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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364화 (364/633)

< 364. 예상치 못한 이야기 (2) >

"-에디스 님?”

올리버가 추측하며 에디스를 불렀고, 추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수화기 너머로 에디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나다.]

“안녕하십니까? 어쩐 일입니까?”

[어째서일까? 내 돈으로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놈이 돌아오고도 선물은커녕 코빼기도 비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올리버가 진심으로 물었고, 에디스 역시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너요. 이 개 같은 놈아.]

“저요? 아……. 죄송합니다. 에디스 님. 하지만, 전 해외여행을 간 게 아니라, 학회에-”

[-내 눈에는 거기서 거기니 같잖은 변명하지 마. 학회라는 거 결국 요술쟁이들이 서로 똑똑하다고 뒷구멍 빨아주고, 술이나 퍼마시는 거잖아?]

에디스 특유의 신랄한 말에 올리버는 레이크 빌리지에 있었던 학회의 모습을 떠올렸다.

“음……. 비슷한 것 같긴 합니다.”

[거봐. 배알이 꼴린다고. 내 돈을 받아 그런 좋은 곳에 간 게. 심지어 갔다 오고 나서 고맙다는 인사도 안 하면 더 배알이 꼴리지. 결국, 내 돈만 봤다는 거니까.]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정신이 없어 제가 실수했습니다.”

[이제 내가 얼마나 내가 상처받았는지 이해되나?]

올리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큰 실수를 한 것 같았다.

비록 올리버는 마탑의 경비(經費)로 갔지만, 뭐가 됐건 에디스는 올리버의 요청에 따라 마탑 학생들에게 학회에 참석할 돈을 후원해 줬다.

그런데 돌아오고 나서 감사 인사 한마디 하지 않은 건 확실히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에디스 님. 혹시, 제가 어떻게 사죄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러자 에디스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바로 좀 만나지.]

“지금요?”

[그래. 논문 쓰느라 바쁜 건 알지만, 난 네 사정 따위 조또 신경 안 쓰니까.]

“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분량은 대충……. 그런데 제가 논문 쓰는 건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올리버가 의문을 품으며 질문했다. 실로, 합리적인 의문이라 할 수 있었다.

올리버가 마탑에 논문을 써서 제출하는 건 마탑 내부 정보였기에.

에디스는 친절하게도 곧바로 대답해줬다.

[바보 같은 질문이군. 내가 이 자리까지 꽁으로 올라왔을 거 같나? 그 정도 파이프라인은 가지고 있어.]

“대단하시군요.”

올리버가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올리버에겐 이런 수완 자체가 하나의 마법처럼 느껴졌기에.

[내가 대단한 건 나도 알고 있으니까. 나오기나 해. 오늘 일 다 끝난 것 같으니……. 뭐, 안 끝났어도 나오라고 했겠지만.]

“예, 알겠습니다. 바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부르시는 건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은혜도 모르는 놈 얼굴을 보고 싶거든……. 또, 그 은혜도 모르는 놈에게 해줄 말도 있고.]

“해줄 말씀요?”

[그래. 다만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니니, 일단, 닥치고 천사의 집으로 와.]

***

“휘익-! 차 엄청난데?”

O구역 66번 거리. 일명, 기쁨의 거리에 있는 한 청년이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청년이 본 차량은 필립이 올리버에게 선물해준 답사의 특별주문 차량으로, 란다의 일반적인 차량과 달리 화려하지 않았음에도 이목을 끄는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차를 본 거리의 사람들 모두 필시 취향이 남다른 부자라고 지레짐작하였는데, 이를 증명하듯 건물 테라스나 거리에서 손님을 호객하던 여성 중 몇몇이 올리버의 차량을 향해 어떠한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차량은 제 주인을 닮아 눈길 한번 안 주고 그냥 획하고 지나쳤지만 말이다.

오히려 차의 운전대를 잡은 주인은 다른 것에 더 신경을 썼다. 가령, 도로 위 상황이라든가 말이다.

“란다 도로가 원래 이렇게 운전하기 편한 곳이었나?”

올리버가 슬금슬금 길을 터주는 차량을 보며 중얼거렸다.

란다에서 차를 직접 운전해본 게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째 생각 이상으로 친절한 것 같았다.

