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 진격 (1) >
레이크 빌리지 한쪽에 설치된 거대한 연구소.
그 연구소에는 비밀 지하실이 있었다.
비밀인 이유는 그곳에 지독한 비린내를 풍기는 거대한 피 웅덩이가 있기 때문으로, 피 웅덩이가 있는 이유는一 —푸확!
정기적으로 포획한 사람을 쉽게 옮기기 위해서였다.
생명학파의 진화를 위한 재료 말이다.
소머리를 한 개량 인간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솟아난 사람을 붙잡아 어딘가로 끌고 갔다.
"이봐 멈춰.”
지하실 관리를 맡은 마법사가 개량 인간을 멈춰 세웠다.
마법사에 의해 지능이 떨어지고, 인간의 언어를 잃은 개량 인간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다.
“우우우우......."
그 흉한 모습에 마법사는 혐오감을 빛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들이 그리 만들었음에도.
"그랜드 마스터께서 이미 시술을 시작하셨다. 꼭대기로 데려가지 말고, 1층 창고로 옮겨. 진정제도 주사하고.”
개량 인간이 비굴한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시 봐도 역겨운 모습이었다. 동시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어, 어……. 뭐야? 이게 도대체 뭐냐고?”
때마침 피 웅덩이에서 나온 마법사……. 아니, 재료가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광경에 혼란스러워했으며, 겁을 집어먹었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 쳤는데,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개량 인간은 근육질 팔로 재료를 꽉 붙잡아 그대로 목에 핏빛 약물을 주사했다.
"아, 안 돼, 하지 마……. 싫어.”
마법사는 겁에 질린 채 저항하다 다시 정신을 잃었다.
개량 인간은 의식을 잃은 마법사를 질질 끌어 1층 창고로 데려갔다.
다시 조용해진 지하실.
지하실 관리를 맡은 두 마법사가 대화를 나눴다.
"슬슬 끝이 보이지?”
"그렇지……? 백 명도 넘게 왔으니. 그랜드 마스터께서도 시술에 들어가셨고, 곧 끝나겠지."
"그럼, 이제 진짜 우리의 시대가 오는 건가?”
우리의 시대……. 참으로 아름다운 울림이었다.
이 단어는 테어도어가 자신들을 끌어들일 때 쓴 단어로, 새로운 시대를 의미했다.
마법사를 중심으로 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사회.
지금 레이크 빌리지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그 원대한 계획을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했다.
생명학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마탑을 구축을 위한 준비단계.
그 준비가 끝나면 그다음은 란다였으며, 그다음은 셀랜드 전역이라 하였다.
다소 허황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었지만, 이번 일에 참여한 마법사들은 전부 그 말을 믿었다.
이러한 계획을 세운 건 다름 아닌 테어도어였으며, 그는 성공을 위한 뛰어난 기술과 연구물도 보여줬기에……. 충분히 해볼 만했다.
성공만 하면 생명학파가 꿈꾸던 올바른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 사회의 고위층으로서 영생을 누리겠지. 그렇기에 여기서 굴욕을 참아가며 하찮은 것들을 관리하는 거고.’
생명학파 마법사가 소머리를 단 개량 인간들을 보며 생각했다.
참으로 어울리지만, 역겨운 존재들이었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이 일은 다른 일반 마법사들이 맡게 될 터였다. 생명학파가 아닌 다른 일반 마법사들 말이다.
"응? 또 오나?”
잔잔하던 피 웅덩이의 수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곧 재료가 온다는 징조.
지하실 관리를 맡은 마법사가 개량 인간들에게 명령했다.
"또, 물건 온다. 준비해.”
개량 인간들은 소 주둥아리로 흉측한 울음소리를 내며 새로운 재료를 옮길 준비를 했고, 마법사의 말대로 곧 무엇인가 솟아올랐다.
포박되지 않은 4인의 남성으로 다름 아닌 올리버와 케빈, 필립과 테렌스였다.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올리버가 흑마법사의 눈으로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며 말했다.
거대한 건물 내부에는 납치된 듯한 마법사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으며, 그 수는 다 합쳐 백 명도 가뿐히 넘었다.
