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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380화 (380/633)

380. 창피함 (1)

━푹!

올리버가 마리의 머리 위 정체불명의 실루엣에 눈이 팔린 사이 축축한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올리버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마리가 서 있었다.

손톱으로 보니파를 찌르려 했지만 실패한 마리가······. 보니파의 칼에 찔린 마리가.

보니파의 방어력이 높아 손톱이 몸을 뚫지 못했는데, 그에 반해 보니파의 황금 칼은 마리의 등을 관통해 뚫고 나왔다.

복부가 찔린 것.

그 모습에 모두 정적에 잠겼다.

찌르고 찔린 당사자들은 물론, 마리의 신도들과 신전 안으로 막 진입한 서번트, 성기사까지.

올리버 그 현실성 없는 모습을 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얼빠진 소리를 냈다.

“······어?”

***

목이 잘려 죽는다.

목이 매달려 죽는다.

사지가 찢겨 죽는다.

이빨이 뽑혀 죽는다.

곤봉에 맞아 죽는다.

허리가 잘려 죽는다.

말뚝에 관통돼 죽는다.

머리가 분쇄돼 죽는다.

산채로 찌부러져 죽는다.

수레바퀴에 매달려 죽는다.

산채로 내장이 뽑혀 죽는다.

면도칼을 억지로 삼켜 죽는다.

온몸의 가죽이 벗겨져 죽는다.

달군 집게에 눈이 뽑혀 죽는다.

거꾸로 매달려 톱으로 잘려 죽는다.

살점을 한 점 한 점 도려내져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보니파를 따라 신전으로 진입한 성기사와 서번트의 머릿속에 위와 같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아니, 떠오른 것을 넘어 보였다.

자신들이 수십 가지의 방법으로 죽는 환영이.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생생해 죽음을 각오한 그들마저 식은땀을 흘려야 할 정도.

그리고 그러한 환영을 본 건 자신들만이 아니었다.

신전 안 사이비 신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표정, 호흡, 식은땀,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자신들이 끔찍하게 죽는 환영을 보았다.

신의 분노를 체험하듯.

차갑고 무거운 침묵이 신전을 가득 채웠고, 모두 천천히 올리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마리를 부축해주고 있었다.

복부가 꿰뚫린 탓에 그녀의 흑마법은 풀렸으며, 상처 부위에서는 왈칵왈칵 피가 새어 나왔다.

올리버는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쓰러진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말없이 부축해주었다.

불경한 말이었지만, 그 모습에서 성기사는 한순간 성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공포도 느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무엇인가를 본 것처럼 불길하고, 두려웠다.

‘지금 쳐야 한다.’

뻐금뻐금 올리버를 향해 뭐라 말하는 마리를 보며 갈라하우트가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지금 쳐야 한다고 느꼈다.

무방비한 바로 지금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 터.

허나, 갈라하우트를 포함한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심지어, 천사의 아들로 완전히 각성한 보니파마저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올리버의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이 비쳐 그런 걸지도.

큰 변고를 당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어린아이 말이다.

‘아냐······. 아냐.’

갈라하우트는 속으로 부정했다.

여기 있는 성기사를 포함해 서번트 모두 신을 위해서라면 아이도 죽일 수 있을 만큼 신실한 자들이었다.

때때로 전체를 위해 숭고한 피를 흘려야 한다는 걸 아는 자들이었으니.

이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동정이라는 개인적인 이유도, 혹여 나쁜 그림이 연출될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이유도 아니었다.

그것보다 좀 더 근본적이고 순수한 이유였다.

공포. 죽음을 뛰어넘는 공포 때문이었다.

“아······.”

바닥에 피가 가득 고이며, 온몸이 창백해진 마리가 힘없이 소리 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 손이라도 잡아달라는 듯.

마리의 생(生)이 사(死)로 넘어가려는 그 순간, 올리버는 손에 쥔 쿼터스태프를 내려놓으며 손을 뻗었다.

마리의 손이 아닌 배 위로 말이다.

“오, 신이시여······.”

누군가 신을 찾았다.

왜냐면 죽음의 문턱을 넘기 직전이던 마리가 다시 숨을 쉬었기에.

‘뭐지?’

갈라하우트가 피로 물든 마리의 배를 보며 생각했다.

올리버가 손을 댔던 부위로, 분명, 구멍이 나 있었던 자리인데, 지금은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흉터도 없이.

그 모습에서 갈라하우트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치료술의 흔적은 볼 수 없었건만, 무슨 속임수를 쓴 것인지 의문이었다.

“오오······. 기적이다. 기적.”

“신이시다. 진짜 신이야.”

“아아······.”

