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4. 호수의 전투 (2) >
샤하하하하하하하——!!
토사(土砂)로 만들어진 거대한 뱀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며 올리버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자그마치 다섯 마리가.
마력뿐 아니라, 생명력까지 깃들어 있어서 그런지 토사의 뱀은 정말 살아있는 뱀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물론 올리버가 만든 인면(人面) 뱀 역시 테오도어의 뱀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줬지만 말이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올리버의 도움을 요청하자 호수의 물을 얼려 만든 인면(人面) 뱀들이 움직여 올리버 대신 토사의 뱀에 물려주거나, 반대로 입술을 벌려 토사의 뱀을 물어주었다.
꽈직! 콰지지직—!! 쾅!!
흙과 얼음으로 이뤄진 거대한 뱀들은 서로 뒤엉켜 아귀지옥을 연상케 하는 싸움을 펼쳤다.
허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력을 이용해 계속해서 토사의 뱀을 만들던 테어도어는 자신을 중심으로 세 마리의 뱀을 새로이 만들더니, 마력과 감정을 주입했다.
뱀의 배 속으로 들어간 마력과 감정은 한데 뒤섞였으며, 곧 두 개의 에너지는 하나가 돼 뱃가죽 너머로 흉흉한 검붉은 빛을 내뿜으며 불룩 솟아올랐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
[브레스 오프 퓨리(Breath of Fury)]
테어도어의 영창과 함께 세 마리의 뱀은 자신들의 뱃속에서 뒤섞은 마력과 감정을 토해 검은빛 마그마를 토했다.
폭포와 같은 강렬한 기세에 열기도 강력했지만, 그중 가장 위협적인 것은 마그마가 머금고 있는 독기였다.
마그마 중 일부가 숲에 떨어지자 풀과 나무는 검게 물들며 녹아내렸고, 호수 역시 마그마가 떨어진 주변이 검게 물들며 들끓었다.
내뿜는 연기마저 위협적.
올리버는 슬픔의 감정을 추출해 몸 안에 저장한 방대한 호수의 마력과 합쳐 냉기마법을 펼쳤다.
[애량(哀激)]
슬픔이란 감정이 깃든 검은빛 얼음은 올리버 전방의 호수 수면을 얼릴 뿐 아니라 거대한 얼음벽까지 형성해 마그마를 중화시켰다.
분노는 슬픔으로, 화염은 얼음으로.
서로 상반된 특성 탓인지 독기를 머금은 마그마는 처음의 기세와 달리 그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하고 침묵.
참으로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올리버가 막지 못했다면, 호수는 독 늪이 되고, 주변의 숲 역시 모두 불 타 올리버가 싸우기 몹시 불리한 환경이 됐을 게 뻔했으니.
그 정도로 지금 테어도어와의 전투는 여태까지 올리버가 벌였던 여러 전투 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차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러나 이상하게도 올리버는 지금 이 순간이 마냥 싫진 않았다.
위험만큼이나 깊은 성취를 느낄 수 있었기에.
감정의 상관관계를 이런 식으로 다룰 수 있다니……. 꽤 즐거웠다.
‘필거렛 제조와 비슷해……. 각기 다른 감정을 뒤섞어 상호작용하는…….'
올리버가 처음 필거렛에 각기 다른 감정을 뒤섞었을 때를 떠올렸다.
참으로 신기하고 감탄스러웠다.
지금과 당시의 일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건만 이렇게 맥이 닿다니.
올리버는 만약 이번 싸움을 무사히 마치면 해당 사실을 기록하겠다고 생각하며, 호수에서 뽑은 마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마그마와 얼음이 뒤섞여 굳어진 거대한 벽에 통제권을 발휘했다.
방대한 마력은 얼음과 마그마가 뒤섞인 벽에 균열을 일으켜 수백 조각의 덩어리로 나뉘었으며, 그 덩어리들은 테어도어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규모의 공격이었건만, 호수에 깃든 마력을 모조리 흡수한 덕분에 가능했다.
참으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테어도어 같은 규격 외의 마력량과 육체를 가진 이를 상대할 때 이런 호수를 발견하다니 말이다.
마력을 머금은 거대한 바위는 탄환처럼 전방을 향해 빈틈없이 날아갔고, 하나하나가 위력적이었기에 테어도어가 만든 토사의 뱀들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정작, 술사인 테어도어는 이를 가볍게 물리쳤지만.
“우습군!”
그는 양손에 마력을 집중에 충격마법 술식을 부여하더니, 두 주먹을 부딪쳐 충격파를 발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바윗덩어리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뿐 아니라 다시 주먹을 부딪쳐 올리버를 향해 광범위한 충격파를 날려 보냈다.
[쇼크 웨이브(Shock Wave)]
순수마력학파의 충격마법 중 기본마법. 허나, 술식의 정교함과 사용된 마력량이 상식 밖이었기에 위력 역시 상식을 초월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지듯 날아오는 대규모 충격파는 호수의 수면뿐 아니라 테어도어와 올리버가 만든 뱀마저 산산이 붕괴하며 올리버에게 다가왔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 그래서 올리버는 맞상대하려고 했다.