그 외에도 생명학파로 추정되는 마법사들과 개량 인간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숫자임에도 이 정도 수를 주둔시켰다면 그만큼 중요한 곳이라는 것.
무엇보다 거리가 꽤 있었지만, 건물 상층부에 테어도어와 칼의 감정이 엿보였다. 수많은 마법사에게 둘러싸인 채.
‘아니지 두른 건가?’
뭐가 됐건 제대로 온 것은 사실. 올리버는 미리 이야기 나눴던 대로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올리버는 몸 안의 마력을 출력해 피바다라 할 정도로 커다란 피 웅덩이의 통제권을 순식간에 가져왔다.
찰랑. 찰랑. 쏴아아아아악.
붉은 피 웅덩이는 올리버의 간섭에 따라 잠깐 물결치더니, 각각 올리버의 마력과 의지가 모인 다수의 점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듯 뭉쳐 압축된 핏덩어리를 다수 형상.
올리버는 상대방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혈마법을 발동했다.
[임페일 먼트(Impalement)]
흑마법사의 눈으로 건물 내부를 꿰뚫어 본 올리버는 천장 너머에 있는 생명학파 마법사들을 향해 혈마법 임페일먼트(Impalement) 발동했다.
대량의 혈액이 압축된 핏덩어리는 술사의 의지에 따라 거대한 말뚝처럼 솟아올라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적을 단숨에 꿰뚫었다.
위력이 어찌나 센지 천장은 무너지지 않고 딱 공격받은 부위만 깔끔하게 뚫렸다.
당연히 눈앞에 있는 생명학파 마법사 둘과 개량 인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특히, 생명학파 마법사들은 귀신에라도 홀린 듯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올리버를 바라봤다. 압도적인 공포를 느끼며.
[블러드 도네이션(Blood Donation)]
올리버는 그들의 공포에 공감하지 못한 채 피 말뚝을 매개로 몸을 꿰뚫린 상대의 피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혈마법의 단점은 혈액의 양에 따라 사용 횟수와 위력이 제한된다는 거였으니, 피는 확보할 수 있을 때 확보해야 했다.
지하실에 있는 마법사와 개량 인간이 미라처럼 쭈그러들자 올리버는 바로 시선을 위로 옮겼다.
천장 너머에 있는 적들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지만, 전부 다 해치우지는 못했다.
머릿수가 많은 것도 있고, 실력이 나쁘지 않은지 몇몇은 방어하거나 피했기에.
심지어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준비를 하는 자들도 꽤 있었다.
올리버는 그들의 준비가 다 끝나기 전에 위층에 박아 넣은 피 말뚝을 매개로 각 층에 다시 혈마법을 시전했다.
[혈뢰(血雷)]
올리버가 혈화(血火)를 변형시킨 핏빛 번개를 일으켜 각층을 매섭게 휩쓸었다.
좌롸롸라라라라라랑ㅡ!!!
천장 너머로 들리는 찢어지는 듯한 굉음.
각 층의 생명학파 마법사들은 예기치 못한 형태의 공격에 크고 작은 피해를 보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혈화(血火)와 마찬가지로, 혈뢰(血雷) 역시 공간 자체를 불태우기보다는 생물을 초점에 맞춰 전류를 퍼트렸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공격의 범위가 더 넓고 세밀했다. 위력 역시 생명체에게 더 위협적이었고.
앞서 말했다시피 혈화(血火)의 화염 성질을 번개 성질로 바꿨기에 가능한 거였다.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고.’
올리버가 새로운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태연히 생각했다. 타고난 재능과 원소마법의 성질 변화에 대해 케빈의 수업을 열심히 들은 덕분이었다.
"대단하군. 반수가 넘게 당했어……!”
필립이 올리버가 쓰는 것보다 한 단계 높은 마력감지 능력을 사용해 소리쳤다.
그는 허공에 마력을 퍼트리는 것을 넘어 지면을 따라 마력을 퍼트려 건물 전체를 훑어보고 있었다.
보고 배워야 할 수준이었다.
"감사합니다, 중장님……. 하지만 막으신 분들도 꽤 많습니다. 경험이 많은지 공격이 들어오자마자 방어마법을 펼쳐 자신을 보호했고, 지금은 움직이며 방어태세를 다시 정비하고 계십니다.”