그러던 중 몇몇 사이비 신자들이 충격과 경외심을 보이며 스스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올리버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자연스럽게 손가락을 까딱이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이다.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

그는 한참을 서 있다, 자신이 바닥에 놓은 쿼터스태프를 다시 들어 마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잠시······. 보관해 주시겠어요?”

평범한 말이었음에도 신전 안에 있는 모두가 움찔했다.

그건 성기사도 서번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 아, 알겠습니다.”

올리버의 치료를 받은 마리가 양 무릎을 꿇으며 정중히 쿼터스태프를 받았다.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건네자마자 바로 뒤로 돌아 양손을 허공에 쥐고는 양옆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허공이 찢어지며 포털이 열렸다.

분명, 아무런 장치 없이 포털을 여는 건 몹시도 어려운 일일 텐데. 전문 교육을 받은 마법사 열 명 중 두셋만 가능할 정도······. 그런데, 그는 너무나도 쉽게 성공하며, 주변 신도들에게 포털 안으로 들어가라 손가락으로 명령했다.

마리가 그 모습에 뭐라 말하려 했지만, 올리버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내 입을 다물고는 다른 신도들과 같이 순순히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도주하는 것.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성기사들이 이를 막으려 했으나, 뒤돌아 있는 올리버가 손을 들어 이를 말렸다.

놀랍게도 그 모습에 죽음까지 불사하는 성기사와 서번트의 발을 멈췄다.

아까 전처럼 죽음을 넘어서는 공포를 느끼며 말이다.

고통스러웠다. 신앙심을 시험받는 것 같았기에.

그사이 선택받은 사람들의 신도들은 전부 포털 안으로 들어갔으며, 포털은 유유히 닫혔다.

포털이 사라진 걸 보자마자 올리버가 목을 옆으로 기괴하게 기울이며, 부서진 블랙 슈트를 수복했다.

감정을 추출한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자신의 감정을 사용한 듯했다.

꽤 난감했다. 흑마법사는 자기감정을 사용할 때 가장 위험한 법이었는데.

그렇게 모두가 긴장하던 중 자신의 직책에 책임감을 느끼던 보니파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술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콰직!

갈라하우트는 보았다.

뒤돌아 있는 채 무릎을 살짝 굽힌 올리버를.

뭘 하려나 의문을 가지려는 찰나, 그는 바닥에 작은 균열을 남기며 사라졌다.

엄청난 힘으로 땅을 박차 이동한 것.

순식간에 사라진 그는 어느새 보니파의 코앞으로 가 그의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발로 걷어찼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벽을 부수며 밖으로 날아간 보니파.

모두 경악하며 올리버를 봤다.

짙은 블랙 슈트로 전신을 뒤덮은 그는 침묵한 채 제자리에 서서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몹시도 이질적이었다.

정적이면서도 격렬하고, 분노한 듯하면서도 차가웠다. 모순적인 분위기.

그는 검게 가려진 얼굴로 보니파를 제외한 다른 성기사와 서번트를 훑어봤다.

얼굴이 가려진 상태라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기에, 그의 시선은 더 기분 나쁘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그 불쾌하면서도 이질적인 압도감에 모두 아무것도 못 하는 그때, 보니파가 신음을 내며 일어났다.

그 소리를 신호 삼아 올리버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모두 알 수 있었다. 그가 보니파를 해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걸.

“으아아아아아악!!”

크로스 건을 든 서번트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공포에 저항하며 올리버를 향해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성이 선명하게 울렸고, 올리버는 손을 들었다.

그는 검지와 엄지로 날아온 총알을 콕 잡았다.

총알을 맨몸으로 견디는 초인들이 있는 세상이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

서번트 몇몇이 본능적인 위기감에 떠밀려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질러 올리버를 향해 돌진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번트들이 성기사보다 더 용감했다.

무의미했지만.

촤라라라락━━!!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서번트들을 보며 올리버는 무감각하게 고개를 까딱이더니, 총알을 떨어트리곤 검지를 세워 휙 하고 휘둘렀다.

아주 가볍게.

허나, 가벼운 손짓과 달리 검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채찍처럼 움직여 서번트들의 무기를 사탕처럼 부수고, 그들의 팔을 베어냈다.

사과껍질 벗기듯 살가죽을 도려냈다.

정상에서 아득히 벗어난 상처에 서번트들은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비명을 질렀으며, 올리버는 무감각하게 이를 바라봤다.

“이 악마 놈!”

비틀비틀 일어난 보니파가 하얀 화염으로 검을 두르며 올리버를 향해 휘둘렀다.

그는 아까 전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공격을 피했을 뿐 아니라, 보니파의 머리를 디딤판 삼아 뒤로 돌아 보니파의 배후를 잡았다.

