들 수도, 다룰 수도 없는 물건이었으니.

주먹 싸움에서 이긴 건 오히려 올리버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인육 요리사의 손바닥 살점을 먹어 육체가 강화된 덕분이었으니.

손에서 팔꿈치 위까지 박살 난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은 클로드의 명령에 따라 뒤로 물러났고, 올리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콩 줄기에 묶인 쿼터스태프에 흑마법을 발동했다.

[그라인드(Grind)]

쿼터스태프를 두르고 있던 블랙 슈트는 영창에 따라 작은 칼날이 무수히 돋아나더니 그대로 회전하며 붙잡고 있던 콩 줄기를 갈가리 갈아버렸다.

산산이 찢기고 조각난 콩 줄기.

올리버는 그 상태로 드루이드-송장인형을 가격하려 했으나, 웬 비행체가 빠르게 접근해 훼방을 놓았다.

“소형 골렘? ······아니, 소형 시체골렘?”

올리버가 눈앞에 접근한 비행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눈앞의 비행체는 얼핏 보기엔 군용 장비인 소형 골렘과 비슷해 보였으나, 점토나 기계장치가 아닌 살점으로 이뤄져 있었다.

올리버는 소형 시체골렘의 마력과 연동된 끝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끝에는 자신의 신체에서 소형 시체골렘을 꺼내는 또 다른 여성형-송장인형이 있었다.

‘처음 만난 송장인형과 같은 타입인가? 아니,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구나.’

이십여 기의 소형 시체골렘을 날려 올리버를 포위한 마법장비-송장인형을 보며 올리버가 판단했다.

이십여 기의 소형 시체골렘이 벌처럼 날아와 올리버를 포위하곤 사방에서 마력탄과 증오의 탄환을 난사해 올리버를 압박했다.

하나하나는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견제용으로는 충분.

올리버도 품 안에 숨겨둔 미니언을 내보내 영격(迎擊)했으나, 소형 시체골렘의 기능이 뛰어나 단숨에 제압할 수는 없었다.

‘조합이 훌륭하네. 드루이드, 마력사용자에 마법장비 전문가라니. 배울 게 많겠어.’

올리버가 진심으로 생각했다. 특히 마법장비전문가는 송장인형-듀란스에 접목하기 딱 좋을 것 같았다.

접목만 한다면 좀 더 세밀한 화력 지원을 할 수 있을 테고, 그것은 전투 때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저번 엔조이먼트와의 싸움에서 놀라운 성과를 낸 것 역시 송장인형의 협력 덕분이었지······. 듀란스 님의 강력한 화력지원, 셰이머스 님의 파괴적인 돌격, 바토리 님의 마법 화력.’

따닥.

주변을 날아다니던 소형 시체골렘을 모두 제거했을 때 발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게처럼 생긴 시체 골렘이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올리버 바로 밑에서 나왔다. 골렘의 내부에는 폭발성 물질과 독이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폭발할 위험한 물건. 행동에 제약을 줄 생각인 건가 싶었지만, 저 멀리서 술식을 준비 중인 마법사-송장인형과 흑마법사-송장인형을 보는 순간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흑마법사-송장인형은 대량의 감정을 안개 형태로 넓게 뿌려 올리버의 블랙 슈트를 침식했고, 마법사-송장인형은 감정 안개에 맞춰 마력을 퍼트려 감정 안개와 마력의 동기율을 최대로 넓혔다.

보기 드문 마법사와 흑마법사의 합작(合作). 그 위력은 엄청났다.

[트라이보일렉트리시티(Triboelectricity)]

올리버를 감싼 마력 입자가 감정 입자와 마찰을 일으키며 방사형의 촘촘한 전격 폭발을 일으켰다.

눈이 멀 것만 같은 강렬한 섬광과 검푸른 전기.

감정 입자가 블랙 슈트를 어느 정도 침식해온 탓에 전격은 장갑(裝甲)을 뚫고 안으로 파고들어 올리버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까 전 땅 밑에서 나온 소형 시체골렘이 전격과 반응해 보랏빛 끈적한 폭발을 일으켜, 사방에 독액을 내뿜었다.

콘크리트 바닥을 녹일 정도로 강렬한 산성 독액을.

치이이이이익!

