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419화 (419/633)

419. 인육 요리사 (1)

최대한 다치지 않겠다고 야렐리와 약속한 뒤 올리버는 그녀와 헤어져 도시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당연히 목적지는 의식이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계 탑.

올리버는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도의 건축술과 기계공학의 결합체인 기계 탑은 갈로스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문명과 허세의 집약체로, 그 높이만 600미터에 달해 라빌리 어디서든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올리버가 라빌리에서 지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계속해 봤다.

덕분에 생각해보면 꽤 정이 들기도 했다.

‘정작 여기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주변 풍경과 조화도 이루지 못하는 주제, 쓸데없이 크기만 큰 흉물이라고······. 난 그게 매력 같지만.’

여하튼 한 가지 확실한 건 건물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와 별개로 그 기계 탑은 어디서든 보인다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도시 정중앙 1번 구역 세워진 기계 탑은 도시에서 일어난 각종 화재로 인해 교묘하게 가려져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화재로 인해 생긴 검은 연기가 도시의 모든 방향에서 커튼처럼 교묘하게 가린 것인데, 올리버도 이제야 이 사실을 인지했다.

하긴, 도시 전체가 전쟁터가 됐으니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급하게 진행한 것 같으면서도 철저하시네.’

올리버가 속으로 인육 요리사의 작전을 평가했다.

잘 아는 분야가 아닌지라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었으나, 오랫동안 준비하던 계획이 피치 못한 사정으로 다급히 수정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올리버는 그 이유를 추측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크 빌리지를 시작으로 한 마탑과 로큘리 대학과의 갑작스러운 충돌밖에는 그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뭐, 이제 와 중요한 건 아니지. 나도 덕분에 챙긴 것도 있고.’

빅마우스가 삼킨 데지헤 듀란스를 상기하며, 올리버는 품 안에서 공간 마법이 부여된 종이를 다수 꺼내 검은색 연기로 가려진 기계 탑의 위치를 고려해 사방으로 흩뿌렸다.

마력이 깃든 종이는 올리버의 의지대로 날아가 각 장소에 안착했고, 올리버는 기계 탑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최대한 조용히 잘 도착하길 바라며.

***

‘음······. 역시 무리였나?’

올리버가 도시 중앙으로 갈수록 쇄도하는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을 상대하며 생각했다.

분명, 하수도 아래에서 볼 때만 해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도시 여기저기를 파괴, 혼란을 유발하던 그들은 어느새 올리버가 있는 곳으로 결집해 조직적인 방해를 가했다.

특히, 사방에서 총을 쏘는 좀비 병사들이 그러하였는데, 그들은 벽 뒤나 건물 위층에서 숨어 있다 올리버가 다가오자마자 일제히 총을 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사방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총성과 화약 연기.

앞뒤 양옆 하늘에서까지 총알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비록, 올리버가 만든 로브를 뚫지 못하고, 허공에 멈추고 말았지만.

올리버는 로브가 방어를 대신 해주는 사이, 사방에서 총을 쏘는 좀비들을 살펴봤다.

역시 과거 오염구역에서 봤던 퍼펫의 좀비 병사들과 비슷했다.

올리버는 한순간 퍼펫이 인육 요리사를 돕는 건가 의심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종류의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애당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확인해보면 되겠지.’

올리버가 그리 생각하며, 로브로 붙잡은 총탄을 날아온 방향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허공에 멈춘 수백 수천 발의 납탄은 자신의 주인에게 돌아가 그들의 몸을 꿰뚫거나, 혹은 벽면을 강타했고, 덕분에 계속해 쏟아지던 총탄 세례를 잠시나마 멈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총을 쏜 이들은 좀비였고, 좀비에게 있어 총알 한두 발은 큰 의미가 없었기에. 왜냐면 이미 죽은 몸이었으니까.

이를 증명하듯 총으로 무장한 좀비들은 병력을 충원, 포위를 더 단단히 해 다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수류탄도 던지려고 할 때, 올리버는 프타스 어시스턴트와 블랙 슈트로 만든 검은 손을 들어 주변의 모든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빨아들였다.

슈화하하아아아악━━━!!!

고화력 마법에 대비해 여기저기 산개해 있던 좀비들은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일제히 모든 에너지를 빨렸다.

몇몇 좀비들은 뒤로 도망치려 했으나, 추출의 범위가 확장되자 다 의미 없는 짓이 돼, 하나둘 태엽이 다 풀린 장난감 병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올리버는 그 좀비 병사 중 유일하게 저항하는 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 꼭대기.’

올리버가 고개를 들자, 다른 좀비들보다 눈에 생기(生氣)가 도는 좀비······. 송장인형과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는 송장인형을 조종하는 술사였지만.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는 송장인형을 조종해 바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올리버가 한 발짝 더 빨랐다.

