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 반나절 (3)
X구역 중부.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설 뻔했던 그곳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꽤 여러 개가.
“오늘 저녁 메뉴 뭐지?”
“야, 방금 막 점심 먹었어.”
“어쨌건.”
“튀긴 생선이랑 감자튀김.”
“씨발······. 우리 점심에도 그거 먹었잖아? 심지어 아침에도.”
“포기해. 싸다고 존내 많이 사 왔더라. 한동안 생선이랑 감자만 먹어야 해. 귀 뒤에 아가미가 생기고, 감자를 싸지를 때까지.”
“오, 신이시여.”
“이 개새끼! 소매에 그 카드 뭐야?! 망치 가져와! 확 쪼사 버리게.”
“쪼사 봐. 쪼사 봐! 미친 새끼야.”
“야! 야! 싸운다! 싸운다! 뭣들하고 있어! 돈 걸어! 돈!!”
“야, 이제 좀 있으면 우리 교대 타임이야. 준비해.”
“아니, 도대체 왜 우리만 고생하는데? 드루이드들 왜 경비 안 서?”
“불만이면 네가 대장한테 가서 따지든가. 자리 마련해줘?”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사방이 회색인 이곳 거리는 입지가 좋지 않아 죽어가는 거지들 외에는 없어, 이토록 시끌벅적한 적이 없었거만.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점 때문에 엔조이먼트와 비소속 갱단의 근거지가 되었다.
X구역 재개발의 중요 포인트에서 배제돼 눈을 피하기 쉬웠고, 이곳 공동체 역시 부랑자들밖에 없어 차지하기 몹시도 쉬웠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저런 놈들이랑 손잡아도 되는 걸까?”
미완공된 건물 위. 드루이드A가 아래를 보며 말했다. 당연히 그는 엔조이먼트였다.
자유와 부, 쾌락을 좇아 도시로 도망친 드루이드.
그래 봤자, 머리나 실력이나 딱 평균이라 그렇다 할 재미는 못 봤지만.
그럼에도 그는 저 아래 비소속 갱들을 내려다보며 불평했다.
애매한 실력은 가진 드루이드도 저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
같은 앉아 있던 드루이드B가 대답했다. 그는 막 구운 스테이크를 손으로 집어 호쾌하게 뜯어먹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몰라서 그래? 딱 동네 양아치들 수준이잖아? 저 봐봐? 결국, 사기 친 놈 손이 뭉개졌다. 기강이 없어. 기강이.”
“왜 딱 좋구만. 뭘 그래?”
“딱 좋아?”
“그래. 고기방패로 쓰기 딱 좋잖아? 우리가 다루기도 쉽고.”
드루이드B의 말에 드루이드A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지도.
동업자가 유능하면 같이 일할 때 든든하긴 해도, 일이 끝난 후 분배에선 엿 같은 법이었다. 어쩌면 저게 적당할지 몰랐다.
“뭐, 인정······. 나도 스테이크 줘봐.”
드루이드A는 드루이드B처럼 뜨거운 스테이크를 맨손으로 잡아 우적 뜯어먹었다.
벌써 4장째인데도 배가 차지 않았다. 하긴, 드루이드의 강력한 신체는 많은 영양분이 필요했으니.
결국, 드루이드 둘은 스테이크를 더 구워 먹기로 했다. 겸사겸사 잡담도 나누고.
“시(市) 영감탱이들이랑은 어떻게 되고 있대?”
“뻔하지. 다른 늙은이들처럼 꾸물거리고 있지. 욕심이 많아서 바로 수락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신중한가 봐.”
“아직도 이해가 안 돼. 그래 봤자 도시에 틀어박힌 늙은이들인데, 어떻게 그런 놈들에게 우리 자료가 털린 거지? 덕분에 다들 개고생했잖아?”
“정확히는 시(市)가 아니라 데이브란 놈에게 털린 거지.”
“아······.”
