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24화 (424/633)

424. 지원 (1)

와작. 와작. 와작. 와작. 와작.

올리버는 의식을 반쯤 잃은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씹었다.

뭔지는 올리버도 몰랐다. 그저 배가 고파 입에 닿은 걸 본능적으로 깨물어 씹었기에.

그것은 고기였다. 처음 맛보는 고기.

돼지고기도, 소고기도, 양고기도 아닌 처음 맛보는 고기로, 단 하나 특이한 것이 있다면 생명력이 몹시도 넘친다는 거였다.

인위적이다 할 정도로.

평소 올리버였다면 이게 무엇인지부터 관심을 가졌겠지만, 허기가 극에 달한 올리버는 입안에 들어온 고기를 씹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

몹시도 배고팠기에.

고기는 질기고 비릿한 쇠 맛이 났으나, 생명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 덕분에 고기를 씹을수록 올리버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던 기아가 점차 희미해지는 걸 느꼈다.

또한, 바닥까지 고갈됐던 육체에 영양분이 차는 게 혈관과 근육에서부터 느껴졌다.

덕분에 아슬아슬하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배고파······.”

올리버가 반쯤 풀린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왜냐면 정말 배고팠기에.

이 고기를 조금만 더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인육 요리사 님?”

풀린 눈이 점차 초점을 맞춰지자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자신의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인육 요리사에게.

중간에 의식을 잃어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인육 요리사의 상태는 뭔가 이상했다.

오른쪽 손바닥에 상처가 났는지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틀어막은 채 경계심을 빛내며 올리버와 거리를 벌리고 빤히 바라봤다.

아니, 경계심만이 아니었다.

인육 요리사는 경계심 외에도 당혹, 충격, 놀람, 의문, 두려움, 무엇보다 공포를 빛냈다.

알 수 없는 전혀 다른 존재를 보듯 무지와 낯섦에서 비롯한 공포를 말이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으나, 올리버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입술 사이로 흐르는 액체를 닦고 나서 말이다.

피였다. 붉은 피.

올리버는 손등에 묻은 붉은 피를 보고, 인육 요리사의 손바닥에 난 상처와 아까 전 자신이 먹은 고기의 상관관계를 이해했다.

“오, 이런······.”

올리버가 빼빼 마른 손으로 자기 입을 덮었다.

꽤 놀랐기에······.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고기를 먹는다니.

눈앞에 사람고기를 전문적으로 먹는 분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뭐랄까······. 좀 그랬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놀라긴 했지만, 딱 놀란 수준이었기에.

사람 고기를 먹는 건 분명 거북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허기가 가셔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참으로 복잡하고 난해했다.

그래서 올리버는 사과부터 했다.

“어······. 죄송합니다?”

올리버는 꼬르륵 울리는 배와 함께 인육 요리사에게 사과했다.

이미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역시 살점을 뜯어 먹은 건 여러모로 좀 그래서.

사과를 들은 인육 요리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어색한 침묵만이 이어졌다.

어찌해야 하나 싶은 그때 인육 요리사가 고맙게도 입을 열어줬다.

알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인정 못 해.”

“예?”

“네 놈이 뭐건······. 내게 이런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하다니, 인정 못 해!!”

올리버는 반사적 흑마법사의 눈에 집중 인육 요리사의 감정을 살펴봤다.

그는 지금 굴욕감과 무력감,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편 그러한 감정을 부정하며 오기와 의지, 분노를 불태웠다.

자신 때문인 듯했지만, 올리버는 구체적으로 뭣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이 인육 요리사는 손톱을 세우고 거기에 감정을 부여해 참격을 날렸다.

열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손톱, 열 개의 참격은 벽과 천장, 바닥을 나선형으로 훑으며 올리버에게 돌격해왔다.

넓은 공간이었지만, 결국 폐쇄된 공간. 피하기 마땅치가 않았다.

‘그럼, 반격을······.’

올리버는 손에 단검을 쥐며 생각했다. 허나, 곧 멍청한 생각임을 깨달았다.

블랙 선(Black Sun)을 시전했을 때 모조리 태웠기에.

올리버에게 인육 요리사의 공격을 막을 수단이 없었다.

꼬르르륵.

그때, 타이밍 좋게 올리버의 배가 울렸다.

그 순간 올리버는 딱 하나 자신에게 남은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허기.

사실을 알자마자 올리버는 머리가 아닌 본능에 따라 허기를 추출, 단검에 부여. 흑마법을 발동했다.

[보레시티(Voracity)]

원래는 탐욕, 집착을 사용한 흑마법이었으나, 올리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허기를 이용해 보레시티를 사용했고, 다행히도 성공했다.

