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9. 진실과 진심 (2) >
개략적인 설명을 들은 올리버는 살아 있는 칼과 죽은 테어도어를 멀린에게 넘기고, 송장인형들과 테어도어의 육체 파편을 먹보주머니에게 먹였다.
멀린은 포털을 열어 칼과 테어도어를 어딘가로 이동시키고는 올리버를 데리고 레이크 빌리지에 세워진 호텔……. 정확히는 호텔이었던 곳으로 갔다.
거대한 언덕 위에 세워져 있던 유서 깊은 호텔은 전투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호텔을 받쳐주던 언덕 역시 마법사들의 전투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둔덕 수준으로 변했다.
그 외에도 검게 그을린 대지와 숭풍숭풍 파인 폭발 흔적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거대한 천막 아래에서 치료받는 마법사들과 마법사들을 치료하는 나무인형-골렘들이었다.
멀린의 대저택에서 일하던 것으로, 그들은 몸에 복잡한 술식을 두른 채 진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마법사들을 분류, 치료해 주고 있었다.
“이건……. 어르신께서 하신 겁니까?”
올리버가 대규모 구호 활동을 보며 질문했다.
“오는 길에 생명학파와 생명 연금술 학과에 습격받은 마법사들을 봤거든. 그냥, 지나치기 뭣해서 물자와 골렘을 좀 놓고 갔어. 늙을수록 베풀줄 알아야 하거든.”
“아……. 대단하시군요.”
“나야 늘 대단하지.”
멀린이 농담했다. 그러나 올리버는 진심이었다.
전에도 느낀 거긴 하지만, 지금 역시 그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나무인형-골렘은 올리버가 현재 보유한 골렘 지식을 아득히 초월한 수준이었고, 그레텔을 위협할 때 보여준 낙뢰 저격 역시 감히 상상도 못 한 기술이었다.
거기다 이 많은 마법사를 한데 모아 치료하는 솜씨까지. 대단하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저, 저길 봐. 아, 아카이브시다.”
“아카이브?”
“멀린…….통합자(統合者) 멀린……."
“아, 아까 전 그 전투…….그가 이일을 해결한 건가……?”
치료를 받고, 대기하는 마법사중 일부가 지나가는 멀린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들은 멀린을 보며 경외와 선망, 존경과 두려움, 궁금증과 의문 등 여러 감정을 보였다.
대체로 긍정적인 편. 역시 아카이브란 직책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꽤 특별한 듯했다.
‘그래서 나도 신경 쓰는 건가?’
자신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의 시선을 느끼며 올리버가 생각했다.
멀린과의 차이라면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의문과 의아함, 의심과 불길함 등 부정적인 쪽이었다는 거지만.
“오셨습니까.”
올리버가 멀린과 함께 가던 중 케빈과 마주쳤다.
혈마법을 사용하는 핀 루소의 기습에 건물 밖으로 끌려간 케빈은 반대로 기절한 핀 루소를 멱살 쥔 채 끌고 와 나타났다.
전투가 격렬했는지 케빈의 몸 곳곳에는 자칫 위험할 뻔한 자상이 보였고, 핀 루소 역시 몸이 반쯤 불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여차여차해서 오게 됐네.”
“그렇군요.”
성의 없는 대답을 하는 멀린과 똑같이 성의 없는 대답을 하는 케빈.
과거에는 그저 능글맞은 스승과 까칠한 제자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들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약간 새롭게 보였다.
분명 엄청난 은원 관계가 있고, 그 감정을 다 씻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유지 중이었다.
구체적으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올리버는 받았다.
케빈은 올리버를 살펴보더니 질문했다.
“테어도어는……. 어떻게?”
“나중에 설명해주지. 일단, 더 급한 볼일이 있는데, 같이 들어가겠나?”
멀린은 가장 커다란 천막을 가리키며 물었다.
케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올리버와 같이 멀린을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멀린은 천막 안에 들어가자마자 말했다.
"다들 괜찮으시오?”
***
멀린이 유쾌하게 인사하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은 거대한 크기와 별개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대신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 있었다.
학회 첫날 초대받았던 사교회장에서 본 얼굴들이 주로 있었기에.
