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 무자비 (2)
“끄륵······. 끄르륵······.”
우적. 우적.
부서진 회색빛 건물 사이로 자라난 수많은 거목(巨木), 콘크리트 바닥 틈새 사이로 자라난 잡풀과 잡꽃.
도시와 숲이 뒤섞인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올리버가 걷고 있었다.
올리버는 한 손에 쿼터스태프를, 다른 한 손에는 칼로리바를 들고 있었고, 그 옆으로 송장인형-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가 따라 걷고 있었다.
써드 역시 한 손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다름 아닌, 골렘 의수(義手)와 의족(義足)이 박살 난 러셀이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러셀은 목에 피가 고인 듯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뭐, 정말 죽으려고 하면 올리버가 응급조치해 살릴 생각이라 죽진 않을 테지만.
생명학파의 그랜드 마스터 테어도어의 의학지식 덕분에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죠?”
올리버가 러셀에게 예의 바르게 물었다.
러셀이 대답했다.
“끄르르······. 오른······쪽.”
진심.
올리버는 곧바로 그의 말에 따라 오른쪽 도보로 걸어갔다.
그곳 거리 역시 회색과 녹색이 뒤섞인 이질적인 풍경을 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붉은색 살육이 일어나고 있었다.
퍼스트의 통제를 받아 마법사 송장인형들이 올리버의 부탁대로 요새 전역으로 퍼져 비소속 갱단과 엔조이먼트를 사냥 중이었다.
“끄아아아아악!!”
“뜨······! 뜨거! 뜨거워!!”
“······!!”
한 건물 안에서 마법사 송장인형 두 구가 합을 맞춰 화염성 폭발을 일으켜. 건물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비소속 갱단을 통구이로 만들어 버렸다.
또, 어떤 송장인형은 얼음으로 칼을 만들어 몸이 뭉개진 드루이드의 목을 생선처럼 탕탕 내리쳤다.
이 거리 외에도 요새 곳곳에서 거대한 낙뢰가 용솟음치고, 폭발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탓에 사람의 비명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울려 퍼졌다.
몇몇 군데에서 재정비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그건 송장인형-바토리에 들어간 퍼스트에 의해 발각돼 꿈틀대기도 전에 짓밟혀 위협이 안 됐다.
올리버의 부탁대로 말이다.
“아, 찾았다.”
올리버가 엔조이먼트의 임시 본부 앞에 서서 말했다.
러셀의 말대로 요새 중앙이 아닌 바깥쪽에 위치해있었다. 여차하면 요새 바깥으로 대피하기 위한 안배.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눈으로 엔조이먼트의 임시 본부를 살펴봤고, 거기서 십여 명의 엔조이먼트를 발견했다.
그중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는 ABC때의 셰이머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자연의 힘을 보유했다.
“여기군요?”
올리버가 길 안내를 해준 러셀에게 물었다.
송장인형-셰이머스의 억센 손에 붙잡힌 러셀은 입에서 피거품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올리버는 감사를 표했다.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그럼━”
━뚜둑!
올리버가 감사를 표하자마자 써드가 거대한 손으로 러셀의 머리를 붙잡아 병뚜껑 따듯 비틀어 버렸다.
올리버는 그 모습을 지켜보지도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용도가 다한 러셀보다는 건물 안 엔조이먼트의 수장에게 관심이 갔기에.
‘수장이면 가수로 위장한 여성 드루이드 분도 알고 계시겠지?’
올리버는 어떻게 해야 그가 밖으로 나올지 고민했다.
다시 나무를 조작할까 말까 하는 순간, 나무를 통째로 깎은 듯한 투창이 건물 벽면을 부수며 올리버에게 날아왔다.
“메에에에에에.”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써드가 염소 울음소리를 내며 올리버 앞으로 이동. 날아오는 거대한 나무를 파성추처럼 팔에 두른 나무 건틀릿으로 후려쳤다.
자연의 힘을 머금은 나무가 압도적인 물리력에 찌그러지며 산산이 조각나는 그 광경은 퍽 인상적이었으나, 올리버는 그 모습에 그렇다 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첫 번째는 가수로 위장한 여성 드루이드에게 더 관심이 갔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다수의 드루이드가 올리버와 셰이머스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연의 속박]
산산조각이 난 나무 파편 사이로 한 드루이드가 밀고 나와 손에 쥔 씨앗에 자연의 힘을 부여하며 땅을 내리쳤다.
