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조정 (2)
쭈욱.
치약 형태의 튜브를 짜자 크래커 위에 으깬 간이 올라갔다.
올리버는 다른 전투식량처럼 크래커를 입에 넣고 씹었다.
“맛이 어떻습니까?”
“저는 꽤 맛있습니다.”
“맛있다니······. 다행이군요.”
카버가 놀라며 말했다. 비꼬는 게 아닌 진심으로,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카버가 비록 군 생활을 했었다지만, 전역 후 바로 공무원으로 취직해 유례없을 정도로 젊은 나이에 시(市) 장관까지 오른 이였다.
출세한 만큼 의식주 수준은 높아졌기에 더 이상 전투식량은 입에 맞지 않았다.
물론 올리버도 카버와 비슷하긴 했지만, 올리버는 모든 의식주 기준을 밑바닥 광산과 고아원 시절에 맞췄기에 카버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카버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긴, 란다에서 만든 전투식량이 그나마 먹을만하니 맛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습니까?”
“슬프게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높은 사람들은 군인을 무슨 소모품처럼 봐, 군인이 먹는 음식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연료로 취급하거든요. 당연히 맛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열량만 주입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배고프면 다 맛있을 거라고요.”
“란다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별거 없습니다. 자체적인 조사 결과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게 낫다고 판단해 그런 것뿐입니다. 맛있는 걸 먹어야 사기가 오르고, 사기가 올라야 더 잘 싸울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 샘플 A, B, C, D 중 어느 게 가장 맛있으십니까?”
올리버는 다 먹어 치운 4개의 전투식량 샘플 중 세 번째 C를 가리켰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가장 많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비싸기도 하죠. 소중한 의견은 잘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담소를 나누듯 부드럽던 공기가 일순간 변했다.
올리버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
이제부터 진지한 일 이야기. 올리버는 냅킨으로 입을 닦은 다음 자세를 고쳐 앉았다.
카버가 입을 열었다.
“데이브 씨께서 저번에 준 자료 잘 읽어봤습니다. 데이브 씨가 작성해주신 본인 과거와 선택받은 사람들에 대한 자료,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 파견된 파테르교와 그들의 수사 기록까지 전부 다요······. 전부 확인했습니다.”
“바쁘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장관님.”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바쁜 건 밑의 직원들이라 장관은 한가합니다.”
거짓.
“또, 데이브 씨께서 주신 내용이 꽤 흥미롭기도 해 딱히 힘들진 않았습니다.”
진심.
“우선 감사 인사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인이 사이비 종교의 숭배를 받는 신이라는 걸 솔직히 이야기해주셔서요.”
“······혹시 놀라셨습니까?”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놀랐지만, 또 그렇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마탑 건으로 이미 크게 놀란 터라 감정이 좀 마모가 돼서요.”
“아······.”
“마탑의 비밀 실험체였던 분이 뒷골목의 해결사로 이름을 날리는데, 웬 소도시에서 사이비 신으로 숭배받는 건 뭐 그리 이상하겠습니까?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 듯하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그럼-”
올리버가 입을 여는 찰나 카버가 손을 들었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저기 제 책상 위에 쌓인 신문만 봐도 알 수 있죠.”
“음······. 동의합니다.”
“다행이군요. 그래서 때때론 단순하게 가는 게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제 질문에 대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올리버가 대답하자 카버는 두 눈을 빛냈다.
“데이브 씨가 원하는 건 결국 선택받은 사람들이 란다에 터를 닦을 수 있게 시(市)에서 허락해 주고, 파테르교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거지요?”
“예, 참고로 선택받은 사람들은 교주를 비롯해 전원 종교활동도 멈출 겁니다.”
“예, 주신 자료에서 읽었습니다. 선택하는 사람들이란 공동체로 조직을 바꿀 거라고요? 솔직한 제 심정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라 장담합니다.”
진심. 카버는 진심이었다.
