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47화 (447/633)

447. 상황 정리 (1)

란다 시청의 한 회의실.

그곳에 때아닌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덕분에 시를 대표하는 24명의 의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참고로 시의원의 표정은 하나같이 썩 좋지 못했다.

자신들이 일정을 수정할 만큼 큰일이 일어났다는 거였으니.

거대한 사고나 대규모 시위, 란다 외부의 구체적인 마수(魔手), 멍청한 야심가의 무리수, 혹은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세력의 발족(發足) 같은.

“다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시(市) 내무부 장관 폴 카버가 들어와 인사했다.

이번 긴급 소집을 요청한 자로, 그를 보자마자 한 시의원이 물었다.

“우리가 들은 게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시(市) 내무부 장관 폴 카버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늘 풍파에 시달리는 시의원이 저리 묻는 거라면 몇 없었으니. 그중 하나는 바로 어제 일어났다.

다행히 카버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러니까. X구역에 죽치고 앉아 있던 엔조이먼트 백여 명을 해결사 혼자서 전멸시켰다고? 그것도 바로 어제?”

시의원 모두 각자의 정보망이 있어 이를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야기라 확답을 듣고 싶은 것.

카버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도 그랬으니 말이다.

“예, 맞습니다. 어제 오후 T구역의 해결사이자, X구역 재개발 연합의 대표이사인 데이브가 X구역 중부에 둥지를 튼 엔조이먼트와 비소속 갱단 연합을 혼자 습격, 사실상 전멸시켰습니다. 추정 시간은 2시간 내외고요.”

카버가 보고하자마자 회의실에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어찼다. 그만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란다에서도 보기 드문 엄청난 일이란 증거였다.

솔직히 비소속 갱단만 있었다면 다들 신경도 안 썼을 거였다.

아무리 머릿수가 많고, 무장한다 해도 길바닥 갱은 갱. 제대로 된 해결사가 팀을 이루거나, 실력을 갖춘 마법사라면 능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엔조이먼트 드루이드. 그것도 백 명.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엔조이먼트 드루이드가 상대적으로 젊어, 드루이드 전체로 봤을 땐 애송이라 하더라도 그 수준은 결코 무시할 게 아니었다.

숫자가 적을 뿐 가혹한 수련 탓에 그들의 평균 전투력은 마법사 못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숲에서 힘이 증폭된다는 특성과 하나같이 초인의 육체를 가져 더 위협적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자연의 힘을 다루는 주술과 세계수 능력, 자연과의 교감 등. 그들의 능력은 하나하나 쓸모 있는 것투성이.

그래서 ABC때 크게 데이고도 그들의 란다 정착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거였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니.

그런데 그 모든 이야기가 어그러지고 말았다. 단, 한 명의 해결사에 의해.

“카버. 자네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게 담당 중개인이 직접 말해줘서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프록코트를 입은 시의원이 말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빳빳하게 다림질된 프록코트를 입은 그는 B구역의 시의원으로, 콧수염이 새하얗게 샜음에도 눈은 지성으로 또랑또랑 빛났다.

하긴, 그렇기에 란다의 정치판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거겠지. 어떤 의미에서는 초인들이 사는 세계보다 더 위험한 바닥이었으니.

“맞습니다. 의원님. 점심을 막 먹은 직후, T구역 중개인이자 X구역 재개발 연합 공동 대표이사인 포레스트가 찾아와 말해줬습니다. 데이브가 엔조이먼트를 치러 갔다고 말이죠.”

“허······. 자네는 뭘 했나?”

한 시의원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엔조이먼트를 이용해 란다를 부흥시킬 플랜을 짜고 있는 와중 다 엎어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건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엔조이먼트가 먼저 수작을 부렸다 하더군요. 데이브를 독살하려 했다고 말이죠.”

“독살이라. 숲에서 살던 놈들이라 그런지 고전적인 걸 좋아하는구만.”

다른 시의원이 반갑다는 듯 농담했다. 한때 란다에서도 유행했던 것이었으니.

다른 시의원이 말했다.

“자넨 말릴 생각 안 했나? 엔조이먼트를 어찌 이용할지 장관인 자네도 알고 있었을 텐데?”

당연한 추궁이었다. 카버 역시 엔조이먼트를 어찌할지 알고 있었다.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싸움은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포레스트에게 멈추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싸움이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시의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백 명이나 되는 엔조이먼트를 그 짧은 시간에 해치운 것도 놀라웠지만, 저쪽의 대응이 생각보다 엄청났기에.

합리적인 명분을 바탕으로 움직이면서도, 시(市)에 알려 존중을 보이고, 속전속결로 끝내 트집거리마저 없애버렸다. 아주 훌륭했다.