드루이드A가 탄성을 냈다. 란다 T구역 30번 거리의 해결사 데이브.
놈에 대해 모르는 엔조이먼트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 셰이머스를 쓰러트린 놈이었으니.
여러 엔조이먼트 중 가장 큰 성공을 이루며, ABC사기 수법에 지대한 공을 세운. 심지어, 이브(Eve)까지 발견한······.
“정말 사실일까? 셰이머스가 발견해 포획한 이브(Eve)를 가로챘다는 게?”
“당연히 헛소문이겠지. 넷 세일링(Net Sailing)을 할 줄 안다고 어떻게 이브(Eve)를 포획해. 그것도 흑마법사가?”
드루이드A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흑마법사가 넷 세일링(Net Sailing)을 할 줄 안다고 이브(Eve)를 포획할 수 있다는 건 말이 안 됐다.
드루이드가 팀을 짜면 몰라도.
“이브(Eve)의 행방 정도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풀어줬다고 했으니까. 어쨌건 이브(Eve)와 상관없이 놈을 죽여야 해.”
드루이드B의 말에 드루이드A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엔조이먼트, 그것도 셰이머스를 죽인 놈이니. 복수 정도는 해줘야 했다.
더욱이 란다에 정착해 엔조이먼트의 세력을 키우려면 놈이 살아있어선 안 됐다. 엔조이먼트의 위신이 달린 것이었으니.
‘셰이머스를 쓰러트렸다는 걸 들어보면 보통은 아니겠지만, 뭔 수작을 부린 거겠지. 자연의 힘을 사용했다는 헛소문도 도니까.’
그렇게 드루이드A가 데이브에 관해 평가 내린 뒤, 스테이크를 먹으려는 찰나 저 멀리서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콰앙 거리는.
그 순간 드루이드의 촉이 발동하며, 드루이드A, B뿐 아니라 요새 내에 있는 모든 드루이드가 경계 태세를 갖췄다.
그에 반해 비소속 갱단들은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굼벵이 같은 놈들!’
드루이드A는 비소속 갱단의 우둔함을 욕하며 하늘 위를 봤다.
짐승만큼 날카로운 드루이드의 촉이 하늘 위를 가리켰기에.
촉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하늘 위로 뭔가가 떨어졌다. 탄환이었다. 살점으로 이뤄진 탄환.
놀랍게도 그 탄환에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를 증명하듯 살점은 분열하더니, 하늘 위에 다섯 개의 마법진을 수놓았다.
“이런 씨발······.”
드루이드A가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다섯 개의 살점이 탄환으로 변해 그대로 떨어졌기에.
퐈바바바바바바봥━━━!!
살점 탄환은 드루이드의 동체 시력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떨어져 거대한 흙 기둥을 수십 개 생성했다.
요동치는 건물과 흙먼지, 비명······.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첫 번째 공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고밀도 마력탄이 벽을 뚫고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끄아아아악!”
“아악!! 뭐, 뭐야······?! 뭐냐고!! 어디서- 컥!”
“내 눈! 파편에······! 내 눈이······!”
“이, 이런. 다리가 날아갔어······. 누, 누가 도와줘. 이 새끼 다리가······끄읍!”
건물을 뚫고 빗발처럼 쏟아지는 마력탄. 덕분에 요새 곳곳에 다시금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대부분 비소속 갱들이라는 점.
드루이드A와 B는 이 정신없는 와중 서로 눈을 마주쳐 자신들이 해야 할 것을 상기, 제각기 지정한 장소로 갔다.
그곳에는 흙에 심긴 나뭇가지가 있었으며, 드루이드A는 지체없이 그 나뭇가지에 걸린 주술을 발동시켰다.
우직━! 우지직! 쿠구구구구구구━━!!
나뭇가지는 주술에 따라, 내재된 자연의 힘을 양분으로 이용해 폭발적으로 성장. 해당 건물과 주변 건물을 감쌌다.
