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 밤 중 대화 (1) >
단 몇 마디 만에 고아원에서 하룻밤 묵는 일정이 잡혔다.
야렐리는 이런 즉흥적인 일정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늘 절차와 계획에 맞춰 살아온 자신의 삶과 너무나도 달랐기에, 새롭기까지 했다. 올리버에게서 들은 그의 과거 이야기처럼.
“아……. 오늘 하룻밤 머물러도 될까요?”
올리버가 뒤늦게 떠올랐다는 듯이 야렐리에게 양해를 구했다.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아, 감사합니다.”
야렐리가 동의하자, 올리버는 감사를 표하고는 곧바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아멜린 원장을 따라 지붕 수리를 하러 따라갔다.
야렐리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다시 어이가 없어졌는데, 야렐리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아원 아이들과 직원을 보며 갈로스어로 물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
점심시간이 지난 직후 아르크 고아원에 방문한 올리버는 뜻하지 않게 하룻밤 묵기로 하며, 고아원에 쌓인 잡다한 일을 도와줬다.
아멜린 원장을 도와 지붕 수리를 하며, 울타리도 새로 치고, 구멍이 난 벽을 보수하며, 삐걱거리는 바닥을 뜯어 새로 갈았다.
모두 적잖은 노동을 투입하는 일이었지만, 올리버는 곧장 요령을 터득해 이를 능숙히 해냈다.
약간 피곤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도 않았다.
매일은 힘들어도 가끔씩 하는 육체노동은 기분을 환기하고, 머릿속을 비우게 해줬으니 말이다.
“그래서 전 오늘 괜찮게 보낸 것 같습니다. 야렐리 씨는 어떻죠?”
아르크 고아원 1층에 있는 식당.
올리버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야렐리에게 물었다. 그녀도 꽤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꽤 괜찮아보였다.
“괜찮았어요. 조금 어이없는 일이 있었지만요.”
“어이없는 일이라뇨?”
“일행이 갑자기 절 놔두고 혼자 지붕 수리를 하러 갔거든요.”
“아……. 근데, 저 말고 일행이 더 있나요?”
야렐리는 쓰고 있던 두꺼운 안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눈 사이를 주물렀다. 진심으로 피곤하다는 듯이.
그 틈을 타고 얼음처럼 푸른 안구가 그대로 드러났다.
“Joli!”
야렐리 곁에 한 다섯 살짜리 소녀가 다가와 힘차게 소리쳤다. 매우 활기찼으며, 다른 아이들처럼 야렐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한 거죠?”
“제……. 눈이 예쁘다네요.”
야렐리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아이의 순수한 칭찬이 익숙하지 않은 듯.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이네요. 눈이 예쁘세요,”
올리버가 천사의 집 종업원들이 가르쳐준 대로 말했다. 거기 아가씨들이 말하길 여성을 만나면 무조건 예쁘다고 칭찬하라고 했기에. 실제로 예쁘든 예쁘지 않든.
‘그것이 신사의 조건이에요.’
‘전 신사가 아닌데요?’
‘제발. 사소한 건 넘어가요.’
올리버가 그때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천사의 집 종업원들은 올리버를 가르치는 동안 참으로 마음고생 심했는데, 올리버는 그 정성에 보답하고자 가급적 그녀들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실수였던 것 같다.
올리버의 말을 들은 야렐리는 다시 표정이 굳더니, 감정이 혼란스럽게 빛났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그것도 어디서 배운 건가요? 계속 예쁘다고 하는 거요.”
“오,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는 분들에게 배운 겁니다. 여성분에겐 무조건 예쁘다고 말해주라고요. 실제로 예쁘든 예쁘지 않든요.”
올리버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배운 가르침을 말했다. 야렐리는 마탑의 천재라고 하더니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도 지닌 듯했다. 대단했다.
"......."
“……절 지금 경멸하고 계시는데 혹시 제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나요?”
올리버가 두 눈에 경멸을 가득 머금은 야렐리를 보며 물었다.
