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363화 (363/633)

< 363. 예상치 못한 이야기 (1) >

두근. 두근. 두근.

수조 안 피 용액의 과도한 생명력으로 인해 가공을 끝마친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1이 활성화되며, 물리적으로 결합을 마친 테어도어의 살점과 화학적 결합을 시작했다.

낭비에 가까운 혈액과 생명력을 쏟아부은 덕분.

올리버는 세포 이식을 통한 송장인형 기능 향상의 실현 가능성을 엿보며 여성 흑마법사1을 계속해 관찰했다.

융합과정은 전체적으로 순조로웠다.

흑마법사의 눈을 통해 결합 과정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다만, 가공처리까지 마친 육체가 억지로 활성화되자, 방부액으로 굳힌 살이 조금씩 트고 갈라져 손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뭐, 그리 심각한 건 아니지만.......'

올리버가 손상 부위를 관찰하며 생각했다.

프타스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충분히 보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설사, 안 된다 해도 상관없었다. 애당초 이번 실험 자체가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1을 날린다는 생각으로 진행한 것.

해당 실험이 실패한다 해도 그만한 경험과 데이터를 뽑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바토리 님과 세트인 여성 흑마법사분들은 일곱 구나 더 있으니, 하나 정도는 없어도-”

"-아니, 안 된다. 하나도 안 된다.”

올리버가 중얼거릴 때 송장인형-바토리 안에 있는 퍼스트가 정확한 발음으로 끼어들었다.

퍼스트의 감정은 아까움과 소유욕, 애착 등으로 빛났다.

하긴,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들은 바토리의 세트로 제작한 거였으니, 엄밀히 따지면 퍼스트의 소유이기도 했다.

아까운 게 당연지사. 거기다 퍼스트 자체도 송장인형을 다루는 데 꽤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퍼스트의 감정을 꿰뚫어 본 올리버는 진정시키듯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퍼스트. 그냥 가장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한 것뿐이니까요. 지금 진행 상황으로 봤을 때, 딱히 실험이 실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다행.”

퍼스트가 안도했다.

올리버는 다시 피 수조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음……. 퍼스트. 테어도어 님의 세포가 강력한 탓인지, 여성 흑마법사1이 완전히 융합하고 안정기를 가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퍼스트가 저 대신 관찰과 기록, 관리를 병행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다른 것도 하러 가야 해서요.”

“할 수 있다. 배웠다.”

퍼스트가 자신감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바토리도 혈마법 특성 탓인지 퍼펫(송장인형)과 결이 다를 뿐, 흑마법-조작계열에 꽤 조예가 깊었으니 기술적으로는 별 어려움을 없을 터였다.

‘거기다 퍼스트 자체도 그전부터 날 도와줘 송장인형에 관해 많은 걸 배웠고.’

생각이 그쪽으로 흘러가자 올리버는 문득 흥미로운 생각이 났다.

아니, 전에도 한 번 생각한 거였는데,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가 그려졌다.

“음……. 퍼스트?”

“어."

“혹시, 퍼스트도 이걸 사용할 수 있겠나요?”

올리버가 허공에 마력으로 이뤄진 기계 손을 보여줬다.

퍼스트는 이미 송장인형을 혼자서 만들 수 있는 지식을 쌓은 상태.

만약, 퍼스트가 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올리버는 해당 작업 자체를 퍼스트에게 넘길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송장인형 제작과 강화에 도움을 줄 큰 일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썩 나쁜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올리버는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생긴다는 거였으니.

‘물론, 이 작업 자체도 충분히 흥미롭긴 하지만 원체 할 게 많아서, 일을 분배할 수 있으면 분배해야 해.’

올리버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당장 급한 것은 마탑에 제공해야 할 논문을 완성하는 것으로 기간은 이번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까지였다.

그래야 다음 학기가 시작할 때에 맞춰 올리버의 처분을 결정할 수 있었기에.

그 외에도 카버 씨에게 요안나 씨 소식을 물어보고 그 근황을 고아원 원장님에게 알려줘야 했다.

왜냐면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그 외에도 사적으로도 해볼 게 참 많았다.

시체를 종류별로 사서 융합시켜 최대 효율을 알아내 이를 기존 송장인형에 적용해 봐야 했으며, 블랙마켓에 악마의 서적이 들어온 게 있는지도 한번 알아보러 가야 했다.

‘계속 일이 바빠 거기는 일정이 계속 뒤로 밀리네…….'

