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28화 (428/633)

428. 소강? (1)

인육 요리사 헨젤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니, 어쩌면 평범 그 이하일 지도. 왜냐면 무척이나 가난했으니까.

어찌나 가난한지 친부모가 자식을 숲에 버릴 정도였다.

수많은 세월이 지났고, 대부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졌으나, 어째서인지 헨젤은 그때만큼은 또렷이 기억했다.

부모가 자신을 버릴 때를.

아마, 그때 맛본 무력감과 굴욕감 때문일지도 몰랐다.

버리러 간다는 걸 앎에도 힘이 없어 아버지를 따라가야 했던 무력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되돌아와야 했던 굴욕감 말이다.

당시 헨젤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무력감과 굴욕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뼛속 깊이 똑똑히.

허나,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현실은 늘 상상을 초월했기에.

미리 뿌려둔 조약돌에 의지해 돌아온 다음 날 아버지는 뻔뻔스럽게도 다시 자신을 데리고 숲에 들어갔다. 더 깊고 험한 숲에 말이다.

헨젤은 돌을 챙길 겨를도 없었고, 결국, 너무 오래돼 딱딱해진 빵을 조약돌 대신으로 바닥에 흘려야 했다. 한 조각 한 조각씩 뜯어서.

이후로는 뻔했다.

아버지는 또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자그마치 두 번이나. 두 번.

다만, 이번에는 돌아가지 못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왜냐면 떨어트린 빵조각을 새와 들짐승이 먹었기에. 즉, 길을 잃은 것이었다.

길을 잃은 후 헨젤은 숲을 헤맸다.

왜냐면 할 수 있는 게 오직 그것뿐이었기에.

다리는 퉁퉁 붓고, 눈물은 메마르며, 몸은 더러워져 갔다.

하지만 그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굶주림이었다. 몸의 기력을 없애고, 내장을 쥐어짜 종국에는 생명마저 위협하는 굶주림.

잔혹하게도 배고픔은 몸에 퍼진 독처럼 차츰 심해졌고, 이윽고 생명을 꺼트리려는 찰나, 헨젤은 음식 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구운 고기, 부드러운 수프, 갓 구운 빵과 과자의 황홀한 냄새를 말이다.

헨젤은 뭐에 홀린 사람처럼 냄새를 따라갔고, 아주아주 깊은 숲속에 자리 잡은 오두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두막에는 한 젊은 여성이 살고 있었다. 아주 아름답고 친절한 여성이.

그녀는 어찌나 친절했는지 처음 보는 자신을 집안에 들여 음식을 손수 대접해 줬다. 달콤한 과자도 같이.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친절······. 전부 거짓이었다.

그녀는 흑마법사였다. 그것도 아이를 잡아먹어 생(生)과 젊음을 유지하는 지독한 마녀.

그녀가 친절을 베푼 이유는 그저 그물 속에 들어온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아마, 그때가 처음일 거였다.

헨젤이 스스로 생의 의지를 놓은 게.

그렇지 않은가? 살 이유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직접 낳은 친부모는 자신을 버렸고, 기적적으로 받은 도움은 더 큰 비극으로 나아가기 위한 서막에 불과했는데?

산다는 건 지옥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끓임 없이 빼앗고 잡아먹는 아귀 지옥.

당시 헨젤은 그런 지옥에서 살기엔 너무 약했고 더 이상의 고통도 사절이었다.

그랬기에 헨젤은 순순히 잡아먹히기로 했다. 그저 고통 없길 바라며······.

그렇게 모든 걸 다 포기하려던 찰나 헨젤에게 두 번째 기적이 찾아왔다. 진짜 기적이 말이다.

그것은 신경도 쓰지 않던 자신의 여동생이 마녀를 죽인 것이었다.

섭식(攝食)의 효과가 떨어져 점점 노화하던 마녀의 상태를 눈치챈 여동생은 마녀를 속여 화로에 집어넣고 불태워 죽였다.

숯검댕이가 된 얼굴과 빠져나오려는 마녀를 막느라 화상 입은 손이 그 증거.

여동생은 자신을 신경 쓰지도 않던 헨젤을 위해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 마녀를 불태워 죽인 거였다.

그때, 헨젤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친부모가 자신에게 관심 없듯, 자신 역시 여동생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걸.