"그럼, 그전에 휩쓸어 줘야겠네! 케빈……!”
테렌스가 소리치자, 케빈은 대답 대신 바로 행동했다.
케빈은 아까 전 전투에서 과도하게 마력을 사용해 몸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마력을 출력해 벽에 댔다.
대지를 다루는 가이아 소학파의 마법으로, 케빈은 건물을 구성하는 벽과 돌, 시멘트 따위를 움직여 구멍을 만들었으며, 구명이 생기자마자 테렌스는 마력으로 육체를 강화해 그대로 점프, 1층의 생명학파 마법사들을 공격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맡는다! 먼저 올라가!”
테렌스는 작전대로 소리쳤다.
이번 일의 핵심은 테어도어를 방해하는 것.
그렇다면 전부 뭉쳐 차근차근 움직이는 것이 아닌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빠르게 진격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력이 분산돼 죽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다들 각오한바.
케빈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각 층의 천장에 구멍을 뚫고, 디디고 서 있는 지면을 기둥처럼 솟구치게 해 엘리베이터를 타듯 단숨에 위로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올리버는 놀라운 신체 능력으로 1층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며 활약하는 테렌스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주먹은 단 일격으로 사람의 몸을 분쇄했고, 그뿐 아니라 주먹을 매개로 순수마력 학파의 폭발 마법을 사용해 다수로 덤비는 마법사들에게 강력한 범위공격을 선사했다.
분명, 여기 있는 마법사들 모두 보통 실력이 아닐 텐데, 테렌스의 주먹과 폭발 마법은 그들의 얼굴과 몸을 찢어버리며 압도했다.
"응?!”
쭉쭉 잘 올라가던 돌기둥이 갑자기 느려졌다.
마력의 간섭이 들어온 것.
케빈과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천장을 봤고, 사태를 알아차린 위층 마법사들이 힘을 합쳐 방해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쾅!!!
그들은 천장의 벽돌과 시멘트를 조작해 케빈과 올리버, 필립의 머리 위로 돌기둥을 내려찍어 짓뭉개려고 했다.
올리버를 비롯한 일행 모두는 한 발짝 빠르게 움직여 피했으나, 이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피해 거리가 벌려지고 말았다.
"이때다!”
해당 층에 있던 마법사가 소리쳤고 그와 함께 마법사의 동료들은 마석이 박힌 팔찌를 이용해 올리버와 케빈, 필립의 주변에 다수의 동료 마법사들을 소환했다.
상대측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공간마법사용을 돕는 보조 아이템을 사용했다지만, 전투 중에 쓸 만큼 능숙하게 다루는 건 대단한 것이었으니.
물론, 올리버와 케빈, 필립도 대단한 실력자였지만.
[혈복도(血幅刀)]
[플레임 체인(Flames Chain)]
[매그니 파이(Magnify)]
올리버는 아까 전 챙긴 혈액을 이용해 박쥐 형태의 칼날을 날려 포털에서 막 나온 생명학파 마법사들과 개량 인간들을 토막 냈으며,
케빈 역시 올리버에게 지지 않고 자신의 손가락 끝에 각각 화염 사슬을 만들어 갑자기 나타난 적들을 묶어 불태우는 동시에 토막 냈다.
필립은 다수의 무기를 거대화해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적을 단숨에 토막 냈고.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 십수 명의 생명학파 마법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모습에 동료들을 소환한 마법사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단 한 번으로 전력의 몇 퍼센트가 깎여나간 것이니.
허나, 그와 별개로 마법사들의 전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했다.
마법사는 개인이 다수의 적을 한 번에 살해할 만큼 강력한 화력을 낼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이런 미세한 전술 혹은 대응 차이로 허무하리만치 쉽게 희비가 갈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심리적 충격이 작아지는 건 아니었다.
크나큰 피해로 기가 질린 위층 마법사들은 아예 생각을 바꿔 먹었는지 자신들이 디디고 있는 지면을 무너트려 올리버와 케빈, 필립을 깔아뭉개려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올리버의 대응이 더 빨랐다.
