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390화 (390/633)

390. 위대한 분 (1)

개발 반대 위원회.

올리버는 솔직히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기껏 아는 거라고는 그들이 대재앙(大災殃) 속에서도 살아남은 란다의 원주민이며, 란다 시(市)보다 오래되고, 그 시(市)조차 토벌을 포기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올리버는 개발 반대 위원회와 두 번 정도 싸워봤기에 알았다.

온몸에 붕대를 두른 그들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신체 능력으로 쇳덩어리를 가볍게 휘두르고, 바람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인지 그렇다 할 기교도 없는 단순한 공격조차 하나하나 치명적.

저기 있는 대검-붕대 사내가 그 대표였다.

그는 타고난 괴력만으로 달리는 포레스트의 자동차를 후려쳐 허공에 날려버렸고, 올리버 역시 몰아붙였다.

만약, 제대로 된 전투 훈련까지 받았다면 얼마나 위협적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운이 좋게도, 또 나쁘게도 지금 올리버는 알 수 있었다.

쿼터스태프-붕대 사내가 직접 보여줬기에.

‘수준이 다르신데······.’

올리버가 살점으로 이뤄진 쿼터스태프를 현란하게 휘두르는 붕대 사내를 보며 생각했다.

그는 올리버에게 ‘너무 친절하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달려왔다.

올리버는 허공에 흩뿌려진 감정 입자를 조종해 그를 다른 붕대 사내들처럼 제압하려 했으나, 그는 과거 보여준 현란 하면서도 기이한 움직임으로 감정 입자를 파괴. 단숨에 거리를 좁혀, 올리버에게 공격을 가했다.

‘움직임이 제한된다.’

올리버는 붕대 사내의 공격을 간신히 막으며 생각했다.

붕대 사내는 쿼터스태프를 현란하게 휘둘러 올리버를 직접 공격할 뿐 아니라, 올리버의 주변 공간도 장악해 행동에 제약을 줬다.

술법이 아닌 순수한 전투 기교로 말이다.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빈틈을 보이면 날카롭고 유연하게 찔러왔다.

바로, 지금처럼.

꽈앙━!!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를 들어 붕대 사내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쿼터스태프는 뱀처럼 휘어 올리버의 방어를 피해 쑤시고 들어왔다.

철과 철이 부딪히는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소리. 올리버는 Z구역 안쪽으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엄청난 충격. 꽤 아팠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아픈 정도로 끝나다니.

과거 올리버가 본 바에 따르면 그의 공격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무기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충격파를 일으키며, 헝거의 입을 꿰뚫고, 양 발목을 부수며, 허리를 양단했다.

심지어 거인화 한 좀비 세 마리를 단숨에 터트리기까지 했고.

최소한 지금 올리버가 걸치고 있는 어중간한 블랙 슈트는 단숨에 찢어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올리버는 지금 아픈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봐준 거였다.

방금 그 일격으로 올리버의 몸을 꿰뚫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으니 말이다.

참으로 이상했다.

자신을 이곳으로 부르고, 습격하면서도 또 봐주다니. 의도가 뭔지 올리버의 머리로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어······. 선생님. 이러시는 이유가 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가 바닥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쿼터스태프-붕대 사내에게 정중히 질문했다.

왜 습격하고, 해치진 않는 건지.

그 두 개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인 거였기에.

그 저의가 궁금했다.

뭔가 확인하고 싶은 눈치긴 했는데 말이다.

팍!

올리버의 질문을 들은 붕대 사내가 천천히 다가오다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절 이기시면 대답해드리지요. 위대하신 분이여.”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한순간 사라진 것처럼 보인 그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올리버 코앞 거리에 나타나 쿼터스태프를 하늘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이대로 내리치려는 심산.

위험하다고 판단한 올리버는 바로 흑마법을 발동했다.

[타겟팅(Targeting)]

올리버는 몸에 두른 블랙 슈트를 일부 재료로 사용. 자신의 손과 붕대 사내의 몸에 다트판을 만들어 그대로 척력(斥力)을 높였다.

원래는 화기계열 흑마법의 보조로 만든 흑마법이었으나, 이런 식으로 상대를 밀어내 제압하기도 했다.

기습적인 공격이라 대부분 반응하지 못했고.

그러나 이번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분명, 다트판끼리의 척력(斥力)을 상당히 올렸음에도, 붕대 사내는 밀려나지 않고, 힘만으로 버텼다.

땅에 뿌리 내린 듯 힘을 준 두 다리와 금이 간 땅이 그 증거.

상황을 파악한 올리버는 곧바로 계획을 바꿔 붕대 사내가 아닌 자신을 뒤로 날려,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콰아아아앙━━!!!

