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 밀리유 (3)
올리버가 말했다. 사과를 부탁드린다고. 아주 차분하고 잠잠하게.
그 말에 루시앙을 필두로 그의 뒤에 있는 경호원들은 물론, 건물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조직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같잖은 해프닝이라도 보듯.
유일하게 웃지 않는 건 올리버와 같이 온 일행들뿐이었다.
머피, 머피의 이모 매기, 사촌 동생 모리슨, 위장한 야렐리, 경호원들, 그리고 제인.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란다 사람이라는 것과 올리버의 명성을 알고 있다는 거였다. 성격도.
이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전혀 말이다.
심상치 않은 머피의 태도를 눈치챈 루시앙이 웃음을 멈추며 말을 걸었다.
“아······. 미안하군. 귀가 안 좋아서. 방금, 뭐라 했지?”
“사과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루시앙 님.”
“사과?”
“예.”
올리버는 아까 전과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억양, 똑같은 분위기로 대답했다.
너무 똑같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말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기괴한 느낌은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긁었다. 불편하고,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으스스한······.
묘하게 끈적거리는 기류, 모두 이상한 느낌을 받으려던 찰나, 루시앙이 웃음을 터트렸다.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을 말이다.
“하하하핫!! 이거, 이거 놀랍구만. 사과를 요구받아 본 게 얼마 만인지! 그대 꽤 재밌어.”
“칭찬 감사합니다. 재밌다니, 그 말이 절 기쁘게 만드는군요.”
“그런가?”
“예.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유머책을 하루 30분씩 보거든요. 잠자기 전마다요······. 하지만, 지금은 농담이 아닙니다. 사과 부탁드립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게 예의니까요. 실례했다면 당연히 사과해야죠.”
“더 이상 못 듣겠네······. 이것 보세요. 머피 씨. 도대체 밑의 놈이 저런 말을 하는데 왜 내버려 두는 거죠? 아니면 무슨 의도가 있는 건가요?”
사건의 발단이던 여성이 머피에게 추궁했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재 올리버는 머피에게 고용된 사람이었으니. 주제넘은 건 사실이었다.
머피도 이 사실을 알았기에 올리버를 말리려 잠시 쳐다봤으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란다의 주류왕(酒類王)으로 오르게 해준 판단력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했기에.
오히려 나서서 올리버를 말린 건 모욕당한 제인이었다.
그녀는 애써 웃으며 올리버를 말렸다.
“저기······. 전 괜찮아요.”
놀랍게도 그녀의 말에 목석처럼 이질적이게 서 있던 올리버가 반응해 고개를 돌렸다.
“괜찮으시다고요?”
“예.”
“제인 아가씨가 쌓으신 노력과 성과, 그리고 같은 시스터후드 동료분들이 모욕당했는데, 괜찮으시다고요?”
올리버가 제인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괜찮은지. 거짓말인 건 이미 알았지만, 만약 이번에도 괜찮다고 한다면 물러설 생각이었다.
그게 제인의 선택이었으니.
제인 역시 자신의 발언에 그런 힘이 있는지 본능적으로 눈치챘는지, 잠시 머뭇거렸다.
“저는······.”
“안 괜찮으면 뭐 어쩔 거지?”
제인과 올리버의 대화 도중 여성이 다가와 끼어들었다.
그녀는 단순히 도발하려는 의도 이상으로 올리버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듯.
“사과 안 하면 어쩔 거냐고 물었는데?”
올리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며 질문하는 여성. 올리버가 답했다.
“음······.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
“뭐?”
“정중히 부탁하고, 이유를 말씀드리면 사과해 주시지 않을까 했거든요.”
“아하······.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과거 몇몇 분들이 그리 말씀하시긴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어떻게 하면 사과를 해주실 건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
올리버가 질문했고, 눈앞의 여성은 모욕이라도 받은 듯 크나큰 불쾌함을 빛냈다.
“아가씨라고?”
“어······. 예, 아가씨니까요.”
“······내가 어떻게 하면 사과할지 알려줄까?”