“왜냐면 신앙이란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도,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란다에 살면서 사이비 종교를 몇 번 본 적 있어 알고 있습니다. 누가 없어지라고 해서 뿅 하고 없어지는 게 아니죠. 설사 그게······. 신 당사자라 하더라도요.”
“전 신이 아닙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저 그들에게 있어 당신은 신이라 그렇다는 거죠······. 아, 참고로 오해하지 마십시오. 신으로 숭배됐다고 해서 데이브 씨에게 무슨 색안경이 생긴 게 아니니. 사람을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는 생각 외로 좀 있어 익숙하진 않아도 막 그렇게 놀랍진 않습니다. 사회 밑바닥 인간들은 늘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찾으니까요.”
“오······. 그렇습니까?”
“예. 원하신다면 나중에 가르쳐 드리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 주제에 집중하도록 하시죠······. 요컨대, 선택받은 사람들은 데이브 씨에 대한 신앙심을 버리지 않은 상태일 겁니다. 그저 데이브 씨 곁에 있고 싶어 그러겠다고 한 거죠.”
올리버는 카버의 말을 부정하진 못했다.
실제로, 제인을 만나 헤어진 후, 마리는 선택받은 사람들의 종교활동을 중단하고, 공동체로 조직을 바꾼다고 약속했음에도 자기를 포함한 조직원 개인의 신앙은 자유로 맡겨 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올리버는 그 말에 동의했다.
마리 입장에서 이미 상당히 양보한 터라 더 이상 요구하기 좀 그랬고, 동시에 개인 자유의사까지 자신이 간섭하는 건 좀 그래서 말이다.
차차 설득해가면 되는 문제.
올리버가 해당 사실을 그대로 카버에게 말하며 인정했다.
“너무 순순히 인정하시는 거 아닙니까?”
“과거 장관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시(市)에 피해를 줄 것 같은 일이 있을 때는 미리 언질을 달라고요. 전 동의했고요.”
“기억합니다.”
“그래서 알려드린 겁니다. 약속이니까요······. 또 솔직히 모든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부탁하는 제 입장상 예의 같아서요.”
하······. 카버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정직하다 할지, 올곧다고 할지, 어리석다 할지, 속을 알 수 없다 할지. 뭐라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꽤 부담스럽다는 점이었다.
란다에 횡횡하는 잔꾀를 이 사람에게 쓰면 안 될 거 같다는 부담감 말이다.
“장관님.”
“예.”
“단 한 가지는 제가 약속드리겠습니다. 개인의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 해도, 선택하는 사람들이 란다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 종교적인 문제로 시(市)를 곤란하게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브 씨의 신용은 믿지만, 그분들은 영 미덥지가 않군요. 전 그분들을 모르니까요······. 만약 그분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럼, 제가 죽이겠습니다.”
짧지만 단호하게 대답에 카버의 등골이 아주 조금 서늘해졌다.
“······죽인다고요?”
“예, 약속이니까요. 그분들도 동의하셨습니다.”
허······. 카버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파이터 크루와 크라임 펌의 계약을 도와줄 때도 저런 신용계약을 했다고 한 것 같은데······. 직접 보니 엄청나게 믿음직스럽고, 오싹했다.
달리 해석하면 이쪽도 죽이겠다는 말이 될 수 있었기에.
“음,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예. 말씀하시지요.”
“만약, 그럼에도 저희가 도와주지 않고, 저들에게 떠나 달라 한다면 어찌하실 겁니까?”
“별수 없이 데리고 떠나야죠.”
데리고 떠난다.
올리버가 엄청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같이 떠나신다는 겁니까?”
“예.”
“제가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란다에서 그동안 해결사로 쌓으신 명성과 경력이 아깝지 않으십니까?”
올리버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깝습니다. 전 이 도시가 좋고, 이 도시 사람들도 좋아서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선택하는 사람들을 못 받아주면 저 역시 시(市) 입장에선 부담스러우실 테니까요.”
“데이브 씨 혼자라면 괜찮을 겁니다. 데이브 씨의 신분을 보증하는 마탑이란 기관이 있으니-”
“-그건 좀 더 있다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또, 선택하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 정착할 때까지 도와주고 싶고요.”
