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377화 (377/633)

377. 날개 달린 사람 (2)

“처, 천사다······.”

누군가 넋이 놓은 채 말했다.

신전 안에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었고, 주변에 쓰러진 서번트였을 수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군가 천사라 말했고, 이를 부정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였다.

아니, 더 나아가 동조했다.

그도 그럴 게 등에 날개를 달았고, 몸에서 빛을 뿜어 밤하늘을 밝혔으니.

천사라 생각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성기사로 평생을 보낸 갈라하우트와 올리버에 대한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마리마저 천사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모두 밤하늘 속에서 등장한 남성에게 매료됐다.

딱 한 명. 올리버만 빼고 말이다.

올리버는 하늘 저편에서 날아오는 날개 달린 사람에게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차분히 바라봤다.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등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았으니.

그러나 남들과 다르게 천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왜냐면 저건 천사가 아닌 사람이었으니까.

제아무리 알록달록한 깃털로 몸을 치장해도 까마귀는 까마귀인 것처럼.

그렇기에 모두 날개 달린 사람을 사람이 아닌 성스러운 것으로 바라볼 때, 올리버만이 그냥 좀 더 신기한 사람을 보듯 바라봤다.

“기사님······. 저게 기사님의 진짜 목표입니까?”

올리버가 아까 전부터 보았던 갈라하우트의 속셈을 떠올리며 물었다.

갈라하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널 심판할 인류의 구원자지······. 보니파!”

갈라하우트가 외쳤고, 밤하늘 속에서 나타난 인류의 구원자 보니파는 밝게 물들인 밤하늘을 한 바퀴 선회하며 이쪽으로 날아왔다.

척 보기에도 그 속도가 엄청났는데, 거기에 빛으로 이뤄진 날개를 한번 펄럭이자 소닉붐까지 발생했다.

맨몸으로 나는 것도 신기한데, 저런 속도를 내고, 또, 그 속도를 견디다니.

가히 감탄스러웠다.

[격풍(激風)]

광범위한 공격이 아닌 집중된 공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올리버는 분노의 감정과 엔릴 학파의 공기 마법을 뒤섞어 검은색 회오리바람을 만들었다.

회오리바람이 생성되자마자 탐화는 그 안에 들어가 분노와 탐욕이 깃든 거대한 불기둥으로 진화했다.

과거 셰이머스의 대규모 주술을 정면에서 깨부순 술법으로.

거대하고 사나운 불기둥은 자신의 힘을 무분별하게 확장해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켜 부수고 불태우려 하였다.

그때, 올리버가 통제력을 발휘, 힘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오히려 압축시켜 보니파만 삼키게 했다.

거대한 불기둥이 검은 용처럼 변해 보니파를 향해 날아들었다.

척 보기에도 소름이 돋을 터인데, 보니파는 기죽긴커녕 더욱 강렬한 빛을 뿜으며 돌진해 왔다.

휘이이이이이이잉━━━━━팡!!!

폭발하듯 공기를 찢으며 돌진한 보니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기둥으로 들어갔다.

불룩!

보니파를 삼킨 불기둥은 탈장(脫腸)이라도 일어난 듯 한쪽 옆구리가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불룩!

불룩!

불룩!

불룩!

뱀처럼 길게 늘어진 불기둥 곳곳에서 균열이 일더니, 소름 끼치는 폭발음과 함께 그대로 붕괴했다.

엄청난 폭발과 후폭풍 속에서 보니파는 유유히 밖으로 나와 자신의 힘과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 압도적인 모습에 서번트들은 물론, 신전 안에 있던 마리 일행과 이곳 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거주민, 거지들조차 경악했다.

흡사, 전설 속 용을 잡은 용사의 모습이었기에.

허나, 보니파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불기둥을 뚫고 서번트, 성기사들 머리 위에 서더니, 날개에서 부드러운 빛을 내뿜어 그들을 치료해주었다.

성법의 일종인 듯했는데, 빛이 비치자 단순 타박상에서부터 치료하기 까다로운 화상까지 완벽하게 치료됐다.

마치 기적처럼.

도움을 받은 서번트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황홀경에 빠졌다.

“오오······.”

“보니파! 천사의 아들···!”

“이번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온다더니···.”

“오······! 오······!”

“천사! 진정한 천사!! 인류의 구원자!”

서번트들은 몇몇 신경 쓰이는 단어를 말하며 보니파에게 환호했다.

단순한 겉치레가 아닌 마음 깊숙이서 우러러 나오는 감정.