요새를 다 뒤덮을 수준은 아니었으나, 다른 건물에서도 똑같이 나뭇가지가 성장해 문제없었다.
순식간에 자란 나무는 외벽 건물을 감싸고, 하늘 위를 지붕처럼 덮어 나무로 이뤄진 요새를 형성했다.
덕분에 시멘트벽을 뚫고 들어오던 마력탄 역시 대부분 나무에 막히며 요새는 안정을 되찾았다.
댕! 댕! 댕!
공세를 막아내자 비상 신호음이 울리며, 비소속 갱들이 소리치며, 움직였다. 방어 태세를 다지는 것.
그리고 그것은 엔조이먼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까 전 헤어진 드루이드B가 찾아와 같이 이동하자고 소리쳤다.
“알았어. 바로-”
“-메에에에에에에에!!”
드루이드A가 움직이려느 찰나 이질적인 소리를 들었다.
동물의 울음소리지만, 동물의 것이 아닌 몹시도 기괴하고 불쾌한 소리.
빗발치는 총성 속에서도 선명히 들린 그 기괴한 소리에 드루이드A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드루이드A는 창문 너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대가리가 염소로 변한 셰이머스를.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드루이드A는 알 수 있었다.
수련하던 시절, 천재라 불린 셰이머스를 수 없이 보았기에.
천재라 불리던 셰이머스는 지금 드루이드는커녕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는 괴물 같은 몰골을 한 채 달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네발로.
이는 악몽이었다. 끔찍한 악몽.
허나, 악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염소의 그것으로 변한 셰이머스의 대퇴근이 흉측할 정도로 부풀더니, 지면을 발로 차며 이쪽으로 단숨에 날아와 건물을 발로 찼다.
나무를 갑옷처럼 두른 건물 외벽이 과자처럼 박살 났다.
“메에에에에에.”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셰이머스는 단숨에 드루이드A, B에게 접근했다.
처음부터 노린 것.
거리를 좁히자마자 셰이머스는 주먹을 내질렀고, 축축한 파열음이 울리며 드루이드A와 B의 가슴이 뭉개져 절명했다.
허무하리만치 쉽게.
***
쿠아아아아앙······!!
요새의 외벽 역할을 하던 건물이 지진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렸다.
건물이 무너지자 대량의 흙먼지가 발생해 주변을 뒤덮었으며, 나무로 인해 잠시나마 막힌 마력 탄환은 다시 소나기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을 메우는 흙먼지, 쏟아지는 탄환. 그와 하모니를 이루는 비명.
요새는 다시 아수라장이 됐으며, 그 가운데서 송장인형-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가 날뛰기 시작했다.
“메에에에에에에에!”
써드는 특유의 기괴한 염소 소리를 내고는, 길쭉한 뿔이 자란 머리를 내세워 앞으로 돌진.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농담이 아니었다. 사람, 벽, 건물, 장애물, 철조망 등등을 문자 그대로 찢어발겼다.
강력한 돌격으로.
덕분에 셰이머스는 단숨에 요새 중심부까지 파고들 수 있었다.
“뭐, 뭐야?! 괴물?!! ······쏴! 쏴 죽여버려!!”
중심부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비소속 갱들이 써드를 보며 놀라 소리쳤다. 그들을 일제히 써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그러나 그들이 방아쇠를 채 당기기도 전에 써드가 먼저 움직여 그들을 해치웠다.
단단한 손가락을 세워 배를 찢어발기는가 하면, 주먹을 내질러 몸을 뭉갰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목을 90도로 꺾어버렸다.
한 번에 십수 명을.
“······!!”
경악스러운 활약에 지휘하던 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나, 이것도 봐준 거였다. 올리버가 머리를 박살 내지 말라고 해서.
만약, 머리를 박살 낼 수 있었다면, 더 빨리, 더 끔찍하게 죽일 수 있었다.
“거기까지다!”
저 위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엔조이먼트 드루이드였다.