“그럼, 감사하죠.”
“아버지?”
여성이 루시앙을 봤으며, 루시앙은 속으로 계산을 마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여성이 입을 열었다.
“우리 갈로스 전통대로 해결하지······. 만약에 네가 이기면 까짓거 사과해 줄게. 어때?”
“오, 뭘 하면 되죠?”
“흥······. 이봐! 칼 한 자루 가져와!”
***
여성이 칼을 가져오라 소리쳤다. 그리고는 그걸 올리버에게 넘겨주며 결투하자고 했다.
그것이 갈로스의 전통이라고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장(死藏)된 전통이지만요.”
“얼마나 사장됐죠?”
올리버가 받은 장검을 살피며 머피에게 질문했다.
칼을 볼 줄은 몰랐지만, 그냥 평범한 칼 같았다. 딱딱하고, 차가우며, 날카로운.
“50년 정도 됐을 겁니다. 혁명이 일어나 귀족들 문화가 쓸려나갈 때 같이 사라졌으니까요.”
“오, 맙소사. 돌겠군.”
팔자 좋게 설명해주는 머피의 모습에, 저 멀리서 지켜보던 매기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분명, 자신들은 마법주 가격을 협상하러 온 것일 텐데. 갑자기 전쟁터 한복판에 들어왔으니.
주변에 어느새 모여든 뮈라 패밀리의 단원들이 그 증거.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었고, 설사 그게 아니더라고 앞으로의 거래에 상당한 손해를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조직의 우두머리란 자가 사건의 원흉이 건틀릿을 끼는 걸 도와주고, 질문에 대답해주다니, 매기의 반응도 솔직히 이해됐다.
올리버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머피 씨. 기껏 고용하셨는데 문제를 일으켜서요.”
“해결사 데이브로 고용했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별수 없죠. 결국, 제논 씨를 고용한 건 제 선택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친절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한테 빚 하나 졌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머피가 바로 태도를 바꾸며 말했다. 대단했다. 상황이 꼬인 것에 매몰되지 않고, 그 와중에도 다른 것을 건지려고 하다니.
올리버는 순수히 감탄하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기쁘군요. 그런 의미에서 여쭙는 건데, 칼을 다룰 줄 아십니까?”
머피가 올리버가 손에 아무렇게나 들린 칼을 보며 물었다. 잡는 자세만 볼 때 아무리 봐도 칼과 친해 보이진 않았다.
“식사 준비할 때 다루긴 합니다.”
“그 외의 용도로는요?”
“잘 모릅니다.”
“마법과 흑마법을 사용해선 안 되고, 마력으로 육체와 무기만 강화해 싸워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글쎄요. 제 생각에는-”
“-이봐, 아직 준비 안 끝났어?”
머피와 대화 중이던 올리버에게 여성이 소리쳤다.
그녀는 아까 전 입고 있던 코르셋 형태의 갑옷과 함께 건틀릿을 끼고 있었으며, 한 손에는 날이 굵은 레어피어를 들고 있었다.
능숙한 마력사용자였는지, 검과 갑옷 등에 마력이 촘촘히 흘렀다.
‘이렇게 하는 건가?’
올리버 몸에 저장된 마력을 이용해 장검에 마력을 부여했다. 과거 톤파에 마력을 부여했듯이.
“조심하십시오. 흑마법을 사용하시면 모르겠지만······. 저 여성분, 사라라고 밀리유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사람입니다. 호전적이라 미치광이 사라라 불리죠.”
올리버는 사라를 빤히 바라봤다.
“미치광이 같진 않은데요?”
올리버는 자신의 솔직히 소견을 말했다. 하는 짓이 거칠긴 했지만, 루시앙과 비슷했다. 겉과 속이 달랐다.
“그런가요? 어쨌건 조심하십시오. 기습적인 단검 공격이 꽤 치명적입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올리버가 대답하며 앞으로 걸어가 물건을 치워 마련한 공간 위에 섰다. 사라의 맞은편에.
