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23화 (423/633)

423. 예상치 못한 반격 (2)

“크아아아아아아악!!”

“캬하하하하학!!”

“꺄아아아아아아악!!!”

송장인형-던칸, 셰이머스, 바토리 외 여성 흑마법사들이 저마다 괴성을 지르며 추락하는 인육 요리사를 향해 하강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인육 요리사는 단 한 번에 역전된 상황에 당황했으나 딱 그뿐.

그는 곧바로 상황을 받아들이며 반격을 가했다. 자신이 살아온 지난 세월에 비하면 이 정도는 위기도 아니었으니.

“이 정도는······.”

인육 요리사는 상시 요동치는 감정을 폭발시켜 거대한 칼날을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순수한 증오와 분노로 이뤄진 고밀도의 감정 칼날은 술사의 의지에 따라 올리버 쪽으로 날아들었고, 올리버는 이에 대항했다.

[프타스 어시스턴트(Ptah's Assistant)]

올리버는 마력으로 이뤄진 기계 손을 생성. 그 위에 감정 로브를 덧씌워 검은 손을 다수 만든 다음 날아오는 칼날을 부드럽게 잡았다.

콘크리트 건물은 물론 땅조차 베어버리는 칼날은 올리버의 검은 손 역시 단숨에 베어내려 했지만, 완전히 잘리기 직전 올리버는 감정 칼날에 간섭. 아슬아슬하게 통제권을 가져왔다.

“······!!”

그 모습을 본 인육 요리사는 놀랐다.

아까 전에도 한 번 빼앗기긴 했지만, 그것은 생포를 위해 적당히 손대중한 것.

그러나 이번에는 진심으로 날린 것이었다. 팔다리 하나 정도는 날아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한데, 놈은 그마저도 가져갔다.

이는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추출해 사용하는 게 흑마법의 정석이긴 했으나, 감정의 질과 양, 대상의 의지에 따라 그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기에.

비유하자면 물이라 할 수 있었다.

수도꼭지에 흐르는 물은 안전하고 편리하지만, 해일과 홍수의 물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그렇기에 인육 요리사는 자신의 감정을 빼앗겨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자신의 몸에 내재한 분노는 엄청났기에. 세상에 버림받고 배신당한.

수백 년간 자신의 감정을 역으로 써먹으려다 죽은 머저리들이 그 증거.

그런데, 놈은 가져갔다. 이번엔 진심으로 쏜 자신의 분노를.

‘역시 이 녀석은······!’

의심에서 점차 확신으로 변하는 감정. 인육 요리사는 피로 만든 프렌치 나이프를 젖히며 크게 휘둘렀다.

한 번에 모조리 두 쪽 낼 생각으로.

부━━━━웅!!

보이지 않는 참격이 날아가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베려고 했다.

과거, 자신을 배신한 가축들처럼.

그때, 바토리의 제자,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들이 모조리 앞으로 튀어나와 혈마법을 발동 거대한 피의 방벽을 세웠다.

그리고 놀랍게도 인육 요리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피의 방벽은 물론, 술사들조차 반으로 잘리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그 대가로 인육 요리사가 날린 참격은 그 힘을 잃고 소멸했다.

‘이 정도 실력은 아닐 텐데?’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의 말도 안 되는 성능에 인육 요리사가 놀란 그때, 박살 난 피의 파편과 우수수 떨어지는 송장인형들 사이를 뚫고 무엇인가 접근했다.

송장인형-던칸이었다.

쾅━━!!

송장인형 던칸······. 정확히는 던칸에 들어간 포스(fourth)는 살점으로 이뤄진 톤파와 그 톤파에 미리 저장한 블랙 슈트, 각종 질병-강화계열 흑마법을 모조리 사용해 극한까지 육체를 강화한 다음 인육 요리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건물을 부수는 듯한 거대한 굉음이 세 겹의 충격파와 함께 허공에 퍼졌고, 그 상태로 인육 요리사는 바닥에 충돌.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땅이 움푹 파이며, 거대한 크레이터를 형성했다.