[아웃 크라이(Out Cry)]
올리버는 인공영혼으로 강화한 블랙슈트의 힘을 안면(顔面)에 집중시켜 상대의 내부와 외부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충격파를 일직선으로 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테어도어가 쏜 부채꼴 형태의 충격파와 올리버가 쏜 일직선 형태의 충격파와 맞부딪혔고, 테어도어의 충격파가 홍해처럼 쪼개졌다.
힘의 부족보다는 집중의 차이.
호수의 수면은 끓는 기름처럼 요동치며 비가 거꾸로 쏟아지듯 미세한 물방울이 아래에서 위로 튀어 올랐다.
쏴아아아아악.
그 미세한 물방울로 인해 물안개가 일어나 주변을 뿌옆게 물들였고, 올리버는 다시 한번 안면(顔面)에 힘을 집중했다.
[아웃 크라이(Out Cry)]
영창과 함께 블랙슈트의 얼굴 부분에 기괴한 표정이 드러나더니. 올리버는 다시 한번 충격파를 쐈다. 아까 전보다 더 강력한.
—————쾅!!
그러자 테어도어도 지지 않고, 수십 개의 팔로 엮은 거대한 주먹에 수십 개의 마법과 흑마법을 연계하듯 둘러 올리버의 충격파를 정면에서 후려쳐 상쇄시켰다.
한순간이지만 바토리마저 압도한 충격파인데 말이다.
허나, 한편으로는 그런 위력이 납득되기도 했다.
수많은 팔을 돋아나게 했을 때, 단순히 마력만 커지는 게 아닌 술식 역시 그만큼 복잡하고 정교해지며 안 그래도 엄청난 마력이 더욱 증폭됐으니.
테어도어는 지치지도 않는지 곧바로 다중 마법을 사용해 올리버를 압박했다.
[프타스 어시스턴트(Ptah’s Assistant)]
테어도어는 자신의 육체를 복구할 때 사용한 기계손을 올리버 주변에 다수 만들었다.
마력 입자를 엮어 만든 기계손은 바늘과 메스를 합친 듯 가늘지만, 날카로운 외형을 해 무엇이든 쉽게 고치고 분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 가느다랗고, 위협적인 기계팔들은 악의를 가진 채 올리버에게 접근했다.
철저히 분해하고 파괴하기 위해.
기계팔은 앞뒤 좌우 위 사방에서 날아 들어와 피하기 힘들었으며, 올리버는 테어도어를 흉내 내 이를 맞상대하였다.
[프타스 어시스턴트(PtaIVs Assistant)]
올리버는 몸 안에 저장시킨 마력을 출력해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허공에 술식을 구축, 다수의 마법진을 만들어 기계팔을 연성했다.
올리버가 만든 기계팔은 다가오는 테어도어의 기계팔에 돌진했고, 곧 두 편으로 나뉜 다수의 기계팔은 아까 전 토사의 뱀과 인면 뱀처럼 서로를 물어뜯었다.
차이가 있다면 힘이 아닌 날렵함과 정교함을 앞세워 상대를 분해하고 해체한다는 것.
지이이잉一
올리버와 테어도어의 기계팔이 백중지세(伯仲之勢)를 이루며 결판나지 않자, 테어도어는 올리버의 주변에 다시 마법진을 만들어 마력탄이 발사해 올리버의 기계팔을 공격했다.
올리버 역시 지지 않고 똑같이 흉내 내 허공에 마법진을 만들어 테어도어의 기계팔을 부쉈다.
허공에 생긴 제각기 다른 마법진들은 뒤이어 서로를 쐈고, 그 과정에서 마력탄이 호수와 허공으로 날아가 물기둥과 불꽃놀이와 같은 폭발을 일으켰다.
그 난리통 속에서도 올리버는 미리 마력 장벽을 자신의 몸에 둘러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테어도어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한 듯했다.
그는 마법을 펼치는 와중 달려와 올리버에게 접근하려 했다.
다가오는 테어도어를 확인하자마자 올리버는 발밑의 호수를 움직여 거리를 벌렸다.
당장 테어도어와 근접전은 너무나도 부담스러웠기에.
거리를 벌린 마법 전투야 호수의 마력을 흡수해서 해볼 만했지만, 근접전은 육체의 기능 차이가 너무 심해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호수의 마력을 흡수해 마력량만 비슷해졌을 뿐. 보유한 감정과 생명력, 무엇보다 육체의 힘 차이가 너무나도 심했기에.
'하지만 하긴 해야 할 텐데. 마법으로는 그렇다 할 피해도 줄 수 없고…….'
“안 놓친다.”
두 다리로 뛰어와 거리를 좁히던 테어도어는 올리버를 따라 호수에 파도를 일으켜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올리버는 몸 안에 깃든 마력과 시험관의 생명력을 추출해 테어도어 밑바닥에서 인면 뱀을 다시 만들어 솟아오르게 했다.
푸화하학!!
