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반격 (1)
“방금 전 일은 다들 비밀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퍼펫과 대화를 마친 후, 그가 사라지자 올리버는 뮈라 패밀리와 킴벨 패밀리 그리고 제인에게 부탁했다.
그들은 고맙게도 올리버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줬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선택받은 국가권 중 손에 꼽는 강대국 갈로스의 수도에 소요(騷擾)를 일으킨 인육 요리사와 같은 급인 퍼펫. 그리고 그런 퍼펫과 올리버는 대등하게 대화를 나눴으니.
얼핏 올리버가 일방적으로 예를 취한 듯했으나, 식견 있는 자들은 퍼펫이 올리버를 존중해 준 걸 알 수 있었다.
애당초 존중하지 않았으면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 테니.
어쩌면 퍼펫이 아무도 죽이지 않고 떠난 것도 그런 존중의 연장선일지 몰랐다.
솔직히 말해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눈치 빠른 루시앙과 머피는 본능적으로 올리버의 말을 따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걸 파악했다.
대답을 들은 올리버가 말했다.
“다들 감사합니다. 그럼, 모두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요.”
올리버가 이 도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경우에 따라 이 도시 전체가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었으니.
올리버는 제인을 본 뒤 이 도시로 같이 온 케빈과 테렌스, 야렐리를 떠올렸다······. 어쩌면 인육 요리사를 막아야 하는 이유가 더 생긴 걸지도.
생각을 마친 올리버는 지체 없이 품 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바닥에 툭 던졌다.
그리고는 몸에 저장된 마력을 연동시켜 술식을 발동. 종이에 깃든 마력이 보랏빛으로 빛나더니, 허공에 포털을 생성했다.
“스크롤?”
누군가 놀라 말했다. 공간 마법이 어려운 탓에 스크롤 역시 상대적으로 귀했기에.
“어······. 비슷한 겁니다. 다들 이곳으로 들어가 주시겠습니까? 로큘리 대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케빈과 함께 로큘리 대학을 방문했을 때 올리버는 혹시 몰라 종이를 몇 장 몰래 심어 두었다.
다행히 예상대로 쓸데가 생겼고.
올리버의 말에 머피와 루시앙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신들의 패밀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번에 한 명씩.
이윽고 마지막 제인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스크롤의 성능이 좋은가 보네요. 여기서 로큘리 대학과 거리가 꽤 되는 거로 아는데.”
올리버는 제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공간 마법 중 하나인 포털 마법은 전문적으로 배운 마법사들조차 사용하기 힘든 마법이었다.
보조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자기 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두세 명꼴이었으며, 그마저도 거리와 이동시키는 내용물에 따라 그 수가 줄어들었다.
스크롤 역시 그러한 법칙에 자유롭지 않아, 도시와 도시와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좌표를 미리 고정해두고, 안정적인 보조 장치를 설치하는 등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올리버의 이 포털 마법이 어딘가 좀 이상한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고작, 종이를 매개로 적잖은 거리를 수십 명이나 이동시켰으니.
기존 포털 마법의 성능을 생각하면 꽤 괴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올리버도 이를 모르진 않았고.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 별개로 올리버는 그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마법을 공부하시나요?”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탑 친구를 사귀었으면 그 정도 노력을 해야죠. 무시당하지 않으려면요.”
“제인 아가씨를 무시한 적 없습니다.”
제인이 작게 웃었다.
“훗······. 알아요. 그냥 농담해본 거예요.”
“아······. 어쨌건 대단하시군요. 일도 바쁘실 텐데 마법도 공부하시고요. 당장은 설명해드릴 시간이 부족하니 나중에 설명드려도 되겠습니까? 일단, 들어가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요.”
올리버는 보라색 포털을 가리켰고, 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야죠······. 제논, 아니, 데이브. 데이브라고 불러도 될까요? 지금은 둘 뿐이니까요?”
올리버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데이브는 인육 요리사를 막으러 갈 거지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대답을 들은 제인은 걱정, 우려, 불안 말리고 싶다는 욕구 등을 빛냈다. 생각보다 그 감정은 강렬해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허나,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 믿음과 의지를 빛냈다.
“······그럼, 하나만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약속요?”
“예, 가급적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음······.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인육 요리사 님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해 보이셔서요.”