그 와중에도 인육 요리사는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채, 오히려 던칸의 팔을 붙잡았지만, 송장인형-던칸에 들어간 포스는 붙잡자마자 저장된 에너지를 모조리 붙잡힌 팔에 집중, 그 상태로 팔을 앞으로 한 번 더 내질렀다.

“크아아악!!”

포스의 발악에 땅은 다시 한번 움푹 파이며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대가로 송장인형-던칸의 한쪽 팔은 완전히 붕괴했지만.

“써드(Third).”

올리버가 작게 호명하자, 포스에 뒤를 이어 써드가 움직였다.

송장인형-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가.

써드는 콩 줄기를 이용해 던칸을 휘감아 뒤로 뺀 다음 품 안에서 나뭇가지를 꺼내 자연의 힘을 모조리 투여했다.

나뭇가지는 게걸스럽게 자연의 힘을 먹어 급속도로 성장을 이뤘고, 술사의 의지에 따라 건물과 맞먹는 거대한 기둥으로 변했다.

송장인형-셰이머스는 이 기둥을 콩 줄기로 묶어 붙잡아 인육 요리사를 내리찍어버렸다.

쿵━━━━!!!!

압도적인 크기와 무게의 기둥이 지하실 바닥에 충돌하자 거대한 충격파와 균열이 퍼져, 바닥과 그 주변을 뒤엎어 버렸다.

연이어진 충격으로 약해진 지하실은 한 번에 붕괴했고. 거대한 마력이 흐르는 최하층까지 단숨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허나, 인육 요리사는 굴하지 않고 양손으로 나무 기둥을 찔러 좌우로 찢어버렸다.

하지만, 괜찮았다.

송장인형-바토리에 들어간 퍼스트(First)가 지하실로 쏟아지는 대량의 혈액을 이용해 대규모 혈마법을 준비 중이었으니.

퍼스트는 입고 있는 면피 조끼에서 오랫동안 길들인 혈액을 꺼내 핵심 촉매로 사용. 지하실로 쏟아지고 있는 대량의 혈액을 모아 거대한 말뚝을 만들었다.

말뚝이 완성되자마자 퍼스트는 선회해 말뚝의 머리 부분에 안착. 마력과 감정을 최대로 끌어모아 내리쳤다.

[퍼니쉬먼트(Punishment)]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친 부위를 중심으로 파문과 술식이 퍼지며, 마력으로 결집한 대량의 혈액을 분자 단위로 재결합해 거대한 쇳덩어리로 만들었다.

아마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이것으로 끝이라 판단할 터였다.

제아무리 초월적인 육체를 가진 인육 요리사라도, 지금의 모습은 손가락에 짓눌리는 개미나 진배없으니.

인육 요리사에게 남은 건 거대한 질량에 짓눌려 터지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 줄 알았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쇳덩어리에 깔려 아래로 추락하던 와중 인육 요리사는 사람의 목소리라 할 수 없는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목소리만으로 공기가 찢어지는 게 눈으로 보였고, 가뜩이나 넘치던 인육 요리사의 생명력은 개화하듯 거대화했다.

거인 그 이상.

그 생명력을 증명하듯 건물과 맞먹는 크기의 쇳덩어리는 추락을 멈췄다.

인육 요리사가 힘으로 멈춘 것.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쇳덩어리를 멈추자마자 인육 요리사는 감정을 폭발시켜 거대한 칼날을 날렸다.

단, 사방으로 날린 것이 아닌, 전방을 향해 집중해 날렸고 그만큼 힘이 집중돼 쇳덩어리를 반으로 깔끔히 가르며, 그 너머마저 베려고 했다.

촤앙!

비록, 올리버가 휘두른 단검에 반으로 잘렸지만.

머리에 한 쌍의 뿔이 돋아나고, 몸 곳곳에 비늘이 생기며, 용의 날개와 꼬리가 생긴 인육 요리사는 의문이었다.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의 여파로 삐쩍 마른 놈이 어찌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건지.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블랙 재블린(Black Javelin)]

[타겟팅(Targeting)]

[스트렝슨(Strengthen)]

[헤빌리(Heavily)]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올리버는 쿼터스태프에 다중 영창 하며 그대로 집어 던졌다.

