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괴담 (3)
“퍼펫 님 제자십니까?”
올리버가 묻자, 여성형-송장인형은 충격, 놀라움 그리고 역시나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와 함께 주변에서 특정한 마력의 흐름을 포착한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들어 날아오는 마력탄을 막았다.
탕!
올리버는 탄환이 날아온 방향을 봤고, 쓰레기 더미에 몸을 숨긴 소형 골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계장치를 통해 탐색, 공격 등을 할 수 있는 군용 장비로, 비용은 둘째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도 남다른 물건이었다.
그 증거로 올리버 역시 본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퇴역 군인 혹은 핑크맨과 같은 전문가들만이 사용했으니.
[해잇 불릿(Hate Bullet)]
올리버는 쓰레기 더미에 몸을 숨기려는 소형 골렘을 향해 곧바로 증오의 탄환을 쐈다.
탄환의 충격으로 소형 골렘의 파편이 쓰레기와 같이 허공 위로 튀어 올랐다.
철컥!
정면에서 들린 기계음. 올리버가 앞을 보자 자신을 향해 팔을 뻗은 여성형-송장인형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손은 뼈 구조에 맞춰 분리되더니, 그 안에 숨겨진 총구를 꺼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총구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불을 뿜었고, 올리버는 머리로 채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움직여 총알을 피할 뿐 아니라 거리까지 좁혔다.
콰직!
거리를 좁히자마자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최대한 길게 잡아 후려쳤고, 총구는 그대로 파괴되었다.
허공에 흩날리는 쇳조각. 올리버와 여성형-송장인형이 눈을 마주쳤다.
“흑마법 실력이야 그렇다 쳐도, 신체 능력까지······! 놀랐습니다?”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추가타를 넣으려는 찰나, 여성형-송장인형의 몸에서 마력 폭탄이 담긴 소형 골렘 2기 튀어나왔다.
송장인형 특유의 트릭 공격으로, 나쁘지 않은 수법이었다.
올리버 역시 송장인형-넝마를 사용했을 때 많이 사용해 본 수법이었으니.
칼, 바늘, 총알, 독, 면도칼을 이용한 기습 공격.
최근에는 재료의 질이 좋아져 잘 안 쓰게 됐지만, 어찌 됐건 잘 알고 있었다.
배우고, 연구했기에. 대응도 어렵지 않았다.
“미니언.”
소형 골렘의 마력이 공명하며 폭발하기 직전, 올리버가 말했다. 그러자 올리버의 품속에 있던 미니언 2기가 반응. 재빠르게 튀어나와 증오의 탄환을 뱉었다.
퓻━! 퓻━!
미니언은 소형 골렘의 구조에 맞춰 정확히 공격을 적중. 소형 골렘이 폭발하기 전, 기능을 정시시켰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었다.
기습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곧바로 쿼터스태프를 휘두르는데, 여성형-송장인형이 갑자기 입을 벌려 올리버를 향해 검은색 연기를 토했다.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으로 가공한 복합 독가스로, 올리버는 독가스 냄새를 맡는 순간 사용된 원료와 가공에 쓰인 흑마법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스토커 전갈과 녹색 이빨 살무사, 광대 거미 독을 흑마법 합병증(Complications)으로 섞은 거구나?’
재료는 비쌌지만, 가공은 단순한 편. 나쁘지 않았다.
지갑 사정만 충분하다면 제작 난이도에 비해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조합이었으니.
아마, 올리버의 추측이 맞다면 한 호흡만 들이켜도 신경이 교란돼, 몸은 마비,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을 터였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이걸 어떻게 아는지였고, 다른 하나는 왜 멀쩡하냐는 거였다.
콰작!
정면에서 독가스를 맞았음에도 올리버는 그렇다 할 피해를 입지 않고 쿼터스태프를 마저 휘둘러 여성형-송장인형의 하반신과 상반신을 분리했다.
기껏해야 따끔따끔한 정도.
놀란 것은 여성형-송장인형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감탄했다.
“와······. 이런 전개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올리버가 여성형-송장인형을 붙잡은 채 눈을 똑바로 보며 대답했다.