그 덕분인지 서번트들이 내뿜는 감정은 서로 연결돼 강렬한 시너지를 냈고, 파도처럼 주변으로 퍼져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전 안에 있는 마리 일행과 숨어서 이곳 상황을 지켜보던 거주민, 거지들에게까지 말이다.

그중 몇몇은 서번트들의 감정에 동화돼 보니파를 향해 천사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감정이란 일정 수준을 넘으며 강렬한 전염성을 가졌으니.

물론 올리버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단한 분이긴 하지만······. 천사는 아니지 않을까요?”

주변의 모습을 살펴보던 올리버는 뭔가 좀 아닌 느낌을 받으며 나직이 말했다.

차분한 목소리임에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정색하며 올리버를 바라봤다.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감정이란 그 규모가 커질수록 다른 감정을 용인하지 않았으니.

마치, 거대한 조류처럼 자신을 거스르는 건 모조리 부수려 했다.

“감히. 불경하다! 너 따위가 무엇을 안다고!”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분도 사람이지 않습니까? 몸에서 빛을 내뿜고, 등에 빛으로 이뤄진 날개를 달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은 사람입니다. 알록달록한 깃털을 꽂아도 까마귀가 까마귀인 것처럼요”

올리버는 정중히 사과하면서도 처음 자신이 느꼈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했다.

올리버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사람이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재주를 가졌다 해도 사람은 사람일 뿐이었다.

“저, 저······!”

차분하지만 단호한 올리버의 말에 몇몇 서번트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이번 작전에 참석한 이들 모두 파테르교 강경파에 동조하는 자들이었으니······. 허나, 저들이 화낸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방금 보여준 보니파의 강렬한 힘과 신성한 모습, 치료의 성법을 통해 느꼈던 강렬한 고양감(高揚感)이 올리버의 말 한마디로 미지근하게 식었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저항감도 없이 말이다.

그 순간 서번트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믿음이 시험당했다는 생각과 함께 강렬한 거부감과 죄책감, 분노를 느꼈다.

“우리에게 무슨 사술을 부린 거냐?!”

“전 그저-”

“-듣지 마십시오. 여러분.”

올리버가 대답하려는 찰나 보니파가 어둠을 밝히는 날개를 펄럭이며 말을 가로챘다.

그 장엄한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눈과 마음을 빼앗겼다.

“어찌해 자랑스러운 신의 전사들이 거짓된 신과 대화하려는 겁니까? 저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하나하나 믿음을 시험하는 독이니. 듣지 마십시오.”

보니파의 말에 서번트들이 일제히 흥분을 가라앉히며 그를 중심으로 결집했다.

보니파의 확고한 믿음과 신앙, 그를 기반으로 한 자긍심과 자부심, 자신감은 강력한 전염성으로 주변 사람들을 포섭했다.

올리버는 흑마법사의 시야를 통해 그의 강렬한 감정이 성법과 결합하며 주변 서번트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주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간혹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이들이 저러는 걸 본 적 있긴 했지만, 보니파는 성법까지 섞은 탓인지 그 정도가 남달랐다.

‘그런데 이게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네.’

강렬한 믿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지에까지 간섭하는 보니파를 보며 올리버가 찜찜함을 느꼈다.

자신이 누굴 판단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좀 그랬다·····. 마치, 선택받은 사람들과 비슷하지 않은가? 사이비 종교와 말이다.

“파테르교의 성기사 보니파. 지금 신의 이름으로 명합니다. 불경한 가짜 신이여, 당장 무장을 해제하고 항복하십시오.”

보니파가 황금으로 도금한 장검을 올리버에게 겨누며 말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황금 칼과 어우러지며 자못 자비롭고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올리버에겐 눈부실 뿐이지만.

“음······. 기사님께서는 신을 만나보신 적 있습니까?”

올리버가 대뜸 질문했다.

원래는 자신은 신이 아니라 정정하고, 정중히 인사부터 할 생각이었으나, 이미 갈라하우트와 해당 이야기를 나눠 생략하기로 했다.

뭣보다 보니파의 감정 상태를 봤을 때 순순히 들을 생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 올리버는 그냥 가장 궁금한 걸 질문했다.

파테르교는 신과 만나는지 말이다.

사실, 이전부터 궁금한 거였다. 왜냐면······.

“······다들 너무 확신에 차 있으셔서요.”

“내 경고하건대 그 불경한 입으로 신을 담지 마시오.”