‘분명, 택시를 탔을 때는 다들 날이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올리버가 택시를 탔을 때 모습을 떠올렸다.

실제로 란다에는 차가 많은 탓인지, 도로는 만성적인 분노와 투쟁 상태였기에 운전하기 꽤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운전을 생업으로 삼는 트럭 운전사나 택시기사들도 맨정신으로 견디기 힘들어 술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리버에겐 다들 친절히 길을 터줬다.

‘신기하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올리버는 배려에 감사를 표하며 빠르게 차를 몰았고, 예정보다 빠르게 목적지인 천사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붉은 지붕을 가진 고풍스러운 직사각형 건물에 말이다.

올리버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지막에 왔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국의 두꺼운 양탄자가 깔린 바닥, 알록달록 화려한 마법주로 채워진 바(Bar), 조용히 쉴 수 있는 휴식 공간 등.

허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것도 있었다. 가게의 핵심인 종업원들이 바로 그러했다.

“데이브! 오랜만에요!”

더위를 많이 탈 거 같은 복장에 등에 가짜 날개를 단 여성 종업원이 올리버를 보자마자 반기며 인사했다.

그러자 다른 종업원들도 올리버에게 인사했고, 자연스럽게 가게 안 손님들마저 올리버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들을 올리버를 보자 놀람, 신기, 의외와 같은 감정을 빛내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그 데이브 맞지?”

“그래,”

“그런데 이런 곳에 오는 성격이었나?”

“몰라, 종잡을 수 없는 놈이란 이야기는 듣긴 했는데. 또 모르지.”

“이쪽 단골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셰이머스처럼 부자 애인도 두고 있다던데, 분홍 머리.”

“분홍 머리라면 혹시……."

“그래, 시스터후드의 그 여자.”

점점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 올리버가 오해를 풀어야 하나 고민하는 그때, 한 여성 종업원이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예, 전 잘 지냈습니다. 아가씨들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올리버가 이곳에서 배웠던 대로 정중히 물어보자 종업원들은 평소처럼 킥킥킥 웃으며 잘 지냈다고 대답했다.

“보아하니 데이브 씨도 저희가 가르쳐줬던 걸 잘 기억하시는 것 같네요. 아주 기뻐요.”

그녀들이 가르쳐 준 것은 화장기술을 포함한 에티켓, 매너, 예절 등이었다.

"음…….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머, 무슨 일 있나요?”

“얼마전에 여러분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분께 칭찬을 해드렸는데, 딱히, 반응이 좋진 않았거든요.”

올리버가 야렐리를 떠올리며 말했다. 분명 배웠던 대로 예쁘다고 말했건만, 반응이 영 아니었다.

천사의 집 종업원들이 의심의 감정을 빛냈다.

“정말요?”

“예. 여성분이 실제로 예쁘든, 예쁘지 않든 예쁘다고 칭찬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별로 좋은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혹시……. 그 말도 덧붙였나요? 실제로 예쁘든 예쁘지 않든 이라고요.”

“예.”

올리버가 당당히 이야기했다. 대답을 들은 종업원들은 미소 지었다.

“어떡해…….때리고 싶다.”

그녀들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에티켓과 매너, 예절을 가르쳐줬을 때처럼 말이다.

"너희들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니?”

“마마?”

저 멀리서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성이 들렸다. 다름 아닌 이곳 천사의 집 주인인 엘리자베스였다.

노년에 접어들었음에도 기품을 유지해 젊은 시절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녀는 올리버를 보자마자 다른 종업원처럼 반가운 감정을 빛내며 이쪽으로 다가와 정중히 인사했다.

“데이브 씨.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저는 잘 지냈습니다. 엘리자베스 님께서 잘 지내셨는지요?”

“예, 저는 잘 지냈습니다……. 에디스 님을 찾아오신 거죠?”

이미 상황을 파악한 듯 엘리자베스가 물었다. 올리버가 그렇다 대답하자, 엘리자베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정중히 한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제안했다.

“그럼,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스 님은 어디 계시죠?”

“VIP룸에 계십니다……. 처음 데이브 씨를 만났던 곳이죠.”

“그렇습니까?”

