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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340화 (340/633)

< 340. 테어도어 (1) >

“물론."

대답을 듣자마자 올리버는 빠르게 생명력과 감정을 추출해 흑마법을 발동했다.

[리바이브(Revive)]

[머슬 업(Muscle Up)]

[오브젝트 해잇(Objective Hate)]

연기처럼 변한 생명력과 감정은 물결치듯 잔잔하지만 빠르게 벽에 매달린 시체들 사이로 들어갔고, 시체들은 새 생명을 얻으며 몸 안에 깃든 생명력을 양분 삼아 근육을 거대화했다.

“캬햐아아-!!”

“크하하하학!!!”

“캬하하하햫……!”

그 수가 족히 수십 구. 그 말은 즉, 이 공간에서 목숨을 잃은 마법사만 족히 수십 명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좀비들은 칼과 테어도어에게 강렬한 증오심을 품으며 억지로 부풀린 근육을 이용해 구속구를 끊어 성난 군중처럼 그들을 사방에서 덮쳤다.

오브젝트 해잇(Objective Hate)으로 그들에 대한 증오심을 심어줬기 때문.

실제로 원한이 있는 이들이라 그런지 흑마법은 올리버가 상상한 그 이상의 효과를 냈다.

‘물론, 이 정도로 끝장낼 수 있는 분들은 아니지만.’

올리버가 테어도어의 내재된 마력과 섬세한 마력 흐름, 칼의 실력을 떠올리며 예상했다.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아 그들은 마력 장벽으로 자신들을 둘러싼 성난 좀비 떼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화염과 폭발을 일으켜 좀비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애당초 올리버의 목적은 시간을 벌려는 거였으니.

‘데릭과 펠릭스……. 그 외 아직 살아계신 분들.’

올리버가 그리 생각하며 미리 챙겨온 시험관에서 대량의 감정을 추출해 양손을 바닥에 대며 흑마법을 발동했다.

[블레스(Bless)]

과거 마리가 선보인 오리지널 흑마법.

영창과 함께 올리버가 추출한 감정은 안개와 빛의 중간 형태로 변해 건물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이로써 올리버는 건물의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촤락. 촤락. 촤락. 촤락.

올리버는 통제권을 확보하자마자 벽돌을 이용해 벽에 매달린 마법사들과 바닥에 쓰러진 데릭과 펠릭스를 고정했다.

그리고는 해당 층 전체의 외벽을 제거해 건물을 개방, 벽에 고정된 마법사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고정되어있어야 할 벽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블록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더니, 건물 외벽을 타고 그대로 아래로 내려갔다.

파아아앙!!!

거대한 화염 폭발이 일며 칼과 테어도어를 둘러싼 채 주먹이 뭉개질 때까지 마력 방어막을 때리던 수십 마리의 좀비가 터지거나, 불타 재가 되었다.

검은 연기와 시체 타는 냄새가 온 사방을 가득 메웠는데, 다행히 붙잡힌 마법사들을 밖으로 내보낼 때 외벽을 제거한 덕분에 시커먼 연기와 시체 타는 냄새는 곧 바람에 씻겨 사라졌다.

연기가 사라지자 화가 난 칼과 흥미로운 감정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는 테어도어가 보였다.

성난 좀비 떼의 기습에도 그들은 조금의 부상도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좀 놀라웠다.

애당초 피해를 주겠다는 생각으로 발동한 게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이야.

쓰기에 따라서는 웬만한 실력자도 해치울 수 있는 기습이었는데……. 올리버는 감탄했다.

“계속 사람을 무시-”

-탁.

무시당했다고 오해한 칼이 핏대를 세우며 화를 내려는 찰나, 테어도어가 칼의 어깨에 손을 올려 진정시켰다.

놀랍게도 오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하고, 탐화(貪火)에 격뢰(激雷) 등. 감정과 마력을 섞을 수 있는 실력의 칼은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야렐리처럼 자신의 보호자에게 심리적으로 예속된 상태로, 다만,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예를 들어, 야렐리는 틸다에게 몇몇 개의 사슬에만 붙들린 거라면, 칼은 수십 개의 사슬로 테어도어에게 꽁꽁 붙잡혀있었다.

