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 오랜만 (1)
“인육 요리사······.”
언너가 그리 말했다. 인육 요리사라고,
검은손을 대표하는 네 명의 손가락 중 하나이자, 케빈마저 인정한 수백 년을 산 괴물. 갈로스를 양분하는 범죄 제국의 수장.
그뿐 아니라 크라임 펌조차 대놓고 습격당했음에도 함부로 싸우지 못하고, 갈로스의 마탑과 로큘리 대학 일부를 집어삼킨 거물.
올리버는 그 거물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인육 요리사 님······. 인육 요리사 님 맞으십니까?”
거침없고 결이 맞지 않은 질문에, 언너와 그 자매들을 일제히 올리버를 바라봤다. 제정신인지 의심하며 말이다.
“프흐흐흐······! 소문대로 나사 빠진 놈이야.”
살점 덩어리에 생긴 지렁이 같은 입술이 꿈틀거리며 말했다. 점토처럼 뭉친 살점 덩어리는 그 크기와 비례해 아주 크고 울리는 소리를 냈다.
“소문요?”
“그래, 란다에 나사 빠진 흑마법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근데, 사실이었어. 안녕하십니까? 라니.”
아무래도 그 나사 빠진 흑마법사는 올리버를 뜻하는 듯했다. 참으로 오해가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아, 박쥐들······. 역시나 배신했군. 협공하기로 했을 텐데.”
지렁이 같은 입술이 꿈틀거리며 언너 일행에게 말했다. 배신이란 단어에 언너는 차갑게 대꾸했다.
“배신이라뇨······. 배신이란 신뢰 관계가 먼저 선행돼야 성립되는 단어 아닙니까”
“개가 주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도 배신이지. 그리고 배신한 개는 고기가 될 뿐이고······. 그거 아나? 늙어빠진 개도 48시간 소스에 잘 숙성시키면 꽤 먹을 만 해지는 거.”
살점을 매개를 이야기하는지라 인육 요리사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올리버는 그가 농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증거로 언너 일행은 얼굴 근육과 힘줄을 드러내며 위협했으나, 속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단순히 죽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그런데 저거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언너 일행과 인육 요리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올리버는 눈 앞에 펼쳐진 술법을 관찰했다.
죽은 사체······. 아니, 사체라고도 부르기 뭣한 살점 부스러기가 어찌 스스로 뭉쳐 대신 말을 전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얼핏 보면 별거 아닌 듯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살점 부스러기를 뭉치게 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지만, 술사 없이 스스로 뭉치게 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거리에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이나 술법을 통해 이곳 상황을 눈으로 파악해야 하며, 미리 설치한 흑마법진과 감정 등. 장치와 매개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술법에는 그런 매개 따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흑마법사의 눈으로 유심히 관찰하던 중 올리버가 뭔가를 발견했다. 살점 덩어리 속에 유유히 헤엄치는 가느다란 유충을.
“······크리처입니까? 살점 사이에 있는 기생충 같은 거요?”
올리버가 툭하고 던진 질문에 언너와 인육 요리사의 대화가 맥없이 끊어지며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잠시 침묵이 일어났고, 곧 요란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흐흐흐흐흐흐!!”
살점 덩어리가 속이 다 보일 정도로 입을 쫙 벌려 인육 요리사의 웃음을 대신 전해줬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집이 울릴 정도.
웃음소리에 맞춰 건물 벽면과 천장이 진동하며, 미세한 먼지가 투둑. 투둑. 떨어졌다.
“아······. 퍼펫이 말한 대로 재능 하나만큼은 대단하군. 그걸 발견하다니 말이야. 왜 관심을 가졌는지 알 거 같아.”
“퍼펫 님요?”
“그래. 더 이상은 아니지만.”
올리버는 놀랐다. 퍼펫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게. 또, 이제는 아니라는 게. 왜 관심을 가지고, 거뒀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하긴, 신기하면 뭐든지 찔러보는 양반이니까······. 너한테는 불행이군.”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그 양반이 널 비호해줬기에, 내가 널 살려 둔 거였는데, 이제는 안 그래도 되니까····. 설마, 내 일을 방해하고 여태 살아있는 게 그냥 운이 좋아 그런 건 줄 알았나?”
“아······. 혹시, 여동생분 일을 방해한 것 때문입니까? 의도한 건 아니니 이해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
태연하면서도 뻔뻔한 올리버의 대답에 인육 요리사는 침묵했다.