올리버의 머리는 갑자기 복잡해졌다.

란다로 돌아온 지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할 일이 화수분처럼 쏟아졌기에.

“꺄하하학一! 안 된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일정에 머리가 아파지려는 찰나, 퍼스트가 다시 올리버를 현실로 불러주었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자 올리버는 프타스 어시스턴트를 만들려다 실패한 퍼스트를 볼 수 있었다.

해당 마법의 술식이 너무 복잡한 탓인지, 마력으로 이뤄진 기계손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그대로 붕괴한 거였다.

‘이 마법이 안 되면 작업을 맡길 수 없는데…….'

올리버는 아쉬워했으나, 곧 생각을 바꿔 먹었다.

어차피 현재 퍼스트가 깃들어 있는 바토리 역시 엄청난 실력의 마법사. 좀만 연습시키면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판단한 올리버가 퍼스트에게 연습부터 시작하자고 말하려는 찰나, 퍼스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캬하하……! 잠깐. 기다려. 좋은 생각 났다.”

퍼스트는 기쁨의 감정을 빛내더니, 정말 뭔 방법을 찾은 듯 손톱을 세워 자신의 손목을 그어버렸다.

촥!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바토리의 손톱이 깔끔하게 살을 갈랐고, 그 아래에 있는 인조혈관도 잘라냈다.

올리버가 하나하나 고생해 연결한 인조혈관을 말이다.

“그거 끼우는데 저 고생했는데요?”

“캬하하하하학!”

올리버의 말에 괴성으로 대답하는 바토리,

그사이 인조혈관 사이로 생명력을 압축시킨 끈적끈적한 피가 흘러나왔다.

올리버는 왜 저러나 싶었는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퍼스트가 인조혈관에서 새어 나오는 피에 영향력을 발휘해, 피와 마력, 감정으로 이뤄진 기계 손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오……. 퍼스트가 저보다 똑똑하시네요.”

올리버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말 똑똑했다.

애당초 올리버가 퍼스트에게 프타스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본 이유가 송장인형 작업을 위한 것. 그 말은 꼭 마력으로만 만들 필요는 없었다는 거였다.

아니, 어쩌면 피로 만든 손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피 수조 안에서 작업해야하니 말이다.

올리버는 바토리, 정확히는 바토리 안에 있는 퍼스트를 감탄하며 바라봤다.

단순히 혈마법의 숙련도만 높아진 게 아닌 이를 이용하는 사고력 역시 발달했다.

프타스 어시스턴트를 가르칠 생각만 한 올리버가 어리석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아무래도 과거 올리버가 세운 가설이 맞는 듯했다. 차일드가 성장함에 따라 자의식과 지능 역시 발달한다는.

방금 퍼스트가 보여준 건 기술의 숙련도가 아닌,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응용력의 영역이었으니까.

‘흥미로운데…….'

올리버가 차일드를 기록한 노트를 꺼내 바로 해당 사건을 추가 기록했다.

어쩌면 농담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지나면 차일드의 생존과 성장에 더 이상 자신은 필요 없어질지도 몰랐다.

‘충분히 가능할 수도. 언어 능력도 점점 발전하고 있고, 생존에 필요한 생명력과 감정, 마력 역시 본인들이 얻을 수 있으니……. 상식과 사회성만 익히면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지금 실험 중인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1의 상태를 확인한 후 곧바로 다음 작업에 들어가도 좋을 듯했다.

피의 손 성능을 테스트해 볼 겸, 퍼스트 혼자서 어느 정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차일드들을 데리고 밖으로 한번 나가 봐야겠어. 사람들 속에 섞일 수 있는지 실험해 볼 겸.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올리버는 머릿속에 쌓인 수많은 일정 중 또 다른 일정을 한 줄 추가하며. 만족스럽게 노트를 제자리에 꽂은 뒤 퍼스트에게 뒷일을 맡기고 다른 쪽 수조로 갔다.

그 수조 역시 대량의 피와 생명력, 포션을 뒤섞은 피 용액이 채워져 있었다.

다만, 차이라면 앞의 수조에 비해 그 크기가 작고, 안에 목이 없는 여성 대신 몸이 없는 여성이 있었다는 거였다.

“음……. 이쪽도 순조롭네.”

올리버가 수조 안에 둥둥 떠다니는 여성의 머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방금 수조 속에 있던 여성 흑마법사1의 살점과 뼈를 살짝 채취해 만든 머리로, 논문 자료 확보 겸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 제작 중이었다.