할 수 있는 최상의 수.

과정이 문제가 없고, 일도 이미 다 끝난 일이니 아무리 시(市)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다 끝난 일 따져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엔조이먼트를 박살 낸 인간을 상대로.

긁어 부스럼이었다.

시의원들은 모두 엔조이먼트는 잠시 잊고 지금 상황 자체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꼈다.

올리버가 갑자기 삐쩍 말라져 약해졌을 거란 소문이 돌았건만 전혀 아니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도대체 뭐가 뭔지.

프록코트 시의원이 그 첫발을 내디뎠다.

“확보한 영상 있나?”

“아직 없습니다. 엔조이먼트가 세계수에 접속해 방해 술식을 깔아놓은 탓에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군. 드루이드는 세계수의 주특기인 데 반해, 시(市)는 아직 그 기술이 미천하니······. 하지만 필요한 자료니 꼭 확보하게. 필요하다면 외부에 하청을 맡겨서라도. 다시 활동하는 헤임달의 실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하더군.”

합리적인 명령에 카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의회가 부패했다 해도 역시 아직은 유능했다.

“그럼, 어떻게 엔조이먼트들을 엿 먹였는지는 당장 알 수 없는 건가?”

재킷에 셔츠만 입은 근육질 중년 시의원이 다소 격 없이 물었다. 노동자 거주지 시의원다운 태도라 할 수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 포레스트와 휘하의 직원, 현장의 이야기, 근처 세계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냈습니다. 송장인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송장인형.

시체를 특수 가공한 특별한 좀비. 가공기술과 술사의 능력에 따라 생전 시체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흑마법 세계에서도 제법 특별한 기술로 통용됐다.

당연히 불법이었고.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주 대놓고 썼구만.”

“차라리 쓰려면 저렇게 쓰는 게 낫지. 불법도 크게 저지르면 따지기 어려운 법이니까.”

“성기사 쪽에서 걸고 넘어지기 충분하겠는데?”

“그건 모르지. 우리와 거래가 있어, 비공식 동맹인 데이브는 건드리기 힘들 거야. 거기다 마탑 직원이기도 하잖아? 마탑에서도 보호하려 하겠지. 아니? 실험체였나?”

“자넨 그런 헛소릴 믿나?”

“누가 아나? 마탑이라면 저런 괴물 하나 만들지도? 또, 아니라 해도 마탑은 보호해야 할걸? 세간에는 뭐가 됐건 마탑 소속이라 했으니. 체면을 생각해야지.”

의원들이 웅성거리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얼핏 가벼운 태도인 듯했으나, 말 중간중간에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날카로운 식견이 오갔다.

마법이라는 기적의 학문과 인간의 육체를 벗어난 초인들이 있음에도 왜 그들이 란다를 지배하는 세력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시간이 잠시 지나자 시의원들은 입을 다물며 약속이라도 한 듯 카버를 바라봤다.

새로운 정보를 내놓으라는 것. 카버는 시키는 대로 했다.

“사용한 송장인형은 총 4구입니다. 마법사형 2구, 드루이드형 1구, 마력사용자형 1구입니다.”

“드루이드는 셰이머스겠군. 한때, 전설이었던 해결사.”

찬사로 위장한 모욕. 잘난 척하던 패자에게 딱 어울리는 대우였다.

“맞습니다.”

카버가 대답하며 소켓을 꺼내 손가락을 튕겼다.

소리에 맞춰 소켓이 작동. 허공에 사진이 두 장 띄워졌다.

하나는 멀리서 찍은 염소 대가리 송장인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셰이머스의 사진이었다.

“셰이머스?”

“맞구먼. 몸에 문신 정확히 일치해. 못 본 사이 잘생겨졌구먼······. 나머지 셋은?”

“마력사용자는 던칸입니다. 핑크맨 출신의 마력사용자로, 핑크맨에서 독립한 후 핑크맨을 본뜬 사업체를 설립, 운용하나 실패. 에디스 록이라는 거부의 휘하로 들어간 자입니다.”

“그 뚱보? 지금 신대륙에 있지. 어쩌다가 부하가 그런······.”

“사생아 딸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과정에 그리됐습니다. 참고로, 사생아 딸은 제인으로 현재 폐허가 된 갈로스 수도 재건 사업에 큰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길어지는데 보고 드릴지요?”

단 하루 만에 필요한 준비를 다 한 카버가 질문했다. 이에 시의원이 스킵하라고 손짓했다. 가십을 좋아하는 그들이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었다.

“그럼, 마법사형 송장인형 2구는?”