대부분 마탑 소속 혹은 대륙 중앙의 마법사 가문 출신들로, 개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순수마력학파의 명예 그랜드 마스터 필립과 종군마법사 테렌스, 스카디 소학파의 원마스터 틸다와 그녀의 손녀인 야레리와 같은.
“팔 한쪽이 날아갔지만 괜찮습니다.”
멀린의 존재에 모두가 긴장하며 침묵하던 와중 필립이 침상에 누운 채 첫 번째로 대답했다.
팔을 잃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여유가 있었다. 멀린 옆에 있는 두 젊은이에게 인사할 만큼 말이다.
“케빈, 제논. 자네들은 괜찮나?”
“일이 꼬이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케빈이 괜찮다는 증거로 핀 루소를 바닥에 던지며 대답했다.
천막 내부에 있던 나무인형-골렘이 핀 루소를 데려가 치료해 주었다.
“저도 괜찮습니다……. 어르신 덕분에요.”
올리버가 멀린과 미리 합을 맞춘 대로 대답했다.
이야기 설득과 편의상 자신이 테어도어를 상대하던 중 멀린이 나타나 도와준 것으로 하기로 했다.
올리버는 이런 전공에는 흥미가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또, 의도치 않았지만, 얻은 것도 확실히 있고. 테어도어 님이 가진 생명학파 지식과 기술 일부분에 테어도어 님의 육체 파편까지. 나쁘지 않아.’
"무사하다니 진심으로 다행이군. 같이 싸운 전우가 무사한 것만큼 기쁜 것도 없지.”
“말씀 감사합니다. 필립 중장님.”
“그런 의미로 술 좀 꺼내주겠나? 여기 나무인형들은 자네만큼 센스가 없어서.”
필립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며 먹보주머니를 꺼내려는 찰나, 틸다가 끼어들었다.
“저는 술보다 먼저 아카이브의 해명을 듣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서늘한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틸다에게 몰렸다. 정작 틸다는 올리버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적의가 없었지만, 이 자리에서 확실히 확인하고자 하는 확인 욕구는 품고 있었다.
“무슨 해명 말이오? 틸다.”
“아카이브의 제자인 케빈이 흑마법사를 마탑의 교수 개인 직원으로 고용한 것에 관해서요……. 그것도 그냥 흑마법사가 아니라 란다 뒷세계에서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해결사 데이브를 말입니다.”
틸다는 해결사 데이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 이상하지 않을지도. 란다는 음지와 양지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많았으니.
실제로 란다 내 고위층 중 음지에 손을 안 담그는 인간이 거의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올리버에게 천천히 몰렸다.
필립과 테렌스, 야렐리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미세한 적의와 두려움, 의심을 빛냈다.
여태까지 저들을 도와주기 위해 싸운 올리버로서는 화가 나거나, 불쾌해할 법도 했지만, 올리버는 전혀 그런 감정을 품지 않았다.
이미 예상한 바고, 충분히 그럴 만한 사안인 걸 알았기에.
비슷한 의미로 이 문제는 가장 먼저 언급한 틸다에게도 그렇다 할 감정이 없었다.
그녀가 단순히 심술 때문에 이 문제를 언급한 게 아니라, 의무감에 의한 것인 걸 알았으니까.
조직을 운영하는 한 책임자로서 당연한 거였다.
‘뭣보다 주변 사람들 상태를 봤을 때 빨리 해명하는 게 나한테도 좋을 것 같고.’
올리버가 주변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며 생각했다. 다들 의심과 불신을 품고 있었는데, 제때 해소하지 않으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틸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아카이브시라도 그냥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본 눈도 너무 많고요……. 이에 대해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사실 있소.”
천막 내부에 있던 사람들 모두 심각한 감정을 빛내며 멀린에게 집중했다. 유쾌한 태도를 보였던 필립조차도 말이다.
“사실 두개나 준비했소.”
“두 개요?”
“그렇소. 첫 번째는 난 모르는 일이라 시치미 떼고 케빈한테 내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요."
"......?"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특히, 케빈이.
“그 말은……. 아카이브도 관여되어 있다는 건가요?”
“관여뿐일까? 내가 케빈을 협박해서 데이브를 고용하라고 명령했는데.”
"......!"
어투에 비해 너무나도 충격적인 발언. 모두가 소리 없이 놀랬다.