하늘을 오르듯 튀어나온 인면 뱀은 테어도어가 조종하던 파도를 꿰뚫고 튀어나와 테어도어를 허공에 붕 띄우곤 입술을 벌려 삼켰다.
그러나 1초도 지나지 않아, 테어도어는 자신의 팔을 촉수 형태로 거대화해 인면 뱀을 터트리며 나왔다.
하지만 괜찮았다. 올리버 역시 그 1초도 안 되는 시간 사이 준비한 마법이 있었으니까.
[브레스 오브 옵세션(Breath of Obsession)]
올리버는 인면 뱀을 두 마리 더 만들어 테어도어가 그러했듯 뱀의 뱃속에서 집착의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그대로 토하게 했다.
눈사태를 연상시키는 검은 얼음 결정이 테어도어를 향해 날아가 모든 것을 얼려버렸고, 테어도어는 탐화(貪火)를 일으켜 이를 막으려 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말이다.
테어도어가 만든 검은 화염은 올리버와 다르게 집착이 뒤섞인 눈 폭풍을 중화하지 못하고 밀렸으며, 테어도어는 눈 폭풍에 정면으로 맞아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
그는 자신의 생명력과 감정을 몸과 함께 불태워 들러붙은 얼음을 떼어버리곤 여러 개의 팔로 이뤄진 촉수팔을 다시 휘둘렀다.
올리버의 방식이 아닌 테어도어의 방식.
공격 수단을 바꾼 보람이 있게 수십 명의 마법사와 흑마법사가 협업하듯 마력과 감정을 두른 촉수팔은 쏟아지는 냉기를 무시하며 가로로 크게 움직여 인면 뱀을 붕괴시켰다.
올리버는 당연히 여세를 몰아 자신을 후려칠 거라 판단해 호수 속으로 들어가 몸을 감췄지만, 이를 본 테어도어는 늘린 촉수 팔을 압축해 거대한 주먹으로 바꾸더니 올리버 대신 호수를 내리쳤다.
펑———!!!
테어도어가 서 있는 호수 중앙에 거대한 충격이 퍼지며 사방으로 호숫물이 퍼져나가 주변의 숲을 휩쓸었다.
흡사, 지진해일.
공격을 피하겠다고 호수 안으로 들어간 올리버는 때아닌 격류에 몸의 중심을 잃고 표류했으며, 그뿐 아니라 퍼진 호숫물이 다시 호수 중심으로 수렴할 때 물기둥과 함께 밖으로 튀어나왔다.
엄청난 격류에 몸의 자유를 빼앗긴 것.
의도치 않게 수면 위로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테어도어의 주먹이었다.
"......!"
올리버는 다급히 주변의 물을 가져와 쿠션처럼 자신의 몸에 둘렀지만, 소용없었다.
—————!
테어도어의 주먹과 올리버의 방어막이 충돌하자 방어막은 물풍선처럼 터졌을 뿐 아니라, 올리버 역시 저 멀리 날아갔다.
심지어 몸에 걸치고 있는 블랙슈트 역시 산산 조각났다.
아까 전 아웃크라이로 공격할 때 힘을 많이 소비했다지만, 인공영혼으로 강화한 것인데……. 올리버는 압도적인 화력 차이에 감탄했다.
여태까지 테어도어에게 제대로 된 유효타를 준 것이라고는 호수로 이동해 포털마법으로 몸을 토막 내고, 그 상처 사이로 자폭인형을 투척해 폭발 시킨 것뿐이었으니.
‘아, 하나 더 있지.......'
올리버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흑마법의 묘미를 다시 떠올렸다.
올리버가 일어서서 재정비하려는 찰나 다시 한번 격류가 휘몰아치며 올리버를 휩쓸었다.
테어도어가 몸 안의 방대한 마력을 이용해 호수를 조종하는 것.
그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올리버를 끌어 당겼다.
블랙슈트가 깨져 맨몸이 된 올리버를 끝장내기 위해.
올리버는 마력을 이용해 저항하려 했으나, 테어도어의 마력 역시 엄청났기에 그저 시간을 끄는 것에 불과했다.
거기에 테어도어는 그런 올리버를 방해하기 위해 허공에 마법진을 다수 형성해 마력탄과 번개 등을 쏴 올리버가 방어에만 신경을 집중하게 했다.
그의 의도는 정확히 들어맞았고 올리버는 속절없이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끌려갔다.
악의적인 격류에 간신히 균형만 유지한 채.
테어도어는 여유롭게 손을 거대화하며 각종 술식을 둘러 올리버를 잡아채려 했고, 그때 올리버는 마력 장벽을 풀어 허공에서 공격하는 마법진을 영격하며 읊조렸다.
“포스(Fourth)”
그와 함께 올리버가 품속에 축소마법으로 숨겨둔 송장인형-던칸이 미리 설정해놓은 마력에 의해 튀어나와 원래 크기로 돌아갔으며,
시험관에 담겨있던 포스가 반응. 던칸의 몸에 들어가 테어도어를 향해 돌진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