“예, 일부러 그쪽 방을 잡아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대로 엘리자베스는 올리버는 4층 꼭대기로 안내했다. 입구에는 과거 봤던 근육질 여성과 날카로운 인상의 남성이 서 있었다.

확실히 기시감이 느껴졌다.

“참 신기하군요.”

VIP룸으로 안내하던 엘리자베스가 대뜸 말했다.

“무엇이 말씀입니까?”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데이브 씨는 막 명성을 떨친 다크호스였는데, 몇 년 만에 이 도시의 거물이 되셔서요. 이 도시에서 몇 년 동안 살아남는 것도 어려운데 말이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으로 살아남았다면 그 역시 자신의 실력이라 할 수 있죠. 행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주제넘은 부탁 하나 드릴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죠?”

“나중에 제인에게 한번 연락해주시겠어요? 데이브 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저를요?”

“예, 그런데 데이브 씨가 근래 바쁘다 보니 참고 있는데, 옆에서 보기 조금 안쓰러워서요."

엘리자베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올리버가 마탑 소속인 걸 아는 눈치였다.

그렇게 이상한 게 아닐지도. 그녀 역시 에디스와 같은 도시의 거물을 상대하는 일을 했으니.

올리버가 대답했다.

“예, 급한 일이 끝나는 대로 제인 아가씨께 연락드리겠습니다.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엘리자베스는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가장 비싸 보이는 방문 앞에 멈춰 섰다.

엘리자베스는 문 앞에 있는 통신 장치에 대고 말했다.

“록 님. 데이브 씨께서 오셨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데이브 씨,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올리버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과거보다 혈색이 좋아진 뚱뚱한 노인이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팬티와 런닝만 입은 채로 말이다.

“생각보다 빨리 왔구만.”

에디스가 올리버를 보자마자 말했다.

“예, 차들이 길을 잘 양보해주셔서요.”

“양보? 그거 참 이상하네. 란다에서 보기 드문 덕목인데. 뭐, 어찌 됐건 상관있나? 덕분에 괜히 안 기다려도 되는데……. 앉아.”

에디스가 특유의 거칠면서도 친절한 태도로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올리버는 시키는 대로 에디스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새끼돼지 통구이, 칠면조, 스테이크, 과일 바구니, 각종 파이, 랍스터 등이 쌓인 식탁 앞에 말이다.

“혹시, 절 기다려 주신 겁니까?”

올리버가 전혀 손대지 않은 음식을 보며 물었다.

“난 양심과 싸가지가 없지, 눈치마저 없는 건 아니거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수준 높은 사람에게마저 예의를 지키지 않을 만큼 바보는 아니라는 거야.”

에디스가 대답했지만, 올리버는 더욱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당최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됐다.

‘마탑에 들어간 것 때문이신가? ……이상한데? 이미, 알고 계셨는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지?’

에디스의 알 수 없는 태도에 올리버가 추측했다. 해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에디스 님……. 혹시, 무슨 일 때문에 부르셨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음……. 일단, 식사부터 하지.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거든.”

에디스가 불룩 튀어나온 자기 배를 북처럼 둥둥 두들겼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칠면조 다리를 뜯어먹었다.

확실히 이게 맞는지도.

초대해 주신 건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것도 실례일지 몰랐다.

‘나도 논문 쓴다고 식사를 안 했고.’

올리버가 근래 불규칙적으로 변한 식사를 떠올리며 에디스와 같이 식사를 시작했다.

아마, 이로써 두 번째 식사였을 거였다.

올리버는 식탁 위에 쌓인 산해진미를 조금씩 자기 접시로 가져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입에 넣어 맛봤다.

음식 맛이 아주 훌륭했다.

“술도 잘 먹을 뿐 아니라, 음식도 잘 먹는구만.”

식탁의 음식이 반 정도 줄었을 때 에디스가 말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올리버는 잘 먹었다.

초반에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던 에디스는 어느새 배가 차 포크와 나이프를 내렸는데, 반해 올리버는 계속해 먹었다.

“맛있어서요.”

"불공평하군. 나보다 더 먹는 거 같은데, 배는 왜 안 튀어나오는 거야.”

“매일 운동하거든요. 아침하고 저녁마다요.”