대량의 감정에 둘러싸인 쿼터스태프는 투창과 같은 형상을 한 채 인육 요리사를 향해 떨어졌고,

인육 요리사는 비늘이 돋은 팔에 흑마법을 부여해 이를 막으려 했다.

그냥 육체로도 올리버의 공격을 막았으니, 이번 역시 무난하게 막을 듯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푹━!

올리버의 쿼터스태프가 인육 요리사의 팔은 물론 육체까지 꿰뚫고 들어갔다.

참으로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방금 공격에 아까 전 흡수한 인육 요리사의 참격은 물론, 가지고 있던 감정과 마력, 생명력까지 모조리 쏟아부었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쿼터스태프는 인육 요리사를 꿰뚫은 채 아래로 추락. 하수도 밑바닥을 무너트리며, 대량의 감정이 흐르는 최하층부로 떨어졌다.

맨몸의 올리버 역시 바로 뒤따라갔고.

‘······배고파라.’

하수도 최하부층에 도착한 올리버가 꼬르륵거리는 배를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배고픈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고아원과 광산 이후 처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배고픈 걸 넘어 약간 아프기까지 했으니. 최소한 고아원과 광산에서는 이 정도로 굶진 않았다.

‘아냐······. 몇 번 있었을지도.’

대량의 감정이 강줄기처럼 흐르는 최하층부 하수도에서 올리버가 생각했다.

평소였다면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팔렸을 터인데, 허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특유의 호기심마저 점차 퇴색되고 말았다.

‘두세 번 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배고팠던 게.’

갈로스의 수도 중심 1번 구역 가장 낮은 곳에서 올리버는 때아닌 상념에 빠졌다.

이렇게 배고픈 적이 두세 번 있었다.

누명을 써 대신 벌을 받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음식을 빼앗겼을 때.

당시 올리버는 힘이 약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날이 지속되면······. 이상하게도 다른 아이 중 하나가 죽었지······. 신기하네.’

올리버는 당시 신경 쓰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새삼 놀랐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이 계속해 굶주릴 때마다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죽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신기한 우연이었다.

‘······배고파.’

다시 송곳처럼 쑤시고 들어오는 허기의 통증에 올리버가 현실로 돌아오며 앞을 봤다.

굶주림이 너무 심했는지 기운이 빠진 올리버는 어느새 무릎을 꿇고 있었고, 자신의 손목도 매우 가늘어졌음을 깨달았다.

정신이 점점 아득해지며, 현실감이 점점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용의 날개를 펼치며 이쪽으로 날아오는 인육 요리사를 보고도 그렇다 할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기껏해야 드는 생각이라곤 빨리 일을 끝내고 뭔가를 먹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뭐든 말이다.

[블랙 선(Black Sun)]

인육 요리사가 용의 발톱을 세워 올리버의 머리를 낚아채려던 찰나, 반 박자 더 빠르게 올리버가 영창했다.

과거 천사의 아들이 썼던 기술 루멘(lumen)을 흑마법으로 재해석해 사용한 것으로,

올리버의 양손 사이로 작은 탐화(貪火)가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폭발 주변 대량의 감정을 집어삼켜 완벽한 구(球)를 구축했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올리버를 낚아채려던 인육 요리사는 올리버를 잡지도 못한 채, 압도적인 물리력과 화력에 뒤로 밀리며 불탔다······. 그랬다. 그 어떠한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던 인육 요리사가 불타고 있었다. 그 초월적인 신체가 말이다.

“······!!”

인육 요리사가 지하에서 뜬 검은 태양의 화력에 심한 감정적 동요를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긴커녕 검은 태양 속으로 손을 뻗어 올리버를 붙잡으려 했다. 어떠한 오기를 품으며 말이다.

그 오기의 대가로 인육 요리사의 살가죽은 물론 그 밑의 피하조직과 근육까지 불탔지만, 인육 요리사의 손은 올리버에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정작 올리버는 아무 상관도 안 했지만.