그들은 건물 사이에 자란 나무를 조작해 기둥으로 만들어 써드를 향해 돌진해 왔다.
자연의 힘으로 조작된 여러 개의 나무 기둥은 뱀 떼처럼 써드를 사방에서 덮치려 했으나, 써드는 당황하지 않고 이에 대응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완전히 포위되기 먼저 들이박아 포위를 부수면 됐다.
“미친!”
쾅!!
써드가 내려오던 드루이드 중 하나를 짚어 점프. 돌진해오는 나무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저돌성이라면 뒤지지 않는 드루이드가 보기에도 미친 행위.
그러나 올리버와의 전투 중 각성해 한 단계 경지가 높아지며, 내장부품과 드루이드의 세포 이식 등을 통해 기능이 향상된 송장인형-셰이머스는 이런 미친 대응을 가능케 해주었다.
그 증거로 나무 기둥이 산산조각이 난 데 반해, 써드는 멀쩡했다.
아니, 멀쩡한 것 그 이상이었다. 단숨에 드루이드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으니.
당황한 드루이드가 거리를 벌리려 뒤로 물러났으나, 1.5배 길어진 셰이머스의 팔에 그를 붙잡았다.
“끄윽!”
강력한 악력에 괴로워하는 드루이드. 그는 반격하려 했고, 근처에 있던 다른 드루이드 셋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써드에게 달려들었다.
고맙게도.
“메에에에에.”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써드는 주먹을 내질렀다.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붙잡은 드루이드.
그의 주먹과 써드의 주먹이 맞부딪혔다.
강렬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고, 드루이드의 주먹이 성냥개비처럼 부러짐과 동시에 가슴에 주먹이 박혔다.
“메헤헤헷헷!!”
첫 번째 드루이드를 죽이자마자, 써드는 바로 다음 드루이드를 노렸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덤벼든 드루이드 셋을.
그저 그런 실력이라 어렵진 않았다.
써드는 드루이드를 꿰뚫었던 주먹을 휘둘러 가장 가까이 다가온 드루이드에게 치명상을 입힌 다음, 뒤로 발을 날려 후방을 노린 세 번째 드루이드를 가격했다.
너무나도 빠른 대응에 세 번째 드루이드는 피하지 못했고, 덕분에 복부가 터져 내용물이 미트 스파게티처럼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셋이 당한 걸 본 네 번째 드루이드는 공포에 빠져 주춤. 써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리를 좁혀 한쪽 손을 휘둘러 놈의 목을 꺾어줬다.
뚜둑.
“거리 벌려!”
써드를 포위한 드루이드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근접전으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한 것.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드루이드들은 제각기 나무를 조작하거나, 직접 움직여 써드와의 거리를 벌렸다.
써드는 이에 대응해 염소의 그것처럼 변한 다리로 도망치는 드루이드를 뒤쫓아 거리를 좁혔다.
다행히 그것은 어렵지 않았다. 염소의 그것처럼 변한 다리는 엄청난 속도를 냈기에.
거리를 좁히자마자 써드는 주먹을 휘둘러 상대의 몸을 뭉개고, 손바닥을 내질러 내장을 파열시키며, 발차기로 구멍을 만들며, 박치기해 몸을 산산조각 했다.
결국, 거리를 벌리기만 해선 각개격파를 당한다고 판단한 일부 드루이드들이 자연의 힘으로 육체를 강화하거나, 늑대, 곰으로 변해 써드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이는 좋은 선택이었다. 열댓 명의 드루이드가 동시에 덤비면 상대하기 까다로웠으니.
허나, 동시에 나쁜 선택이기도 했다. 왜냐면 그 상대가 송장인형-셰이머스였으니까.
써드는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드루이드들을 보곤 주변에 널린 나무 파편을 하나 들어 자연의 힘을 때려 박았다.
나무 파편은 곧 기둥으로 변해 크기와 강도가 높아졌고, 써드는 그 기둥을 콩 줄기로 둘러 그대로 휘둘렀다.