본능적인 위기를 감지한 보니파는 재빨리 뒤를 돌려 했으나, 올리버는 머리를 잡아당기며 보니파의 척추를 무릎으로 찍어버렸다.

꾸찍!!

뼈가 으스러지고, 근육이 끊기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보니파의 가슴이 꿰뚫린 것처럼 앞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리버는 그 상태로 보니파의 날개를 붙잡아 잡아당겼다. 격뢰창(激雷槍)도 버틴 날개를 말이다.

일방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피해를 줄 수 없을 것 같은 그 날개는 경악스럽게도 올리버가 잡아당기자마자 곧 균열이 일며 그대로 찢어져 빛 파편으로 바스러졌다.

“······!!!”

신체적인 고통은 없었으나, 그 이상의 정신적 충격을 받은 보니파.

그는 발광하듯 칼을 휘둘렀다.

올리버의 손에 너무나도 쉽게 붙잡혔지만.

보니파의 손을 탁하고 붙잡은 올리버는 격렬하면서도 정적이게 보니파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한쪽 손을 잡은 상태로, 복부를 주먹으로 때리는가 하면, 팔꿈치로 이마를 갈기고, 무릎을 발로 차 무릎 꿇리더니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 망치질하듯 어깨를 내려찍은 후, 반대 손으로 얼굴을 후려갈겼다.

얼굴을 맞은 보니파는 인형처럼 맥없이 날아가 바닥을 굴렀으나, 올리버는 다시 보니파를 붙잡아 바닥에 패대기치고는, 다시 들어 저 멀리 있는 폐건물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인형에 분풀이하는 아이처럼.

올리버는 보니파가 날아간 곳을 향해 시선을 던지더니, 고개를 천천히 돌려 갈라하우트와 성기사, 서번트들을 봤다.

기이한 분위기와 힘에 압도돼 아무 행동도 못 하자, 올리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보니파를 확인했다.

그는 저 멀리 있는 폐건물 중간층에 처박혔고, 이를 확인한 올리버는 아까 전처럼 무릎을 살짝 굽히더니, 그대로 땅을 박차 단번에 도약해 보니파를 걷어찼다.

쾅━━━━━!!!

엄청난 각력(脚力)으로 보니파를 걷어차며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올리버.

엄청난 충격에 보니파는 맞은편 벽을 뚫고 나가려 했지만, 올리버는 재빠르게 그를 붙잡아 건물 기둥으로 집어 던졌다.

울리는 건물과 쩌저적 금이 가는 기둥.

해일처럼 몰아치는 충격에 보니파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혼란스러웠다. 풍족하고 신앙심이 넘치는 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목표한 대로 성기사가 됐고, 이윽고 꿈에만 그리던 선택받은 존재, 천사의 아들로 완전히 각성한 자신이 왜 지금 이토록 무력하고 무참하게 당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감정······. 아마, 보니파가 조금만 불행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이것이 부당함, 억울함, 절망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터였다.

“도, 도대체 당신은 뭐지······?”

보니파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버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온 것이라곤 의문을 가진 올리버의 시선이 전부였다.

마치, 이게 전부냐고 묻듯.

보니파는 얕잡아 보인 것을 넘어, 자신의 인생 전부가 부정당한 느낌을 받았고, 엉망이 된 몸으로 억지로 일어나 올리버에게 다시 덤볐다.

자신의 인생을, 믿음을 지키기 위해.

보니파는 칼을 휘둘렀다.

올리버는 이를 가볍게 피하며 옆구리를 때렸다.

숨이 멈추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밀려오며 보니파는 쓰러졌고, 올리버는 공격을 멈춘 채 말없이 보니파를 내려다봤다.

숨이 되돌아오고 통증이 가라앉은 보니파는 다시 칼을 휘둘러 거리를 벌리곤 사방을 불태우는 성법을 사용했다.

[루멘(lumen)]

거대한 번개를 소멸시킨 성법. 그 성스러운 새하얀 화염은 보니파의 몸을 중심으로 둥글게 형성돼 점점 커져 건물과 함께 올리버를 소멸시키려 하였다.

그 순간 올리버는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화염에 다가와 손을 찔러 넣었다.

그 어떠한 고통도, 피해도 입지 않은 채.

그리고는 양손을 좌우로 잡아당겨 그대로 찢어버려, 허무하다 느껴질 정도로 손쉽게 태양을 소멸시켰다.

“어······?”

그 모습을 본 보니파의 가슴속에 무엇인가가 싹텄다.

