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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373화 (373/633)

373. 도움 (2)

올리버는 처음 셀린을 만났을 때처럼 자신은 신이 아니며 그냥 올리버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셀린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일단 올리버의 부탁대로 움직여줬다.

그들은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절뚝절뚝 움직여 쓰러진 서번트들의 몸에서 열쇠를 획득, 갇혀 있는 다른 동료들을 풀어주었다.

예상치 못한 도움에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며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드루이드란 소리를 들었는데······. 교주님께서 용병을 보내신 거야?”

풀려난 동료들의 질문 세례에 올리버를 도와준 이들은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난감함을 빛내더니 올리버를 봤다.

올리버는 다급한 상황임에도 그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아무리 급해도 잘못된 이야기는 바로 잡는 게 옳다고 생각해 말이다.

“올리버라고 합니다. 다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 손을 가슴에 올리며 올리버가 정중히 인사했다.

그 모습을 본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 말없이 올리버를 봤다.

뭐라고 할까······. 좀 그랬다. 자신이 관여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지만, 속인 것 같았기에 마음이 좀 불편했다.

마리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모두가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침묵하는 그때 한 남자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시, 신 님입니까?”

“아뇨. 죄송하지만, 전 신이 아닙니다. 그냥 올리버지요.”

“하, 하지만-”

올리버가 손을 들어 남자의 발언을 멈췄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지금 이 자리에서 잘못된 사실을 수정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죄송하지만 거기에 관해서는 제가 나중에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어서요.”

올리버가 양해를 구하며 나무로 틀어막은 복도를 가리켰다.

나무를 부수는 소리가 더 심하게 들려왔다.

쾅━! 쾅━! 우직! 우지직······!

그 소리는 존재만으로 올리버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일단, 정리된 분위기.

올리버가 질문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로렌스 씨가 어디 계시는지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그분께 제가 여쭤볼 게 있어서요.”

한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그······. 아마, 신문실에 있을 겁니다. 로렌스 씨는 여기 끌려오고 나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성기사들을 도발해 찍혔거든요.”

“아, 그렇군요. 신문실이 어디 있죠?”

올리버의 물음에 남자는 자길 따라오라며 안쪽으로 향했다.

올리버는 품 안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더 꺼내 성장시켜 복도를 추가로 막고는 그대로 남자를 따라갔다.

올리버가 발걸음을 옮기자 사람들이 감탄과 믿음 그리고 반신반의한 경외와 존경을 보이며 길을 터줬다.

그들은 뭔가를 각오한 상태였다.

“어······. 여러분들은 안 따라오시나요?”

“저, 저희는 신께서━”

“━죄송하지만 전 신이 아닙니다. 그냥 올리버라고 부르세요.”

“오, 올······. 저희는 올리버 님이 볼일을 마치시는 동안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아······. 말씀은 감사하지만 괜찮으시다면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일단, 여러분들도 도와드리려고 온 거라서요.”

올리버는 작게 손짓하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꼼짝없이 갇힌 형국인데, 어떻게 도망치겠다는 건지 다들 의아해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근본을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겨 올리버를 따라갔다.

***

“여, 여깁니다.”

대피소 가장 깊은 안쪽. 올리버가 철문 앞에 멈춰 섰다.

잠긴 문을 힘을 줘 억지로 열자 우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박살 나며 철문이 끼익 열렸다.

안은 어두웠는데, 문틈 사이로 빛이 들어가자 올리버는 바닥에 쓰러진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이분이 로렌스 씨 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아······. 이분이 로렌스였군요.”

올리버 란다에서 처음 마리를 만났을 때 옆에 있던 부하들을 떠올렸다.

마리의 여러 부하 중 가장 충성심이 깊고, 잘생긴 남자.

“허억······. 허억······. 당신 누구야?”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진 마리의 부하······. 아니 로렌스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올리버를 보며 물었다.

올리버는 그에게 다가가 부축해주며 얼굴에 걸어놓은 순수마력학파의 위장 마법을 풀었다.

마력으로 엮은 가짜 얼굴이 사라지자 그 아래 진짜 올리버의 얼굴이 나타났다.

“다, 당신은!?”

“다행이군요. 절 알아보시겠습니까?”

로렌스는 올리버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고는 표정을 찡그리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몸이 아파 인상을 찌푸린 게 아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올리버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무력감과 굴욕감, 자학, 혐오와 같은 감정을 빛냈다.

올리버는 자신이 뭔가 실수했나 싶어 당혹스러웠다.

“어······.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는지요?”

“······당신이 여기 왜 온 겁니까?”

로렌스가 올리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의문과 굴욕, 분노를 빛내며 질문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타박했다.

“로렌스 사제?! 감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분은-”

“-괜찮습니다.”

올리버는 그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곤 다시 로렌스와 대화를 이어갔다.

