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31화 (431/633)

431. 소식 (1)

포레스트의 X구역 재개발 사업. 올리버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설마, 마리의 거주지를 마무리 공사하는 건가?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무슨 이야긴지 내막을 물어봤으나, 제인도 얼마 전 들은 거라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그녀는 올리버가 모르는 것에 더 놀란 눈치였다. 소문에 따르면 올리버도 관련되어 있다고 했기에.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뿐. 그렇다고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었다.

일단, 이런 소식을 알려준 것만으로 충분히 유용했고, 그 외에도 투자자로서 X구역 재개발의 경제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줬기에.

‘물론, 저도 자세히는 알지 못해요. 그렇지만 시스터후드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는 조금 있죠. 어디까지나 만일이긴 하지만, 개발 반대 위원회의 방해 없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아 X구역을 개발할 수 있다면, 필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재개발이란 사업 자체가 애당초 그런 사업이고, X구역은 란다에 얼마 없는 미개발 구역, 거기다 X구역 자체가 도시 개발 초창기 때 나름 괜찮은 공업지구로 만들려고 했을 정도로 입지가 괜찮은 곳이거든요. 개발만 한다면 노다지나 따로 없죠.’

제인은 기회라도 왔다는 듯이 올리버에게 자세히 이야기해줬다.

개발 사업 자체의 경제적 효과와 미개발지구라는 특성 및 구역 자체의 가능성 그 외 정치적인 기타 특성에 따른 이익까지 말이다.

올리버는 제인의 강의를 향신료 삼아 식사했고, 마침내 레스토랑의 식재료가 다 떨어진 것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를 끝마치자마자 올리버는 제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평소였다면 그저 흥미로울 뿐인 포레스트의 재개발 사업이 지금 올리버에겐 흥미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에.

올리버에게 감사 인사를 받은 제인은 오히려 도움이 돼 기쁘다고 답했다.

올리버 덕분에 미란다 여사에게 받은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찌 됐건 잘된 일. 그렇게 올리버와 제인은 서로에게 감사를 표한 뒤 헤어졌다.

“잠깐만요.”

떠나려는 올리버를 향해 제인이 말했다. 그리곤 가까이 다가와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약속 잊지 마세요.”

***

제인과의 식사를 끝마치고, 올리버는 곧바로 지하실 임시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여러 보안마법과 흑마법을 걸어놓은 지하실에는 다행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올리버는 보안마법과 흑마법을 해제한 다음, 바로 철수 작업에 들어갔다.

‘철야를 한 게 다행인가? 중요 작업은 빨리 끝마쳤으니.’

올리버가 피 수조 안에서 복구를 마친 송장인형-던칸, 셰이머스, 바토리를 꺼내며 생각했다.

인육 요리사와 싸우느라 파손된 이들은 피 수조와 프타스 어시스턴트(Ptah's Assistant)의 도움으로 상처 부위가 완벽하게 봉합되어 있었다.

실과 철심으로 이어 붙인 걸 넘어 완전히 하나로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올리버는 각 송장인형의 파손 부위를 다시 살펴보며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다.

걱정과 달리 복구는 완벽했다.

“빅마우스.”

올리버가 미리 꺼내놓은 빅마우스를 불렀다.

사람 크기만 한 살덩어리 인공 생물체는 여러 개의 눈을 끔뻑거리며 짧게 돋아난 팔다리로 뒤뚱뒤뚱 걸어와 두꺼비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꾸루룩······.”

“여기 송장인형 좀 삼켜주시겠어요?”

올리버가 정중히 부탁했고, 빅마우스는 여느 때처럼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올리버의 부탁을 들어줬다.

빅마우스는 얼핏 조잡해 보이는 팔을 이용해 송장인형-던칸, 셰이머스, 바토리를 붙잡아 들어 입안에 통째로 쑤셔 넣었다.

“시체도 꺼내 포장할 건데 차례대로 삼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지폐 한 다발을 내밀며 빅마우스에게 부탁했다.

빅마우스는 지폐를 꿀꺽 삼켰고, 올리버는 다른 피 수조 안에서 복구를 마친 시체를 꺼내 바디백(Body bag)에 담았다.

빅마우스는 두꺼비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포장된 시체를 하나하나 집어삼켰다.