과거 저런 걸 본 적 있었다. 흑마법사 패밀리의 스승과 제자 관계와 비슷했기에.

은혜를 입히고, 생활을 보장해주며, 흑마법 지식 전수로 제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흑마법사의 사제 관계와 아주 흡사했다.

“흥미롭군……."

테어도어가 입을 열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케빈에게서 들었던 것과 달리 그는 일개 해결사이자, 교수 개인 직원인 올리버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탐욕도 함께.

“무엇이 흥미로우신 거죠?”

“너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마법사들을 탈출시킨 게 흥미로워. 차라리 공격이라도 하는 게 여러모로 나았을 텐데.”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마리의 좀비로 뒤덮어 테어도어와 칼의 발목을 잡았을 때, 차라리 공격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몰랐다.

좀비로 시체 골렘을 만들거나, 시체 폭발을 일으키면 마력 방어막을 깨 빈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허나, 그러지 않은 올리버만의 이유가 있었다.

“케빈 교수님께서 데릭 씨와 펠릭스 씨를 대피시키라 하셔서요.”

"그래?”

“예, 전 교수님 개인 직원이거든요. 또, 본받고 싶고요.”

“뭐가 본받고 싶다는 거지?”

“교수님 태도요……. 아까 전에 테어도어 님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케빈 교수님의 과거 말입니다. 개인적인 감정과 별개로 그 점은 감사드립니다. 케빈 교수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다시 알게 됐거든요.”

“그런가?”

“예, 대단하지 않습니까? 과거의 원한을 잊지 않음에도 의무와 책임을 다하시는 태도요……. 또, 원한이 있는 마탑 학생들에게도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품으시죠……. 아주 흥미롭고 대단합니다.”

테어도어는 같잖다는 듯 웃었다. 허나, 올리버는 상관하지 않았다.

애당초 올리버는 자신이 본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 따위가 없었으니. 자신이 보기에 대단하고, 아름다운 거면 그것으로 족했다.

“우스운 이야기군. 환경과 먹이에 길들어진 개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다니.”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딱히 반대하지도 않겠습니다.”

당신의 의견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말투에 테어도어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까 전에 나에 대한 감정이 있는 거 같던데?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나?”

“음……. 혹시, 마텔에서 있었던 실험에 테어도어 님도 관련되어 있습니까? 윤회 프로젝트 말입니다.”

“관련되어 있다마다. 내가 명령한 프로젝트인데.”

“아, 그럼 원한 있습니다. 칼 씨랑 같이 때려주고 싶네요.”

올리버가 자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진짜 때려주고 싶었다.

그 말을 듣자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있던 칼이 폭발했다.

“건방진 놈! 감히, 누구에게……!!”

그 말과 함께 그는 몸 안에 있던 방대한 마력을 출력해 분노의 감정과 합쳐 그대로 올리버에게 격뢰(激雷) 쐈다.

강렬한 검은빛 번개 줄기는 흉흉할 정도로 사납게 날아왔고, 올리버는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피했다.

어째 격뢰(激雷)의 수준이 더 높아졌다.

오늘 처음 만났을 때 썼던 것보다 완성도가 훨씬 높았다.

그때는 마력과 감정의 혼합 수준이 낮아 가볍게 그 틈새를 후려쳐 무력화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시간 내 이 정도로 실력이 향상될 수 있나? 큰일이네. 저분도 신경 써야 하는데…….'

올리버가 칼의 뒤에 뒷짐 지고 서 있는 테어도어를 보며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그는 올리버와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또 그렇다고 배제하자니 그것도 불안했다. 뭔가 속셈이 있는 듯한 음흉한 마음과 목적의식을 빛냈기에.

그래서 올리버는 최대한 큰 기술을 자제하며 최소한의 힘으로 칼을 상대하려고 했다.

케빈이 말하길 테어도어는 진짜 실력자. 자칫 허점을 허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또 감히 날 무시해?! 어디 이것도 무시할 수 있는지 보자!!”