[타겟팅(Targeting)]

올리버가 손을 뻗으며 영창하자, 다량의 감정이 빠르게 이동해 올리버의 손과 송장인형의 몸 앞에 다트판이 형성했고, 다트판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겼다.

송장인형은 흑마법을 사용하며 저항했지만, 평소와 달리 방대한 감정을 아낌없이 사용한 탓에 타겟팅은 상대의 저항을 가볍게 무시.

송장인형은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무력하게 올리버 앞으로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송장인형이 끌려오자마자 올리버는 로브의 감정 입자를 이용해 그의 사지를 구속했고, 그 상태에서 얼굴을 붙잡아 억지로 두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는 흑마법사의 시야에 집중, 눈 너머의 존재를 보았다.

송장인형과 좀비 군대를 조종하던 술사와 말이다.

다행히 퍼펫은 아니었다.

술사는 올리버와 눈을 마주치자 많이 놀랐는지, 황급히 송장인형과의 링크를 끊었으나, 올리버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그가 어디 있는지 알았기에.

갑자기 인형사 글립이 떠올랐다.

올리버가 홀로 란다로 와 처음 만난 흑마법사.

기형적으로 뚱뚱했던 그는 퍼펫의 제자로, 스승인 조셉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리버에게 손을 내밀었던 흑마법사였다.

그는 올리버에게 제안했다.

자신에게 협조하면 검은손에 들어가 원하는 지식을 얻게 도와주겠다고. 블랙마켓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올리버는 검은손의 손가락 중 하나와 싸우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그때 그 제안을 받아들여 해결사가 아닌, 검은손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말이다.

‘과연 지금 만큼 재밌었을까?’

올리버가 의문을 품으며 영창했다.

[민스 미트(Minced Meat)]

짧게 상념에 빠졌다 깨어난 올리버는 검은 손을 이용해 생명력을 모조리 빨려 바닥에 널브러진 좀비들의 살점을 분해해 검은 손으로 가져와 둥글게 뭉쳐 압축시켰다.

그리고는 생명력과 감정을 때려 박아 타겟팅을 발동. 척력(斥力)을 최대치로 높여 살점 덩어리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타겟팅(Targeting)]

[헤빌리(Heavily)]

[액셀러레이션(Acceleration)]

수십 마리의 좀비를 뭉친 덩어리가 하늘 높이 다다랐을 때, 올리버는 데지헤 듀란스 때처럼, 흑마법과 마법을 사용했다.

타겟팅으로 목표를 설정한 다음, 투사체의 무게를 높여 파괴력을 강화하고, 가속도를 더한 것으로. 목표는 아까 전 파악한 송장인형 술사가 있는 곳이었다.

글립 때처럼 직접 찾아가 만나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급해 일단 이걸로 인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다행히 올리버가 찾은 좌표가 정확했는지, 시체 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도시 전역에서 활동하던 좀비 군인들은 일제히 행동을 멈췄다.

술사가 도주하기 위해 좀비들에 대한 통제력을 놓은 것으로. 곧이어 도시 한복판에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저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폭발이 말이다.

어찌나 폭발의 규모가 큰지 도시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볼 수밖에 없었고, 그건 도시 이곳저곳에서 날뛰는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 중 근방에 있는 자들은 이쪽으로 달려왔다.

충분히 주변의 인원을 모았다고 판단한 찰나, 올리버는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보랏빛 포털을 열었다.

원래 지금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빠른 이동을 위해 사용하였는데, 포털 안으로 들어가자 올리버는 단숨에 기계 탑 근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괜찮겠어.’

올리버가 나머지 종이를 파악하며 생각했다.

올리버는 포털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달렸고, 곧이어 목적지인 기계 탑에 도착했다.

그때, 올리버는 느낄 수 있었다. 저 탑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시선을.

올리버가 시선의 존재를 느끼자마자, 올리버 주변에 다수의 포털이 생성됐다.

어떠한 촉매도 없이 허공에서 바로 말이다.

속도, 타이밍, 전개. 모두 상당한 걸 넘어 엄청난 수준.

이 정도로 공간 마법을 능숙히 다루는 건 멀린과 그레텔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레텔 씨는 아니야. 비슷하긴 하지만······.’

올리버가 채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포털에서 다수의 사람이 나타났다.

모두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로 상당히 어렸으며, 그들은 손에는 흑마법을 꽉꽉 담은 프렌치 나이프, 보닝 나이프, 필레팅 나이프, 클리버 나이프가 있었다.

그들은 포털 밖으로 나오자마자 올리버를 향해 나이프를 휘둘렀다.

비록, 올리버가 두른 로브에 막히고 말았지만.