쾅하고 바닥이 갈라지며, 자연의 힘을 부여받은 씨앗이 땅속에서 자라나 땅 위로 무럭무럭 솟구쳤다.
가시가 달린 넝쿨의 파도를 형성하며.
보통의 엔조이먼트가 사용하는 콩 줄기와 달라 보였는데, 채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넝쿨이 뱀처럼 움직여 써드를 덮쳐왔다.
이에 써드는 양손에 두른 파성추 건틀릿을 휘두르며 넝쿨을 찢어발기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럼에도 끝을 모르고 거듭 재생되는 넝쿨에 몸이 포박됐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상대가 올리버까지 노릴 여력을 만들지 않은 것인데, 드루이드도 이를 예상했는지 써드를 붙잡은 넝쿨을 살짝 열어 그 틈새 사이로 다른 드루이드 두 명을 내보냈다.
팔과 다리가 맹수의 그것으로 변한 드루이드로, 척 봐도 근접전투가 특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발상이었다.
자연의 힘을 잔뜩 머금은 가시넝쿨 파도 뒤로 드루이드를 숨겨, 기습적인 근접공격을 가하다니.
그런데, 고려하지 않은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써드가 사용하는 몸이 셰이머스라는 거였다.
“메에에에에에에에!”
써드가 소리치며 자연의 힘을 방출. 몸을 두른 가시넝쿨에 통제권 싸움을 걸었다.
“······!!”
예상치 못한 대응이었는지 가시넝쿨을 통제하는 드루이드와 그 사이로 나온 드루이드 둘은 경악했다.
허나, 당연한 거기도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써드가 사용하는 몸은 다름 아닌 셰이머스.
써드가 근접전에 더 맛이 들려 자연의 힘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뿐, 기존 송장인형의 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까 전처럼 사방에서 수십 명의 드루이드가 합을 이룬 게 아닌 거라면 웬만한 드루이드의 술법은 간섭해 빼앗아 올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써드는 벌써 통제권을 빼앗은 넝쿨을 이용해 드루이드 셋을 역으로 붙잡아 제압했다.
“아까 전 나무의 뒤틀림! 저 송장인형이 한 건가?!!”
누군가 돌풍을 일으키며 올리버의 배후를 잡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주먹을 휘둘러 올리버의 등을 꿰뚫으려 했다.
파앙!
드루이드가 주먹을 내지르자 허공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올리버가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상대의 어깨 위에 올라탄 소리로, 이것이 드루이드가 놓친 두 번째였다.
인육 요리사와의 싸움 이후 올리버의 신체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헤빌리(Heavily)]
드루이드가 내지른 팔과 머리를 밟고 올라간 올리버가 쿼터스태프 끝을 어깨 위에 얹으며 영창했다.
캔트에게서 받은 쿼터스태프는 주문에 맞춰 비상식적으로 무게가 증대. 유압프레스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쾅직!
무엇인가 부서지고 짜부라진 듯한 축축한 소리가 울리며 드루이드의 어깨가 짓뭉개졌다. 팔과 몸뚱이가 분리될 정도로 무자비하게.
“끄······아악······아아아아아아악!!! ”
끊임없이 육체를 단련하고 단련해 초인이란 이명을 얻은 드루이드가 그 명성에 걸맞지 못하게 애처럼 비명을 질렀다.
찡얼찡얼찡얼찡얼.
흡사, 공장에서 일하다 손이 절단된 아이처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전혀 말이다.
“······드루이드 님.”
올리버가 어깨를 부여잡은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드루이드를 향해 말을 걸었다.
왜냐면 다른 드루이드 셋은 이미 써드의 손에 목이 꺾이고, 가시넝쿨에 난도질당해 죽었기에.
“안녕하십니까? 전 T구역 30번 거리 해결사 데이브라 합니다. 질문이 있어서 그러는데, 대답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아아아악······. 끄으으으흑!”
드루이드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비명만 질러댔다.
하지만 올리버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느끼는 공포와 몰이해, 두려움이란 감정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다는 걸 말해줬기에.
올리버는 대화를 이어갔다.
“찾는 사람이 있어 그러는데, 아시면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T구역에 가수로 잠입한 여성 드루이드가 있다 하던데······. 누군지 아시나요?”