대답이 끝난 후에도 올리버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여성형-송장인형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 상태로 눈에 신경을 집중했고, 집중력이 올라갈수록 주변이 어둠에 물들며 흑마법사의 시야가 선명해졌다.
그 순간 올리버는 볼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여성형-송장인형을 조종하고 있는 한 남자를.
한번 본 얼굴이었다. 항구에서 다섯 구의 여성형-송장인형을 대동한 젊은 흑마법사였다.
올리버가 자폭-송장인형을 막는 순간 인파에 섞여 구경하던.
뒤늦게 올리버가 뭘 하는지 눈치챈 그는 바로 여성형-송장인형과의 링크를 끓었으나, 올리버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어디 있는지 알아냈기에.
올리버는 품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 저 멀리 날린 다음, 여성형-송장인형을 어깨에 들쳐메 다른 종이를 바로 앞에 던졌다.
앞에 던진 종이는 저장된 술식을 발동해 보라색 포털을 열었고, 올리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포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올리버는 쓰레기장 한쪽 하늘 위로 나왔다.
하늘 위에서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시야를 발동. 아래를 훑어보았고, 곧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형-송장인형을 통해 본 감정을.
그 감정은 항구에서처럼 곁에 다섯 구의 송장인형을 두고 있었다.
[블랙 슈트(Black Suit)]
[타켓팅(Targeting)]
목표물을 확인하자마자 올리버는 몸에 블랙 슈트를 두른 다음, 자신의 몸과 목표 바로 앞에 타겟팅을 설정. 인력(引力)을 높였다.
쾅━━!!
돌진하듯 아래로 내려간 올리버는 천장을 부수며 목표물 바로 앞에 착지했다.
그 상태 고개를 들자 올리버는 볼 수 있었다. 항구에서 본 남성을.
“······클로드 님입니까?”
“예, 프로메테우스 사(社)의 대주주이자, 위대한 흑마법사 퍼펫의 제자죠······. 당신은 정말 데이브가 맞나 보군요.”
텅 빈 건물 안. 다섯 구의 송장인형을 곁에 둔 클로드가 의자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올리버도 어깨에 둘러멘 송장인형을 옆에 내리며 일어섰다.
“절 아십니까?”
“모르는 게 더 신기하죠.”
올리버는 잠시 생각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도 란다에서 꽤 명성을 쌓은 상태였으니······. 허나, 다음에 클로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인육 요리사를 쓰러트린 분을 모른다면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
올리버는 평소에 놀라는 것 이상으로 놀랐다.
그걸 어떻게? ······혹시나 싶어 클로드를 바라봤으나, 그냥 찔러본 게 아니었다. 그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인육 요리사를 쓰러트린 게 운이면, 그 운 역시 실력이라 할 수 있죠.”
“어떻게 아시는 건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혹시, 거기 있으셨습니까?”
올리버가 혹시나 해 물었다. 클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천하의 아카이브와 그대가 있는데 제가 거기 어떻게 있었겠습니까? 저도 그냥 주인님에게 들은 겁니다.”
주인님이라 함은 퍼펫······. 올리버는 당시 퍼펫의 기척이 느껴졌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봤다.
일단, 자신은 알지 못했다. 인육 요리사와 싸워 죽지 않는 것만으로 바빴기에.
“처음에는 주인님 말씀이라도 믿기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질병-약화계열로 가공한 독가스가 통하지 않는다니. 가공 기술은 단순하지만 재료가 좋아 결코, 만만한 게 아닌데······. 대단합니다. 진심으로요.”
인육 요리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화.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흐름을 바꿨다.
“혹시, 그거 때문에 절 부르신 겁니까?”
“뭐, 그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슨 일 때문에 신대륙에 오셨는지 궁금해서요.”
“······? 제가 여기 오면 안 되는 겁니까?”
“물론, 안 되는 건 아니죠. 다만, 이유가 궁금해서요. 타이밍이 타이밍이다 보니까요.”
타이밍이라니······. 전혀 알 수 없는 말에 올리버의 의문은 점점 쌓여갔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묻고 싶었으나, 클로드의 감정 상태를 봤을 때 쉽사리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심상치 않은 일이란 증거.
올리버는 점점 자신의 호기심이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 요안나를 만나는 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
허나, 올리버는 자신이 일 때문에 여기 왔다는 사실 역시 잊지 않았다.