올리버는 건조대에 걸어놓았던 방부 처리한 시체 역시 똑같이 포장한 다음 빅마우스가 먹게끔 바닥에 놓은 뒤, 혈액으로 포장해 놓은 장기를 상자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렇게 작업의 성과물을 모조리 챙긴 올리버는 곧바로 설비 해체에 들어갔다.

지하실에 설치한 수술대와 시체 건조대, 다수의 피 수조와 보조 기계장치 등을 말이다.

“음······.”

올리버가 저도 모르게 침음성을 냈다. 그도 그럴 게, 하루 종일 씨름하며 고생해 설치한 것이기에 좀 아까웠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규모를 줄여 설치하는 거였는데.

‘아니지. 그래도 덕분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작업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니 꼭 그렇진 않은가?’

올리버가 펌프를 이용해 방부액과 피 수조에 든 피 용액을 각 용기에 옮기며 생각했다.

수동으로 해야 해 생각보다 중노동이었지만, 기이하게도 힘과 체력은 전보다 좋아져 일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올리버는 각 액체가 담긴 용기를 번쩍 들어 빅마우스에게 먹어달라 부탁하곤, 작업장 한쪽에 비치해둔 공구를 가져와 기계와 수조, 건조대 등을 해체해 빅마우스가 삼키기 좋게 정리했다.

설치하는 데는 하루가 꼬박 걸렸지만, 요령이 생긴 탓인지 해체는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꾸루르르······.”

“아뇨, 빅마우스. 싸우지 않습니다. 일이 생겨 철수하는 것뿐입니다.”

“꾸룩?! ······꾸루룩?”

“아뇨, 2대 1로 싸우긴 할 겁니다. 란다로 돌아가서 시간이 날 때요. 그냥 바빠서 안 한 것뿐이에요.”

수술대와 선반, 작업 도구 등을 삼키던 빅마우스가 하던 일을 멈추며 배신감, 경멸감이 뒤섞인 눈으로 올리버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올리버가 말했다.

“빅마우스······. 손은 멈추지 말아 주세요.”

빅마우스는 경멸감을 한껏 빛내면서도 올리버가 시키는 대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름 아닌 올리버의 부탁이었으니.

몇 시간에 걸쳐 작업을 끝마친 뒤, 올리버는 작업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빅마우스에게 수고비로 지폐 뭉치를 하나 더 제공해 위로했다.

“전 빅마우스를 믿습니다. 차일드와 함께 격투 훈련을 하셨으니 2대 1로도 싸워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빅마우스는 특유의 두꺼비를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쭈그러들었다. 올리버에 대한 경멸감만 빛내며.

무언의 시위.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빅마우스에게 수고했다고 진심으로 말한 다음 고이 접어 허리춤에 단 가죽케이스에 넣었다. 그리고 지하실을 떠나려는 찰나, 홀로 이곳으로 온 루시앙과 마주쳤다.

갈로스 밀리유 중 하나인 뮈라 패밀리의 보스와 말이다.

“아, 데이브 씨! ······계셨군요?! 제인 씨가 가셔서 없는 줄 알았는데, 다행입니다.”

“제인 아가씨와는 아까 만났습니다.”

“아하······. 좋은 시간 보내셨는지요?”

루시앙이 질문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막 정리를 마친 지하실을.

“음? 뭔가 텅 비었군요······. 무슨 작업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했습니다. 정리한 것뿐이죠. 하던 작업이 얼추 끝나고, 새로운 일도 생겨서요.”

“아, 그거 아쉽군요. 데이브 씨 작업장을 한번 둘러보고 싶었는데요.”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거 참 영광이군요.”

루시아 뮈라는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올리버의 비위를 맞추는 데 제법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올리버는 그가 준 도움을 상기하며 정중히 대답했다. 호의에는 호의로 갚아야 마땅했으니.

“영광은요. 도와주셨는데 당연하죠.”

“하하······. 정말 대단하시군요. 엄청난 힘을 가진 초인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걸 어려워하는 데 말입니다.”

“그 정도 능력은 없거든요.”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작, 루시앙은 믿지 않았지만.

왜 믿지 않는 건지 올리버는 묻고 싶었으나, 이내 관두기로 했다.