붕대 사내가 있는 힘껏 바닥을 내리치자 땅은 진동하고, 흙먼지와 강풍이 발생했다.

끔찍했다.

조금만 대응이 늦었으면 올리버는 다진 고기처럼 으깨지고 말았을 터였다.

‘일단, 블랙 슈트를 강화-’

올리버가 시험관을 꺼내며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태로 붕대 사내와 싸우는 건 무리였다.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치명적이었으니······. 어쩌면 즉사일지도 몰랐다.

올리버가 시험관에서 감정을 추출해 블랙 슈트를 만들려는 순간, 자욱한 흙먼지를 뚫고 누군가 빠르게 접근해왔다.

붕대 사내로, 그는 올리버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거리를 좁혀와 올리버의 손에 든 시험관을 쿼터스태프로 후려쳐 부숴버렸다.

채앵!!

부서지지 않도록 특수 가공한 시험관이 시원할 정도로 산산조각 났다.

붕대 사내가 말했다.

“제대로 해주십시오. 위대한 분이여.”

“사람을 잘못 보신 듯하데요. 선생님.”

올리버는 대답하며 흑마법을 발동했다.

[블랙 슈트(Black Suit)]

[블랙 아머(Black Armor)]

흑마법을 사용하자 시험관이 깨짐으로 기화해 사라지던 감정은 올리버의 통제하에 들어와, 제각기 천과 철근 형태로 가공. 올리버의 몸을 둘렀다

근육 구조에 맞춰.

물론, 그 사이 붕대 사내가 다시 공격해 해왔지만, 그의 움직임 못지않게 올리버의 흑마법 역시 빨라 간발의 차이로 더 빠르게 흑마법 장갑을 몸에 두를 수 있었다.

카강!!

붕대 사내의 쿼터스태프가 튕겨 나갔다. 올리버의 방어력이 그의 공격력을 상회한 것.

올리버는 멈추지 않고 블랙 슈트와 아머를 덧대 두꺼워진 장갑을 압축, 평소와 같은 두께로 만들어 갑옷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동력을 확보한 뒤, 있는 힘껏 쿼터스태프를 휘둘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지며,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왔다. 올리버에게.

“······!”

붕대 사내가 몸을 회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허리를 숙여 올리버의 공격을 피해, 쿼터스태프를 내질러 카운터를 먹인 것인데, 그 위력이 어찌나 센지 블랙 슈트와 아머를 합친 장갑을 둘렀음에도 올리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장이 뒤틀릴 정도.

아무래도 올리버가 착각한 듯했다.

블랙 슈트로 육체의 스펙 차이를 좁히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였건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육체의 스펙 차이를 좁혀도 타고난 근접 전투 능력이 너무 차이 나 상대가 안 됐다.

그렇다면 일단 거리를 벌려 원거리에서━

“━거리는 더 강한 자가 정하는 겁니다.”

붕대 사내가 특유의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으며 말했다. 조롱이 아닌, 진지한 조언.

그의 말처럼 올리버는 붕대 사내를 떨쳐내지 못하고 도리어 밀렸다.

맞상대하기 위해 쿼터스태프를 휘두르고, 증오의 탄환을 쏘는 등 저항했지만, 붕대 사내는 올리버의 쿼터스태프 궤적을 읽어 가볍게 쳐내곤, 증오의 탄환도 한쪽 팔을 휘둘러 가뿐히 막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올리버의 공격을 쳐내곤 다시 반격을 가했다.

올리버는 그림자까지 조작해 막아보려 했으나 여러 마리의 뱀처럼 움직이는 붕대 사내의 쿼터스태프를 막지 못하고 대부분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근접 전투 능력만 두고 보면 이 붕대 사내는 올리버보다 훨씬 강했다. 성기사가 연상될 정도.

‘아니, 그 이상인가? 어쨌건 비슷한 느낌이야.’

쾅!!

텅!! 촤라락!!

빠각!! 카강!! 퉁!!!

점점 증가하는 타격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데미지가 쌓여갔다.

붕대 사내가 적당히 공격해주는 덕분에 한 방 한 방은 치명적이지 않으나, 이대로 간다면 위험했다.

올리버는 어찌할지 고민했다.

‘근접 전투로는 이길 수 없고, 그렇다고 거리를 벌려 화력으로 몰아붙일 수도 없다라······. 그럼, 근접전에서 화력으로 누른다.’

생각을 정리한 올리버는 곧바로 몸에 저장한 마력을 밖으로 끄집어내 몸에 두른 블랙 슈트와 합쳐 영창했다.

[탐화(貪火)]

올리버는 몸에 두른 블랙 슈트를 장작 삼아 검은 화염을 발화시켰다.