오직 소중한 것은 자신의 목숨뿐. 헨젤은 자기 부모와 자신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헌데도 여동생은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한 것이었다. 하나뿐인 오빠란 이유로.

그날 이후로 헨젤은 결심했다. 세상에 어떤 위험이 와도 자신의 여동생 그레텔만큼은 반드시 지켜주기로.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그렇게 헨젤은 인육 요리사가 됐다. 마녀에게서 빼앗은 지식을 독학하고, 마녀의 살점을 먹으며, 다른 인간을 잡아먹어 힘을 키워, 사랑하는 여인마저 배신하면서까지 지금의 위치에 왔다.

오직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그걸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마저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분명, 그러기로 했는데······.’

필사의 노력 끝에 완전한 용으로 각성한 인육 요리사는 과거의 기억과 결심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눈앞에 여동생 그레텔의 심장에 쿼터스태프가 박혔음에도 자신은 그림자 덩굴과 말뚝에 붙잡히고 꿰뚫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렇기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는 것뿐이었다.

푸우······욱.

그림자만으로 용이 된 인육 요리사를 구속한 올리버는 말없이 손에 힘을 줘 그레텔의 심장에 박은 쿼터스태프를 더욱 깊게 쑤셔 넣었다. 아주 천천히.

“······!!”

산 채로 심장을 꿰뚫리는 고통에 그레텔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고, 인육 요리사는 몸을 붙잡은 그림자를 뿌리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를 뿌리칠 수 없었다. 오히려 붙잡히고 꿰뚫린 부위로부터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용은 맨몸으로도 산을 무너트릴 수 있는 전설 속 존재였건만, 그림자를 전혀 뿌리치지 못하다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무의미하게 발악하며 여동생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끔찍하게도 올리버는 그런 인육 요리사를 말없이 가만히 바라봤다.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가면 같은 무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꾸드득······.

걱정, 분노, 슬픔의 격정에 빠진 인육 요리사는 이빨이 부러질 정도로 힘을 쥐어짰다. 오직 여동생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도 한번 구원받았으니, 이번엔 자신이 구할 차례였다. 그게 옳지 않은가? 그게 오빠의 일이지 않은가?

그렇게 그림자를 대지 채로 뜯어내려 했다.

푸욱━! 푸욱━! 푸욱━!

그러나 그러한 각오가 무색하게 올리버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자 덩굴과 말뚝이 추가돼 인육 요리사의 몸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수십 장의 철판을 덧댄 듯한 용의 비늘은 거짓말처럼 뚫렸고, 인육 요리사의 신체는 치명상을 입은 채 육체의 자유를 빼앗겼다.

목에도 말뚝이 추가로 박힌 탓에 목소리를 더더욱 낼 수 없었는데, 그 탓에 여동생을 위해 울 수도, 위로해 줄 수도, 걱정해 줄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소리 없이 우는 것뿐.

“오, 오······빠.”

“커······! 아······! ······아악!!”

심장에 쿼터스태프가 박힌 그레텔의 생명력은 서서히 약해졌고, 그런 그레텔을 보지도 않은 채 올리버가 다가와 인육 요리사를 바라봤다.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그러는 사이에도 그레텔의 몸에선 피와 함께 생명력이 빠져나갔으며, 인육 요리사의 몸 역시 그림자에게 힘을 빼앗겨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럼에도 인육 요리사는 겁먹긴커녕 소리 없이 올리버에게 포효했다.

죽여버리겠다고! 이거 풀라고!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잘근잘근 씹어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고!!! 그러니 제발 놓아달라고. 여동생만큼은 살려달라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허나, 올리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허리를 숙여 인육 요리사와 눈높이를 맞춘 채 가면 같은 얼굴로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단 한마디 하지 않고.

“······.”

심지어 올리버는 자신의 관심사인 아름다운 빛이 인육 요리사에게서 뿜어져 나옴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인육 요리사가 괴로워하며 죽는 걸 무감각하게 바라보았다.

시간은 계속해 흘렀고, 심장에 쿼터스태프가 박힌 그레텔은 무력한 자신의 오빠를 향해 손을 뻗은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수백 년을 살고, 수많은 마법사와 마법사 왕마저 먹으며, 로큘리 대학에 침투, 종국에는 지옥의 힘까지 집어삼킨 자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최후였다.