올리버가 올라서자 주변에 구경하러 온 뮈라 패밀리의 단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건방진 란다 놈에게 한 수 가르쳐 달라 갈로스어로 소리쳤다.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장내.
그 한가운데 있는 사라가 허공에 칼을 붕붕 휘두르며 물었다.
“원래 특기는 뭐지? 무슨 깡다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방지게 지껄인 걸 보니, 나름대로 한 가닥 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올리버는 자신이 든 장검을 살펴봤다. 역시나 평범한 칼이었다. 강철로 된 날카로운 칼.
“흑마법을 조금 할 줄 압니다. 마법도요.”
“이도 저도 아닌 잡탕인가 보네. 잡는 자세를 보아하니 칼을 다뤄본 적 있는 거 같지도 않고······. 괜찮은가 봐?”
“사실, 별로 안 괜찮습니다.”
“응?”
“개인적으로 칼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너무 날카로워서요······. 원치 않는 것도 벨 수 있어 꺼림칙합니다.”
팍━!!
올리버가 말을 끝내자마자 사라는 몸에 흐르던 마력을 다리에 집중. 땅을 박차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과거 본 적 있는 기술이었다. 조금 다르긴 했지만, 인육 요리사 제자들이 사용한 적 있었다.
꽤 신기했다. 경쟁 관계인 밀리유와 인육 요리사 계파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다니······.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어쨌건 눈을 깜빡할 사이 거리를 줄인 사라는 레어피어를 올리버의 어깨에 겨눠 단숨에━
━팟! ······타당.
“바로, 이렇게요.”
올리버가 제자리에 평범하게 선 자세로 칼을 든 한쪽 팔만 휘두르며 말했다.
딱 보기에도 칼을 휘두르기 부적합한 자세였건만 어째서인지 사라의 레어피어만이 두 동강 나 있었다. 깔끔하게.
소란스럽던 장내는 물을 뿌린 듯 단숨에 조용해졌으며. 사라 역시 그렇다 할 반응을 하지 못한 채 두 눈만 동그랗게 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모두가 숨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놀란 와중 유일하게 이 자리에서 평소와 같은 모습을 유지한 건 올리버뿐이었다.
그는 칼날을 보며 꺼림칙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너무 날카롭네요.”
“방금······. 뭘 한 거야?”
아직 굳어있는 사라가 물었다.
“······공격하시기에 쳐냈습니다. 정확히는 쳐내려고 한 거지만요.”
올리버가 깔끔하게 베어진 레어피어를 가리켰다. 칼이라 망정이었지 다른 것이었다면 의도치 않게 큰일을 낼 뻔했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딱히 믿어달라고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이게 사실이니 말한 것뿐입니다······. 그보다 사과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잘 모르지만, 제가 이긴 것 같은데요?”
“어디서······. 꺼드럭-!”
팟! ······턱.
사라가 허리에 찬 단검을 뽑자마자 올리버가 다시 장검을 휘둘러 단검을 베어버렸다.
아까 전과 같이 그저 한쪽 팔만 휘두른 어설픈 동작이었건만, 단검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오싹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심상치 않은 상황에 뮈라 패밀리들은 어느새 웃음이 사라졌고, 저마다 어정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찬 칼이나, 도끼, 철퇴 혹은 개조한 총을 뽑아 들었다.
당연히 머피 일행은 저들끼리 뭉쳐 서로를 보호하려 했고.
올리버가 의문을 표했다.
“다들 왜 이러시는 거죠?”
“지금 이따위 상황을 만들어 놓고 묻는 거야?”
사라가 오기와 분노, 두려움과 불안 등. 여러 감정을 빛내며 물었다. 올리버는 그 감정 사이에서 진실을 읽을 수 있었다.
“저는······. 아, 아아,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으신 거군요.”
올리버가 그제야 눈치채며 물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사라는 자신이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해당 감정을 읽을 수 없었으나, 지금은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만약, 내 몸에 손 하나 까딱하면 여기 있는 녀석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사라가 주변에 포진한 뮈라 패밀리 조직원을 가리키며 경고했다. 모두 마력 사용자로 그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경고를 들은 올리버가 고심하며 질문했다.