“괜찮으시다면, 브라이언 님과 에디스 님의 제안이 어떠신지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호······. 질문이 많으시다는 건 들었지만, 예상한 질문은 또 아니네요? 당신 같은 분이 그딴 게 중요합니까?”
“예, 일이라서요······. 또, 대답도 이미 정하신 것 같고요.”
올리버가 클로드의 감정을 꿰뚫어 보며 답했다. 그에게선 고민이나 망설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즉, 이미 어디다 투표할 건지 정했다는 것.
‘문제는 이쪽에 좋은 방향일 거 같지는 않다는 건데······.’
올리버는 예상했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귀족 그룹에 투표할 생각입니다. 예상하셨듯이요.”
“제 생각을 읽으신 건가요?”
“아뇨. 재주가 미천해 데이브 씨의 생각은커녕 감정도 읽을 수 없습니다. 너무 감정이 미약해······. 다만, 제가 눈치는 좋거든요. 대화하는 방식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흐름이란 게 있거든요.”
클로드가 손을 허공에 움직여 물결 흐름을 만들었다.
“대단하시군요······. 혹시, 투표할 곳을 미리 정해놓고 오신 겁니까?”
“예, 안 정했다면 오지도 않았겠죠.”
“제가 어떤 조건이나 협상 기술을 써도 소용이 없겠고요?”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돈이라면 저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을 만큼 있거든요.”
“대단하시군요.”
올리버가 감탄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있다는 건 부유하다는 걸 의미했으니.
저 젊은 나이에 프로메테우스 사(社)의 대주주가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거긴 했지만.
“왜 귀족 그룹에 투표하는 건지는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가 에디스가 한 말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거절당하면 최소한 그 이유라도 알아내라고 했다.
‘중요한 건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지, 눈앞의 작은 싸움이 중요한 게 아니야.’
올리버는 에디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질문을 들은 클로드가 감탄했다.
“핵심을 찌르는 훌륭한 질문이군요. 아주 날카롭습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다만, 그래서 대답하기 어렵겠습니다. 너무 날카롭거든요. 제가 대답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올리버의 귀가 쫑긋거렸다. 자신이 대답할 수준이 아니다라······. 그 말은 즉 투표하는 건 클로드라도, 결정한 건 더 위라는 거였다.
더 위는 퍼펫 밖에 없었고.
올리버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퍼펫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움직이는 거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인간의-
“-혹시, 악마와 관련된 겁니까?”
올리버가 번뜩이는 직감으로 물었다. 퍼펫의 목표는 인간을 부활시키는 것과 영혼을 만드는 것.
그러한 목적을 가진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퍼펫에겐 아주 중요한 일일 터였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그것만 연구했으니.
허나, 바꿔 말하면 그렇게 필사적이었음에도 수백 년 동안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기도 했다.
수백 년 동안 연구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럼, 남은 방법은 도움을 청하는 것밖에 없었다.
인간의 인지를 아득히 뛰어넘는 지식을 가진 존재에게.
처음에는 단순한 감, 추측이었지만, 지금 곱씹어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올리버 역시 아름다운 감정에 대한 해답이 완전히 풀리지 않으면 악마에게 도움을 구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군.’
클로드가 입을 열었다. 아까 전보다 더욱 빛나는 흥미와 호기심을 빛내며.
“그 역시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군요. 하지만 흥미롭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랑 내기하시겠습니까?”
“내기요?”
“예, 내기······. 원래는 이쯤에서 적당히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당신이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워서요. 제가 당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은데, 절 죽이지 않고 제압해보시겠습니까? 만약, 그리하신다면 재밌는 정보 하나 드리죠. 당신 고용주께서도 싫어하지 않을 겁니다. 똑똑한 인간이라면요.”
진심. 올리버는 입을 열었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올리버는 땅을 박차 클로드에게 접근했다.
재빠르게 일격을 먹여 제압할 생각. 생각대로 되려는 찰나, 두 개의 인형(人形)이 올리버와 클로드 사이를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
클로드의 주변을 지키는 여성형-송장인형으로, 그것들은 제각기 고밀도의 마력과 자연의 힘을 내뿜으며 방어태세를 갖췄다.
마력사용자와 드루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