“마리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도와주러 왔습니다. 로렌스 씨는 괜찮으십니까?”

로렌스는 올리버를 노려보며 혼란한 감정을 빛냈다. 그중 몰이해와 원망, 억울함이 가장 눈에 띄었다.

“왜······. 왜입니까? 교주님을 거부한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올리버는 그 순간 로렌스의 감정이 본인을 위한 게 아닌, 마리를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때 봤을 때처럼 마리에게 큰 호감을 가진 상태였다.

꽤 예뻤다.

“음······. 마리가 본연의 빛을 잃고 제게 의지하려고 해서 그랬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때 모습은 거부하고 싶습니다.”

잔혹할 정도로 담담한 말에 로렌스의 두 눈이 커졌다.

“······.”

“하지만 지금 도와주려는 것은 진심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마리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제가 듣기로 로렌스 씨께서 아실 거라 하던데요.”

로렌스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을 느꼈다.

압도적인 무력감과 한심함, 자기혐오 같은 걸 말이다.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이런 자에게 지켜달라 부탁해야 한다니.

허나, 방법이 없었다. 자신은 아무 힘도 없었다. 끔찍한 사실이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은 달라진 게 없었다.

“북 거리 582R 번지 폐쇄된 신전······입니다.”

로렌스가 괴로워하며 말했다. 슬프게도 마음 한편으로는 안도도 됐다. 일단, 마리의 안전을 확보했으니 말이다.

그 감정을 본 올리버가 감사와 감탄을 표했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렌스 씨는 대단하시군요.”

“난 대단한 것 따위 없습니다. 그보다 부디 교주님을 구해주십시오.”

“예, 여러분부터 탈출시키고 곧바로 가겠습니다.”

그 순간 로렌스가 화들짝 놀랐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성기사들이 교주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럴 시간 없단 말입니다.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교주님에게 어서 가십시오!”

화를 내며 소리치는 로렌스. 그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올리버는 담담했다.

“음·····. 싫은데요?”

올리버가 그리 답하고는 신문실 안쪽을 향해 종이를 던졌다.

날아간 종이는 올리버의 의지대로 부여된 술식이 발동,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보라색 포털을 열었다.

로렌스를 포함한 갇혀 있던 사람들 전원 입을 다문 채 올리버를 말없이 바라봤다.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그러거나 말거나 올리버는 포털을 향해 말할 뿐이었다.

“퍼스트? 써드?”

올리버의 부름에 맞춰 대기하고 있던 퍼스트와 써드가 제각기 송장인형-바토리와 셰이머스에 들어간 상태에서 나왔다.

“이분들 안내해주고, 치료 좀 해주시겠어요? 음식은 냉장고에 있는 걸 대접해드리고요.”

송장인형-바토리와 셰이머스에 들어간 퍼스트와 써드가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올리버는 로렌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분들을 따라가 주시겠습니까?”

***

다행히 송장인형을 본 로렌스와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할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포털 안으로 들어가 줬다.

오히려 감탄하는 감정을 빛내기까지 했다.

‘그건 좀 신경 쓰이지만······. 왜 감탄하신 거지?’

올리버가 찝찝함을 느끼며 포털을 열었던 종이를 회수해 품 안에 넣었다.

콰직! 콰직!!

뒷정리하는 사이 저 멀리서 나무를 거의 다 부숴가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 계획대로면 올리버 역시 포털을 열고 도망쳐야 했지만, 올리버는 그러지 않고 복도 앞으로 가 시험관을 두 개 꺼내, 성기사와 서번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마리가 숨은 곳에 성기사들이 간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실험해 볼 게 있고, 확보할 게 있었기에 올리버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선택받은 사람들을 조사, 체포하는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나 기록물, 증거 등을 확보하게. 성기사들은 권한이 강해 불법적인 일도 쉽게 자행하는데,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필수는 아니고, 선택이지만.’

올리버는 약사의 조언을 떠올리며 시험관에서 각각 자연의 힘과 생명력을 추출해 혼합을 시도했다.

잠시 후, 복도에 추가로 배치한 나무마저 박살 나며 성기사와 서번트들이 들이닥쳤다.

그 수가 열 명이 넘었으며, 성기사는 그중 둘이나 있었다.

올리버의 실력으로 자연의 힘만 사용해서는 둘은 버거웠다. 자연의 힘 역시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올리버는 생명력과 자연의 힘을 혼합해 주술을 사용, 부서진 나무 파편에 인간의 생명력을 혼합한 자연의 힘을 부여해 나무를 급속도로 성장시켰다.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인간의 생명력이 뒤섞인 자연의 힘은 원래 힘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 부서진 나무 파편 하나하나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 모두 거대한 나무로 만들었다.

다급히 진입한 성기사와 서번트들은 의도치 않게 사방에서 성장한 나무에 포위돼 그대로 덮쳐지며 압박을 받았다.