“첫 번째 공습을 가한 마법사형 송장인형은 추정 상 갈로스의 로큘리 대학 전(轉) 생명연금술 학장 데지헤 듀란스로 추정됩니다.”

카버가 손가락을 튕겨 허공 위 사진을 바꿨다.

허공 위 사진에는 흐릿하지만, 손이 대포로 변한 송장인형과 전(轉) 생명연금술 학장 데지헤 듀란스의 사진이 나란히 있었다.

“해당 송장인형과 데지헤 듀란스의 생김새, 신체 비율, 마력 흐름이 90퍼센트 일치합니다. 외국 마법사지만, 란다를 방문할 때마다 확보한 정보니 확실합니다.”

“데지헤라면······. 인육 요리사와 붙어먹었다는 그 미친년?”

말은 지저분했지만, 정보는 정확했다. 이들이 란다와 왕국뿐 아니라 해외 주요 정보도 체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마, 라빌리에서 일어난 인육 요리사 소요(騷擾) 때 확보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소요가 일어나기 전 마탑 소속으로 그곳에 파견 나갔거든요.”

“아, 맞아. 그랬지······. 마탑 학생과 군 소속 장교가 영웅적인 활약을 했더랬지. 잠시 까먹었구만. 근데, 거기 데이브가 있었다고?”

“예, 맞습니다. 서류상 거기로 간 기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난 오늘 처음 듣는 거 같지? 아무런 활약도 못 했나? 전(前) 학장을 송장인형으로 부리고 있으면 뭔가 큰 공을 세웠다는 건데?”

“거기에 관해서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알아봐 줬으면 좋겠군,”

“예, 의원님······.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해당 송장인형은 로큘리 대학의 학장 출신으로, 마탑 수준으로 따지면 최소 원마스터, 혹은 그랜드 마스터입니다.”

“그러니까, 란다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해결사와 최소 원마스터급 마법사 송장인형을 가졌다는 거구만. 노련한 마력사용자는 덤이고.”

“거기에 마지막 송장인형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어 정체 파악은 어렵지만, 까다로운 혈마법을 쓰고, 여러 송장인형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실력이 엄청나다는 걸 추측할 수 있습니다.”

카버가 손가락을 튕겨 사진을 넘겼다.

“오, 맙소사······. 저 조끼가 나만 사람 얼굴로 보이나?”

“사람 얼굴 맞습니다. 흑마법 아이템으로 추정됩니다.”

“흑마법 아이템이라면 사람을 재료로 만드는 거?”

“예.”

“허허, 나도 오래 살긴 살았나 보군. 왜 놀랍지가 않지? 그러니까····. 부리는 송장인형들이 하나하나 괴물급이라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휘익- 미쳤구만.”

상대적으로 젊은 재킷 시의원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그의 평가에 모두 동의했다.

ABC때 다들 데이브에 관한 보고를 듣고 그를 인정하였는데, 아무래도 자신들이 잘못 판단 내린 듯했다.

이 정도면 자신들이 인정하고 말고를 벗어난 수준.

시의원들은 당혹스러웠다. 이 도시를 위해 뛰어난 인재를 원했지만, 이건 그 정도를 벗어났다.

프록코트 시의원이 특유의 차분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기억나······. 우린 이 해결사를 웬만한 조직 이상의 전투력을 가졌다고 평했지. 실제로 그만한 공도 세웠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완전히 잘못 평가했군. 웬만한 조직 이상이 아니라 란다의 모든 조직과 혼자서도 해볼 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었어. 싸움이란 게 모르는 거라 이길지 질지 모르지만, 큰 타격은 줄 수 있겠어. 송장인형만 봐도.”

실로 엄청난 평가. 허나, 그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엔조이먼트 100명을 쳐부순 것으로 이를 증명했으니. 한 개인이라 장기전으로 가면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단기 화력만 보면 실로 엄청났다.

아니 애당초 혼자서 엔조이먼트 100명 홀로 잡는 게 말이 되는 퍼포먼스인지도 의문이었다.

마탑의 그랜드 마스터 중 일부 소수는 가능할지 몰랐으나, 대부분은 불가능할 터였다.

그것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늙은 가슴이 뛸 정도로 충격이었다.

이 엄청난 인물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시의원들이 다시 의견을 나눴다.

“이걸 일개 해결사 수준으로 봐야 하나?”

“이미 해결사도 뭣도 아니잖나? X구역 재개발의 공동 대표이사 중 하나라고, 심지어 다른 한 명은 중개인. 사실상 조직의 수장이야. 카버, 휘하 조직은 뭐가 있지?”

“파이터 크루와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둘 다 흑마법사들입니다.”