흑마법을 부여한 단검은 입을 벌리며, 거대한 하수도 전체를 훑으며 다가오는 인육 요리사의 참격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

그 모습을 보고 인육 요리사의 두 눈이 커졌다. 놀라긴 올리버도 매한가지였다.

보레시티라 해도 마법 혹은 흑마법의 양과 질에 따라 다 삼키지 못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바토리의 혈마법이 그 대표적.

그런데 거대한 지하실을 빈틈없이 훑으며 다가오던 참격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한 줌의 허기만을 썼음에도.

‘운이 좋네.’

올리버가 그리 판단하며, 보레시티가 깃든 단검을 휘둘렀다.

“토하세요.”

올리버의 부탁대로 단검에 깃든 보레시키는 아까 전 삼킨 열 개의 참격을 하나로 뭉쳐 거대한 참격으로 토했다.

체감상 열 배는 더 커 보였지만.

당황한 인육 요리사는 용의 날개와 자신의 두 팔에 흑마법을 부여해 막으려 했으나, 거대한 참격은 인육 요리사의 날개를 찢는 것도 모자라 한쪽 팔을 잘라버렸다.

올리버는 다시 한번 놀랐다.

송장인형-던칸의 주먹과 셰이머스의 나무 기둥, 바토리의 쇠말뚝을 맞고도 멀쩡한 인육 요리사가 이 정도로 한쪽 팔이 날아가다니.

다소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본인 감정이라서? 기운이 빠진 건가?’

뭐든, 확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확실한 건 지금이 기회라는 거였고, 올리버는 단검을 든 채 인육 요리사에게 접근했다.

인육 요리사 역시 아까 전 공격에 당황했는지, 올리버가 접근해오자 뒷걸음질 치며 큰 동요를 보였다.

공포에 가까운 동요를.

인육 요리사는 마침내 결심한 듯 흑마법을 발동했다.

[디지즈 퍼레이드(Disease Parade)]

인육 요리사는 올리버가 보지 못한 흑마법을 사용했다.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그게 인육 요리사의 고유 흑마법임을 직감했다.

왜냐면 방금 잘린 인육 요리사의 팔과 바닥에 흩뿌려진 피를 촉매로 수많은 질병-약화 계열 흑마법이 개화했기에.

수백 년을 살며 식인을 통해 생명력을 축적한 인육 요리사의 팔은 그 크기에 비해 엄청난 양분을 품고 있었고, 그 양분은 수많은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을 잉태했다.

부패, 질병의 온상, 면역력 약화, 피부 약화, 기침병, 가래병, 눈병, 피부 염증, 귓병, 녹색 호흡기 염증, 진노란 화농성 염증, 붉은 수포, 피부 석화, 곰팡이 이끼, 기생 버섯, 숙주 버섯, 붉은 트임 병, 검은 수두, 혈한증, 혈관 마름병, 급성 심근경색, 대뇌 축소, 증식하는 암 등등.

가벼운 질병-약화계열 흑마법부터 치명적인 질병-약화계열 흑마법까지 인육 요리사의 피와 살점을 양분 삼아 하수도 전체에 백여 개가 넘는 질병이 퍼져, 서로 잡아먹고 뒤섞여 새로운 질병을 실시간으로 창조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복잡하고 방대한 술식은 올리버조차 감탄하게 했는데, 단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자신이 멀쩡하냐는 것이다.

“······?”

올리버는 사방이 질병으로 오염된 와중에도 그렇다 할 변화가 없는 자신의 육체를 보고 인육 요리사를 봤다.

왜 이러는 건지 무언(無言)으로 물어본 것.

인육 요리사 역시 멀쩡한 올리버를 보고 의문을 빛냈지만, 올리버와 다르게 곧 의문의 해답을 얻은 듯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눈치챘다는 듯 감정적 동요를 보이는 동시에 의문과 부정을 빛내더니, 다시 무엇인가를 인정하며, 굴욕감과 열등감을 빛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감정.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가 알아낸 게 궁금할 따름.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인육 요리사는 덜 아문 날개를 활짝 펼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천장을 통해 날아갔다.

도망친 것.

자신만만하던 인육 요리사의 태도를 생각하면 절대 예상할 수 없는 행동.

당황한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인육 요리사의 감정과 마력, 생명력 등을 추출하였으나, 너무 빨라 얼마 추출하지도 못한 채 놓치고 말았다.

‘어쩐다. 난감하네······. 이정도 양으로는 빠져나가는 건 가능해도 인육 요리사 님을 쫓아가긴 어려울 텐데.’

올리버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인육 요리사의 감정을 보며 고민하는 그때, 올리버의 눈에 대량의 감정이 들어왔다.