살점을 매개로 했기에,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어째 불쾌해 보였다.
“내가 우습게 보였나 보군. 그따위 헛소리를 하는 거 보니.”
살점 속을 기생충이 다른 패턴으로 헤엄치자 살점 덩어리가 부글부글 끓으며, 그 자리에 눈이 돋아났다.
살점으로 이뤄진 어설픈 눈이 말이다.
척 보기에도 혐오스러운 눈은 올리버를 노려봤고, 올리버는 어떠한 혐오감도 없이 눈알을 똑바로 바라봤다.
인간이 품고 있는 타고난 혐오감이 있으면 저럴 수 없는데 말이다.
“······전할 말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마탑에서 감히 내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들었다. 맞나?”
“제가 알기로 그렇습니다.”
올리버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딱히, 비밀이란 이야기는 못 들었기에.
“하긴, 그렇겠지. 그 잘난 마법사가 흑마법사에게 당하고 그냥 넘길 수 없겠지······. 높은 탑에 사는 잘난척쟁이들에게 서둘러 오라 그래.”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습니까?”
“기다리기 지루하거든. 또, 증명해 보이고 싶고. 우리가 여태까지 어둠 속에 있었던 게 결코 마법사가 두려워 그런 게 아니란 걸 말이야. 그저 때를 기다린 것뿐이지.”
때를 기다렸다라······. 무슨 말인지 구체적으로 알 순 없었으나, 허언은 아닌 듯했다.
레이크 빌리지에서 만난 그레텔의 수준을 고려하면 말이다.
“아······. 그리고 너도 와.”
“예?”
“말했잖아 퍼펫이 더 이상 네 뒤를 봐주지 않는다고. 그러니 너도 와야지. 내 일을 몇 번이나 방해했으니.”
딱히 논리적이지 않았지만, 대충 요지가 뭔지는 알 것 같았다.
혹시 몰라 안 가면 어떻게 되는지 물으려던 찰나 인육 요리사가 먼저 알려줬다.
“물론, 겁나면 안 와도 괜찮아. 내가 직접 가면 되니까. 그런 놈들 많았거든.”
살점 덩어리의 입을 통해 인육 요리사가 약속했다.
“다만, 내가 직접 가면 더 재밌어질 거야. 난 당사자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는 것도 좋아하거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예. 이해했습니다.”
“오, 반응이 좋군. 엿들은 보람이 있어.”
올리버는 처음과 같이 차분히 대화를 이어갔다.
“말씀대로 마탑에 인육 요리사 님 뜻을 전하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없어. 하지만 그냥 전하면 마탑 그 게으름뱅이들이 내가 얼마나 진심일지 모를 테니, 도와주는 차원에서 초대장 하나 주도록 하지.”
“주시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럴 필요 없어······.”
인육 요리사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초대장인데 전해줄 필요가 없다니. 그러나 올리버는 곧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살점 속을 헤엄치던 기생충 형태의 크리처들이 갑자기 웅크리더니, 그것들이 구심점이 되어 살점에 얼마 남지 않은 영양분을 흡수, 폭발 준비를 했다.
그와 함께 입을 벌려 말을 전하던 살점 덩어리는 점토처럼 모양이 변해 심장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점점 빨라지는 박동 소리. 심상치 않은 기운.
언너와 그 자매들은 대량의 피를 소환해 방어막을 펼칠지, 날개를 만들어 도망칠지 서로 의견을 나눴다.
의견이 맞지 않아 고성이 오갔지만, 곧 언성을 높일 이유가 사라졌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올리버가 피의 통제권을 멋대로 빼앗았기 때문으로. 놀란 그들이 채 따지기도 전에 올리버는 빼앗은 피를 움직여 심장 형태의 폭탄을 둘러쌌다.
[블러드 코픈(Blood Coffin)]
영창과 함께 혈액이 단단히 뭉쳐 육각형 형태의 관을 이뤄, 살점 폭탄을 감쌌다.
올리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블랙 큐브(Black Cube)]
올리버는 시험관에서 다량의 감정을 추출, 블랙 실드를 여섯 장 엮은 큐브를 만들어 피의 관을 2중, 3중, 4중, 5중으로 둘러쌌다.