아카이브인 멀린이 자기 제자를 시켜 흑마법사를 마탑 내부에 잠입시켰다는 거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
허나, 다음에 나온 발언은 더 상식 밖이었다.
“어째서요?”
“왜냐면 내 제자니까.”
멀린이 올리버에게 말했듯이 진실과 진심을 담아 말했다.
순서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올리버는 뭐가 됐건 멀린의 제자였으니.
그러나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진실과 진심에 설득되긴커녕 자기 두 귀를 의심하며 침묵할 뿐이었다.
싸한 침묵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시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지만, 아카이브는 당대 가장 뛰어난 마법사.
평범한 인간들과 궤를 달리하는 마법사 중에서도 그 궤를 달리하는 살아 있는 전설.
그 권위는 셀랜드와 대륙의 왕들뿐 아니라 파테르교마저 인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하찮고 불경한 흑마법사의 스승이라고 자칭했다. 말로 쉽사리 표현할 수 있는 충격이 아니었다.
“저 말이 사실인가?”
스카디 소학파의 원마스터 틸다 아이스아이가 혼란스러워하며 올리버에게 질문했다.
“예, 설명하면 길지만, 전 어르신의 임시……. 아니, 그냥 제자입니다.”
올리버가 이야기의 편리성과 설득력을 위해 임시라는 단어는 뺐다. 그럼에도 거짓말한 것 같아 약간 마음이 불편했다.
“아, 아니……! 아카이브가 흑마법사를 제자로 두다니요?! 이 무슨 비통한……!”
가슴에 붕대를 칭칭 두른 한 마법사가 일어나 소리쳤다.
이국적인 억양으로 봤을 때 대륙 중앙에서 초대받아 온 마법사 가문 출신인 듯했는데, 그는 진심으로 애통해하고 있었다.
“아, 내가 말을 잘못했군. 오해하지 마시오. 흑마법사인 건 맞지만 지금은 아니니.”
“그게 무슨 말이죠?”
"이 친구를 발견한 건 흑마법사였을 때가 맞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거든……. 내가 어쩌다 보니 한 흑마법사 패밀리를 토벌하러 갔을 때 만나 내 실험체 겸 제자로 거뒀소. 흑마법을 어설프게 배운 놈이 얼마나 마법 실력을 쌓을 수 있을까 해서.”
올리버는 미리 말을 맞춘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케빈과 핀 루소 등. 실험체 겸 제자가 의외로 많은 듯하니 자연스러울 거라 판단해 말이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이해할 필요 없소. 간단한 거니까. 내가 이 친구를 발견했고, 제자로 거뒀다는 거요.”
“음, 흥미롭군요. 아주 흥미로워……. 그런데 이유가 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아카이브가 흑마법사를 제자로 거둔 이유 말입니다. 갑자기 그런 실험을 하고 싶었던 겁니까?”
필립이 사뭇 진지하게 질문했다. 정말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도와줄 의도로 말이다.
그 뜻을 이해한 멀린이 대답했다.
“뭐, 그렇소. 필립 중장. 반은 흥미 삼아서…….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능 때문이오.”
멀린은 올리버에게 미리 이야기했던 대로 올리버의 재능이 뛰어나 거뒀다고 말했다.
시대, 나이, 국적을 불문해 마법사의 가장 큰 가치는 재능이라며 말이다.
“재능……. 말씀입니까?”
“그렇소. 마법사의 최대 가치는 재능이지 않소. 아카이브인 나조차도 그냥 죽여버리기 아까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 거뒀소.”
멀린이 올리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올리버의 실력을 본 필립과 테렌스, 야렐리. 심지어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한 틸다마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멀린이 저리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재능인 걸 인정했기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흑마법사 따위를……."
“흑마법사라 해도 막 흑마법에 입문해 흑마법사라 부르기 뭣한 수준이었소.”
“따질 생각은 아니지만, 그런 것 치고는 흑마법 수준이 몹시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뒷골목에서의 명성이 그 증거고요.”
멀린이 틸다의 질문에 당황하긴커녕 반기며 그녀를 가리켰다.
“그게 핵심이오. 틸다. 그만큼 마법사로든 흑마법사로든 재능이 뛰어나단 이야기거든. 웬만한 마법이든 흑마법이든 보고 바로 흉내 낼 정도지... 최소한 내가 여태까지 본 재능 중 가장 손꼽히는 재능이오.”