전격과 폭발 자체도 엄청난 위력적이건만, 산성 독액까지라니······. 아주 치밀한 공격이었다.

‘정말 대단한데.’

블랙 슈트를 한 겹 벗어 산성 독액에서 벗어난 올리버가 감탄했다.

송장인형 하나하나의 기능은 높은 편이었으나, 그렇다 해도 올리버에게 크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는데, 절묘한 협공과 치밀한 공격을 통해 기존 전투력을 몇 배나 끌어 올렸다. 대응하기 까다로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송장인형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력이 엄청나야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올리버는 참으로 기뻤다. 의도치 않은 곳에서 또 한 수 배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와······. 삐쩍 마르신 것치곤 몸이 아주 튼튼하십니다.”

클로드가 전격과 폭발에 당하고도 바로 산성 독액에 대응한 올리버에게 감탄과 경악을 보냈다.

놀라긴 올리버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블랙 슈트에 대부분 방어를 의존하던 자신이었으면 이번 공격은 꽤 치명적이었을 텐데······. 아니, 어쩌면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블랙 슈트를 뚫고 들어오는 전격과 폭발에 행동 불능에 빠지면서 산성 독액엔 저항하지 못했을 테니.

그런데도 지금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몰라보게 강해진 육체 덕분이었다.

“아가씨들.”

클로드는 손가락을 까딱여 송장인형들을 움직였다.

클로드의 손가락에 따라 드루이드-송장인형은 거대한 나무 기둥을 만들었고,

마법사, 흑마법사-송장인형은 바로 술식을 부여해 나무 기둥을 강화,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은 드루이드-송장인형과 힘을 합쳐 거대한 나무 기둥을 올리버를 향해 내질렀다.

자연의 힘과 마력, 감정이 뒤섞인 복합 기술.

올리버 역시 좋아하는 조합이라 위력을 알았고 그래서 피하려고 했으나, 그때, 무엇인가 올리버의 발목을 잡았다.

다름 아닌 클로드의 그림자였다.

“조작계열 흑마법이 특기라서요.”

쭉 뻗어 나온 그림자는 늪처럼 변해 올리버의 발을 잡았고, 덕분에 피할 타이밍을 놓친 올리버는 나무 기둥을 정면으로 맞고 말았다.

━━━━!!!

형용하기 어려운 굉음과 함께 엄청난 질량이 올리버를 덮쳐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이 정도로 아픈 거였구나.”

건물 벽을 뚫고 나와 텅 빈 공터까지 날아온 올리버가 조용히 감탄했다.

송장인형의 협공은 자신 역시 즐겨 썼지만, 당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

블랙 슈트는 반파(半破)되고, 뼈와 내장은 저릴 정도로 아팠다.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테어도어, 인육 요리사의 심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니.

꽤나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대단하시네요. 그걸 맞고도 감탄만 하시다니요. 하지만 감탄만 하시면 안 될 텐데요?”

클로드가 다섯 구의 여성형-송장인형과 함께 나타나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감탄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올리버가 그러는 사이, 마법사-송장인형은 흑마법사-송장인형이 가진 생명력과 자신의 마력을 뒤섞어 뒤틀린 공간마법을 발동해 올리버 주변 허공에 다수의 포털을 형성했다.

꽤 놀랐다.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맨몸으로 이 정도의 포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기에.

허나, 더 놀라운 것은 포털이 열리고 나온 내용물이었다.

거대한 다수의 포털에는 늑대와 돌연변이 하운드를 이용한 좀비가 수십 마리 나왔으며, 그뿐 아니라 시체를 덕지덕지 붙인 거대한 시체 골렘이 4구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좀비 떼에 둘러싸인 올리버.

거기에 정면에서는 마력사용자-송장인형이 포진했고, 드루이드-송장인형은 나무와 콩 줄기를 이용해 시체골렘과 비슷한 크기의 나무 거인을 만들었다.

올리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 몸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꽈악━!

다름 아닌 마력으로 촘촘히 엮은 실로, 어느새 인지 모르지만 마력실이 올리버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올리버는 실을 따라 눈을 움직였고, 곧 건물 한쪽에 매달린 거미 형태의 송장인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법사를 여러 구 이어 붙인 송장인형으로, 처음 보는 형태의 송장인형이었다.