할 일도 있었고, 왠지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았기에.

애당초 믿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할 문제이지 않은가?

루시앙이 입을 열었다.

“바쁘신 것 같으니,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되겠습니까?”

밀리유 내에서도 상당한 세력을 보유한 뮈라 패밀리의 수장인 루시앙은 과할 정도로 예를 갖춰 올리버에게 부탁했다.

올리버는 이를 수락했다.

“제가 알기로 데이브 씨는 마탑의 관계자인 동시에 란다에서 이름난 해결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요.”

“저도 잘 이해가 안 되긴 합니다.”

“훗! ······그럼, 길바닥의 규칙에 대해 잘 알고 계신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가령, 공짜 점심은 없다는?”

“규칙을 잘 아는지는 모르지만,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아!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고작 지하실 좀 빌려 드린 것과 작업할 수 있는 장비를 조달해 드린 걸로 생색낼 생각은 아니니. 애당초 데이브 씨께서 저희를 구해주시기도 했고, 그게 새로운 사업으로 갈 초석이 되기도 해, 빚은 오히려 제가 졌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루시앙은 화려하게 혀를 놀렸고, 어느 정도 진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그는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사업가로 능력을 증명한 머피가 왜 그와 거래하는지 알 거 같았다.

“다만, 서로가 서로를 도와줬으니, 앞으로도 우호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 허나, 한편으로 의문이 들기도 했다.

루시앙이 싫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서로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었으니,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나 싶었다.

올리버가 머피처럼 이곳에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에 관해 이야기하자 루시앙은 고개를 저었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지 않겠습니까? ······특히, 유능한 사람은 더욱. 나중에 해결사 데이브에게 일을 의뢰할지도 모르는데, 그때가 오면 남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뭐, 그거라면 예······. 그런데 의뢰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무슨 말씀입니까?”

“그건 저도 모르겠군요. 허나,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래 라빌리가 혼란스러운 곳인데, 지금 더 혼란스러워진 상황이라······. 혼란이 심할 땐 힘 있는 친구가 절실하죠.”

“아······. 이해했습니다.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어디 가실 건지요?”

“로큘리 대학에 갈 생각입니다. 만나 뵐 분이 있어서요.”

***

올리버는 본인의 말대로 지하실을 떠나 곧장 로큘리 대학으로 갔다.

폐허가 된 도시 중앙부에서 그나마 멀쩡한 이곳 대학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으며, 그 종류도 다양했다.

원래 대학 소속인 학생과 마법사를 시작으로, 대학 측의 허락을 받아 지내고 있는 도시의 자산가와 학자, 호사가 그리고 도시민을 구한 영웅을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질서 유지 및 보호를 위해 파견된 경찰 병력까지 있어, 대학은 흡사 작은 도시라도 된 듯 북적였다.

올리버는 인파에 섞여 케빈이 있는 대학 본관으로 갔다.

‘음? 야렐리 씨? 테렌스 님?’

수많은 인파를 뚫고 대학 본관에 도착한 올리버는 건물 앞에 마련된 장소에서 인터뷰 중인 야렐리와 테렌스를 보며 생각했다.

수십 명이나 되는 갈로스의 기자들은 제각기 수첩과 펜, 녹음기기를 손에 쥔 채 부채꼴 모양으로 테렌스와 야렐리를 둘러싸 그들의 말을 주시하고 있었다.

행여 놓치는 말이 있지 않을까 해.

올리버는 무슨 일인가 싶어 저도 모르게 봤고, 그때 누군가 짜증과 피로감이 뒤섞인 얼굴로 올리버에게 다가와 말했다.

“뭐야, 이 말라깽이는? ······이봐, 누군지 모르겠지만 여긴 관계자만 들어올 수 있어. 나가.”

갈로스어로 말한 그는 올리버의 어깨를 가볍게 밀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올리버는 그렇다 할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밀리지 않았지만.

남자가 이상함을 느끼려는 찰나 올리버는 품 안에서 임시 신분증을 꺼냈다.

로큘리 대학에서 마탑으로 지원 나온 케빈과 테렌스, 야렐리, 올리버에게 제공한 신분증이었다.

올리버가 임시 신분증을 제시하자 남자는 한참을 신분증과 올리버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이윽고 아차 하며 뒤로 물러나 사과했다.