칼은 분노를 표출하며, 허공을 가로지르는 격뢰를 뒤틀어 검은빛 번개를 실뭉치처럼 뭉치더니, 그 상태로 내부의 압력을 높여 폭발을 일으켰다.

[노폭뢰(怒爆雷)]

영창과 함께 실뭉치처럼 얽힌 번개 줄기의 전류와 분노의 감정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온 사방을 불규칙적으로 공격했다.

특정 목표를 노리는 공격보다, 이런 눈먼 공격이 올리버에겐 더 위협적.

결국, 올리버는 혈액을 커튼처럼 펼쳐 방어막을 만들었다.

[블러드 커튼(Blood Curtain)]

피의 방어막은 겉보기에는 얇았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혈마법은 무엇이 됐건, 감정과 마력을 혼합한 기술.

격뢰(激雷)와 같은 기술과 결이 다르면서도 비슷해 일반적인 마법에 비해 막기 훨씬 용이했다.

더욱이 피와 전기라는 특성 탓인지 방어에 성공한 것뿐 아니라, 격뢰의 일부분을 흡수하기까지 했다.

“잔재주는……!”

혈마법이 까다롭다는 걸 깨달은 칼은 기교보다는 힘의 비중이 더 큰 근접전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분노와 마력을 뒤섞어 검은색 마력 대검을 만들어 돌진해 왔다.

순수마력 학파의 마력연성으로 물리력 하나만큼은 알아주는 기술.

다리가 키메라처럼 변한 칼은 아주 빨랐고,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아까 전에 격뢰를 흡수한 혈액을 재료로 혈마법을 발동했다.

[임페일 먼트(Impalement)]

격뢰를 머금은 피가 거대한 핏덩어리로 압축되더니, 폭발하듯 튀어 나가 앞으로 흉악한 말뚝을 찔렀다.

푹————꽝!!!

힘이 집중돼 천장조차 균열 없이 깔끔하게 꿰뚫었던 피의 말뚝은 놀랍게도 칼의 대검에 막혔다.

비록, 술사의 힘이 부족해 밀리긴 했지만, 뚫리지는 않았다.

실로, 놀라운 강도(剛度).

허나, 칼은 이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뒤로 밀리는 와중, 기합을 내지르며 대검의 면을 틀어 피의 말뚝을 흘린 다음 말뚝의 옆면을 사납게 베어내며 돌진했다.

촥! 촥! 촥! 촥!

순식간에 토막 나는 피의 말뚝은 올리버의 통제에서 벗어나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붉은 얼룩을 남겼으며, 그와 함께 올리버의 앞으로 칼날의 폭풍이 다가왔다.

올리버는 바닥에 손을 대 블레스(Bless)로 가져온 건물의 통제권을 사용, 자신의 발밑에 구멍을 만들어 그 아래로 도망쳤다.

붕ㅡ!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르는 검은 칼날.

칼은 흥분하며 소리쳤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그와 함께 그는 대검을 번쩍 들어 바닥을 내리치려 했다.

[니들(Needle)]

칼이 대검을 치켜들자마자 올리버는 아래층 천장에 붙은 채 작은 구멍을 열어 칼을 향해 주삿바늘 형태의 피의 탄환을 쐈다.

그렇게 강력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한 재빠른 공격에 칼은 당황하며 아까 전처럼 마력 대검을 방패처럼 이용해 막아냈다.

이를 파악한 올리버는 그 타이밍에 맞게 통제권을 획득한 건물을 움직여 칼의 머리 위로 돌기둥을 만들어 그를 내리찍었다.

"큭......?!"

정면 공격만 신경 쓰던 칼은 뒤에서 내리친 돌기둥에 당해 무너지는 바닥과 함께 아래층으로 떨어졌다.

뭐라고 할까……. 방대한 마력량도 그렇고, 썩 괜찮은 마력 통제능력도 그렇고, 감정과 마력을 혼합하는 실력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실력이 뛰어났건만, 어째 이를 활용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거 같았다.

대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법인데 말이다.