그 때문인지 힘을 줘도 실은 끊어지지 않고 더욱 조여왔다.

“잘 안 끊어질 겁니다. 실력 있는 마법사 네 명을 합쳐서 만든 실이니까요.”

“처음부터 노린 겁니까?”

“아뇨. 그건 말이 안 되죠. 데이브 씨가 절 단숨에 찾을 줄 알았다는 건데, 저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늘 최선의 준비를 해두는 것뿐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전 겁이 많거든요.”

진심. 꽤 흥미로웠다.

본인의 말마따나 겁이 많은 듯했지만, 덕분에 그는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늘 자신이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놓는다는 거니.

“그런데 데이브 씨는 겁이 너무 없으신 듯하군요. 목숨을 건 싸움에선 처음부터 있는 힘껏 싸워야 하는 법인데, 제 밑천을 보겠답시고 여유 부리다 이리 당한 것 아닙니까? ······꼭 강한 자만 살아남는 건 아니랍니다.”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 올리버는 포박된 채 수십 구의 좀비 떼에 둘러싸였으니. 상식적으로 진 거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아니면 혹시 빠져나올 비장의 수가 있습니까? 그 인육 요리사를 쓰러트렸다면 뭔가 있을 거 같기도 한데?”

“아, 그건-”

“-아니다. 직접 보면 되겠네요.”

클로드가 그리 말하고는 송장인형을 일제히 올리버에게 돌진시켰다.

마력 실에 포박돼 꼼짝도 못 하는 올리버에게.

절체절명의 위기. 올리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포스.”

대답과 동시에 올리버의 품속에 있던 시험관에서 차일드-포스(fourth)가 밖으로 나왔다.

포스가 밖으로 나오자 품속에 있던 축소화된 송장인형 역시 미리 설정해놓은 술식에 따라 앞으로 튀어나와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갑작스러운 송장인형의 등장에 클로드가 놀랐으나, 그는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래 봤자 한 구. 하나로 뭘 할 수━”

━꽈직! 콰과과과곽!! 쾅! 텅······! 빠각!

클로드의 말이 무색하게 송장인형-던칸에 들어간 포스는 앞으로 진격해 전방에 있는 마력사용자-송장인형과 늑대, 하운드 좀비 심지어 집채만 한 시체 골렘까지 파괴하였다.

양손에 쥔 톤파를 휘둘러 부수고, 찢으며, 으깨고, 부러트린 모습에 클로드의 반응 역시 변했다.

“와······.”

클로드는 감탄하되 기세에 잡아먹히지 않고, 거미-송장인형을 이용해 던칸을 올리버처럼 포박해 그 진격을 막았다.

허나, 이는 좋지 못한 방법이었다. 이미 마력실의 통제권을 올리버가 빼앗았기에.

생각하기 무섭게 올리버는 자신을 포박한 마력 실을 조종. 실의 주인인 거미-송장인형은 물론 주변에 있는 다른 좀비 수십 구까지 포박했다.

실이 얼마나 튼튼한지 수십 구의 좀비가 한 번에 발버둥 쳤음에도 꼼짝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저항하는 건 소형-시체골렘을 다루는 마법장비-송장인형으로, 놈은 붙잡힌 상태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십여 기의 소형 시체골렘 조종해 올리버를 노렸다.

“세컨드.”

올리버가 차일드-세컨드(Second)를 부르며 손안에 든 무엇인가를 하늘 높이 던졌다.

축소마법으로 크기를 줄인 송장인형-듀란스로, 올리버가 축소마법을 해제하자 듀란스는 하늘 위에서 원래 크기로 돌아왔고, 그 안으로 세컨드가 들어갔다.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부탁하자 세컨드는 송장인형-듀란스의 양손을 기관단총처럼 변형시켜, 사방에 총을 난사.

소형 시체골렘은 물론, 늑대, 하운드 좀비, 시체 골렘, 마법사, 흑마법사, 마법장비, 드루이드-송장인형을 전부 침묵시켰다.

한순간에 뒤집힌 상황. 올리버가 물었다.

“혹시 더 해야 할 게 있습니까?”

“아뇨. 그럼 제가 죽을 것 같네요.”

몸은 마력실에, 목은 송장인형-던칸에게 붙잡힌 클로드가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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