어쩌면 자신은 선택받은 천사의 아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말이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보니파가 속으로 그렇게 외치는 찰나 올리버가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뒤로 날아간 보니파는 벽을 꿰뚫고 반대편 건물에 다시 처박혔다.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무력감과 고통, 의문. 보니파는 일단 다시 날개를 만들어 도망치려 했다.

‘뭐야······?’

보니파가 놀랐다. 다시 날개가 생성되지 않았기에. 천사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날개가.

분명, 파괴되어도 믿음과 힘만 있으면 다시 만들 수 있다고 하였는데, 생성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소리치려는 찰나 올리버가 다시 날아와 보니파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붙잡아 그대로 건물 외벽에 머리를 갈아버렸다.

촤아아아아악━!!

콘크리트 벽면에 생긴 선명한 자국.

건물 거의 아래쪽에 도달했을 때쯤 빨간 피가 묻어 나왔고, 올리버는 보니파를 다시 집어던져 원래 있던 건물로 되돌렸다.

“끄으으윽······! 크억!”

올리버는 보았다.

이미 전투 의지가 꺾인 보니파를.

그는 한쪽 얼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간신히 장검을 붙잡고 기어 도망치고 있었다.

사실상 끝난 싸움.

그러나 올리버는 뚜벅뚜벅 보니파를 향해 다가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평범한 속도로.

원래라면 이쯤에서 멈췄을 테지만, 올리버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 성기사란 존재를 때려주고 싶었기에. 정확한 이유는 올리버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그냥 아프게 해주고 싶었다. 아주아주 아프게.

그렇게 목적성과 의미도 없이 보니파에게 다가간 올리버는 그를 붙잡았고, 보니파는 몸을 획 돌려 올리버를 향해 황금으로 도금한 칼을 찌르며 그 상태로 성력(聖力)을 모조리 쏟아부어 올리버를 불태우려 했다.

파각!

새하얀 화염이 올리버를 뒤덮으려는 그때,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성법이 멈췄다.

보니파는 요동치는 눈으로 자신의 검을 봤다.

천사의 아들로 선택받아, 천사의 힘을 이식받은 뒤 수여 받은 자신의 황금 칼을.

파테르교의 성수(聖水)를 이용해 전통대로 주조한 황금 칼은 수백 번을 휘둘러도 이가 나가지 않고, 녹이 슬지 않는 성물(聖物)이나 다름없었건만, 지금 붉게 녹슬어 바스러졌다.

보니파의 머릿속에는 ‘왜’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대답을 구하기도 전에 쿵 하고 얼굴 한쪽에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크아아아아악!!”

눈 한쪽이 짜부라진 것과 같은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보니파가 비명을 질렀다.

고요한 밤, 폐건물 안에서 홀로.

그 비명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올리버만이 유일했지만, 올리버는 무감각하게 다시 손을 들어 보니파를 후려칠 뿐이었다.

쾅━!

강렬한 통증이 밀려오며 폐에서 공기가 빠졌고, 보니파는 강제로 비명을 멈췄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올리버는 다시 주먹을 들어 보니파를 내리쳤다.

아이처럼 투박하지만, 무자비하게.

쾅━━!!

바닥에 금이 가는 게 느껴졌지만, 올리버는 멈추지 않았다.

쾅━━━!!!

저항하기 힘든 강렬한 통증이 다시 퍼지며 바닥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아래층으로 떨어질 때의 통증 탓에 보니파는 바스러진 칼을 놓았으며, 방어는 풀렸다.

“꺼어············! 잠-”

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올리버가 다시 주먹을 내리쳤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내려앉는 바닥.

으스러진 보니파의 어깨.

그럼에도 올리버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보니파의 몸은 철저히 파괴되며 그 아래의 아래로 떨어졌다. 계속해 말이다.

쾅━━━━!!!!

쾅━━━━━!!!!!

쾅━━━━━━!!!!!!

이윽고 올리버와 보니파는 건물 맨 아래층을 넘어 지하실까지 내려왔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데까지.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보니파도 더 이상 망가질 데가 없었다.

양어깨는 다진 고기처럼 으깨졌고, 턱은 부서졌으며, 코는 부러졌고, 배와 가슴도 멀쩡한 것과 거리가 있었다.

아, 하나 남았다.

멀쩡한 곳.

다름 아닌 보니파의 한쪽 눈.

올리버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보니파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보니파의 눈알을 포도처럼 으깨버리기 위해. 고통을 주기 위해.

그렇게 본능에 따라 보니파의 눈을 후벼 파려는 찰나, 한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끄읍······! 끕!”

억지로 울음을 참는 아이의 소리.

올리버는 고개를 돌렸고, 볼 수 있었다.

폐건물 지하실에 숨어 사는 한 빈민 가족을.

그들은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며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고 있었다.

올리버를 두려워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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