“그들을 걱정하시는 겁니까?”
“음······. 그런 것 같습니다.”
참으로 의외였다.
걱정이라니. 보편적인 감정이었지만, 해결사 데이브란 인간 자체가 워낙 특이해 오히려 어색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거 같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질어질하군. 진짜 걱정하는 거 같긴 한데, 또 약속을 어기면 자기가 죽이겠다니······. 안 되지. 안 되지. 중요한 건 핵심이고, 핵심은 손익이지.’
머릿속을 정리한 카버가 입을 열었다.
“데이브 씨에게 받은 자료를 검토한 후 몇몇 시의원님들께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께서는 데이브 씨의 요구조건을 수락하고, 파테르교로부터 지켜줄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정말입니까?”
진심인 걸 눈으로 봐 알지만, 올리버가 물어서 다시 확인해봤다.
“예, 아, 물론, 확실히 결정 난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시간도 필요합니다. 다른 의원분들을 설득해야 하고, 이것저것 조율해야 할 것도 있거든요. 가령, 선택하는 사람들을 어디 둘 건지, 데이브 씨에겐 뭘 요구할 건지와 같은······.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비공식 동맹이라 해도, 이런 거래는 주고받는 게 확실해야 하거든요.”
“이해하고, 전혀 불만 없습니다. 오히려 시(市)의 친절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혹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구체적인 시간은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인데, 정치란 요리 같은 거라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접근해야 하거든요.”
“아······. 저도 비슷한 이야기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정치는 소시지랑 같다고요. 이유는 과정을 알면-”
“-소문이 사실이군요.”
“소문요?”
“예, 데이브 씨는 농담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요.”
올리버는 시(市) 내무부 장관 카버를 말없이 바라봤다.
***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띠리릭! 띠리릭! 띠리━달칵!
[자넨가?]
시(市) 내부 통신장치 너머로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지내고 있지. 오늘도 침대에서 눈 뜨고 두 다리로 일어났으니.]
의원은 자신의 고령인 점으로 농담했다. 카버는 그렇다 할 대꾸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찾아왔고, 말씀대로 했습니다.”
[그렇군. 이제 이게 좋은 선택이길 기도해야겠군.]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결사 데이브에 대한 자네 개인적 호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가 마음에 듭니다. 실력에 신용까지 있는 사람은 보기 드무니까요. 물론, 의원님도 그걸 알기에 제 말에 따라 주신 걸 테고요.”
카버의 반격에 의원이 침묵으로 대답했다.
데이브의 부탁을 들어주자 설득한 건 카버 자신이었지만, 수락한 건 의원이었다.
즉, 의원 역시 올리버를 버리기 아깝다는 데 동의한다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전 의원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갈로스의 로큘리 대학, 노스랜드의 반군, 신대륙의 홍인 흑마법사, 다시 꿈틀거리는 개발 반대 위원회, 계속해 압박을 가하는 중앙 의회에 왕가까지, 세상이 너무 혼란스러우니까요······. 이런 와중에 실력과 신용 있는 해결사를 잃는 건 너무 뼈 아픕니다.”
[그 대가로 파테르교와도 대립하게 생겼는데?]
의원이 바보인 척 말했다. 이미, 계산 다 하고 결정한 걸 텐데.
허나, 알면서도 속는 게 이 바닥 미덕. 카버는 즉시 반박했다.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파테르교를 압박할 건 많으니까요. 통신장치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요······. 뭣보다 우린 자유도시 란다. 종교쟁이 눈치를 볼 이유가 무엇 있습니까?”
통신 장치 너머로 아무 말도 안 들렸지만, 카버는 의원이 웃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란다의 자부심이었다. 자유, 긍지, 부 그리고 귀족과 종교인에게 조까라고 하는 거.