흑마법사의 눈이 아닌 일반적인 눈으로 봐도 느껴질 정도.
주변에 있던 아이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뭘 잘못했는지 다시 한번 물어볼까?’
올리버가 고민하는 그때 드르륵 수레 끄는 소리가 들렸다.
주방에서 수프를 담은 거대한 솥과 빵을 가득 담은 빵 바구니, 그릇과 수저 등을 수레에 담아 챙겨 온 거였다.
서로 장난을 치며 기다리던 아이들은 음식 냄새에 맞춰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 줄을 서더니 그릇과 수저, 빵 한 덩어리와 수프를 받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여긴 음식이 잘 나오네요.”
올리버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야렐리가 경멸의 감정을 잠시 접어두며 물었다.
“그래요?”
“예, 수프도 진하고 빵도 주니까요.”
올리버가 고아원과 광산에서 먹었던 묽은 감자 수프를 떠올렸다.
조셉에게 거둬진 이후부터 음식의 질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졌지만, 올리버는 그때의 맛을 잊지 못했다.
음식이 좋아진 시간보다 묽은 수프를 먹던 시간이 더 길었기에.
“늦어서 미안해요.”
올리버와 야렐리가 아이들이 음식을 받는 모습을 구경하던 중 원장이 쟁반에 올리버와 야렐리, 자신의 빵과 수프를 담아 내왔다.
그녀는 능숙하게 올리버와 야렐리에게 음식을 나눠주곤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후, 직원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 소녀가 다가왔다.
“원장님. 음식 다 나눠줬습니다.”
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갈로스어로 아이들을 부르곤 식사 기도하자고 말했다.
원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양손을 꼭 쥐며, 두 눈을 감았고, 원장과 야렐리도 똑같이 양손을 꼭 쥐며, 두 눈을 감았다.
올리버 역시 그들을 따라 양손을 쥐고 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갈로스어와 왕국어로 식사 기도가 시작됐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오늘도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식탁에 둘러앉아 아버지께서 주신 음식을 먹음으로, 저희가 더 풍족해지는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또한, 이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땀을 흘린 모두에게 복을 내려주시며, 지금 이 시각 아버지의 은총을 받지 못한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옵소서. 아버지의 이름에 감사드립니다. 마할라.”
야렐리가 능숙하게 식전 기도를 읊었고, 올리버는 그 말을 엿들으며 반 박자 느리게 따라 했다.
두 개의 다른 언어로 이뤄진 식사 기도가 끝나자마자 모두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올리버는 우선 수저로 수프를 떠 맛을 봤다. 겉모습뿐 아니라 맛과 영양 역시 진했다.
“식사는 입에 맞으신 가요?”
빵을 조금씩 뜯어 먹는 올리버와 수프를 천천히 떠먹는 야렐리에게 원장이 질문했다.
“예, 맛있습니다. 원장님.”
“저도 맛있습니다.”
“다행이네요. 두 손님 모두 고생시켜드렸는데, 음식이 변변치 않아 미안했거든요.”
야레리가 손을 저으며 아니라고 예를 지켰고, 올리버 역시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리버는 이 정도 음식이면 대만족이었다.
"아이들 상대하는 건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좋았습니다……. 근래 머리가 조금 아픈 일이 있었는데, 잠시 잊을 정도로요."
야렐리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고마워요. 아이들도 바다 건너온 손님은 처음이라 그런지 오늘 다들 들떠있더군요.”
“그냥 묻는 말에만 대답해줬을 뿐입니다.”
그랬다. 올리버가 건물 지붕을 수리하는 동안 야렐리는 아이들을 상대해줬다.
어디서 왔는지, 어쩐 일로 왔는지, 란다는 어떤 곳인지 등을 물으며.
야렐리는 올리버가 요안나 때문에 왔다는 사실만은 숨긴 채 성실히 대답해줬고, 근처에 소도시와 들판밖에 없는 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두 그녀의 말에 매료됐다.
