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345화 (345/633)

< 345. 호수의 전투 (3) >

“크아아아아아아악!!”

축소마법에서 해제된 송장인형-던칸 속으로 차일드-포스가 들어가자 던칸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칸은 괴성을 지르며 허리 뒤쪽에 찬 뼈와 살점으로 이뤄진 톤파를 꺼내 들었고, 톤파는 자신의 몸속에 저장한 흑마법 블랙 아머를 토해 던칸의 몸에 둘러주었다.

흑마법으로 된 갑주를 입은 던칸은 특유의 날렵한 움직임으로 테어도어의 손길을 피해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잔재주一”

—쾅!!

테어도어가 말하는 도중 던칸이 테어도어의 안면을 후려쳤다.

던칸의 신체 능력에 올리버가 만든 블랙아머, 거기에 이완이 특별히 만들어 준 톤파까지 합쳐지자 그 위력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테어도어는 고개가 살짝 돌아간 수준에 불과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테어도어의 육체는 내구력이 높은 데다 공격당하기 직전 마력 실드를 펼쳐 방어했으니.

회심의 기습이 실패했다. 기껏해야 공격 흐름을 끊고 시간만 늦췄을 뿐.

‘그거면 충분해.’

올리버가 속으로 판단하며 테어도어를 향해 손을 뻗어 그의 감정을 추출했다.

슈화화화하하하———!!

블랙슈트를 만들어 무방비해진 몸을 방어할 수도 있었지만, 올리버는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히 감정을 추출하는 쪽을 선택했다.

평소였다면 하지 않을 행동이었지만, 웬만한 공격은 통하지 않는 테어도어였기에 올리버는 이러한 선택을 했다.

블랙슈트를 두르고 다시 힘겹게 인공영혼을 만들어 강화해봤자 테어도어의 주먹 한 방에 박살 날 게 뻔했으니, 차라리 공격의 실마리를 찾는 게 나았다.

——팍!!

테어도어는 자신의 감정을 추출하는 올리버의 행동을 보자마자 반대쪽 손을 휘둘러 추출을 끓어버렸다.

아쉬웠다. 아직 충분한 양을 뽑지 못했는데.

‘그리고 감정뿐 아니라, 생명력도…….'

테어도어는 갑자기 위험할 정도로 적극적인 올리버의 공세에 기가 눌리며 거대화한 주먹을 다시 휘두르려 했다.

던칸이 다시 테어도어를 방해하려 했으나, 그는 몸 안에 깃든 방대한 마력을 뿜어 던칸을 밀어내곤 반대 손으로 충격파를 쏴 던칸이 두른 장갑(裝甲)을 부숴 저 멀리 날려버렸다.

던칸은 저항하려 했지만,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었기에 속절없이 날아갔으며, 그로 인해 테어도어와 올리버는 다시 일대일 상황이 되어버렸다.

테어도어는 거대한 주먹을 젖혀 올리버를 향해 내질렀으며, 올리버는 피하는 대신 종이를 두 장 던져 마법을 발동시켰다.

위이이잉……!!

손허리뼈 머리 부분에 박힌 종이는 특유의 작지만 선명한 소리를 내며 보랏빛 마법 포털을 생성. 테어도어의 주먹을 세 갈래로 쪼개버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쇼크로 죽거나 실신, 초인이라 해도 전투 불능에 빠질 중상.

그러나 테어도어는 자신의 육체를 마력으로 조종해 통증을 억제하며, 허공에 마력진을 펼쳤고, 그곳을 중심으로 마력 입자를 엮은 기계 팔을 다수 만들었다.

포털에서 나오는 조무래기 자폭 인형을 곧장 붙잡아 올리버에게 던져주기 위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포털에서 바로 나온다 해도 아까 전 자폭 인형 따위는 테어도어가 만든 기계 팔이면 충분히 낚아채 무력화시킬 수 있었으니.