“뭐, 뭐야?!”

“이 정도 능력자였어?!”

“버텨! 버티라고!”

올리버는 순식간에 거목으로 자란 나무 파편을 이용해 성기사와 서번트를 찍어 누르고, 압박, 옮아 매 자연의 힘과 다른 에너지의 시너지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할 것 같았다.

***

부으으으으응━!

자연의 힘과 생명력을 뒤섞어 성기사와 서번트를 마저 제압한 올리버는 곧장 임시 아지트를 뒤져 관련 보고서 및 각종 기록물과 증거, 자료를 찾았다.

약사의 말대로 기록은 깔끔해 정리되어 있었으며, 올리버는 해당 자료를 모조리 빅마우스에게 먹인 다음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올리버는 주변을 둘러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품 안에서 필립에게 선물 받은 B사의 주문 차량을 꺼내 원래 크기로 되돌린 다음, 마리가 숨은 북 거리 582R 번지 폐쇄된 신전으로 있는 힘껏 밟았다.

필립이 준 차량은 특수 맞춤형 차량이란 이름에 걸맞게 강력한 엔진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갔고, 이내 큰 도로에 진입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이대로 큰 도로를 따라 쭉 달려 와인햄 북쪽 구역에서 빠지면 됐다.

문제는 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였다.

로렌스의 말에 따르면 이미 성기사들이 마리를 잡으러 갔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마리가 숨은 북 거리 582R 번지 근처는 낙후된 슬럼가라 숨을 곳이 많다는 것과 밤 중 도로 위라 올리버의 차가 기능을 십분 발휘해 최대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힘든 것 같네.”

올리버가 자신이 몰 수 있는 최대 속도로 차를 몰아 로렌스가 알려준 주소 근방에 도달했을 때쯤 중얼거렸다.

저 멀리서 보이는 버려진 신전을 중심으로 전쟁이라도 난 듯한 폭발음과 성법 특유의 부드러운 빛이 빛났다.

그 외에서 귀를 울리는 총성과 고함도.

이미 전투가 시작된 거였다.

올리버는 눈에 신경을 집중해 저 멀리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거리가 상당해 평소보다 눈에 더욱 집중해야 했고, 이윽고 일반적인 시야가 퇴색되며 흑마법사의 시야가 활성화됐다.

사방이 어둠으로 물들며 올리버는 수많은 감정을 볼 수 있었다.

낙후된 도시인 와인햄에서도 밀리고 밀린 사람들을.

그런 그들이 사는 거주지 한가운데에서 전투를 벌이는 마리 일행과 성기사들을.

그들은 폐쇄된 신전을 중심으로 필사적으로 싸웠으나, 상황은 마리에게 썩 좋지 못하게 돌아갔다.

포위된 양 떼처럼 도망치지 못하고 한가운데로 몰리고 있었다.

당연한 걸지도.

상대는 흑마법사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성기사와 그 휘하 병력인 서번트였고, 병력의 수, 진영, 위치 역시 모든 게 불리했으니.

흑마법사의 눈을 통해 마리가 완전히 포위된 것을 확인한 올리버는 어떻게 진입할지 고민했다.

자신이 이대로 진입한다 해도 난전이 될 것 같았기에.

그건 곤란했다.

애당초 이번에 온 이유는 성기사들과 싸우기 위한 게 아닌 마리를 도와주는 것.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전투는 지양하고, 최대한 좋게 빠지고 싶었다.

‘한순간만이라도 싸움을 멈추게 해 마리 쪽부터 확보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일단 모두의 시선을 모아야 하고.’

그렇게 판단한 올리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품 안에서 종이를 두 장 꺼냈다.

포털마법 술식이 깃든 종이로 올리버는 그중 하나를 하늘 위로 던져 마력으로 조작, 전투가 한창인 폐쇄된 신전 위에 보내고, 뒤이어 나머지 종이를 마저 던졌다.

자신이 몰고 있는 차 앞으로.

올리버가 마력으로 종이에 저장된 술식을 발동시키자 올리버의 차 앞과 신전 하늘 위에 보랏빛 포털이 형성.

올리버는 차를 있는 힘껏 밟아 포털 안으로 들어갔고, 주변의 풍경이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늘이었다.

폐쇄된 신전의 상공.

올리버는 추락하는 와중 새로 만든 나무 마스크를 쓰며 차량 내 센터패시아에 달린 버튼을 눌러 차에 달린 게틀링건을 꺼냈다.

찰칵. 찰칵. 기계음과 함께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크고 아름다운 게틀링건.

올리버는 핸들을 조작해 게틀링건을 하늘로 겨눈 채 방아쇠 버튼을 눌렀다.

강렬한 빛줄기가 하늘 위로 올라가며 요란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음······.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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