올리버가 지하실에서 만난 인육 요리사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겉보기에는 건장한 성인 남성에 불과했지만, 그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방대하면서도 농축된 생명력. 그리고 그에 비례하는 마력, 감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필시 수백 년간 살아오며 사람과 이계의 생명체를 먹은 덕분일 텐데. 그래서인지 그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했다.
에너지만 보면 사람을 초월한 생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
‘그래도 본질은 사람이지만.’
올리버의 설명을 들은 제인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왜 웃는지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아니, 뭐랄까······. 데이브다워서요. 보통 이럴 땐 안심하라고 말하는 법인데 말이에요.”
“아······.”
올리버는 다시 한번 탄식했다. 그러고 보니 천사의 집 아가씨들이 거기에 관해 말한 적 있었다.
여성이 겁에 질리면 부드럽게 안아 주고 등을 토닥이며 허세를 떨어서라도 안심시켜 주라고. 그것이 신사라고.
“그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깜빡했네요. 친구에겐 거짓말하기 싫어서요.”
“그건 좀 기쁘네요.”
올리버는 머뭇거리다 어색하게 양팔을 벌렸다.
천사의 집 가르침을 실천하려던 것으로, 제인은 뭔지 눈치챘는지 손을 들어 조용히 거부의 의사를 내비쳤다.
“고맙지만 지금은 사양할게요. 심장에 안 좋아서······. 그냥 무사히 돌아와 주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빚을 갚고 싶거든요.”
“빚요?”
“예. 데이브 씨 덕분에 루시앙 씨와 잘 협상해 투자할 방법을 찾았거든요. 지금 도와드릴 방법이 없으니, 나중에라도 보답하고 싶어요.”
어색하게 팔을 벌렸던 올리버는 팔을 거두며 약속했다.
“최대한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제인은 그리 대답하곤 바로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올리버의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마지막 사람까지 들어가자 보랏빛 포털은 술사의 의지를 반영하듯 허공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올리버는 힘을 다 잃은 종이를 회수해 품 안에 넣은 뒤 바로 눈에 신경을 집중, 흑마법사의 눈을 떴다.
다름 아닌 인육 요리사가 의식을 준비하는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퍼펫이 이야기해주진 않았지만,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올리버의 발아래 흐르는 도시 전체의 광기와 혼란, 분노, 공포의 흐름 끝에 그 장소가 있을 테니.
올리버는 그렇게 생각하며 흑마법사의 눈에 의식을 집중 그 영역을 확장해갔다.
10미터, 100미터, 1,000미터, 10,000미터······. 목표가 보일 때까지 계속해 말이다.
처음 해보는 규모에 다소 어지럽고 눈이 지끈거렸지만, 덕분에 올리버의 시야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수준으로 넓게 확장됐으며, 곧이어 움푹 파인 그릇에 물이 고이듯 감정의 물줄기가 고이는 지점을 발견했다.
서로를 잡아먹는 뱀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소용돌이 형태 구조의 도시 정중앙 1번 구역이었다.
그곳에 도시 전체에서 쥐어짠 감정을 모여 한 거대한 탑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광경.
허나, 흥미로운 광경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올리버가 이곳 하수도에 도착한 사이 무슨 결정을 내린 건지, 로큘리 대학의 마법사들이 대거 대학 밖으로 나와 인육 요리사들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었다.
로큘리 대학 마법사들의 감정과 마력 등을 보고 대충이나마 기억해뒀기에 알 수 있었는데, 그중 케빈과 테렌스, 야렐리도 섞여 있었다.
그들 모두 로큘리 대학의 마법사, 경찰, 군병력과 힘을 합쳐 날뛰는 인육 요리사의 부하들과 싸우고 있었다.
로큘리 대학은 경찰, 군병력과 힘을 합쳐 체계적으로 움직인 데 반해, 인육 요리사 쪽은 도시의 혼란이 목표인 탓인지 제멋대로 움직였기에 상대적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허나, 어디든 예외가 있는 법.
예상과 달리 체계적으로 싸워 로큘리 대학 측을 위기로 몰아넣는 쪽도 있었다.
문제는 그곳에 야렐리도 있다는 거였고.
“일단, 이쪽부터.”
올리버가 품 안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 던졌다.