그만큼 그가 만든 기계 팔은 몹시도 날렵하고, 치명적이었다.

자폭 인형이었다면 말이다.

우직……우지직!!

촤좌자자자작!!!

포털에서 나온 것은 자폭 인형이 아닌 송장인형-바토리와 셰이머스였다.

종이가 박히자마자 은밀하게 이동한 차일드-퍼스트(First)와 써드(Third)는 제각기 바토리와 셰이머스에게 들어가 혈마법과 드루이드의 주술을 사용. 자신의 몸을 붙잡은 테어도어의 기계팔을 베고, 부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테어도어의 두 눈은 커졌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퍼스트는 인조혈관에 깃든 피를 매개로 피 풍선을 다중 소환해 대량의 혈액을 확보. 척추 형태의 창을 만들었다.

“꺄아아아아악!!”

혈마법 [스파인 파일(Spine Pile)]로 바토리에 들어간 퍼스트는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척추 형태의 말뚝을 테어도어의 거대한 팔에 세로로 박아 넣었다.

푹————!!!

층이 지고, 가시가 수없이 달린 척추 말뚝은 테어도어의 팔을 찢어발기며 파고들어 갔다.

강력한 관통력에도 불구하고 테어도어의 육체 내구도가 너무 높아 중간 부분에서 멈추고 말았지만.

그때, 셰이머스에 들어간 써드가 척추 말뚝을 있는 힘껏 후려쳐 테어도어의 주먹을 관통시켰다.

쾅一!!

“꺄아아아악……찢어!!”

그 모습을 본 퍼스트가 소리쳤다.

퍼스트의 명령에 맞춰 척추 말뚝에선 거대한 핏빛 가시가 돋아나 테어도어의 한쪽 팔을 찢어발겼다.

거대화한 주먹이 거칠게 찢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 틈을 타 바토리와 셰이머스, 심지어 멀리 튕겨 나갔다 다시 돌아온 던칸까지 합세해 테어도어에게 맹공을 가했다.

바토리의 핏빛 칼날이 테어도어의 심장을 찌르려 했으며,

자연의 힘이 담긴 셰이머스의 주먹이 테어도어의 안면을 뭉개려 했고,

던칸의 톤파는 변화무쌍하게 움직여 테어도어의 육체를 파괴하려 했다.

그 모든 시도는 테어도어가 전개하는 마력실드에 막히고 말았지만.

그는 한쪽 팔이 날아갔음에도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고 방어에 전념할 뿐 아니라, 기계 팔을 만들어 찢긴 자신의 팔을 빠르게 복구했다.

차일드들도 회복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걸 아는지 필사적으로 달라붙어 회복을 저지하려 했지만, 테어도어의 방어는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아니, 그이상이었다.

그는 차일드들이 모두 가까이 붙었을 때 강력한 충격파를 발산해 송장인형과 올리버를 뒤로 밀친 다음 발을 매개로 호수를 지진 난 듯 요동치게 해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테어도어는 올리버와 송장인형들의 머리 위로 수많은 마법진을 만들어 기관총 같은 마력탄과 벼락, 얼음탄, 화염을 쏟아냈다.

수십 명의 마법사가 협업한 폭격처럼.

가뜩이나 거친 전투로 상태가 말이 아닌 호수는 다시 요동치며 수많은 물기둥을 일으켰고, 올리버를 비롯한 송장인형 세 구는 호수의 격류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는 동시에 머리 위로 쏟아지는 재앙을 피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사이 테어도어는 다시 치료에 전념. 참 대단했다. 하나하나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마법인데.

팍!!

올리버가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마법을 피하며 마력이 실린 종이를 하늘 위로 던졌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마력 포격을 피해, 마력진보다 더 높이 올라간 종이에선 포털이 생성됐으며, 그 포털 사이로 송장인형-저격수가 나타나 차일드-세컨드(Second)가 들어가며 작동했다.

“캬하하하하하하!!!”