웬만한 폭발을 이대로 침묵시킬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이 살점 폭탄이 웬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피의 관과 블랙 큐브에 감싸진 살점 폭탄 속 크리처들은 폭발 직전 갑자기 저들끼리 뭉쳤고, 크리처들이 머금고 있던 에너지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너무나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올리버는 그 모습을 똑똑히 봤고, 동시에 자신이 펼친 방어막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위기의 순간.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검붉은 나뭇가지를 꺼내, 주변에 있는 언너와 그 자매들에게 타겟팅을 시전, 자기 곁으로 모은 다음 나뭇가지를 들어 보였다.
그리곤 나뭇가지에 저장된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모조리 추출해 넝쿨을 엮듯 조잡하지만, 거대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촤라라락. 촤라라락. 촤라라락.
감정, 생명력, 마력으로 이뤄진 방어막이 형성되자마자 살점 폭탄은 폭발했으며, 피의 관과 블랙 큐브는 부패한 통조림처럼 우직우직 팽창하더니 이윽고 한계점에 도달. 터지고 말았다.
안에서 밖으로 터진 검은 폭발은 기세가 전혀 죽지 않은 채 사방으로 무분별하게 확장했고, 올리버와 언너 일행은 물론, 주변의 풍경과 소리까지 모조리 삼켜버렸다.
그렇게 노동자들이 일하고, 자본가들은 즐거운 파티를 보내는 한때, 란다에는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거리를 폐쇄할 만큼 거대한 대폭발이 말이다.
“맙소사······.”
올리버는 평지가 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주변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도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부우우우웅.
미끄러지듯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그 차 안에서 한목소리가 울렸다.
“어제 시간, 란다의 자랑스러운 중상층 거주지 O구역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예술가들이 주로 거주하는 8번 거리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경찰국은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 배후에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음······.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구만. <라이어(Liar)>에서 쓴 기사치곤 말이야. 아니, 당연한 건가? 좋은 거짓말은 진실이 가미된 거니.”
포레스트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육 요리사는 고위험 등급 범죄자이니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모든 신문에서 저 이야기뿐이군요.”
“당연하지. 란다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으니. 그것도 나름 치안이 확보됐다는 중산층 거주지에서. 다행인 건 그나마 시(市)가 잘 대응하고 있다는 거군.”
올리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인육 요리사로 일어나 거대한 폭탄 테러는 현재 시(市)와 마탑의 연계를 통해 잘 관리되고 있었다.
전체 내용은 숨긴 채 일부 사실만 조금씩 조금씩 푸는 식으로.
현명한 방법이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진실을 알려주면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테고, 거짓으로 덮기만 하면 시(市)가 무능해 보이며, 다른 루트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초래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테니.
올리버는 자신이 기특해졌다.
과거였다면 포레스트의 설명을 통해 깨달았을 복잡한 정치, 사회 이야기를 이제는 스스로 이해했으니.
참으로 기특했다.
“그나저나 자네도 참 대단하군. 그 대규모 폭발에서 살아남다니.”
포레스트는 신문에 찍힌 사진을 올리버에게 보여줬다.
신문 속 사진에는 수많은 건물이 무너지다 못해 사라져 평탄화가 된 거대한 공간이 덩그러니 있었다.
폭발의 위력이 얼마나 괴랄한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 그런 폭발 한가운데서 살아남은 건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올리버가 답했다. 검붉은 나뭇가지를 통해 대량의 감정, 생명력, 마력을 확보해둔 터라,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비록, 나무가 먹어 치운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거의 소진했지만 말이다.
“어쨌건, 이로써 확실해졌군. 마탑은 인육 요리사 쪽과 싸울 수밖에 없겠어. 그것도 최대한 빨리.”
올리버는 이견을 내지 않았다. 자신도 동의하는 바였으니.
인육 요리사가 보내 초대장은 마탑에 대한 선전포고였으며, 동시에 협박이기도 했다.
오지 않게 뜸을 들인다면, 마탑뿐 아니라 란다에도 더 큰 피해를 주겠다는.
“이유가 뭘까요? 신문에서 보길 인육 요리사는 갈로스 정부와 로큘리 대학 등. 이미 상당한 적을 상대하고 있던데, 왜 마탑까지 도발한 걸까요?”
“글쎄······. 자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흑마법사. 특히. 실력이 뛰어난 흑마법사는 하나 같이 머리가 맛이 가, 쉬이 그 생각을 읽을 수 없어. 어쩌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싸움 자체를 키우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예?”