아무래도 머리가 없는 송장인형(여성 흑마법사1~8)을 사용하는 건 너무 눈에 띄고, 보기도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올리버는 논문을 위한 실험 겸 해결사 업무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기 위해 여성 흑마법사의 머리를 만들었다.

솔직히 머리 자체를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필요한 자원과 시간이 문제일 뿐, 작업 자체는 꽤 순조로웠다.

핵(核)으로 삼은 뼈와 살점을 수조에 담그고 조금씩 조금씩 다른 여성의 살점과 뼈를 더하는 식으로 크기를 부풀리면 됐는데, 충분히 양을 늘린 후 프타스 어시스턴트로 모양을 잡으면 됐다.

‘진흙으로 빚는 거랑 그리 다르지 않아. 덕분에 지금 거의 80퍼센트는 완성했고.’

올리버가 얼굴 한쪽만 해골인 여성의 머리를 보며 생각했다.

일단 올리버가 보기에는 이대로만 가면 무난한 머리가 완성될 듯했다.

‘그래 봤자 뇌가 없는 겉 포장지에 불과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처음부터 장식으로 만든 거니까……. 몸통과 접합 시 거부반응만 일으키지 않으면 성공적인 결과로 논문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올리버는 그렇게 자신이 연구 결과를 평가 내리며 프타스 어시스턴트를 다시 발동. 수조 안에서 활성화시킨 뼈와 살점을 머리에 추가로 이식, 구축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완성되어 가는 머리.

이 페이스로만 가면 앞으로 3, 4차례만 더 작업하면 겉보기에는 온전한 머리를 완성할 수 있을 듯했다.

‘머리카락은 이식할까, 그냥 가발을 씌울까?’

오늘 작업을 마친 올리버가 문득 머리카락은 어떻게 할지 고민됐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블랙마켓에서 가발은 물론 머리카락도 팔았는데, 은근히 고민됐다.

편하게 가발을 씌울지, 번거롭더라도 완성도를 위해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심을지.

‘음……. 애당초 머리카락이라는 게 필요한 걸까?’

올리버가 갑자기 고민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은근히 신경 쓰였기에.

과연 머리카락이 중요한 기관인지.

“일단 머리가 완성되면 생각하자.”

올리버는 해당 문제를 보류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기에.

“여성분이 대머리면 이상하려나……? 제인 아가씨나 어르신께 여쭤볼까?”

올리버가 지하실 한쪽에 마련된 책상에 앉으며 고민했다.

제인 아가씨는 여성이고, 어르신은 대머리니 해당 문제에 대해 뭔가 조언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서걱. 서걱. 서걱.

오늘치 작업과 연구를 마친 올리버는 곧바로 논문 작성에 들어갔다.

개인 연구 정도는 몇 번 해봤지만, 기관에 정식으로 제출해야 하는 논문은 이번이 처음.

올리버는 앞서 읽은 테어도어의 논문을 참고해 규격에 맞춰 논문을 써 내려갔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책 못지않게 논문도 읽었기에 어떤 형식에 맞춰, 어떻게 써야 할지도 분명 알았건만, 계속 펜이 멈추는 거였다.

평소라면 목표치까지 완성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펜 소리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멈추고 말았다.

정말이상했다.

분명, 무엇을 어떻게 쓸지 정했는데.

심지어 논문에 필요한 자료 역시 확보한 상태라, 이렇게 멈출 이유 따위 전혀 없었다.

‘집중력의 문제인가?’

올리버는 자신의 상태에 진단해봤다.

당장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하는 연구는 그럭저럭 집중할 수 있었건만, 머리를 좀 쓰려고 하면 이렇게 집중이 안 됐다.

그것도 며칠째 말이다.

‘그래서 일 진행 속도도 더디고, 결과물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은 건가……. 이 부분은 다시 손봐야겠네.’

올리버가 자신이 이미 써둔 논문 일부분을 다시 살펴보며 생각했다.

평소에는 별생각을 안 했을 텐데, 지금은 성에 안 찼다.

띠리리릭一! 띠리리릭一! 띠리리릭一!

올리버가 알 수 없는 상태에 고민하던 중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울렸다.

지하실에 설치한 개인 통신 장치로, 올리버는 놀라며 통신 장치에 다가갔다.

그도 그럴 게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올리버와 거래하는 중개인 포레스트와-

"-에디스 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