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와인햄에서의 대결 (2)
“우리 파테르교를 이길 거라 기대하다니······. 오만하군요!”
대답을 들은 보니파가 하늘 위를 선회하더니 곧바로 첨탑 위에 있는 올리버를 향해 돌진해 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올리버는 돌진해오는 기색을 읽자마자 점프, 맞은편 폐건물을 향해 도망쳤다.
칵━!!
올리버가 맞은편 건물로 도망치자마자 날카로우면서도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첨탑이 가로로 쪼개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 튼튼한 곳이 아니었다지만, 장검으로 저렇게 자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제 어쩌실 겁니까?”
“글쎄요·····. 어떻게든 발버둥 쳐야 하지 않을까요?”
“발버둥 친다고 뭐가 변할 것 같습니까?”
“변할지 안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리버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보니파의 말대로 발버둥 자체는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발버둥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법인데.
조셉, 던칸, 셰이머스, 테어도어 등.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위해 생(生)마저 불태우는 열정은 그 자체로 존귀했다.
보니파의 감정 상태를 봤을 때 동의하지 않는 듯했지만.
그는 날개를 펄럭여 빛으로 이뤄진 깃털 화살을 올리버에게 날렸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촘촘히 날아오는 깃털 화살은 기관총 세례처럼 엄청난 압박감을 줬지만, 올리버는 날아오는 공격을 차분히 바라보며, 양손으로 쿼터스태프를 꽉 잡았다.
자신의 흑마법을 믿으며 말이다.
파악━━━!!!
블랙 슈트를 두른 쿼터스태프로 있는 힘껏 휘두르자, 궤적에 따라 공기가 일그러지며 강력한 강풍(强風)이 일었다.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 정도.
당연히 성법으로 만든 깃털 화살 역시 예외는 아니라 강풍에 의해 추진력을 잃고, 되려 날아가 버렸다.
흑마법도 뭣도 아닌 강력한 물리력에 의해.
‘기사님의 성법은 강하지만, 내 흑마법도 약하진 않아.’
올리버가 눈앞의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흑마법을 믿으며 승리의 가능성을 엿봤다.
촤악!
그러나 그 생각이 무색하게 보니파는 장검을 휘둘러 올리버가 날린 바람을 가볍게 두 쪽으로 잘라버리곤, 그 틈새 사이로 돌진해 왔다.
팟!!
보니파의 공격 의사를 읽자마자 올리버는 앞뒤 따지지 않고 뛰어올랐다.
덕분에 순식간에 접근해 공격을 가한 보니파를 피할 수 있었다.
특별한 성법을 쓰지 않고도 이 정도 속도라니 꽤 위협적. 허나, 속도 그 자체보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기동성이 더 위협적이었다.
보통 속도가 빠른 경우 방향 전환이 느려 어떻게든 빈틈을 노릴 수 있었지만, 빛으로 이뤄진 보니파의 날개는 엄청난 선회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했다.
덕분에 공중으로 뛰어오른 올리버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보니파와 달리 올리버는 허공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으니.
올리버 역시 이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기에.
[타겟팅(Targeting)]
올리버가 몸에 두른 블랙 슈트 일부를 재료로 사용해 흑마법을 발동했다.
블랙 슈트의 일부분이 검은색 연기로 변해 보니파에게 들러붙어 다트판을 형성했으며, 보니파는 성기사답게 성법을 사용해 타겟팅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홀리 라이트(Holy Light)]
보니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빛.
하지만 보니파의 몸에 들러붙은 검은색 다트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냐면 인공 영혼으로 강화한 블랙 슈트를 재료로 사용해 만든 것이었기에. 성법에 저항하는 블랙 슈트말이다.
꽈악······!
공중에 뜬 올리버는 한쪽 손을 쥐어 타겟팅의 인력(引力)을 강화해 보니파를 잡아당겼다.
갑작스러운 힘에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보니파.
