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41화 (441/633)

441. 반나절 (2)

‘의외네.’

X구역 중부. 저 멀리 미완공된 건물들을 바라보며 올리버가 생각했다.

설마 엔조이먼트가 저기 둥지를 트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100명. 정확히는 118명이나 되는 드루이드가 한 곳에 있으려면 X구역 말고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X구역에 뿌리내릴 생각이라면 더더욱.

‘다행이네. 대부분 다 계셔서.’

우적우적. 칼로리바를 먹으며 올리버가 생각했다.

흑마법사의 눈으로 엔조이먼트 근거지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포레스트의 말처럼 드루이드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100명 정도 보였다.

마력사용자와 일반인은 세 배 정도 더 있었고.

‘아마, 비소속 갱단과 우리 쪽 재개발이 마음에 안 드는 공동체겠지. 정말 거리 자체를 요새화했을 줄이야.’

흑마법사의 눈으로 인적(人的) 전력을 파악한 올리버는 이번엔 장비를 살펴봤다.

포레스트가 제공한 무기 구매 내역처럼 적잖은 수의 마력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공간마법을 접목한 고정식 머신건이 24정, 소형 낙뢰 공격을 가할 포격 마법진이 다섯 개. 속박 마법진이 열 개, 외골격 장갑이 20기 등등.

비소속 갱들이 이번 일에 비자금까지 털어 넣었다는 게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건물과 거리 곳곳에 심어진 나뭇가지였다. 진한 자연의 힘을 머금은 나뭇가지.

농밀한 자연의 힘으로 봤을 때 급조한 물건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준비한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음······.”

올리버가 침음성을 내며 엔조이먼트의 근거지를 살펴보던 중 조가 조심히 다가왔다.

“망원경······. 필요하십니까?”

조가 최신식 망원경을 내밀었다. 그는 긴장했고, 불안해 보였다. 노라 때문일까?

“······고맙습니다.”

올리버는 망원경을 건네받아 사용했다. 성능이 좋아, 저 멀리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친 일반 갱들과 저격용 총을 들고 빌딩 창문 곳곳 매복해 있는 갱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잘 사용했습니다.”

올리버가 망원경을 돌려줬다. 조가 망원경을 잡는 찰나 올리버가 질문했다.

“노라 때문입니까?”

노라가 걱정돼 불안하냐는 질문. 조는 말뜻을 이해하곤 답했다.

“노라가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은 그거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진심.

“그럼, 뭐 때문에 불안하신 거죠?”

조가 올리버를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있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이 일이 끝나고 말입니다.”

“음······. 예, 알겠습니다.”

올리버는 약간 호기심을 빛냈으나 곧 무덤덤하게 답했다.

평소와 약간 달라진 모습에 조는 긴장한 채 질문했다.

“······괜찮으시다면 전략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조가 뒤를 힐끔 바라봤다.

저 뒤에는 파이터 크루 대원 이십여 명과 선택하는 사람들 오십여 명, 포레스트가 고용한 해결사 및 용병 백여 명이 있었다.

아, 그리고 올리버의 송장인형-바토리, 듀란스, 셰이머스 외 송장인형-마법사가 이십여 구 추가로 더 있었다.

다 합쳐 대략 200명 전후.

솔직히 말해 정면으로 부딪치기 어려운 숫자였다. 공격에는 보통 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했으니.

조가 말했다.

“포레스트 님께서 주신 자료에 따르면 이 이상 접근할 시 저쪽에서 눈치챌 공산이 큽니다. 우선, 은닉술이 좋은 이들을 선발해-”

“-제가 먼저 치고 들어갈 테니, 여러분은 괜찮다 싶을 때 합류해주십시오.”

올리버가 너무나도 담담히 말했다.

조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했고, 몇 걸음 뒤에 있던 마리만 알겠다고 정중히 대답했다.

조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올리버와 그 송장인형이 강한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좀······.

.

허나, 올리버는 진심인지 칼로리바를 입안에 털어 넣고는 새로운 칼로리바를 꺼내며 송장인형-듀란스에게 다가가 지시를 내렸다.

“세컨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삼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형 송장인형이 움직였다.

그녀는 몸에 난 미세한 구멍을 통해 푸른색 마력증기를 내뿜었고, 잠시 후, 온몸의 마력이 한쪽 팔에 집중되며 불룩 부풀어 올랐다.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게.