“신의 이름으로 명한다 하시기에 신을 만나보신 건지 여쭤본 것뿐입니다. 기사님. 만약, 만나지 않고 그분의 이름을 사용하신 거라면 그 역시 죄악이지 않습니까? ······내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 그것은 오만이며, 죄악이다. 항상 겸손하고 겸허하며 가르치려 하지 말고, 배우려 하라.”

올리버가 경전 구절을 인용했다.

그 말을 들은 주변 성기사와 서번트들은 약간 놀란 반응을 보였다.

흑마법사. 그것도 사이비교의 거짓된 신이 경전 문구를 인용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요안나 님에게 감사드려야 하나?’

올리버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요안나를 떠올렸다.

올리버가 경전을 읽게 된 건 순전히 그녀 덕분이었으니.

허나, 이는 실수였다. 그녀를 떠올리자 급격하게 피로가 밀려왔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에디스에게 이곳 소식을 듣자마자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 멀린과 포레스트를 연이어 만나 사정을 설명하고, 곧바로 와인햄으로 내려와 셀린을 비롯해 성기사에게 붙잡힌 다른 분들을 도와주었으니.

꽤 장시간을 쉬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까지 전투를 이어왔다······. 아니, 솔직히 전투까지는 괜찮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덕분에 자연의 힘을 충분히 사용하며 나름 감을 잡고 배울 수 있었으니.

올리버가 진짜 피곤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성기사들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자신의 말솜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그들과의 대화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아 피곤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감히, 경전을 인용하지 마십시오. 신앙이 없는 자가 어찌 경전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이오?”

“······신앙이 없으면 경전을 왜 인용할 수 없습니까?”

피로 탓에 집중력과 인내심이 약해진 올리버가 뇌를 거치지 않고 질문했다.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닌 이전부터 의문인 점이기도 했다.

왜 파테르교의 경전은 읽는 이의 해석을 막는 형태로 작성됐는지 말이다.

그건 발에 족쇄를 채우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부당하며, 답답하기 그지없는 거였다.

“그대 같은 불신자와 모독자가 멋대로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왜곡이라는 건 누가 정하는 겁니까?”

“그건 당연히 우리 파테르교요. 신을 대신해 가르침을 전파하고, 인류는 지키는.”

“어찌해 그대들만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다른 사람들이 맞을 가능성이 있고, 달리 해석한 내용도 경우에 따라 정답일 수 있지 않습니까?”

“인간이 멋대로 해석한 신의 가르침이 어떻게 정답일 수 있습니까? 그러한 행위 자체가 불경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올리버가 여태껏 나눴던 무수한 대화 중에서도 가장 단호하게 말했다.

놀랍게도 그 말에 한순간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사이비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을 깃들어 있었기에.

“이상하지 않습니까? 인간의 해석을 금한다면 어찌해 경전을 만든 겁니까? 어찌해 여러 각도에서 보고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 형태로 경전을 작성한 것입니까?”

“지금, 성기사 앞에서-”

“-전 개인적으로 신을 좋아합니다. 여러분처럼 신실하게 믿지는 못하지만, 그와 별개로 전 그분을 좋아합니다. 아주 관대하고 공평한 분 같거든요. 부자와 빈민, 아이와 어른, 여자와 남자, 선량한 시민과 간악한 무법자마저 가장 필요한 순간 그분을 찾으니까요······. 그건 뭐랄까······. 아주 신다운 것 같습니다.”

서번트와 성기사는 한순간 기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앞의 존재는 지금 자신들 앞에서 아주 불경한 짓을 저질렀다.

더러운 불신자 주제, 신을 언급하다니.

허나, 누구 하나 섣불리 화내지 못했다. 왜냐면 자신들조차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해 올려다보고 숭배할 뿐인 신을, 눈앞의 불신자는 거리낌 없이 다가가 그 거리를 좁혔기 때문이었다.

질투가 날 만큼 말이다.

“그런 분이 생각하지 말고, 파테르교가 해석한 대로 경전을 읽으라고 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말 궁금한데요.”

인위적인 침묵이 내려앉았다.

눈앞의 불경한 존재에게 자신들이 가야 할 길과 자리를 빼앗긴 듯한 부정하고 싶은 감정을 느끼며.

분명 자신들은 사이비교를 토벌하려 왔건만, 어째서인지 자신들이 사이비가 된 부당한 감정을 느꼈다.

아주 부당했다.

파테르교 관계자라면 그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

특히, 파테르교 강경파에서 선택한 천사의 아들이라면 더욱 그랬다.

보니파는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듯한 불쾌한 존재를 마주 보며 말했다.

“역시, 사이비와는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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