실제로 그의 힘이 상당해 쉽게 끌려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올리버 자신이 직접 끌려갔으면 됐으니.
올리버는 자신의 몸에 미리 부착한 다트판을 매개로 보니파를 향해 날아갔다.
올리버의 인위적인 움직임과 성법에 저항하는 흑마법에 당황한 보니파는 반 박자 느리게 반응했고, 올리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블랙 슈트를 두른 쿼터스태프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쾅━━━━!!!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를 휘두르자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가 일어 주변의 공기를 찢고, 건물 창문과 외벽에 균열을 일으켰다.
당연한 결과였다. 여태까지 올리버가 사용한 블랙 슈트 중 그 성능이 가장 뛰어난 거였으니.
“그런데도 쉽지 않군요.”
올리버가 자신의 기습 공격을 막은 보니파를 보며 말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반응. 강렬한 빛을 뿜으며, 장검으로 올리버의 일격을 막았다.
그뿐 아니라 몸에서 더욱 강렬한 빛을 뿜으며 검의 무게 중심을 움직여 쿼터스태프를 흘리고 가로로 칼을 휘둘러 반격을 가했다.
팍━!!
황금빛 화염을 두른 보니파의 칼날이 올리버의 몸통을 베기 직전 올리버가 타겟팅의 척력(斥力)을 높여 보니파를 밀었다.
실제로 밀려난 건 힘이 부족한 올리버였지만.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정말 천사의 아들인가?’
올리버의 머리 한쪽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밀어내며 다시 눈앞의 상황에 집중. 몸에 두른 블랙 슈트의 상당량을 쿼터스태프에 둘러 창처럼 날카롭게 압축시켰다.
꾸드득. 꾸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쿼터스태프는 밤하늘보다 더 검게 변했다.
올리버는 그 상태로 보니파에게 쿼터스태프를 겨눠 타겟팅의 척력(斥力)을 줄이고 인력(引力)을 높여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이대로 찌르기 위해.
캉━!!
타겟팅의 인력(引力)을 이용해 보니파의 몸을 꿰뚫으려던 찰나, 같은 수에 두 번 당할 생각이 없는 보니파가 반 박자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칼에 둘러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 올리버의 쿼터스태프를 쳐냈다.
하늘 위로 높이 날아가는 쿼터스태프.
올리버는 빈손이 되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바로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어차피 근접전투 수준 차이가 심해 정석적으로 맞붙을 생각은 없었으니.
올리버는 자신의 몸에 두른 블랙 아머를 채찍처럼 휘둘러 보니파의 목을 감은 뒤, 잡아당겨 거리를 좁혔다.
그러나 보니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위로 쳐올린 장검을 다시 내리쳐 올리버의 한쪽 어깨를 베려고 했다.
올리버는 흑마법을 발동했다.
[엑데시스(Ecdysis)]
보니파의 칼날이 블랙 슈트를 가르던 도중 올리버가 허물 벗듯 블랙 슈트를 일부 벗어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
약해진 장갑. 보니파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두르려 했고, 올리버는 이에 맞춰 다시 흑마법을 발동했다.
[임프리전(Imprison)]
올리버가 영창하자 허물처럼 벗은 블랙 슈트가 끈적끈적한 타르처럼 변해 보니파에게 들러붙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보니파는 놀랐으나, 이미 이골이 난 듯 성법을 사용해 대응했다.
[퓨리파이(Purify)]
보니파의 외침에 그의 몸을 중심으로 노란 불꽃이 터져 나와, 홀리 라이트도 견딘 타겟팅과 임프리전을 불태워 버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보니파는 자신의 끝없는 힘을 과시하듯 퓨리파이의 범위를 높여 올리버까지 휩쓸어 버렸다.
노란빛 화염에 블랙 슈트 일부가 불타 일부가 소멸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리버의 몸에 두른 블랙 슈트는 지속적이며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해 좀 더 능동적인 방어로 피해를 줄였다는 거였다.