종이는 아까와 같이 보라색 포털을 열었으며, 올리버는 단숨에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블랙아웃이 일어나며 지하에서 지상으로 풍경이 바뀌었고,
올리버는 얼어붙은 바닥과 벽, 불타는 건물, 죽은 로큘리 대학 마법사들과 그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야렐리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상당한 마력을 소비한 그녀는 안경까지 벗은 채 눈과 그 주변에 손상을 입어가며 싸우고 있었다.
상대측은 로큘리 대학을 배신하고 인육 요리사 측에 붙은 생명 연금술 학과 마법사들이었는데,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올리버의 존재에 심히 당황했다.
마치 다 잡은 사냥감을 포획하려는 순간 방해꾼이 등장한 것처럼.
그로 인해 생긴 짧은 찰나.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야렐리의 머리 뒷부분에 손을 얹었다.
야렐리는 놀랐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폭주하는 그녀의 눈을 안정화해줬다.
원리는 올리버도 몰랐다.
과부하로 눈가에 피가 맺힌 야렐리를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한 행동에 불과했기에.
“······!”
다행히도 올리버의 행동이 의미가 없진 않은지, 폭주하던 야렐리의 눈은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 증거로 눈가에 맺힌 피는 가라앉았고, 통제가 되지 않아 넘치던 힘은 한 점에 제대로 집중돼 상대측 마법사들이 펼친 화염 장벽을 뚫고 들어가 그들을 모조리 얼려버렸다.
쩌저적━!!
순식간에 얼어붙은 생명 연금술 학과의 마법사들.
야렐리는 곧바로 눈을 감으며 개방한 안구(眼球)를 다시 봉했다.
눈 아래와 눈꺼풀이 냉기로 인해 트며 미세한 상처가 무수히 났다. 올리버는 품에서 상처용 연고를 꺼내 내밀었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떻게 한 거죠?”
야렐리가 놀란 나머지 그녀답지 않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게, 가문의 연구를 통해서도 방법을 찾지 못한 눈(특이체)의 안정을 신체 접촉만으로 성공시켰으니.
마력을 이용해 특이체의 부작용을 치료하는 경우가 있긴 했어도 이건 유례가 없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올리버가 대답 대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곤 갑자기 야렐리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갑작스러운 올리버의 행동에 야렐리는 당황하며, 아픈 눈을 억지로 떴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5미터가 넘는 거체가 불타는 건물을 뚫고 나와 이쪽으로 달려오는걸.
대머리에 작은 눈, 긴 팔과 둥근 어깨, 어긋난 치열, 근육과 지방이 똘똘 뭉친 몸통.
야렐리는 눈앞의 괴물이 과거 멸종한 오거임을 알아차렸다.
오거는 건물 기둥을 한쪽 손으로 번쩍 들어 내리쳤고, 올리버는 야렐리를 옆에 낀 채 재빠르게 공격을 피했다.
책에서 배웠던 대로 오거의 힘은 막강해, 기둥으로 내리친 땅은 폭발하듯 부서지며 흙 기둥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쳤다.
아마 막았다면, 올리버는 몰라도 야렐리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터.
하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 없었다.
크롸롸롸랑━━!!
오거가 일으킨 흙먼지를 뚫고 검은 털을 가진 늑대인간이 올리버에게 따라붙었기에.
오거만큼은 아니지만, 3미터가 넘는 거체를 지닌 늑대인간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기민함으로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흑마법으로 강화한 검붉은 이빨과 손톱으로 올리버와 야렐리를 노렸다.
“미니언.”
올리버의 부름에 품 안에 숨어 있던 미니언 2기가 빠르게 튀어나와 접근해 오는 늑대인간의 안구를 향해 탄환을 뱉었다.
휙! 휙!
타이밍을 정확히 맞춘 공격이었으나 늑대인간은 믿기지 않는 반사신경으로 공격을 피하곤 길쭉한 팔을 번쩍 들었다.
이대로 내려쳐 찢어버리려는 것.
그때, 야렐리가 눈을 떠 늑대인간의 다리를 얼려버렸다.
쩌적!
빠른 속도 탓에 갑자기 다리가 얼자 늑대인간은 앞으로 넘어졌다.
또 한차례의 위기를 넘겼나 싶었지만, 올리버는 방심하지 않았다.