꽤 위험한 행동이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 생을 연장하고, 덩치를 키우려는 탐화를 이렇게 몸에 두른 상태에서 사용하다니.

자칫 올리버의 몸이 탐화의 먹이가 될지도 몰랐다.

그만큼 쿼터스태프-붕대 사내가 강하다는 것.

다행히, 올리버가 탐화를 여러 번 사용한 덕분이었는지, 검은 화염은 올리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오히려 갑옷처럼 보호해주며, 붕대 사내에게 거대한 이빨을 들이밀어 줬다.

화염으로 된 이빨을 말이다.

파앙━━!!

탐화가 거대한 아가리로 붕대 사내를 집어삼켜 씹으려는 찰나, 붕대 사내가 쿼터스태프를 크게 휘둘러 탐화를 찢어버렸다.

‘탐화가 통한다.’

겉보기에는 그렇다 할 타격이 없었지만, 붕대 사내의 감정과 행동을 보고 올리버는 판단. 과감하게 돌진해 쿼터스태프로 그를 찔렀다.

탐화를 두른 쿼터스태프는 화염으로 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붕대 사내를 찔렀고,

탐화는 아까 전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화염으로 이뤄진 무수한 발톱과 이빨을 내세워 붕대 사내를 사방에서 압박했다.

그렇게 불태워 제압하려는 찰나, 붕대 사내는 땅을 박차 아까 전처럼 사라져 저 멀리 건물 위로 도망쳤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땅을 박차 올리버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여 홀로 올리버를 포위했다.

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기에 가능한 기교.

감정을 보는 흑마법사의 눈으로도 따라가기 힘든 속도에 올리버는 실제로 수많은 상대에게 둘러싸인 압박감을 느꼈다.

팍!

파팟!

팍!

올리버를 홀로 포위한 붕대 사내는 그 상태로 올리버에게 간헐적으로 돌진해 올리버를 감싼 탐화를 후려쳐 돌처럼 깎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탐화 역시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해 조금씩 조금씩 깎여져 덩치가 줄어들더니, 올리버의 모습이 밖으로 드러났다.

타다다다닷!!

빠르게 다가오는 붕대 사내. 올리버는 탐화의 성질 변화를 시도했다.

[격뢰(激雷)]

[뢰합(雷合)]

올리버는 검은 화염을 검은 번개로 성질 변화시켜, 몸에 둘렀다.

단, 탐화와 다르게 갑옷처럼 두른 것이 넘어, 육체와 일부 연결했다.

묠니르 소학파의 육체 강화 마법으로, 몸에 직접 쓰는 거라 부담스러워 가급적 잘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붕대 사내를 상대로는 이 방법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실전에 처음 쓰는 것치곤 썩 나쁘지 않았다.

약간의 고통이 따르긴 했지만, 그 보답으로 올리버는 눈으로 따라가기 힘든 붕대 사내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기에.

올리버는 그를 향해 돌진했다.

━━━━━!!!

격뢰(激雷)를 두른 올리버의 쿼터스태프와 살점으로 이뤄진 붕대 사내의 쿼터스태프가 격돌. 섬광과 굉음, 충격파가 사방을 검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

━━━━━!!!

━━━━━!!!

━━━━━!!!

━━━━━!!!

올리버와 붕대 사내는 곧바로 제각기 고속으로 움직여 바닥뿐 아니라 벽, 허공에서 격돌하는 난전을 펼쳤다.

올리버는 처음 겪어보는 속도에 당황하면서도, 붕대 사내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비정상적인 속도에 몸을 맡겨, 적정 거리를 벌리다 빈틈이 보이면 붕대 사내에게 돌진, 가속도를 이용해 쿼터스태프를 휘둘렀다.

물론, 붕대 사내 역시 똑같이 대응했기에 제압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큰일이다.’

주변의 도로가 뒤집힐 정도로 공격을 주고받았을 때 올리버가 생각했다.

육체의 무리를 주는 마법을 통해 한순간 붕대 사내와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었으나, 말 그대로 한순간일 뿐이었다.

1분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았건만, 올리버의 육체는 벌써 한계라고 비명을 질렀으며, 재료의 소모성도 심해 점점 속도와 위력이 약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후자의 문제야 감정과 마력을 추가하면 된다고 하나, 이 역시 희망적이지가 않았다.

붕대 사내는 올리버를 맞상대함에도 전혀 지치지 않았기에. 아니, 오히려 올리버의 능력을 가늠하듯 지금도 적당히 봐주고 있었다.

왜 란다에서 개발 반대 위원회를 가만히 놔두는 건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강했다. 단순 신체 능력은 성기사 이상일지도······.

그렇기에 올리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향을 틀어 건물을 향해 돌진. 벽을 타고 건물 꼭대기로 도망쳤다.