하수도 전체를 가득 메운 부패한 살점과 이끼, 버섯, 부글부글 들끓는 각종 질병이.

올리버는 바닥에 떨어진 쿼터스태프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되려나?”

올리버는 손을 뻗으며 하수도 전체에 퍼진 질병의 구렁텅이에 대고 말했다.

“추출.”

***

위이이이잉!!

벌레의 날갯짓처럼 작지만 선명한 소리가 울리며, 기계 탑 근처에 세워진 건물 옥상에 보랏빛 포털이 열렸다.

올리버가 기계 탑으로 접근하기 전 뿌린 종이로, 감정 로브를 두른 올리버는 포털을 통해 나왔다.

포털 밖으로 나오자마자 올리버는 볼 수 있었다.

기계탑 근처에 생긴 거대한 구멍과 그 여파로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600미터에 달하는 기계 탑을.

인육 요리사는 그런 기계 탑 꼭대기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를 확인하자마자 감정을 퍼트려 기계 탑 근처에 매복해 놓은 원거리 지원 송장인형에 통제권을 발휘, 포격을 준비했다.

다름 아닌 기계 탑을 향해.

일부러 티가 날 정도로 마력을 끌어모으자 인육 요리사는 비행을 멈추고 바로 반응했다.

역시, 탑을 노리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송장인형의 특성상 빠르게 이동하는 인육 요리사를 노릴 수는 없었으니, 차라리 인육 요리사가 움직이게끔 하는 게 옳았다.

올리버는 송장인형에게 명령해 바로 기계 탑을 포격하게끔 했다.

여섯 개의 다리와 여섯 개의 팔, 세 개의 몸통, 커다란 포신으로 이뤄진 송장인형은 올리버의 명령에 따라 기계 탑에 무식할 정도로 압축한 마력 덩어리를 날렸고, 인육 요리사는 다친 날개에도 불구. 재빠르게 날아 그 포격을 막았다.

올리버는 궁금했다. 필사적으로 기계 탑을 지키는 이유가 기계 탑 꼭대기에서 행해지는 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여동생 때문인지.

‘직접 확인하면 되지.’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가 포격을 막는 사이 품 안에서 종이를 다시 꺼내 기울어진 기계 탑을 향해 던졌다.

포털을 열어 단숨에 이동하기 위해.

허나, 이미 올리버의 포털에 한차례 크게 당한 인육 요리사는 바로 그 기척을 감지. 포격을 막는 동시에 감정을 퍼트려 기계 탑 안에 있는 무엇인가에 신호를 줬다.

뭔가 싶었는데, 곧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기계 탑에서 엄청난 수의 크리처가 쏟아져 나왔다.

여성의 머리에 새의 몸, 벌레의 날개를 한 크리처부터, 묘하게 사람의 얼굴을 닮은 페가수스, 날개 달린 돼지, 인형같이 생긴 익룡 등등.

기괴한 형태의 크리처들이 벌집의 벌처럼 쏟아져나왔다.

올리버가 던진 종이를 추락시키고, 올리버 역시 공격하기 위해.

올리버는 가만히 있어도 공격받고, 포털을 발동시켜 이동해도 공격받는 난해한 상황에 빠졌다.

만약,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인육 요리사와 그 여동생을 막지 못할 터인데.

판단을 내린 올리버는 잠시 생각하더니 종이를 허공에 던져 포털을 열고는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 기계 탑 바로 앞 허공으로 나왔다.

온갖 기괴한 형태의 크리처들이 기다렸다는 듯 올리버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바로 올리버는 감정 로브를 이용해 흑마법을 발동시켰다.

[디지즈 퍼레이드(Disease Parade)]

인육 요리사의 고유 흑마법 디지즈 퍼레이드(Disease Parade)를 흉내 낸 동시에 개량한 것으로, 영창하자 올리버의 로브는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요동치며 사방으로 각종 질병이 깃든 감정 입자를 뿌려 주변을 검게 물들였다.

부패, 질병의 온상, 면역력 약화, 피부 약화, 기침병, 가래병, 눈병, 피부 염증, 귓병, 녹색 호흡기 염증, 진노란 화농성 염증, 붉은 수포, 피부 석화, 피부 침식 이끼, 기생 버섯, 숙주 버섯, 붉은 트임 병, 검은 수두, 혈한증, 혈관 마름병, 급성 심근경색, 대뇌 축소, 증식하는 암 등등······. 백여 개가 넘는 질병을 말이다.

촉매가 없이는 원래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운이 좋았다.