“아아······!! 아······! 카아······아!!”

그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한 인육 요리사만이 꿰뚫린 성대로 소리 없이 울 뿐이었다.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한 빛을 빛내며.

필거렛을 세 개 어쩌면 네 개도 만들지 모를 양.

그만큼 여동생에 대한 인육 요리사의 감정은 진심이었다.

허나, 올리버는 처음과 똑같은 표정을 지은 채 인육 요리사와 눈높이를 맞추곤 그를 바라볼 뿐이었고,

인육 요리사는 눈앞의 올리버를, 무력한 자신을, 또 세상을 증오하며 천천히 고통스럽게 숨을 거뒀다.

“······.”

축 늘어진 인육 요리사와 그런 그를 말 없이 바라보는 올리버.

몇 분이 지나자 올리버는 허리와 무릎을 펴,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 속에서 멀린과 눈을 마주쳤다.

멀린은 침묵한 채 올리버를 바라봤고, 그런 그의 시선에서 무엇인가를 읽은 올리버는 혼란스러운 듯 허공에 손을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배고프네요.”

***

인육 요리사의 테러로 폐허가 된 라빌리.

그 라빌리에서 그나마 피해를 적게 본 외곽엔 간신히 전기가 들어오는 어둑어둑한 지하실이 하나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공간이었으나, 실상은 밀리유의 안전 가옥 중 하나로, 뮈라 패밀리의 루시앙 뮈라가 올리버에게 제공해 준 곳이었다.

올리버의 요청대로 지하실은 은닉성이 높고, 넓은 공간을 자랑했으며, 그 넓은 공간 한쪽에는 탁자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탁자는 딱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탁자 위에 쌓인 신문이었지.

라빌리에 거대한 재앙이 일어난 지난 나흘 동안 신문사에서 발행한 것으로, 도시의 혼란한 상황에 걸맞게 신문 각 1면에는 눈에 띄는 문구가 대문장만 하게 박혀있었다.

[세계의 적 검은손의 인육 요리사 사망하다!]

[왕실 군대와 위대한 대마법사 아카이브가 손을 잡아 악을 격멸!]

[검은손의 손가락 죽다!]

[평민파 흑마법사와 결탁하다?!]

[로큘리 대학 도시민을 보호하다.]

[사악한 흑마법사의 위협은 사라진 것일까?!]

[평민파의 대표 장 체포되다. 경찰국 반드시 진상을 밝힐 것.]

[파테르교 성기사 추가 파견 결정하다.]

[갈로스 중앙 경찰국 흑마법사 잔당 소탕하다.]

[왕실. 세계의 적을 무찌르다.]

눈에 띄다 못해 눈을 끌어당기는 각종 제목. 허나, 내부에 실린 것은 대부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인육 요리사가 평민파와 결탁해 폭동을 일으켰고, 위대한 대마법사 아카이브와 로큘리 대학, 갈로스의 왕실 군대가 이를 물리쳤다는······.

물론 진실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이야기긴 했으나, 세간에는 그리 알려졌고, 각 신문사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관점으로 기사를 창조해냈다.

나흘 내내 같은 주제라 지루할 법도 했지만, 사건이 너무나도 거대하고, 놀라워 기사가 나오면 나올수록 흥미가 줄긴커녕 점점 더 커질 뿐이었다.

화로에 넣은 장작처럼.

그러나 올리버는 해당 신문을 딱 한 번만 읽어보곤 탁자 위에 방치한 채 이번에 새로 획득한 시체를 손질하는 데만 신경을 쏟아부었다.

가령, 로큘리 대학을 배신한 생명 연금술 학과의 학장인 데지헤 듀란스라던가, 그녀의 부하 마법사들 혹은 길거리에서 주운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 말이다.

빅마우스를 시켜 집어삼킨 그들의 시체는 하나하나 갈가리 찢겨 있어 손이 많이 갔으나, 올리버는 개의치 않고 혼자 힘으로 찢어진 시체를 피 수조 안에 넣어 복구하며, 손질했다.

마치, 찜찜한 일을 잊으려고 다른 일에 몰두하는 사람처럼.

덕분에 일의 진행 속도는 몹시도 빨랐다. 지나칠 정도로 말이다.

“대단하군. 벌써 이만큼이나······. 잠은 자기는 자나?”

허공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 멀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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