“아, 맞다······. 하나는 데이브가 키운 건달이고, 다른 하나는 데려온 사이비 종교 단체였지. 이거 뭔가 제대로 당한 기분인데?”

이와 같은 상황을 노리고 겉으로는 욕심 없는 척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심.

카버는 아닐 거라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왜냐면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만약 처음부터 이 정도 준비를 한 자라면 자신을 속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였다.

설사 준비하지 않고 우연이 이렇게 된 거라 해도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였다.

오히려 철저한 계획을 세운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일지도 몰랐다.

그건 일종의 운명인 셈이니.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보였지만, 눈앞의 결과가 더해지니 그 느낌이 달랐다.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야?”

“재개발에 입장을 보이지 않던 X구역 공동체와 비소속 갱단이 일제히 재개발 연합 휘하로 모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협력이 아닌 복종 관계로요.”

카버는 구태여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었으니까.

엔조이먼트가 하루도 안 돼 증발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했다.

‘그렇다 해도 충격이야. Y, Z구역 옆에 있는 탓에 질서라곤 전혀 없는 X구역이 이렇게 단번에 통합되다니. 재개발은 사실상 성공한 거나 다름없어······. 바보 같긴, 개발 반대 위원회의 허락을 받은 시점에서 이런 사태는 예견했어야 했는데.’

카버가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질책했다. 합리적으로 본답시고 오히려 왜곡해 본 꼴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을지도.

카버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시의원들 역시 의견을 계속해 주고받았다.

“그 X구역이 통합된 다라······. 그럼, 크라임 펌과 맞먹는 새로운 조직이 창설되는 건가?”

“아니, 그래도 규모 면에서는 아니지. 크라임 펌은 란다 외에도 셀랜드 전역에 퍼져 있으니. 다만, 질은 무시할 수 없어. 대장이 대장인 데다, 파이터 크루는 크라임 펌의 주요 무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니. 관계가 꼬이겠군.”

“거기에 엄청난 부를 가지게 될 거야. 저 정도면 조금 무리해서 X구역 개발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으니까. 한 구역의 재개발 완전 독점. 노다지나 다름없지.”

“이미 약속된 게 있어 힘들걸?”

“나라면 좆 까라고 할 건데? 신의를 한 번 버릴 만한 수익이야. 무너진 신의는 돈으로 보상할 수 있고.”

24명의 시의원이 X구역에 태동할 새로운 조직의 미래와 향후 전망, 위치, 그 영향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市)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의견을 나눴다.

나쁜 건 아니지만 솔직히 이건 그리 영양가 있는 대화가 아니었다.

이런 의견 이전에 먼저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런데 저 데이브란 친구. 유능하긴 한데······. 계속 내버려 두어도 되는 거요?”

한 시의원이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평균보다 못한 체격과 키, 뺨은 가느스름하고 피부는 창백해 약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남자였다.

놀랍게도 그는 란다의 돈줄, 기업들의 본사가 밀집해있는 E구역의 시의원이었다.

“가만 냅둬도 되냐라? 무슨 뜻이요?”

다른 시의원이 질문에 창백한 시의원이 대답했다.

“말 그대로요······. 이례적인 규모의 신(新) 계급. 란다의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지 않겠소?”

신(新) 계급. 초인 중에서도 부를 축적한 란다의 신진 계급을 일컫는 단어로, 현재 란다에서 가장 주시하는 계급이었다.

그들은 란다의 번영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기존 기득권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였다.

소수지만 이미 하나의 계급으로 볼 정도로 그들은 사회의 한 층을 형성했고, 올리버는 그중 남다른 규모가 형성했다.

기존 란다의 균형에 혼란을 줄 정도로.

란다가 늘 혁신과 변화를 추구한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특히, 기존 기득권인 기업인이 밀집한 E구역 사람 관점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의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란다의 기존 가치를 흔들기 싫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직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을 때 책임지는 발언은 사양하고 싶어.

서로가 그 속을 훤히 꿰고 있었고, 그건 카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의원님. 발언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또, 데이브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생각인가?”

카버가 과거 회의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전 그와 이해관계로 엮인 공인(公人)이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른 사람을 초대할까 합니다. 어설픈 위치가 아닌 확실한 위치에서 설득할 수 있는.”

“그게 누구지?”

질문을 듣자마자 카버는 문 쪽을 보며 들어오라 말했고, 곧바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T구역의 중개인이자, X구역 재개발의 또 다른 대표이사 포레스트였다.

그간 서류가방을 들고 들어와 시의원들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시의원 여러분. T구역의 중개인이자, X구역 재개발 연합의 대표이사인 포레스트라 합니다.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분께 드릴 선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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