차분하게 질문하는 올리버. 기이하게도 예의를 갖춰 질문함에도 드루이드는 올리버에게 충격, 공포, 혐오의 감정을 보였다.
단순히 무서워하는 걸 넘어.
평소였다면 왜 그러는 건지 이유를 물어봤을 테지만, 올리버는 그러지 않았다.
그 사이 가수 드루이드가 도망갈까 싶어서.
참으로 답답했다. 본 적이 없으니 도망쳤는지 안 쳤는지도 알 수 없어······. 약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올리버는 기계처럼 다시 질문했다. 이 답답함을, 이 짜증을 해소하기 위해.
“드루이드 님? T구역에 가수로 잠입한 여성 드루이드가 누군지 아시나요?”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의도치 않은 곳에서 대답이 나왔다.
반쯤 부서진 드루이드 본부 위로. 건물 위에는 녹색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드루이드가 서 있었다.
써드가 메에에에에 울며 공격하려 했으나, 올리버가 손을 들어 말렸다.
“······드루이드 님께선 알고 계십니까?”
“왜 궁금해하는 건지 물었다.”
드루이드가 당당히 물었다. 건물 안에서 뭔가를 준비하는 중이긴 했으나, 그와 별개로 그는 정말 궁금하기도 한 눈치였다.
“······여쭤볼 게 있어서요.”
“여쭤볼 거?”
“예, 어디 있는지 아시는 듯하신데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가 드루이드의 속을 꿰뚫어 보며 물었다. 그 모습에 해당 드루이드는 올리버에게 거부감과 혐오감, 적대감을 빛냈다.
단순한 싫은 것을 넘는······. 좀 더 근본적인 생물학적 거부감을 말이다.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그것도 내 동료를 돼지처럼 도축하는 놈한테.”
올리버가 주변의 모습을 살펴봤다. 엔조이먼트의 생명력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음······. 확실히 그럴 이유가 없긴 하네요. 다만, 전 정말 알고 싶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
“알려주시면 안 아프게 죽여드리겠습니다. 정말 하나도 안 아프게요.”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약속했다. 이미 요새 안에 있는 건 다 죽일 예정이었기에. 그냥 그러고 싶었다.
허나, 드루이드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건방진 놈.”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드루이드는 엄청난 양의 자연의 힘을 끌어모으더니, 건물에 투여했다.
그러자 건물 안 드루이드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술식과 반응해 콘크리트 건물과 합쳐진 거대한 나무 거인이 기립했다.
뼈가 울릴 정도로 땅은 진동했고, 곧이어 나무와 돌이 찢어지는 굉음이 발생하며, 거대한 거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보는 건 ABC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셰이머스도 각성한 후에야 사용한 것인데, 그 수준을 알만했다.
“그따위 건방진 말은 이기고 난 뒤에나 해라.”
“알겠습니다······. 포스.”
올리버가 말하자 나무 거인 위로 축소화 마법이 풀린 송장인형-던칸이 나타났다.
나무 거인이 기립하자마자 올리버가 그에 맞춰 마법으로 날려 보낸 것인데, 순식간에 하늘 높이 날아간 차일드-포스(Fourth)는 송장인형-던칸 속으로 들어가 그 몸을 조종했다.
머리 위를 잡은 송장인형.
늑대 가죽 드루이드는 당황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고작 송장인형 하나 가지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송장인형은 하나였으니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했다. ‘고작’ 송장인형 하나는 아니었으니까.
왜냐면 그 테어도어의 세포를 가장 많이 이식한 물건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포스는 송장인형-던칸을 통해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한쪽 팔에 마력과 감정을 집중.
그러자 테어도어의 세포가 반응하며, 가공으로 굳어버린 팔이 갈라져 그 틈새로 수많은 팔이 자라났다.
테어도어가 이식한 수많은 사람의 팔이.
증식하며 돋아난 팔에서는 새로운 팔들이 또 돋아났고, 그렇게 수많은 팔은 근섬유처럼 서로를 부여잡아 거대한 하나의 팔을 만들었다.
수백 개의 팔로 뭉쳐진 거대한 팔을.
늑대 가죽 드루이드는 그 순간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으나, 알아채긴 한 발짝 늦고 말았다.
포스는 살점 톤파에 저장된 흑마법을 거대화한 팔에 둘러 위에서 아래로 주먹을 내리쳤다.