감정이 부족해 인육 요리사가 하수도에 퍼트린 질병을 하나하나 역으로 해석해 감정으로 되돌린 덕분에 다시 이렇게 쓸 수 있었으니.

인간의 영혼을 조각해 만든 팬의 크리처들은 백여 개가 넘는 질병에 감염되며 그대로 추락.

크리처를 따돌린 올리버는 로브를 날개 형태로 엮은 다음 타겟팅을 사용해 기계 탑 꼭대기로 이동했다.

탁.

기계 탑에 도착하자마자 올리버는 볼 수 있었다.

여러 개의 태엽이 복잡하게 엮인 거대한 기계 탑의 내부를.

기계 탑 바닥은 감정을 끌어오기 위해서인지 전부 구멍이 나 있었으며, 가장 꼭대기 천장에는 왕관을 본뜬 듯한 구불구불하고 기괴한 문양이 거대하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문양 안에는 자그마한 균열이 나 있었다.

화장대 거울 크기만 한 균열이.

깨진 균열 틈새로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검은색 기운이 방울방울 흘러나왔고, 인육 요리사의 여동생 그레텔은 그 지옥의 기운을 개처럼 받아먹고 있었다.

갈로스의 수도를 통째로 이용한 것 치고는 그 규모가 좀 작았는데,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그레텔 바로 옆에 희미한 안개 형태로 서 있는 사람의 형상.

그것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실루엣을 한 채 뒤틀린 낙타를 타고 있었다.

보는 순간 올리버는 그게 악마임을 알아차렸다.

과거 본 말을 탄 노인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뿜었기에.

저 악마 역시 현실에 직접 강림한 게 아닌,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나온 것이었는데, 그와 별개로 올리버는 맞설 수 없는 존재임을 직감했다.

연기로 이뤄져 있음에도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다행인 점이라면 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악마는 올리버에게 적의가 없는 듯했다.

그는 연기로 이뤄진 몸을 올리버 쪽으로 돌려 말을 탄 노인이 그랬던 것처럼 손을 들어 자기 가슴에 대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차이가 있다면 미소를 짓는다는 것.

올리버는 그 모습에 똑같이 예의를 갖춰 인사한 다음 곧바로 균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감정의 흐름이 끊겨 점점 닫히고 있는 균열 틈새로.

올리버가 낮게 말했다.

“추━”

━쾅!!

올리버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 날아와 올리버를 아래에서 위로 들이박았다.

인육 요리사였다.

포격으로부터 기계 탑을 보호하고, 원거리 지원 송장인형까지 박살 낸 그는 너덜너덜한 날개를 이용해 날아와 올리버를 덮쳤다.

실로 절묘한 타이밍.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올리버는 방해받았을지언정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그렇지 않은가?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던 그 인육 요리사와 충돌했는데 말이다.

감정 로브를 두르고 있다고 해도 올리버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야 마땅했다. 그런데 지금 멀쩡하지 않은가?

‘인육 요리사 님의 힘이 약해진 건가?’

올리버는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체력이 떨어지고, 몸의 자잘한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풀리지 않는 의문.

올리버는 둔탁한 바람 소리 너머로 물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질문을 들은 인육 요리사의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의 감정은 부당함과 올리버에 대한 분노로 물들었고, 올리버를 붙잡은 상태에서 감정을 폭발시켜 참격을 날리려 했다.

그에 맞춰 올리버 역시 로브를 폭발시켜 참격을 만들어 이에 맞서 싸웠다.

참격과 참격이 부딪히자 날카로운 충격파가 발생했고, 인육 요리사는 올리버를 놓치고 말았다.

600미터가 넘는 상공에서.

[타게팅(Targeting)]

올리버는 떨어지는 와중 자신의 손과 인육 요리사의 몸에 타겟팅을 걸어 인력(引力) 높였다.

인육 요리사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니면 같이 떨어지기 위해.

다행히 올리버의 생각이 통했는지 추락이 멈췄다.

그렇게 안심하려는 찰나 올리버의 뒤로 무엇인가가 빠르게 접근해 왔다.

지옥의 기운을 소량 집어삼킨 그레텔이었다.

그녀는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기운을 품은 채 올리버를 향해 날아왔다.

길쭉한 손톱을 세워서.

허공에 무방비해진 올리버의 뒤를 꿰뚫으려는 속셈.

올리버는 손을 뻗어 그녀의 힘을 추출하려 하였으나, 거리와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추출하는 도중 꼼짝없이 꿰뚫릴 판.

그때, 어디선가 마력이 담긴 종이가 날아와 지옥의 힘을 집어삼킨 그레텔을 가격. 그 상태로 그레텔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올리버는 종이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멀린이 있었다. 아카이브 멀린이.

“조금 늦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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