마지막에 나서는 게 기분 좋은지 저격수에 들어간 세컨드는 광소를 터트리며 열 개가 넘는 손에서 제각기 강화 총을 뽑아 허공에 생긴 마법진을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겉보기에는 마구잡이로 날리는 것 같았지만, 저격수란 이름에 창피하지 않게 차일드는 백발백중의 솜씨로 마법진을 맞춰 부숴버렸다.

그와 함께 잦아든 마법 포격.

머리 위가 안정화되자 올리버는 흡수한 호수의 마력을 양손에 끌어모아 수면에 가져다 대 테어도어에게 마력 통제권 승부를 걸었다.

호수를 뒤흔들려는 테어도어의 의지와 이를 막으려는 올리버의 의지가 마력을 통해 부딪혔으며, 지진해일을 연상케 하던 호수는 조금씩 가라앉았다.

바로 그 순간 바토리와 셰이머스, 던칸이 움직였다.

하늘이 안정되자 바토리는 피의 날개를 만들어 테어도어에게 접근해 선공을 가했고, 뒤이어 도착한 셰이머스와 던칸도 공격을 가했다.

테어도어는 마력의 양을 늘려 호수를 요동치게 하려 했지만, 올리버도 거기에 맞춰 마력을 추가해 상쇄시켰고, 허공에 마법진을 만들어 포격하려 해도 후미의 저격수가 총을 쏴 그때그때 방해했다.

그 덕분에 다른 송장인형들은 안전히 거리를 좁혀 다시 테어도어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꺄악!!”

바토리가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며 혈복도(血頓刀)를 한점에 집중해 던져 테어도어의 마력장벽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으며,

던칸은 그 균열을 향해 흑마법 갑주를 압축시켜 톤파를 휘둘러 균열을 키웠고,

셰이머스는 자연의 힘을 때려 박은 콩 줄기 투창을 있는 힘껏 던져 테어도어의 마력 실드를 깨부술 뿐 아니라 회복 중인 테어도어의 팔에 콩 줄기 투창을 꽂았다.

“끄으으……! 이런 귀찮은……!!”

“커져!!”

콩줄기 투창이 꽂히자마자 셰이머스에 깃든 써드가 소리쳤다.

투창 촉에 박아두었던 콩은 술사의 명령에 따라 테어도어의 안쪽에서 성장해 그의 내부로 파고들며 상처를 크게 헤집었다.

“이런 버러지들이!!”

테어도어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콩 줄기를 마력으로 억압하는 동시에 반대 손에 무수히 많은 손을 돋아나게 해 거대한 촉수 팔을 다시 만들었다.

증폭되는 생명력과 마력, 감정에 차일드들의 기세가 주춤.

[패러 사이트(Parasite)]

뒤늦게 따라붙은 올리버가 합세하며 아까 전 추출한 테어도어의 감정으로 흑마법을 걸었다.

벌레나, 버섯 등을 통해 대상에 생명력을 갉아먹는 질병계열 흑마법 [패러사이트(Parasite)]를.

테어도어의 몸 안에서 자라난 콩줄기는 검은빛 검정이 스며들자 여러 개의 입이 돋아났고, 그 입은 보레시티의 입처럼 상대의 감정과 생명력, 마력 등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먹었다.

웬만한 공격에는 신음조차 내지 않던 테어도어는 비명을 질렀고, 그의 몸에 깃든 마력과 생명력, 감정은 일순간 그의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려 했다.

거대화시킨 팔이 찢어질 듯 요동치는 것이 그 증거.

완벽하게 다른 마법사들의 힘을 이식한 듯했으나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했다.

하긴, 남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키우는 방식이 아무런 위험성도 없을 리가……. 그러자 올리버는 과거 멀린이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종말론에 관해 물어봤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원래 싸구려들은 오래된 권위를 훔쳐 와 분수에 맞지 않게 몸에 두르려고 하는 법이거든.’