테어도어에 비하면 어설프지만, 던칸의 주먹은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흉흉한 소음을 내며 아래로 떨어졌고, 나무 거인을 붕괴시켰다.
거기에 송장인형-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늑대 가죽 드루이드를 향해 돌진했다.
올리버의 부탁을 받아.
“머리는 망가트리지 말고, 산채로 데려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다행히 이야기는 잘 풀렸다.
송장인형-던칸의 기습적인 한 방은 그 강력한 나무 거인조차 무너트리기 부족함이 없었고, 거기에 송장인형-셰이머스가 시의적절하게 합세하자 별 무리 없이 당황한 드루이드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드루이드가 잠시나마 저항하긴 했지만, 올리버가 그림자를 휘두르자 곧 제압할 수 있었다.
늑대 가죽 드루이드를 제압한 후 올리버는 그에게 다시 여성 드루이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았다. 약간의 설득을 더해.
시간이 약간 걸렸지만, 올리버는 곧 가수로 위장한 여성 드루이드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 수 있었다.
란다에 은밀하게 잠입한 그녀는 알고 보니 다른 엔조이먼트와의 연락책까지 맡고 있어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가장 먼저 후퇴하였다고 했다.
과거 셰이머스 때부터 느낀 거긴 했지만, 엔조이먼트는 뭔가 특이했다.
드루이드의 삶이 싫고, 자유와 쾌락을 좇으며, 그로 인해 얼핏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보이는 것 같음에도 그들은 드루이드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자기들끼리는 참으로 끈끈했다.
그 셰이머스도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였으니.
올리버는 그들의 의지에서 대단함을 느끼는 동시에 가려움과 같은 짜증을 느꼈다.
허기를 다시 느낀 올리버가 칼로리바를 먹으며 여성 드루이드가 도망친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벌써 요새 밖으로 도망친 게 아닐까 걱정하며.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올리버의 부탁대로 요새 주변 주요 길목을 지키고 있던 조와 마리가 다수의 드루이드를 포박해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브 씨.”
“데이브 씨.”
제각각 걱정스러운 감정을 빛내며 서 있던 조와 마리가 올리버를 발견하곤 인사했다. 둘 모두 부탁대로 데이브 씨라 칭해줬다.
‘두 분이 왜 같이 계시지? 전력 낭비인 거 같은데? 무슨 대화를 나누고 계셨나?’
올리버가 조와 마리의 모습을 관찰하며 생각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올리버는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요새 밖으로 도망친 분 계시나요?”
조가 앞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아뇨. 없습니다. 도망치려던 놈들은 있었지만 다 잡았습니다.”
진심.
조가 포박된 엔조이먼트를 가리켰다.
“노라를 꿰어낸 년도 잡았습니다.”
조가 걱정을 빛내며 한쪽을 가리켰다. 한 여성이 구속구에 묶여 있었다.
사실인 듯하지만, 혹시 몰라 올리버는 써드를 시켜 늑대 가죽 드루이드를 가져오게 했다. 직접 보여줘서 확인하기 위해.
“······읍!”
의식을 잃지 않은 드루이드 중 몇몇이 늑대 가죽 드루이드를 보고 놀라 신음소리를 냈다. 놀라긴 마리와 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설득하는 과정에서 늑대 가죽 드루이드의 이빨과 살가죽, 한쪽 눈, 손가락, 발가락을 아주 조금······.
올리버도 약간 과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개의치 않고 늑대 가죽 드루이드에게 눈앞의 여성이 그 가수로 위장한 드루이드가 맞는지 물어보았다.
뭐가 됐건, 설득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으니.
“이분이 가수로 위장한 분 맞으신 가요?”
붉은빛과 분홍빛으로 몸이 얼룩덜룩해진 늑대 가죽 드루이드가 고개를 끄덕였고, 대답을 듣자마자 올리버는 감사를 표했다.
“메에에에.”
올리버가 감사를 표하자마자 써드가 울음소리를 내며 발굽으로 늑대 가죽 드루이드의 가슴을 짓밟아 숨통을 끊었다.
모두 충격에 얼어붙었으나, 올리버만은 다른 공간에 있는 듯 차분하게 여성 드루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기괴할 정도로.
“안녕하십니까? 드루이드 님. T구역 30번 거리 해결사 데이브라 합니다.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