멀린이 올리버의 재능을 한껏 치켜세워주며 말했지만, 그와 별개로 올리버는 조금 민망했다.
자신이 재능이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멀린이 저 정도로 말할 정도인가 싶어서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인상을 찌푸리며 올리버를 말없이 바라보던 중 필립이 다시 끼어들었다.
“전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논 저 친구 재능은 놀라운 수준이죠.”
모두 필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게 뭔 소리냐는 듯.
허나, 필립은 되려 핀잔을 줬다.
“저 친구가 내 앞에서 보인 실력이 반만 사실이라 해도 아카이브의 말씀은 사실이오. 아무도 대응 못 하던 안개 결계에 간섭했고, 혈마법도 자유 자재로 사용하며, 테어도어를 상대로 활약까지 했으니.”
테렌스가 합세했다.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큰 활약을 했습니다. 마탑 꼭대기에 붙잡힌 마법사들을 구출하고, 안개 결계를 이용해 테어도어도 다른 곳으로 옮겨 피해를 최소화했죠……. 솔직히 저 친구가 없었으면 저항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테렌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뭐, 그게 사실이긴 했으니. 올리버가 없었으면 그 안개 결계에 제각기 고립돼 고사할 게 뻔했다.
필립이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뭣보다 생명학파와 생명 연금술 학과……. 두 마법사 집단이 배신해 같은 마법사를 습격한 와중 흑마법사가 도움을 줬다고 알려지면 여기 있는 사람들 위신이 어떻게 되겠소? 어디 창피해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소?”
필립은 평소 호쾌한 태도가 아닌 냉철하고 계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치적 계산이 다분히 깔린 발언으로, 그 효과는 아주 컸다.
막말로 멀린의 말을 계속 부정하면 자신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흑마법사가 자신들을 구해줬다는 게 되어버리니. 그것도 같은 마법사를 상대로. 쉽지 않은 일이였다.
필립은 그 발언을 하자마자 멀린을 바라봤고, 눈을 통해 대화를 나눈 멀린은 바로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필립 중장의 말이 맞소. 무엇보다 지금 내 제자 문제보다 더 급한 게 있지 않소? 생명학파의 배신과 생명 연금술 학과의 배신 말이오.”
모두가 침묵했다. 그만큼 맞는 말이라는 거였다.
사실 올리버에 관한 것보다 이쪽 이야기가 더 급했다. 그저 너무 골치 아픈 일이라 외면한 것일 뿐.
사람이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으니.
“이번 일은 꽤 심각한 사안이오. 생명학파와 생명 연금술 학과의 배신 말이오. 해외에서 일어난 일인 데다 레이크 빌리지 주민들 모두 개조당하는 등, 대규모 민간인 피해도 있으니. 마법사들의 문제로 축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오. 그 말은 즉, 정치적인 사안과도 관여되어 있다는 거요. 왕국은 물론, 갈로스, 대륙 중앙의 소국들까지.”
멀린이 손수 사안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주자 모두 침만 꼴깍 삼켰다.
“이 일의 뒤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마법사들이 자유와 권리를 유지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소. 그러니, 지금은 서로 추궁하기보다 협력할 때라 생각하오. 은퇴한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웃기지만…….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오?”
멀린이 자연스럽게 공을 여기 마법사들에게 던졌다. 선택권을 넘긴 것.
거기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생명 연금술 학과의 학생인 로즈는 인육 요리사의 여동생으로, 이 역시 엄청난 스캔들이라 할 수 있었다.
정치적인 것에 어두운 올리버조차 알 만큼.
멀린은 고위층만 남았을 때 이에 관해 논의할 거라 하였는데, 아마 이 사실까지 밝혀진다면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터였다.
‘운이 좋다면 말이지……. 이왕이면 마탑에 남고 싶은데.’
올리버가 마탑의 도서관과 수업을 생각하며 사람들을 둘러봤다.
모두가 압박감에 침묵하던 중 가장 먼저 멀린에게 해명을 요구했던 틸다가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이 맞네요. 제논……. 저 친구 건도 중요하긴 하나, 당장은 이 일부터 어떻게 할지 논의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