무엇하나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타인의 것을 가져와 사용하는 자신이 할 말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올리버는 테어도어만큼 그 말에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버는 고통스러워하는 테어도어를 향해 손을 뻗어 콩 줄기가 흡수한 감정과 생명력, 마력을 흡수했으며, 그것을 재료 삼아 블랙슈트를 다시 전신에 뒤덮었다.

쩌억一!

올리버는 감정과 생명력으로 엮은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테어도어를 공격했고, 그 공격은 유의미한 피해를 줬다.

테어도어가 고통스러워 컥컥거릴 피해를 말이다.

가뜩이나 몸 안에 깃든 기생 콩 줄기 때문에 육체의 자유는 물론 마력과 감정, 생명력까지 빼앗기고 있던 테어도어는 혼란스러워했고, 그로 인한 영향 탓인지 그의 몸은 폭주하듯 온몸에서 무수한 팔이 자라 고화력의 마법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다.

일반적인 원소마법부터, 순수마력마법 심지어 감정과 마력을 뒤섞은 탐화와 격뢰까지.

눈먼 공격이었지만, 위력이 위력인지라 송장인형들은 뒤로 물러섰고 테어도어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다시 거대한 주먹을 만들어 올리버 쪽으로 휘둘렀다.

"흡ㅡ"

올리버는 송장인형을 뒤로 물린 다음 테어도어의 감정과 마력, 생명력으로 인공영혼을 다시 만들어 블랙슈트를 강화, 있는 힘껏 쿼터스태프를 휘둘렀다.

특별한 마법을 부여하지 않고 블랙슈트만을 두른 거였지만, 올리버의 쿼터스태프는 허공과 함께 테어도어의 주먹을 찢으며, 호수를 반으로 갈랐다.

"......어?”

테어도어가 깔끔하게 사라진 자신의 팔을 보며 소리 냈다. 그의 감정은 당혹, 위압, 공포로 순식간에 물들었다.

“여러분.”

올리버의 부름에 승기를 포착한 차일드들이 양팔을 잃은 테어도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토리가 무방비해진 테어도어를 향해 핏빛 말뚝을 꽂아 몸을 꿰뚫고, 던칸은 톤파를 현란하게 움직여 그의 몸을 파괴했으며, 셰이머스는 자연의 힘이 담긴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때려 뭉개버렸다.

“마지막! 주인공!!”

등 뒤에서 지원을 해주던 송장인형-저격수가 흥분하며 달려와 점프해 허공에서 소드 오프 샷건을 쐈다.

퇑——!! 퇑——!!

거대한 구멍과 함께 몸이 걸레짝이 된 테어도어.

그는 지금 죽음의 공포로 물들어 갔고, 그 공포가 절정에 달할 때 풍선처럼 부풀며 대량의 핏물과 내장, 살점을 쏟아내며 터졌다.

테어도어에게 접근해 공격하던 올리버와 송장인형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폭발에 휩쓸려 나갔다.

요란할 뿐 파괴력은 그리 높지 않아 가장 가까이 있고 내구력이 낮은 송장인형-저격수를 제외하곤 아무도 다치거나 망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꽤 당혹스러웠다. 설마 이런 식으로 테어도어가 죽을 줄이야.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응? 죽어?’

올리버가 호수 위에 둥둥 뜬 핏물과 내장 덩어리, 살덩어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댔다.

대부분은 테어도어의 죽음으로 마력과 생명력, 감정을 잃었지만, 그중 미세한 살점 일부는 생명력과 감정, 마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유지하는 것을 넘어 굼실굼실 움직여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올리버의 배후로.

푹一!

올리버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생존 욕구로 감정이 점철된 테어도어가 올리버의 등을 찔러 꿰뚫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

그가 광기에 빠지며 소리쳤다.

“나는……. 나는 죽지 않는다!”

< 345. 호수의 전투 (3) > 끝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