그렇다 해도 블랙 슈트의 소모와 간접적인 열기로 인한 통증은 막을 수 없었다.
“끝입니다.”
퓨리파이로 인한 충격으로 추락하는 올리버를 향해 보니파가 장검을 겨누며 날아왔다.
꽤나 위기인 상황.
올리버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격뢰창(激雷槍)]
올리버의 영창을 듣자마자 보니파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며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하늘로 날아간 쿼터스태프가 저 하늘 위에서 얼마나 막대한 전격을 머금은 채 떨어지는지를.
마치 고대 뇌신(雷神)의 창처럼, 거대한 전격을 머금은 채 이쪽을 향해 떨어졌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은 힘에 보니파는 다급히 방향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올리버 쪽이 더 빨랐다.
“내리쳐 주세요.”
올리버의 부탁에 쿼터스태프는 의지를 가진 듯 번쩍이며, 보니파의 머리 위로 단숨에 떨어져 그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보니파를 찍어 누르며 땅 위에 내리꽂힌 쿼터스태프는 말도 안 되는 표현이지만, 검은빛으로 사방을 밝히며 강렬한 전기 기둥을 일으켰다.
━━━━━━━━━━!!!!!!
형용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무분별하게 퍼진 전격은 바닥을 검붉게 불태우며, 인근 폐건물을 무너트리고, 불태워 재로 만들었다.
보는 것만으로 눈이 멀 것만 같은 광경.
허나, 그 속에서 올리버는 볼 수 있었다.
빛으로 이뤄진 날개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성력(聖力)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보니파를.
“놀라워라.”
올리버는 자기가 뱉은 말처럼 놀랐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보니파는 분명 올리버의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건만, 날개가 스스로 움직여 보니파를 보호해 줬다.
마치, 성법 자체에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의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슬슬 한계를 드러냈던 성력이 다시 용솟음치며 보니파를 계속해 보호했다.
마치 끝이 없는 듯.
모든 게 혼란스러운 와중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었다. 이대로 가면 올리버가 진다는 것.
이미 올리버는 감정이고, 마력이고, 생명력이고, 자연의 힘이고 거의 다 쓴 상태였기에 저항할 수단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올리버는 그나마 승기를 잡았을 때 끝장내기 위해 양손을 이용해 격뢰창(激雷槍)을 통제, 힘을 집중시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며 최대 효율로 보니파를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번개 기둥은 그 형태가 정갈하게 잡히며, 강렬한 빛을 발산. 흡사 땅 위에 떨어진 태양처럼 주변을 환히 밝혔다.
그 순간 진짜 태양이 강림했다.
[루멘(lumen)]
검은 번개 기둥 속에서 필사적으로 버티던 보니파의 감정이 점차 요동치더니 몸에서 내뿜던 빛이 새하얗게 바래며 강렬한 구 형태로 폭발, 번개 기둥을 소멸시켜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
올리버는 폭발의 여파로 쿼터스태프와 함께 멀리 날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과정에서 타겟팅을 사용해 쿼터스태프를 회수했다는 것.
‘뭐지?’
올리버가 비틀비틀 일어나 자신이 본 걸 생각했다.
요동치는 감정과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보니파가 피눈물을 흘리며, 노란색도 황금색도 아닌 새하얀 빛의 성법을 사용했다.
처음 보는 성법······. 정말 의문이었다. 자주 보지 못하는 성법 가운데서도 처음 보는 형태였건만, 어째서 친근감이 가는지 말이다.
휘이이이잉━━━캉!
저 멀리서 보니파가 날아와 올리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미 상당한 힘을 소진한 상태였기에, 올리버는 급한 대로 쿼터스태프를 내세워 방어했다.
다행히 쿼터스태프는 아무런 것도 두르지 않은 상태임에도 보니파의 칼을 막아주었다.
“감사를 표하죠······. 당신 덕분에 전 진정한 천사의 아들임을 증명했습니다.”