란다는 확실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 매력을 누리는 건 별개지만.’
“그리고 일손 보태준 것도 고마워요.”
원장이 올리버에게 인사했다.
"요즘 손봐야 할 곳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일주일 동안 할 작업을 덕분에 반나절 만에 끝냈어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뭐하나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뭐죠?”
“원래 원장님께서 직접 고장난 곳을 수리하나요?”
올리버가 과거 자신이 지내던 고아원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지붕이 샐 때면 아이들 생활비에서 조금씩 빼 인부를 부르거나, 혹은, 아이들을 시켜 양동이를 받게 하는 게 보통이었다.
“웬만한 수리는 제가 직접 하죠. 사람을 쓰면 돈이 들어서요.”
“지원금이 나오지 않나요?”
야렐리가 끼어들어 질문했다. 그녀도 고아원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줄였거든요. 또 정책 변화에 스무 명 이상까지만 지원한다는 법령이 포고됐고요.”
야렐리는 아이들이 앉은 식탁을 둘러봤다. 아이들의 수는 족이 세 배 이상은 되었다.
즉, 지원금의 세 배나 넘는 아이들을 부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사실에 야렐리는 놀라는 데 반해 올리버는 담담했다. 왜냐면 이 사실을 이미 카버를 통해 들었기에.
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파테르교에서도 지원금을 주고 있고, 익명의 기부도 들어오고 있거든요.”
“익명의 기부요?”
“그래요. 정기적으로 편지와 함께 돈을 보내주고 있죠.”
“그거 참 고마운 분이네요.”
올리버는 말없이 빵을 뜯어 먹었다.
“그렇죠……. 고마운 분이죠. 특히, 어려울 때요.”
“어려울 때요?”
“아……. 별거 아니랍니다. 그러고 보니 두 분 이름이 뭔지 물어볼 수 있을까요? 손님은 너무 오랜만이라 이름을 물어보는 것도 깜빡했네요.”
“아……. 저는 마탑의 원소학파 중 스카디 소학파의 소속인 야텔리 아이스아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바로 밝히지 않아 죄송합니다.”
“저는 마탑의 직원인 제논 브라이트라 합니다. 저도 이름을 뒤늦게 밝혀 죄송합니다.”
"아니요, 오히려 친절한 손님이 와 기쁘답니다. 특히, 란다에서 오신 분들이라서요.”
무슨 숨은 뜻이 있는 말 같았다.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제가 왜 왕국어를 지금 배우고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있나요?”
"왜 왕국어를 배우시는 거죠?”
“왕국……, 정확히는 란다에 있는 파테르교 성기사 지부에 편지를 쓰기 위해서랍니다.”
“편지요?”
“예, 물어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뭐죠?”
“요안나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요. 성기사가 되고 셀랜드로 떠나 헤어졌지만, 짧게는 일주일, 길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편지를 보낸 아이인데, 갑자기 편지가 오지 않아서요. 혹시, 아시는 바가 있나요?”
이로써 확실해졌다. 원장은 요안나가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은 걸 몰랐다.
야렐리는 당혹한 감정을 빛내며 조용히 올리버를 바라봤고, 올리버는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성기사님과 마탑이 교류를 잘하는 건 아니라서요……. 근래, 저희도 바빴고요.”
올리버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했다.
“아, 그런가요?”
“예……. 란다에 도착하면 알아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올리버의 말에 아멜린 원장은 주름진 눈꺼풀을 인자하게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하답니다. 고마워요.”
***
원장과의 대화를 마친 후 올리버는 침묵한 채 식사했고, 야렐리와 원장도 조용히 식사했다.
식사가 모두 끝나자 아이들은 야렐리 곁으로 몰려와 란다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도로에는 차가 얼마나 많은지, 하늘에는 비행선이 얼마나 가득 있는지, 아이스크림은 전부 공짜인지와 같은 걸 말이다.