아무래도 뺨이 푹 들어가 알아보는 시간이 걸린 듯했다.

“아······. 미안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무슨 일인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는 신분증을 도로 넣으며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 중인 테렌스와 야렐리를 가리켰다.

남자는 설명했다.

“이번 소요를 진정시킨 영웅 중 하나로 인터뷰하는 겁니다.”

남자는 약간의 불만과 언짢음을 빛냈다. 하긴, 테렌스와 야렐리는 마탑 사람.

그런데 로큘리 대학에서 영웅 대접받으면 내부인으로 좀 그럴 수 있긴 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욕하는 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올리버는 야렐리와 테렌스를 살펴봤다.

각각 마탑에서 이름난 명문 가문답게 기자들의 질문에 조리 있고, 센스 있게 대답했다.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사람이 한 명 비는 것 같다고 할까?

올리버가 길을 막은 남자에게 물었다.

“케빈 교수님은 왜 없으신 거죠?”

***

“정치적인 문제 같은 거지.”

대학 본관 내 임시로 배정받은 사무실에서 케빈이 말했다.

그는 격무에 시달리는지 구겨진 셔츠만을 걸친 채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살펴봤다. 이미, 상당히 마셨는지 책상 한쪽에 빈 커피잔이 여덟 잔이나 쌓여 있었다.

“정치적요?”

“갈로스의 수도를 구한 영웅 중 하나가 붉은 피부를 가졌다는 건 대중이 받아들이기 다소 힘든 일이거든.”

“아······.”

올리버가 기시감을 느끼며 탄성을 냈다. 정작 케빈은 개의치 않았지만.

“왜? 내가 도시를 실제로 구한 영웅도 아닌데.”

“어······. 그래도 테렌스 님, 야렐리 씨와 같이 활약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상관없어. 어차피 가짜 영웅 흉내 낼 시간 따위 없으니, 오히려 사양이니까······. 설마, 밖에 있는 녀석들이 좋아서 저런 인터뷰하는 것 같아?”

올리버가 인터뷰 중이던 야렐리와 테렌스의 감정을 떠올렸다.

“아뇨.”

“그러니까. 명문가에서 태어난 업보로 원치 않는 영웅 노릇하고 있는 거야. 마냥 부러워할 게 아니란 거지. 뭣보다 난 로큘리 대학과 조율 업무가 많아 바쁘거든. 시켜준다 해도 싫어.”

올리버는 책상 위에 쌓은 서류 뭉치를 보았다.

“조율 업무요?”

“그래, 인육 요리사를 해치운 전공을 어떻게 나눌지, 노획한 각종 이계의 생물과 그레텔의 시체 권리 등을 어떻게 나눌지 말이야. 그 외에도 기타 등등 할 게 많아. 워낙 일이 크니까.”

“케빈 교수님께서 전부 맡으신 겁니까?”

“일단 협상의 기본 골격은 내가 맡기로 했어. 스승님은 바쁘시고, 야렐리는 학생, 테렌스는 엄밀히 말하면 마탑 소속이 아닌 군 소속이니까.”

아······. 올리버는 바로 납득했다. 새로 마탑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이상 이번 케빈 외에 할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난리가 일어난 직후 이런 과중한 업무라니. 올리버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웠지만, 케빈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쁘지 않아. 원래 이런 업무는 마탑에서 실권을 쥔 라인만 할 수 있거든. 원체 일이 중요하다 보니. 솔직히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어. 성과를 잘 내면 다음에도 맡을 수 있으니까.”

케빈은 처음 보았던 목표 의식과 야심, 복수심을 빛냈다. 그는 아주 먼 목표를 보고 있었다.

“그보다 무슨 일 때문에 온 건지나 말해봐.”

케빈이 눈치 빠르게 물었다. 워낙 똑 부러진 사람이라 올리버가 볼일이 있다는 걸 바로 간파했다.

덕분에 올리버도 편하게 용건을 꺼낼 수 있었다.

“허락을 구하고 싶은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이게 맞는 것 같아서요.”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검토하던 케빈은 잠시 시선을 올리버에게 옮겼다.

“허락?”

“예, 문제가 안 된다면 저 먼저 란다로 복귀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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