보니파가 여전히 피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성법에 몸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
그 모습에서 올리버는 다시 한번 알록달록한 깃털로 치장한 까마귀를 떠올랐다.
그와 함께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파테르교에서 말하는 천사의 아들은 도대체 뭔지 말이다.
왠지 특정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계속 고민할 순 없었다.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
이대로 간다면 올리버는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다.
보유한 감정도, 생명력도, 마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 있는 거라곤 이미 거의 소모해 그 색마저 희미해진 블랙 슈트가 전부.
쩌저저적······.
올리버가 점점 금이 가는 블랙 슈트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뭐죠?”
“기사님의 그 힘, 정말 기사님 것입니까?”
보니파는 한순간 멈칫했다. 뭔가 걸리는 게 있듯.
“예, 천사의 힘은 이제 제 것입니다! 그걸 왜 물어보시는 거죠?”
천사의 힘이라······. 올리버가 의문을 빛내며 대답했다.
“저도 쓸 수 있을까 해서요.”
대답과 동시에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쥔 한쪽 손을 놓으며 보니파를 향해 손을 뻗어 나직이 외쳤다.
“추출.”
***
추출. 그 단어를 듣자 보니파는 움찔했고, 차가운 침묵이 도래했다.
잠시 후 올리버가 말했다.
“아······. 역시 안 되나 보네요.”
올리버가 아쉬워했다.
사실 당연한 거였는데 말이다. 성력을 추출하는 흑마법사라니.
말도 안 되는 일. 허나, 올리버는 아쉬워했다. 마치, 성공이라도 할 줄 알았다는 듯.
그리고 재밌게도 올리버가 아쉬워하는 것 못지않게 보니파는 안도했다.
말이 안 된다는 건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았음에도, 저 태연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한순간 걱정하고 말았다.
그러자 곧 안도감은 눈처럼 녹아 사라지고, 그 빈 자리를 모욕감과 분노, 억울함이 대신 채워나갔다.
왜냐면 이는 모독이었으니까.
한평생 신을 위해, 파테르교를 위해, 천사의 아들이 되기 위해, 인류를 위해 헌신한 자신의 노력과 신앙심을 더럽힌 짓.
아들로 선택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노력했건만, 한순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끼게 하다니······!
보니파는 자신의 인생 전부가 부정당하고 모욕당한 듯한 극심한 분노를 느끼며 칼을 크게 휘둘렀다.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내세워 공격을 막았지만, 힘에서 밀려 뒤로 날아가 등 뒤의 벽과 충돌.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정신이 없어 아까 전까지 몰랐는데, 공교롭게도 마리가 있는 폐쇄된 신전 안이었다.
‘우연? 아니면 노린 건가?’
올리버가 비틀비틀 일어나 생각했다.
깡!
보니파가 올리버를 따라 안으로 들어와 칼을 다시 휘둘렀다.
간신히 일어난 올리버는 쿼터스태프를 다시 들어 방어했지만, 힘이 모자라 쿼터스태프를 놓치고 자상(刺傷)까지 입으며 뒤로 날아가 맞은편 벽에 처박혔다.
‘이제 어떻게 하지? 필거렛? 주변 사람들의 감정?’
더 이상 대응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올리버는 다른 수단을 찾아봤다.
그러나 한 박자 늦고 말았다. 분노한 채 달려드는 보니파 앞에선 필거렛을 꺼낼 틈도,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추출할 틈도 없었기에.
“주인님!”
보니파와 올리버 사이에 마리가 뛰어들었다.
그녀는 란다에서 올리버와 재회했을 때처럼 온몸이 검게 물든 채 소름 돋을 정도로 길게 기른 손톱을 휘둘러 보니파를 막았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강해 보였는데,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니 마리의 머리 위에 있는 검은손들이었다.
피로가 쌓여 헛것이 보이는 건가 싶었다. 도대체 왜 마리 머리 위에 사람과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손이━
━푹!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