에디스는 운동이 싫은지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논문은 잘 쓰고 있나?”

올리버는 계속해 식사하며 대답했다.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제도 정했고, 자료도 순조롭게 확보 중이라서요.”

“근데도 그럭저럭 이라……. 왜 내 귀에는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지?”

날카로운 질문에 올리버가 인정했다.

“……사실 조금 버벅거리고 있습니다.”

“그래, 의외구만. 그 정도는 쉽게 할 줄 알았는데?”

“요즘 이런저런 일이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에디스 님은 제가 논문을 쓴다는 건 어떻게 아시게 되셨습니까?”

"아까 말했잖아. 파이프라인이 있다고.”

“그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해서요.”

“내 사업 비결 중 하난데, 그걸 그냥 가르쳐달라고? 나보다 더한 도둑놈이 여기 있었군.”

“아, 죄송합니다.”

올리버가 순순히 물러나자 에디스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사람을 매수하면 돼.”

“매수요?”

“그래, 아무리 대단한 조직이라도 돈이 쪼들리는 사람이라던가, 남들에게 말하기 민망한 취향 있는 사람이 있는 법이거든.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만 공을 들이면 가끔씩 괜찮은 정보를 가져오기도 하지. 그런 식으로 몇 번 재미도 봤고.”

“그러시군요……. 언제 만드신 거죠? 마탑과 원래 교류하셨습니까?”

“아니. 저번 학회 후원하러 갔을 때 겸사겸사 다른 곳 하고 투자에 관해 이야기했지. 그때, 만들었어. 설마, 내가 정말 너 하나만 도와주러 거기까지 갔을 거 같아? 이 무거운 몸뚱이로?”

에디스가 자신의 배를 다시 한번 북처럼 두들겼다.

진지함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대단했다.

그 와중에 다른 마법사들과 접촉해 파이프라인을 만들다니. 놀라운 수완이었다.

“하지만 이 파이프라인도 만능은 아닌지라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약하지. 네가 무슨 논문을 쓸지는 다들 모른다더군……. 지금 뭘 쓰고 있지?”

“혈마법과 생명마법을 기반으로 한 인공 신체 및 장기의 생산과 결합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미안, 혈마법 다음부터 귀에 안 들어왔어. 알아 처먹게 설명해봐.”

에디스가 당당히 요구했고, 올리버는 계속 식사하며 현재 작업 중인 논문에 관해 차분히 설명했다.

설명을 끝마치자 에디스가 말했다.

“즉, 시체를 점토처럼 이용해 새로운 팔과 장기를 만든다는 거구만,”

“예, 그렇습니다.”

에디스는 못 알아먹겠다고 말한 모습이 무색하게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다른 식으로 활용할 수 있나?”

"어떤 것 말씀입니까?”

“척추손상이나 관절염을 치료하는데 말이야.”

“글쎄요. 자세한 건 저도 연구해봐야 할 것 같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혈마법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요."

“호오…….돈 냄새가 좀 나는데.”

에디스가 진심으로 말했다.

“글쎄요. 일단, 비용이 높아 시장 경제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뭐라고?”

“경제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재료비만 해도 억 단위고, 작업에 필요한 인력 역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해서 사업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에디스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감정을 빛냈다.

“……맙소사.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구만. 경제성이니 사업성이니 지껄이다니.”

“제가 무슨 실수했습니까?”

"아니, 그냥 몇 년 전까지 2억 대신 질문을 택한 머저리가 그런 단어를 내뱉는 게 신기해서. 경제성이니 사업성이니 말이야.”

“가치는 상대적이니까요? 그때 돌아가도 전 질문을 택할 겁니다.”

“뭐, 나도 나쁘지 않았어. 그 덕분에 나도 네 본명을 알게 됐으니……. 올리버.”

에디스가 마지막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이름이란 게 별거 아니라도 중요하거든. 생각보다 많은 것도 알아낼 수도 있고."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가령, 네가 와인햄에 생긴 사이비 종교의 신이라는 사실 같은 거?”

천천히 쉬지 않고 음식을 먹었던 올리버가 멈칫했다.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에디스를 봤고, 에디스 역시 올리버를 봐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게 널 부른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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