한순간 잘못 본 건가 싶었으나 아니었다. 그 증거로 한쪽 소매가 찢어지며, 사람의 뼈와 살점, 약간의 기계장치가 뒤섞인 거대한 포신(砲身)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랬다. 송장인형-듀란스의 팔이 포신(砲身)으로 변한 거였다.

‘역시······. 뼈와 살점으로 채찍을 만들었으니, 포신도 안 된다는 법은 없지.’

올리버가 세컨드와 협력해 송장인형-듀란스에 적응, 훈련했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 세컨드는 듀란스를 몹시도 싫어했다. 자기는 총이 더 좋다고 말이다.

‘총이 좋다! 빵빵! 총! 마법 별로다! 총이 더 대단하다!! 총!! 초오옹!!! 뺭야야아아아아!!!’

완강한 거부를 보이는 세컨드. 당시 올리버는 흥미를 느끼며, 차일드 관찰 일지에 취향과 기호란 주제로 몇 줄 적은 다음 세컨드를 설득했다.

듀란스는 단순한 마법사가 아닌 자신의 신체를 조작해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가령, 채찍이라든가.

‘채찍! 구리다! 더 싫다! 변태다! 총이다! 초오오오오옹!!! 빵야빵야빵빵빵!!’

확고한 취향. 하긴, 세컨드가 송장인형-저격수를 이용할 때 모습을 보면 이해가 되긴 했다.

상대적으로 총의 화력이 떨어졌을 때도 총을 고집했으니.

그래서 올리버는 듀란스의 가능성을 열거하며 세컨드를 거듭 설득했다.

‘세컨드. 채찍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엄청 빵야한 총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

이후, 세컨드는 송장인형-듀란스에 들어가 적응하고,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훈련했다.

바토리에 적응하던 퍼스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총에 대한 열망이 이를 가능케 했다.

‘빵야아아아아아!!!!’

올리버도 감염될 뻔한 그 열정. 그때를 고려하면 지금 기뻐야 마땅했다.

차일드-세컨드의 열정이 드디어 빛을 볼 때니······. 허나, 지금의 올리버는 그러지 못했고, 덕분에 지금 차일드의 활약을 무감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철컥.

송장인형-듀란스의 포신(砲身) 팔에서 소리가 울렸다.

포신으로 변한 팔 옆부분에 열기가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 것.

그와 함께 송장인형-듀란스는 전신의 마력을 포신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포구(砲門)와 포신 옆에 난 구멍에서 푸른빛이 발광하더니,

우우우우우우웅!

포탄이 발사됐다.

콰앙!!

포구에서 푸른색 불꽃이 솟구치며, 푸른색 충격파와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동시에 허공을 찢으며 살점으로 이뤄진 탄환이 하늘 위로 날아갔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

모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말없이 올리버와 송장인형-듀란스를 바라봤다.

하기야 팔을 변형시킨 기행을 벌였는데 고작 탄환 하나라니. 기습치고는 모자란 감이 있었다. 그것도 100명이 넘는 엔조이먼트가 있는 요새라면 더욱.

허나, 곧 그러한 의문은 사라졌다.

하늘 위로 날아간 살점 탄환이 엔조이먼트의 요새 위에 다다랐을 때 분열했기에.

그리고 그냥 분열한 게 아니었다.

세컨드가 미리 조작해놓은 마력 술식에 맞춰 안정적인 거리를 유지한 채 계산적으로 분열됐다.

요새를 아우를 수 있는 오각형 형태로.

다섯 덩어리로 분열한 살점 탄환은 각각 하늘 위에 마법진을 수놓았다.

마법진이 발동하자, 살점은 마법진과 반응. 그 모습이 변해 제각각 열 개의 탄환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살점으로 이뤄진 총 50발의 탄환.

[프리시전 애이밍(Precision Aiming)]

[스트렝슨(Strengthen)]

[헤빌리(Heavily)]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세컨드는 50발의 탄환 전부에 4중 마법을 건 뒤, 마법진을 발동했다.

톼돠돠돠돠당!!

마법진이 화약처럼 폭발하며 하늘 위에 50개의 충격파가 생성, 엔조이먼트 머리 위에 총알이 떨어졌다.

그것도 그냥 떨어진 게 아닌, 요새의 중요 방어 시설을 중심으로 떨어졌다.

아래에서 위로 폭발하듯 흙 기둥과 흙먼지가 솟구치며 고정식 머신건과 낙뢰, 속박 마법진, 외골격 장갑 격납고 등이 파괴됐다.