야렐리는 그런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히 답해줬다. 마탑에서의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과 다르게 말이다.
‘그런데 크게 이질감은 느껴지진 않네.’
올리버는 한 발짝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저 모습도 야렐리의 모습일지도. 확실한건 아니지만, 환경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변하기도 하는 것 같으니.
그러던 중 한 일곱 살짜리 소년에 올리버에게 다가와 바지를 탁탁 잡아당겼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올리버가 야렐리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소년이 말했다.
“형도 란다에서 왔어요? 무슨 일로 왔어요?”
“저요?”
“예. 저 누나가 형 도와주려고 왔다고 해서요. 혹시, 란다에서 왔어요?”
“예. 란다에서 왔습니다.”
“그럼, 혹시, 저희 누나 알아요? 요안나라고 엄청 대단한데.”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물었고, 다른 아이들 역시 자기 누나를 아는지 부푼 기대감을 품은 채 올리버를 봤다.
올리버는 요안나를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생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외면한 요안나를 말이다.
"저는......."
***
“잠이 안 오시나요?”
취침 시간이 한참 지난 한밤중.
고아원 밖으로 나와 시커먼 하늘과 어둠에 휩싸인 마을 풍경을 구경하던 올리버 뒤로 아멜린 원장이 나타나 말을 걸었다.
올리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예……. 이상하게 잠이 잘 안 오네요. 원래는 정해진 시간에 잘 자는 편인데요.”
“잠자리가 달라지면 잠을 못 잘 수 있죠. 아니면, 신경 쓰이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요.”
“그렇군요……. 원장님도 신경 쓰이는 게 있어 잠을 못 주무시는 건가요?”
"원래 나이를 먹으면 밤잠이 줄어든답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게 있기도 하죠.”
“뭐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궁금한 건 란다에 요안나가 있는지 랍니다.”
원장이 아까전 식사 시간에 끝났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역시나 거짓말인 걸 알고 있었던 거다.
“어떻게 아신 거죠?”
“나이를 먹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된답니다. 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요……. 무조건 맞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맞을 때도 있죠."
감정 상태를 봤을 때 허세 같지는 않았다. 그녀에게선 결이 다르긴 하지만 포레스트, 캔트, 멀린과 같은 관록이란 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으면 다들 생기는 건가 싶었다.
“그럼, 아까 전에는 왜 안 물어보신 거죠?”
“아이들이 있어서요. 요안나는 그 아이들에게 있어 영웅이거든요.”
“아, 뭔지 알 거 같네요.”
올리버가 아까 전 아이의 질문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둘러댄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요안나의 이름이 나왔을 때 아이들의 감정은 환한 애정과 존경으로 빛났기에.
“또, 제논 씨께서 말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손님을 곤란하게 해드리기 싫었거든요.”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이 늙은이가 보기에는요. 아니면 한밤중에 이리 나온 다른 이유가 있나요?”
오……. 뭔가 설득력이 있었다. 계속 뭔가 신경 쓰여 잠이 안 왔는데, 확실히 그것 때문일지도.
“괜찮으시다면 요안나가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원장의 부탁. 올리버는 고민에 빠졌다.
“음……. 저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거래하나 제안할 수 있겠습니까?”
올리버가 대뜸 거래를 제안했다. 너무나도 느닷없게.
그러나 원장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도.
"뭐죠?”
“사실 제가 여기 온 이유가 요안나 님 때문인 건 맞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뭔지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걸 해결하고 가야 개운할 것 같은데...... 좀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제가 아는 것을 전부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올리버가 숨긴 사실을 전부 까버렸다. 자칫 소란이 일어날지도 몰랐는데 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이러고 싶었으니까.
다행히 원장은 당황하거나, 겁먹지 않았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얼마든지요. 혹시, 마탑에서 온 게 아닌가요?”
“아뇨. 마탑에도 온 건 맞습니다. 다만, 저는 다른 신분도 가지고 있거든요.”
“무엇이죠?”
“흑마법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