[임페일 먼트(Impalement)]
[혈뢰(血雷)]
올리버는 아까 전 살해한 적들의 혈액을 이용해 천장 너머 적을 향해 피 말뚝을 박고 그 상태로 다시 한번 번개를 일으켰다.
쫓기다시피 다급하게 공격한 천장 위 적들은 올리버의 갑작스러운 반격에 한 박자 늦게 반응했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위층은 대부분 제압했다.’
쾅一!!
올리버의 반격이 성공했을 때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초인적인 재생능력으로 필립의 공격을 버틴 마법사 하나가 주먹을 거대화시켜 필립을 후려친 거였다.
마법의 영역인지, 흑마법의 영역인지 헷갈렸는데,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필립이 이를 막아냈다는 거였다.
그는 올리버가 보강해준 골렘 의수로 공격을 막아낸 다음 반대 손으로 무기를 거대화하여 적을 양단.
그것도 모자라 다수의 무기를 더 꺼내 축소화 마법을 풀고 마력을 때려 부으며 강도를 높이더니, 마력으로 칼을 허공에서 조종해 위층에 남은 적 마법사들에게 날려 단숨에 해치웠다.
개중에 혈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도 있었건만, 필립은 압도적인 마력 우위를 이용해 피의 칼날 채로 그의 목을 잘라버렸다.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붉은 피와 허공에 날아다니는 팔다리.
필립은 명예 그랜드 마스터라는 이름에 창피하지 않게 활약해줬고, 올리버는 그 노력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바닥에 쏟아진 피를 회수하며, 시체도 재활용했다.
[리바이브(Revive)]
올리버는 생명력을 추출해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되살린 다음 다시 감정을 추출해 흑마법을 발동하였다.
[오비디언스(Obedience)]
올리버는 통제권을 확보하자마자 시체들을 케빈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아래에 내려보내, 좀비 특유의 기형적인 움직임으로 각 층의 부상자나 올라오는 마법사들에게 접근시켰다.
그런 다음 바로 흑마법을 발동했다.
[콥스 밤(Corpse Bomb)]
시체와 생명력, 감정을 화약 삼아 건물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보통의 흑마법보다 더 많은 재료를 사용했기에 폭발의 위력은 강력했고, 시체들이 이곳저곳에 있어 줬기에 범위도 세심하고 넓었다.
"꽤 괜찮은 기술이구만. 생명학파에서 연구한 키메라 폭탄이랑 비슷해.”
마력을 퍼트려 아래 상황을 감지한 필립이 감탄하였다.
어떤 의미로는 [혈뢰(血雷)] 이상으로 효과적이었으니.
"하지만 계속해서 지원이 오네요.”
올리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전투로 약해진 벽을 뚫고 나타났다.
개량 인간으로, 그의 한쪽 팔은 고릴라와 파충류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강력해 보였는데, 필립은 적의 외모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맞상대해 골렘 의수로 후려쳐 상대의 팔을 부러뜨렸다.
"이거 갈수록 마음에 드는군."
필립이 자신의 골렘 의수를 보며 말하고는 기습한 마법사의 머리를 후려쳐 달걀처럼 터트려버렸다.
"케빈! 제논! 자네들은 먼저 올라가! 난 일단 여기부터 정리할 테니.”
필립은 수동적인 방어로는 계속 발목이 잡힌다는 걸 깨닫고선 케빈이 뚫어놓은 구멍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마력의 출력을 높여 다수의 무기를 거대화해 해적 룰렛처럼 건물 곳곳을 무기로 꿰뚫었다.
그 광범위한 공격에 건물 내부를 지키던 다수의 생명학파 마법사들의 시선이 필립 쪽으로 집중됐다.
그는 단순히 쫓아오는 적을 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미끼가 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그런 뜻을 이해한 케빈은 올리버를 데리고 건물 위로 달려갔고, 이윽고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한 철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이이익.
아무도 지키지 않는 문을 열자 올리버는 익숙한 얼굴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칼이었다.
“……왔나?”
그는 중년 사내를 양옆에 둔 채 서 있었다. 아까 전과 어딘가 달라 보였다.
아주 조금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