최소 60퍼센트는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말이다. 실로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하긴, 적잖은 마력은 물론, 듀란스의 살점까지 탄환의 재료로 사용했으니.

“캬하하하핫햣―!! 마음에 든다! 이 탄환! 마음에 든다!!”

송장인형-저격수를 잃고 한동안 침울해 있던 세컨드가 실로 오랜만에 웃음을 터트렸다.

새로운 육체를 가졌다는 기쁨보다는 강력한 화력에 기뻐하는 거 같았지만, 뭐든 기뻐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흥분한 세컨드가 소리쳤다.

“더 쏴? 쏜다! 뿅 쏜다!! 쏜다아앗!!”

세컨드는 질문인지 통보인지 모를 말투로 물었다.

너무 흥분한 것.

올리버도 세컨드의 그러한 기쁨에 공감해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 칼로리바를 하나 더 꺼내 먹으며 그냥 대답했다.

“네, 쏴주세요. 단, 살점 탄환 말고 마력 탄환으로 부탁드립니다. 살점은 많이 사용하면 안 되거든요.”

사실이었다. 그 살점은 다름 아닌 듀란스의 살점이었으니. 보수 작업을 통해 보충할 수 있었으나, 남용은 금물이었다.

살점 탄환의 매력에 빠진 세컨드는 김빠지는 말에 아쉬워하면서도 자신의 새 육체의 기능을 실험하려는 듯, 재빠르게 팔을 변형시켰다.

포신 같던 듀란스의 팔은 안에 내장된 기계장치와 같이 변형돼 거대한 기관총이 됐고, 세컨드는 반대쪽 팔로 기관총을 잡아 엔조이먼트의 근거지를 향해 마력으로 이뤄진 탄환을 사정없이 갈기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하하햣!!!”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세컨드의 광소와 함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총성은 올리버가 들어본 어떤 소리보다 요란했는데, 푸른빛 마력 탄환은 아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저 멀리 요새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생명의 빛.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나무?!?”

누군가 놀라 중얼거렸고, 그의 말은 맞았다.

엔조이먼트가 요새화한 거리 곳곳에서 나무가 자라나 거리 전체를 뒤덮어 보호했다.

아까 전 올리버가 본 진한 자연의 힘이 깃든 나뭇가지로, 그 모습을 본 조가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빌어먹을······.”

숲에서 드루이드의 위력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

그러나 올리버는 나쁘지 않았다. 드루이드라면 올리버도 하나 가지고 있었으니까.

“써드. 부탁드립니다.”

올리버의 부름에 송장인형-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가 뚜두둑 목을 풀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천천히 걸어가던 써드는 곧 뛰는가 싶더니, 탄력을 받은 듯 양팔을 앞다리 삼아 네 발로 뛰기 시작했다.

흡사, 사족 동물······. 아니, 흡사 사족 동물이 아니라, 정말 사족 동물이 되었다.

왜냐면 머리가 어느새 염소의 머리로 변했기에.

“메에에에에에에에!!”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마력 탄환을 벗삼아 뛰던 셰이머스가 염소 대가리로 소리쳤다.

위압적이다기 보다는 기괴하며, 불쾌한 소리가 총성 속에서도 선명히 울려 퍼져 모두의 이목을 끌어당겼다.

놀랍게도 그 시선을 송장인형-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도 느꼈는지, 갑자기 뛰다 말고 염소의 그것으로 변한 대퇴근을 최대한 부풀려 대지를 찼다.

꽝━!!

육중한 소리가 울리며, 송장인형-셰이머스가 내디딘 반경 10미터 지면이 폭발하듯 뒤집혔고, 셰이머스는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그와 동시에 요새의 외벽 역할을 맡은 건물이 움푹 들어가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땅을 박차 단숨에 도약한 셰이머스가 날아가 박살 낸 것.

더 놀라운 건 그 와중에도 빗발치는 마력 탄환은 송장인형-셰이머스를 피해갔다는 점이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세컨드의 실력이었다.

그렇게 송장인형 단 2구만으로 엔조이먼트 100명이 머무는 요새에 구멍이 생겼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파이터 크루, 선택하는 사람들, 해결사 및 용병 등이 말없이 경악했다. 올리버 딱 한 명만 빼고.

올리버는 무감각하게 칼로리바를 먹으며 송장인형-바토리에게 말했다.

“퍼스트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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