놀란 붕대 사내가 다급히 멈춰 올리버를 향해 쿼터스태프를 채찍처럼 길게 늘인 채 휘둘렀으나, 아직 격뢰의 도움을 받는 올리버는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애꿎은 건물 벽면에 자상(刺傷)만 남긴 붕대 사내는 올리버처럼 건물 벽면을 타 쫓아왔다.

쿠아아아앙!!

건물 중간까지 단숨에 올라간 붕대 사내가 폭발에 휘말렸다.

올리버가 벽면을 오를 때 설치한 그러지 트랩(Grudge Trap) 이 발동한 것.

붕대 사내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흑마법은 아니었지만, 폭발의 반작용과 무너진 벽면으로 인해 붕대 사내는 허공에 붕 띄고 말았다.

그 엄청난 속도도 허공에선 무의미.

올리버는 폭발음에 맞춰 다시 돌아와 쿼터스태프를 허공에 잠시 던진 뒤, 두 손을 품 안에 넣어 물건을 꺼내 투척했다.

첫 번째로 투척한 것은 포털 마법이 깃든 종이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붕대 사내는 재빠르게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종이를 찢어버렸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살점으로 이뤄진 쿼터스태프는 그 길이가 길어졌다.

이완이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살점으로 이뤄진 무기는 저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듯했는데, 길어지는 건 저 쿼터스태프의 고유능력인 듯했다.

‘뭐, 그래도 덕분에 두 번째 공격은 들어갔지만.’

팍!!

붕대 사내가 종이를 쳐내는 사이 적당히 깎은 나뭇가지 하나가 그의 몸에 박혔다.

올리버가 종이에 이어 두 번째로 투척한 것으로, 나뭇가지 자체는 길거리에서 적당히 꺾은 평범한 것이었다.

자연의 힘과 감정을 미리 부여하긴 했지만 말이다.

[패러사이트(Parasite)]

[래피드 그로우(Rapid Growth)]

영창과 함께 나뭇가지 안에 든 자연의 힘과 감정은 동시에 반응해 술법을 발동시켰다.

붕대 사내의 몸에 박힌 나뭇가지는 그 상태로 뿌리를 내렸고, 줄기에는 여러 개의 입이 돋아나 무차별적으로 붕대 사내의 감정과 생명력을 빨아먹었다.

춥━! 춥━! 춥━! 춥━! 춥━! 춥━!

그 심상치 않은 기운과 엄청나 양에 올리버도 한순간 놀랐는데,

나뭇가지는 빨아들인 감정과 생명력을 양분 삼아, 올리버도 여태까지 보지 못한 기이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급성장했다.

“오······.”

버려진 도시 위에 우뚝 선 나무. 올리버는 전투 중인 것도 잠시 잊으며 감탄했다.

흑마법을 이용해 쥐를 잡아먹는 쥐, 입이 달린 콩 줄기, 눈알과 이빨이 난 나무 갑옷 등 온갖 기괴한 물건을 만든 올리버였지만, 눈앞에 우뚝 선 나무는 그 결이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형태 자체는 평범했다. 일직선으로 우뚝 선 가로수였으니.

특이한 점이라곤 도로를 가득 메울 만큼 그 크기가 크고, 검붉은색을 띠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나무줄기와 잎사귀 전부 말이다.

허나, 내뿜는 그 기운만큼은 그 격이 달리했다.

원래는 탐화로 불태워 장작으로 쓸 생각이었는데, 그러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사······.

“오, 대단하구만. 나도 처음 보는 나무야.”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거리 한복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저분하게 기른 수염, 눈 밑 다크서클, 여행자처럼 두꺼운 망토와 그 아래 아주 비싼 보이지만 동시에 허름한 옷.

이완 브렘너이었다.

온갖 기적의 물건을 만드는 뛰어난 장인이자, 콩과 소를 바꾸는 천재적인 협상가, 위대한 빚쟁이, 바다 건너 사막 땅과 용이 날아다니는 동방, 심지어 쥐가 총을 쏘는 미친 세상과 거인이 사는 하늘나라까지 가본 위대한 방랑자.

그리고 지금 올리버를 이곳 Z구역으로 초대한 남자였다.

올리버는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남자를 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완 님.”

“당연히 안녕하지. 그쪽은?”

“음······. 저도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한 명은 속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속았음에도 둘은 아무 일 없었다는 평범하게 대화를 나눴다.

미친 소리처럼 들렸지만, 둘에게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완이 부탁했다.

“저거 좀 풀어주지 않겠나? 저 친구, 저래 봬도 이 동네에서 원로로 존중받는 사람이거든. 개발 반대 위원회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올리버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하며 나무로 갔다.

Z구역에서도 보기 드문 미친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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