“음,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제가 여기 있는 분들을 다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거죠?”
“······뭐?”
“저분들이 있어 사과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만약, 제가 여기 있는 분들을 다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거죠?”
무덤덤하지만, 그 안의 내용은 절대 무덤덤하지 않았다.
주변의 뮈라 패밀리들은 우습게 보였다는 사실에 일제히 분노하며 무기를 겨눴고, 사라 역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모욕은 생의 처음이었기에.
“지금, 감히 밀리유에서도-”
“-제 질문에 대답해주십시오. 다 죽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올리버가 다시 물었다. 처음과 똑같이 일괄된 목소리와 억양으로. 단 하나, 분위기만은 달랐다.
그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는 그 사나운 밀리유마저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위압감에 모두 침묵했고, 긴장감만이 한없이 팽배해졌다.
침묵으로 대답을 들었다고 판단한 올리버가 움직이려는 찰나, 한 남자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입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루시앙 뮈라였다. 밀리유에서도 손꼽히는 세력가이자, 뮈라 패밀리의 보스.
그가 올리버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동시에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모두 무기 집어넣어······. 집어넣으라고.”
그는 처음 머피를 맞이했을 때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고 진중했다. 자연스럽기도 했고. 그게 본모습인 것처럼.
그는 부하들의 무장을 해제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묻지를 않았군요.”
“제논이라 합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제논 씨라 재밌는 이름이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어쨌건 죄송합니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거나, 성질이 긁는 게 우리 수법인데, 아무래도 좀 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상대도 있는 법인데 말입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진심. 허나, 올리버는 딱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과는 제가 아닌 제인 아가씨께 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루시앙은 지체 없이 제인에게 사과하려 했다. 사라가 다가와 막으려고 했음에도.
“아버지.”
-짝
끼어든 사라를 향해 루시앙이 소리 나게 뺨을 때리곤 말했다.
“닥치렴.”
단호한 그의 말에 사라는 입을 다물었고, 루시앙은 다시 제인에게 사과했다. 아주 아주 정중하게 예를 갖춰.
“제인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나와 내 딸의 무례를 용서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래 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루시앙이 자기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부탁했다.
밀리유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가진 실력자치고 꽤 과한 태도.
제인이 대답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사과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자비로운 태도에 감사드리오.”
루시앙은 대답을 들은 뒤 올리버를 봤다. 문제가 없는지 묻듯.
올리버는 답했다.
“사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경호원 일을 하러 왔는데······. 의도치 않게 민폐를 끼쳤군요.”
올리버가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들은 모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거친 밀리유와 혼란스러운 갈로스에서도 살아남은 루시앙이 왜 체면을 꺾으며 사과하는지, 그리고 그런 루시앙에게 사과를 받아낸 올리버의 정체는 뭔지 혼란스러워하며 말이다.
“음······. 저는 이만 물러나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올리버가 머피에게 묻자 머피는 긴장하는 한편 지금의 상황에 흥미와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버가 같이 가겠느냐고 묻자, 그것은 거절했다.
“협상은 마저 해야 하거든요.”
“그렇군요······. 제인 아가씨께서는?”
“저도 여기 남도록 하죠. 일하러 온 거라서요.”
올리버는 이해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올리버와 머피처럼 자신의 일을 하러 온 것이었으니.
대답을 다 들은 올리버는 루시앙과 머피, 제인에게 인사하며 물러났다.
당당히 사과를 요구했던 사람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중히, 조심히 말이다.
위장 마법으로 얼굴을 숨긴 야렐리 역시 올리버를 따라 나가자, 장내는 마법이라도 풀린 듯 침묵이 사그라들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흡사, 귀신에라도 홀린 분위기.
다들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는 그때 조직의 수장인 루시앙과 머피가 대화를 나눴다. 그들만이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저분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쪽 부하 같지는 않은데. 누군지 알려줄 수 있소?”
“대가는 뭡니까?”
“소개까지 해주면, 마법주 협상. 그쪽이 하자는 대로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