허나, 올리버는 이를 질문하는 대신, 남은 혈액을 모조리 사용해 칼을 공격했다.

테어도어가 계속해 이곳을 지켜봤기에.

끼어들기 전에 일단 제압하는 게 맞았다.

다량의 혈액이 올리버에 의해 초승달 형태의 칼날로 변하며 칼을 베려 했고, 칼은 대응하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천장을 뚫고 거대한 주먹이 벼락처럼 내리쳐 올리버가 날린 피의 칼날을 파괴하였다.

콰아앙——!!

수십 개의 손으로 이뤄진 거인의 주먹은 얼핏 보기에는 그 크기에 걸맞은 막대한 마력을 때려 박은 것처럼 보였지만, 올리버는 그 주먹에 감도는 막대한 마력량 못지않게 수십 명의 마법사가 합을 맞춘 듯한 복잡한 술식을 엿봤다.

올리버의 혈마법이 무력화된 건 단순히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하, 할아버님?”

죽다 살아난 칼이 겁 먹은 목소리로 테어도어를 불렀다.

테어도어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며 올리버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왜 혈마법만 사용하는 거지? 원래, 특기는 감정과 마력의 혼합 아닌가?”

테어도어는 빤히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하긴, 올리버가 셰이머스와 싸울 때 대놓고 몇 번 사용했으니.

“그 팔은 뭐죠?”

올리버는 돋아난 팔이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며, 점차 작아지는 테어도어의 팔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마법인지, 흑마법인지 헷갈렸다.

“내가 먼저 물었네.”

합리적인 주장.

올리버는 탄성을 내며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냥 쓸 필요가 없어서 안 썼습니다. 피도 있었고요.”

마치 적당히 있는 것 중 적당히 썼다는 발언.

허나, 어느 정도 사실이었고, 허세도 아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감정과 마력을 뒤섞는 건 제 특기가 아닙니다. 강력한 기술인 건 맞지만요.”

올리버가 자신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위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감정과 마력을 뒤섞는 건 어쩌다 보니 성공해 사용하게 된 것이지 특기랄 건 아니었다.

분명 흥미로운 기술이었지만 말이다……. 애당초 올리버에겐 특기란 게 없었다. 그냥 두루두루 잘 사용할 수 있었기에.

“그런가?”

“예……. 제 질문에도 대답해주시겠습니까?”

"들어주지. 내 팔에 대해 궁금한가?”

테어도어는 순순히 허락해줬다. 역시나 케빈의 설명과 달랐다. 이유가 무엇일까?

“음……. 그것도 궁금하긴 한데, 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칼 씨는 어떻게 감정과 마력을 뒤섞으신 거죠? 제가 알기로는 아주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던데요. 생명학파에서 따로 연구한 것인가요?”

올리버가 과거 멀린의 설명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비슷하지. 기술 자체를 개발했다기보다는 사용할 수 있는 자의 피를 주입한 거지만,”

".....??"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를 매개로 하지 않고 순수한 감정과 마력을 뒤섞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올리버가 알기로 한 명뿐이었다.

바로, 자신.

“혹시……."

“……맞아. 네 피야. 우리 연구원과 싸울 때 몇 방울 흘려줬더군.”

“아……."

올리버가 탄성을 냈다.

마텔에서 싸운 세 명의 마법사.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고, 합도 좋아 여간 까다로웠던 게 아니었다.

마지막에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상대가 방심한 덕분.

“그 피를 이 아이의 몸에 주입했지.”

테어도어가 주눅이 든 채 일어나는 칼의 어깨를 붙잡았다.

칼은 그 손길에서 부담감과 두려움, 죄책감 등을 빛냈다.

“하, 할아버님. 실망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다. 너한테 한 번도 기대해 본 적이 없으니까.”

“……예?”

칼이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며 테어도어에게 되물었다. 한 번도 기대하지 않았다니……

테어도어는 바로 대답해주지 않고 칼의 어깨를 붙잡아 반대 손을 내질러 칼의 등을 꿰뚫은 뒤 다시 대답해줬다.

“단 한 번도 기대해 본 적 없다.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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