검은 태양은 커진 크기에 비례해 주변의 거대한 감정을 더욱 많이 집어삼켜 그 크기를 키웠고, 인육 요리사를 더욱 강한 힘으로 불태우고 밀어냈다.

━━━━━!!!!!

그때 처음 올리버는 봤다.

단순히 놀란 것 이상의 감정을 보인 인육 요리사를.

어떤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던 그의 무적의 육체는 뼈까지 타고 있었다.

“나는······!”

인육 요리사가 검은 태양에 정면에 맞서며 뭐라 말했다.

그러나 허기가 점점 심해진 올리버는 그 말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그저 태양의 크기를 무제한으로 키워 인육 요리사를 불태우려 했다.

빨리 끝내고 뭐든 먹기 위해.

“빅━”

“━크아아아아악!!!”

올리버가 검은 태양이 집어삼킨 대량의 감정을 폭발시켜 주변 모든 것을 소멸시키려 하던 찰나, 인육 요리사는 고함을 질렀다.

허기 탓에 제대로 본 것인지 몰랐지만, 인육 요리사의 팔은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해 거인처럼 커졌고, 그 상태 그대로 태양을 잡아 으스러트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태양은 폭발 바로 직전 술식이 붕괴, 소멸하고 말았다.

“······.”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던 올리버도 눈앞의 광경에 일순간 말을 잊고 말았다. 이 정도까지일지는 꿈에도 몰랐기에.

할 말을 잃은 올리버 앞으로 인육 요리사가 터벅터벅 다가왔다.

방어력만큼이나 회복력도 높은지, 그는 불탄 신체 대부분은 이미 회복한 상태였다.

“우습게 보지 마라······. 그냥 살아온 게 아니다······. 그 어떠한 축복도 받지 못한 채 수백 년이란 긴 세월을······. 그냥 살아온 게 아니란 말이다······!”

악에 받친 듯한 인육 요리사의 발언은 어떠한 긍지마저 느껴졌지만, 허기가 한계에 다다른 올리버는 그저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배고플 뿐.

그 사이 차일드들은 올리버를 구하기 위해 인육 요리사에게 달려들었다. 상당한 에너지를 이미 사용한 터라 인육 요리사가 내뿜는 참격과 손톱에 단숨에 제압당했지만.

그러던 중 인육 요리사의 시선은 팔다리가 하나씩 잘린 바토리에 고정. 그녀였던 시체 앞에 다가가 중얼거렸다.

“나는······.”

슈하아아아아······.

무엇인가 말하려던 인육 요리사의 귀에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생명력을 추출하는 소리였다.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인육 요리사는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생명력을 흡입하는 올리버를 볼 수 있었다.

사람을 먹는 인육 요리사조차 처음 보는 기술.

허나, 강렬한 공격에 당하고, 옛 연인의 시체로 조롱당하며, 생명력을 빼앗겼다는 모욕감에 인육 요리사는 당장 생명력을 흡수하는 올리버의 기술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분노에 몸을 맡겼다.

인육 요리사는 생명력을 흡입하는 올리버의 입을 자신의 손으로 틀어막은 채 번쩍 들어 올렸다.

역시, 위험한 놈이었다.

처음 지하실에서 봤을 때처럼. 먹으면 탈 날 것 같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수백 년 동안 필사적으로 살아온 자신마저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정말 마녀가 말한 그것일까? 허나, 상관없었다. 결국, 우리 남매에게 먹혀 양분이 될 터이니.

그렇게 생각하며 인육 요리사는 이 괘씸한 입을 으스러트리려 하였는데, 그 순간 인육 요리사는 뜨끔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반사적으로 놓은 손을 놓으며, 인육 요리사는 자신의 손바닥 확인했다.

씹힌 자국이 있었다. 씹힌 자국.

“······.”

인육 요리사는 현실감 없는 광경에 조용히 앞을 봤고, 그 앞에는 삐쩍 마른 올리버가 서 있었다.

무엇인가를 와작와작 씹고 있는 올리버가.

놈이 반쯤 풀린 눈으로 말했다.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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