“외부의 적을 이용해 내부를 단결하거나, 아니면 거대하게 싸움을 벌여 이를 통해 명성을 높이고 싶은 걸지도.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거나.”
승리를 확신한다라······. 그것도 일리 있는 말 같았다.
그가 보여 준 창조계열 흑마법과 말투 등을 봤을 때 상당한 실력이 있었고, 그만한 자신감도 있었다.
‘뭔가 좀 석연치 않은 것도 있지만······.’
“마탑 상황은 어떤가?”
포레스트가 신문을 다 읽고는 물었다.
“많이 바쁘십니다. 레이크 빌리지 이후에도 바빴는데, 제가 인육 요리사 님의 전언을 전하자 한층 더 바빠졌거든요. 거기에 시(市)와 해당 사실을 공유하고 더 바빠졌고요.”
그랬다. 폭발에서 살아남고 올리버는 언너 일행을 챙긴 뒤 바로 마탑으로 가 해당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
마탑은 경악했고,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시(市)에 곧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그 덕분에 자세한 내막은 숨길 수 있었으나, 시(市)의 간섭까지 받으며 인육 요리사를 상대하게 됐다.
“제가 듣기로는 갈로스에서 이미 지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로큘리 대학뿐 아니라, 갈로스 정부에서도요.”
“ABC건 때, 란다가 확보한 엔조이먼트 금융범죄 정보를 밑천 삼아 다른 국가와 자체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었으니, 갈로스 정부에서 도움을 요청한 것도 그리 이상하진 않지.”
사실이었다. 셰이머스의 ABC 사건 이후로, 란다는 자신들의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동시에 보안국의 위상을 알려 다른 국가와 범죄 수사에 관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란다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
“원래 계획은 시간을 들여, 최정예 마법사들을 확보해 지원을 보내는 거였지만, 일단, 급한 대로 소수 인원을 선발대로 보낼 예정이라 합니다. 정보 수집 겸 현지 인력과 협력망을 구축하기 위해서요.”
“준비보다는 시작이 더 중요한 순간이니까······. 자네도 참가하나?”
“예. 아마, 갈 것 같습니다.”
올리버가 대답했다. 인육 요리사가 올리버를 초대했기 때문으로, 올리버는 인육 요리사의 전언을 마탑에 전한 뒤 자처해 가겠다고 선언했다. 마탑도 굳이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고.
대답을 들은 포레스트가 복잡 미묘한 감정과 표정을 지었다.
“뭐라 조언하고 싶은데, 이미 내가 그럴 수준이 아니구만.”
포레스트는 진심이었으나, 올리버는 이를 부정했다.
“이미 포레스트 님은 충분히 절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시지요.”
“이건 약속 때문이고.”
포레스트가 창문을 통해 W구역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X구역 다음 가는 란다의 빈민가 겸 거지소굴을 말이다.
W구역에는 그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빈민이 있었고, 포레스트의 차는 그중 가장 많은 빈민이 모인 곳에 정차했다.
왜 이리 많나 싶었는데, 그곳에는 무료급식소가 있었다.
튀긴 빵과 싸구려 커피를 나눠주는 무료급식소. 급식소 옆 허름한 건물에 ‘가난한 형제들’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었다.
캔트가 운영하는 복지관이었다.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알의 말에 포레스트와 올리버는 내렸다.
만남이 확실해지자 포레스트는 긴장이 역력해졌다. 자신의 죄와 마주하여야 했으니.
올리버가 포레스트의 긴장을 풀어줄 요량으로 말했다.
“포레스트 님. 나중에 일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하필 지금 말해야겠나? ······뭔가?”
“제가 마탑에 몇 명의 아가씨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제논이란 신분으로는 문제가 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해결사의 의뢰 형태로 소개해 줄까 하는데, 포레스 님께서 그 아가씨들과 절 계약형태로 연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의뢰인과 해결사로요.”
“아주 수상쩍고 찝찝한 부탁이구만. 까짓거 하지 뭐······. 의뢰인은 뭐 하는 사람인가? 이름은 뭐고?”
“에르제베트 언너 씨입니다. 바토리 패밀리의 현 주인이죠.”
“음······. 바토리 패밀리?”
“예.”
“돌겠군······. 이제는 놀랍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