“크아아악!!”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은 로브의 압도적인 힘에 막혔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력을 꽤 위험한 수준까지 불태워 칼을 더욱 밀어 넣었다.

검붉게 물든 피부와 핏발이 선 눈이 그 증거.

그 대가로 그들은 1센티미터 약간 안 되게 칼날을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실로, 대단한 의지······. 올리버는 감탄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그들은 어떠한 믿음과 의지가 있었다. 스스로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에 올리버는 저도 모르게 손을 펼쳐 그들의 감정과 생명력을 추출해 로브에 보태곤, 감정 입자를 엮어 다수의 손바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주변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눌러 제압했다.

무릎 꿇은 그들에게 올리버가 질문했다.

“인육 요리사 님 제자입니까?”

“그렇다! 주인님의 적! 해치워 주마!!”

한 흑마법사가 당당히 소리쳤다. 그에게서는 믿음이 보였다. 인육 요리사에 대한 믿음이.

무엇 때문에 인육 요리사를 그토록 믿는지 묻고 싶었지만, 앞서 수차례 말했듯이 시간이 급해 올리버는 질문하지 않고 제압해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저 탑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계속해 느껴졌기에.

그렇게 손을 움직이려는 찰나 올리버를 포위한 흑마법사들의 뱃속에서 미세한 꿈틀거림이 포착됐다.

과거 인육 요리사가 초대장을 보냈을 때 보았던 가느다란 유충이.

잠에서 깬 크리처들은 곧바로 뱃속에서 헤엄쳐 숙주에게 특정한 술식을 주입했다.

그 형태는 전부 제각각으로, 어떤 흑마법사는 복부가 기형적으로 팽창했고, 또 어떤 이는 토사물을 쏟아냈으며, 또 어떤 이는 눈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신기하게도 피눈물과 토사물은 서로 접촉하자 척 보기에도 치명적인 유독 가스를 생성하였는데, 때마침 한계에 다다른 복부가 폭발하며, 작지만 지독한 독가스 폭발을 일으켰다.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이었다. 그것도 매우 독한.

‘기아병, 눈 대상포진, 붉은 반점, 미친 신경병, 발작병, 관절 석화, 그 외에도 치명적인 질병계열 흑마법이 13개.’

꽤 위험했다.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은 여러 개가 걸릴수록 그 위험성이 배가 됐기에.

왜냐면 질병이라 해도 뿌리는 흑마법이라 서로 뒤섞이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알 수 없는 형태로 진화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질병-약화계열 흑마법은 벌써 올리버의 신체에 영향을 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 중 몇몇 개는 책에서 읽은 거라 바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

올리버는 로브에 담긴 마력으로 질병의 전이를 막는 동시에 감정을 이용해 해당 질병을 중화시켰다.

그때였다.

기계 탑 옆에서 강렬한 생명 반응이 느껴졌다.

다름 아닌 거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여섯 번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올리버가 봐온 거인과 똑같았는데, 단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였다.

“오·····.”

올리버가 고개를 들며 소리 냈다.

웬만한 건물보다 큰 거인이 지축이 흔들리는 고함을 지르며 양팔을 최대로 들어 올렸다.

그 가벼운 동작만으로 저 위의 공기는 기류를 형성했고, 거인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팔을 검붉게 물들이며 근육을 비대화시켰다.

꾸두둑······! 꾸두둑······!

귀에 선명히 들리는 근육과 뼈의 비명.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히 강력한 공격을 넘어선 인위적인 재앙에 더 가까웠기에.

허나, 여러 개의 질병으로 인해 올리버는 바로 움직일 수 없었고, 결국, 회피 대신 로브의 일부를 자신의 한쪽 팔에 둘러 감쌌다.

팔에 로브를 다 두르자마자 거인이 운석과 같은 양 주먹을 있는 힘껏 내리쳤고, 올리버는 기침하며 로브를 두른 주먹을 하늘 위로 내질렀다.

━━━━━━━━━!!!!!

주먹과 주먹이 부딪히자,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굉음이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고, 충격파와 흙먼지가 땅에 생긴 거대한 균열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정말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경악스러운 위력.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놀랍게도 주먹으로 생긴 크레이터에 한 남자가 당당히 서 있었다.

올리버였다.

그는 거인의 주먹을 맞고도 그 자리에 서 있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거인의 두 손을 부수기까지 했다.

여전히 질병으로 기침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인상적이군······. 콜록, 콜록거리면서도 거인과 주먹 싸움에서 이기다니.”

올리버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어떠한 인기척이 없었건만.

허나, 거기에 있었다. 프렌치 나이프를 든 인육 요리사가.

그는 올리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이프를 좌에서 우로 크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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