이미, 지하실에 적들이 더 있는 걸 확인한 상태였기에.
생각하기 무섭게 땅을 디디자마자 올리버의 발이 땅에 묶였다.
마력의 지배를 받은 땅이 늪처럼 올리버의 발을 집어삼킨 다음 그대로 굳은 것.
땅에 부여된 마력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생명 연금술 학과 출신으로 추정되는 마법사 다수가 합심해 땅에 마력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중 절반이 올리버의 발을 묶는 것에만 집중했고, 나머지 절반은 올리버가 침식하지 못하게 방어 술식을 펼쳤다.
효율적인 협업,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하늘 위를 봤다.
하늘 위에는 놀랍게도 대량의 혈액이 구름처럼 둥둥 떠 있었다.
[임페일먼트(Impalement)]
허공에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에 맞춰 올리버의 머리 위에 떠 있던 대량의 혈액은 하나의 점을 기준으로 회전, 말뚝 형태로 뭉쳐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올리버는 한쪽 손에 쥔 쿼터스태프를 하늘 높이 던졌다.
[블랙 재블린(Black Javelin)]
블랙 슈트가 덧씌워진 쿼터스태프는 아래로 떨어지는 피의 말뚝을 향해 날아가 충돌, 말뚝을 산산이 부숴버리며 하늘 위로 사라졌다.
블랙 재블린에 파괴된 혈액은 붉은 비가 되어 땅 위로 떨어졌고, 그 광경이 퍽 인상적이었는지 쇄도하던 공격도 잠시 멈췄다.
올리버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늑대인간과 오거 너머에 서 있는 여성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데지헤 듀란스 님.”
인사를 들은 여성은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방대해진 마력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그레텔의 도움으로 힘을 강화한 듯했다.
“날 아나?”
“레이크 빌리지 사교회에서 잠시 뵈었습니다. 생명 연금술 학과의 학장 데지헤 듀란스 님 맞으신지요?”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의 기억이 맞는다면 삼십 대 초반인 외형과 달리 실제 나이는 64살.
실제 나이에 비해 몹시도 젊은 외모를 한 그녀가 말했다.
“테어도어를 쓰러트린 마법사가 날 기억해준다니 영광이군.”
그레텔에게 들었는지 데지헤는 올리버가 테어도어를 쓰러트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올리버가 답했다.
“운이 좋았던 것뿐입니다.”
“동의해. 호수의 마력을 흡수하지 못했으면 그 테어도어를 상대할 수나 있었겠어?”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내비쳤다. 호수의 마력이 없었으면 압도적인 화력 차로 인해 확실히 힘들었을 터였다.
“뭐, 그 방대한 마력을 흡수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거지만······.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난 오늘 참 운이 좋네. 이 도시에서 노획한 건 뭐든지 먹어도 된다고 했으니. 아이스아이 가문의 눈뿐 아니라 네놈도 먹을 수 있겠어.”
“어······. 무사히 돌아가기로 약속해서 그러는데, 그냥 보내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냥, 야렐리 씨를 도와주러 온 것뿐이라서요.”
“꼭 마치 이길 수 있다는 것처럼 말하네? 테어도어 그 영감을 이겼다고 내가 우습나?”
“아뇨.”
올리버가 진심을 다해 대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앞의 여성에겐 그러한 올리버의 뜻이 닿지 않는 듯했다.
“나 역시 대학을 대표하는 마법사 중 하나인데 말이야. 또, 테어도어 때와 다르게 넌 흡수할 대량의 힘도 없고······. 무슨 자신감이지?”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데지헤 님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흡수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도 아닙니다. 솔직히 아주 많습니다.”
데지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올리버는 바로 행동으로 보여줬다.
올리버는 몸에 저장한 마력을 일부 출력해 마법을 사용했다.
[프타스 어시스턴트(Ptah's Assistant)]
올리버가 영창하자 마력 입자가 엮인 기계 손이 올리버의 팔 옆에 나타났다.
그 상태로 올리버는 몸에 두른 블랙 슈트를 일부 옮겨 프타스 어시스턴트에 둘렀고 하나의 손을 만들었다.
고도화된 마력과 감정으로 이뤄진 거대한 손을.
올리버는 그 상태로 조용히 말했다.
“추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