부웅━━━!!
나무기둥은 둔탁하게 공기를 가르며, 달려오는 드루이드를 짜부라트렸다.
압도적인 질량으로 말이다.
그렇게 근거리에 있는 드루이드를 해치우자마자 자연의 힘이 깃든 나뭇잎과 나무 투창이 쏟아져 써드를 견제했다.
써드는 나무 기둥을 든 채 피하려 했지만, 어느새 나무줄기가 다리를 붙잡고 있어 피할 수 없었다.
나무줄기를 역으로 잠식해 반격해 보려 했지만, 방어 주술과 계속해 쏟아지는 공격 탓에 통제권을 빼앗아 오기 어려웠다.
써드는 일단 나무 기둥을 방패 삼아 공격을 막은 뒤 통제권을 빼앗으려 했는데. 바로, 그때 거친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우우우웅!!
무엇인가가 빠르게 접근해 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드루이드로, 아까까지 상대한 어설픈 수준이 아니었다.
실력이 뛰어난 드루이드였다.
그 증거로 써드가 나무 기둥을 휘둘렀음에도, 짜부라지지 않고, 오히려 나무 기둥을 박살 내곤 접근해 써드의 목을 콱 붙잡았다.
한순간에 뒤집힌 우열. 목을 붙잡은 드루이드가 말했다.
“무우우우웅······!! 이 개자식! 셰이머스를 인형으로 만들었어!?”
셰이머스와 비슷한 경지에 다다랐는지, 해당 드루이드는 수인화(兽人化)를 한 상태였다.
녹색 황소 머리가 그 증거.
써드는 놈이 누군지 알았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셰이머스의 기억에서 엿봤기에.
“메에에에에······. 크레이그.”
“······!”
써드의 목을 비틀려던 크레이그가 당황했다.
송장인형 따위에게서 자신의 이름이 나올 줄 몰라.
덕분에 크레이그는 행동이 한 반자 늦고 말았고, 그것은 끔찍한 실수로 다가왔다.
바로, 저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바토리를 피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위이이이잉!!
회전하는 대량의 피를 몸에 두른 채 요새 안으로 진입한 바토리는 요새를 지붕처럼 덮은 나뭇가지를 뚫고 내려와 송장인형-셰이머스 바로 앞, 크레이그 머리 위로 떨어졌다.
당황한 크레이그는 한 반자 늦게 반응한 탓에 써드를 해치우지도 못하고, 몸 한쪽이 갈려 나갔으며,
그 사이 써드는 크레이그의 목을 주먹으로 후려쳐 목을 부러트렸다.
“크레이그!!”
한순간에 강력한 아군을 잃은 드루이드들이 소리쳤다.
허나, 그들은 그래선 안 됐다. 왜냐면 송장인형-바토리가 왔으니까.
몸에 피를 두른 채 내려온 바토리는 만개한 꽃 속에서 태어난 요정처럼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입은 인면(人面)조끼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대량의 혈액을 바닥에 토해 커다란 피 웅덩이를 조성했고, 그 피 웅덩이 속에서 스무 구가 넘는 송장인형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부 갈로스에서 얻은 것으로 고화력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이었다.
엔조이먼트 입장에서 꽤 위험하다 할 수 있었다.
요새 한복판에서 적이 대포가 나타난 것이었으니.
드루이드들은 반사적으로 바토리의 혈마법을 방해하려 하였으나, 그때, 주변의 나뭇가지가 넝쿨처럼 움직여 드루이드들의 팔다리와 몸통을 포박했다.
송장인형-셰이머스가 자연의 힘을 역으로 잠식해 그들을 붙잡은 것.
다시 뒤집힌 상황.
피 웅덩이에서 송장인형들이 전부 나왔다. 그리고는 바토리의 통제에 따라 일제히 마력을 끌어모아, 괴성과 함께 마법을 사방으로 폭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