카버가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뭣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일단, 데이브를 도와주는 게 란다로서도 이익입니다.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데이브는 우리 시(市)는 물론, 시스터 후드, 크라임 펌, 일부 자산가와도 좋은 관계를 쌓았습니다. 호구처럼 무리한 일도 척척 맡아 해결해서요. 그런데, 그런 그를 쉽게 내치면, 아무도 시(市)를 미더워하지 못할 겁니다. 저희가 사람을 평가하듯, 사람 역시 저희를 평가할 테니 말이죠. 그러니-”
[-좋아. 알아들었어. 이 나이 먹고 잔소리 들을 줄은 몰랐구만.]
“그럼, 다른 의원님들은······?”
[내가 적당히 설득해보도록 하지. 자넨 정식 보고나 준비하고, 데이브를 주시하게.]
“예, 알겠습니다.”
[참고로 조심히 잘 주시해야 할 거야.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예? 그게 무슨······?”
[아, 난 그냥 지킬 게 생겼으니, 데이브를 좀 더 통제하고 감시하기 쉬울 거라고 자네가 생각할까 싶어서······. 아닌가?]
카버는 부정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기에.
물론, 그걸로 데이브를 졸개처럼 휘두를 생각은 없었지만, 여차할 경우 손발을 묶을 순 있을 거란 생각했다.
사람은 지킬 게 생기면 약해졌으니.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조심해야 할 거야. 지킬 게 있는 인간만큼 약한 것도 없지만, 반대로 위험한 것도 없거든. 양날의 칼 같은 거지······. 이해했나?]
“······이해하고, 명심하겠습니다.”
[좋은 태도야. 명심하게. 원체 흉흉한 세상이니까.]
***
대륙 중앙의 한 작은 마을.
한때 이 마을은 이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었다.
왜냐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민이라고는 일곱에, 전부 늙은이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지금 거의 다 죽어 살아있는 이라고는 한 명밖에 없었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누운 이 80세 노인 말이다.
그는 지금 너무나도 쇠약해져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어찌나 힘든지 자신의 눈꺼풀 위에 앉은 파리조차 쫓아낼 기운이 없었다.
살아있는 시체.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단 둘밖에 없었다.
하나는 죽음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다 부서진 판자 문 너머로 보이는 이방인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아주 아주 기이한 이방인을······.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고, 이윽고 누군가 찾아왔다.
노인은 한평생 보지 못한 화려한 자동차에서 내린 남자와 사람 얼굴에 벌레 날개를 한 괴조(怪鳥)를 탄 소년이 말이다.
하하······.
노인은 허탈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악몽.
살아있을 때도 악몽 같은 삶을 살았는데, 죽어서도 악몽 같은 걸 보다니.
노인은 크나큰 절망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두 번다시 뜨지 못했다.
“와줘서 다들 고맙군.”
다 죽어가는 마을. 후드를 쓴 이방인이 말했다.
이방인은 몹시도 늙은 노인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인.
“요즘 자주 뵙는 것 같군요. 퍼펫 님.”
매우 비싸 보이는 차량에서 내린 건장한 남성이 말했다.
깔끔한 정장을 입었음에도 탄탄한 근육이 간접적으로 느껴졌다.
“자네가 날 보고 싶어 했으니까. 요리사.”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그런데, 저 애송이는 퍼펫 님께서 부른 겁니까?”
인육 요리사가 밤하늘을 가리켰다.
밤하늘에는 전신이 검은 깃털을 한 괴조(怪鳥)가 내려오고 있었다.
여성의 머리에, 벌레의 날개를 가진 괴조(怪鳥)가.
물론, 인육 요리사가 가리킨 건 괴조가 아닌 그 괴조 위에 탄 주황 머리 소년이었지만.
“하하! 반가워 늙은이들!”
주황머리의 활기찬 소년이 유쾌하게 인사하며 새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검은손을 대표하는 손가락 둘을 상대로도 조금의 두려움과 위축도 없었다.
왜냐면 자신 역시 손가락 중 하나였기에.
“와줘서 고맙군. 팬.”
퍼펫이 주황 머리 소년에게 인사했고, 소년은 히죽 웃었다.
“재밌는 이야기가 있을 거 같아서. 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