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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334화 (334/633)

< 334. 케빈 (2) >

하늘 위로 날아올랐던 화룡(火龍)은 술사의 의지에 따라 자신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다시 돌아와 지면을 내리쳤다.

천둥새가 깃든 번개로 하얗게 물들었던 주변은 시신경마저 태워버릴 정도의 강렬한 붉은색으로 물들며, 술사와 그 동료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불살랐다.

콰롸롸롸롸롸롸라라라라라라랑—————!!!!

맹수의 포효과 산불 소리가 뒤섞인 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바위나 호텔의 잔해는 재조차 남기지 않고 불탔으며, 대지는 본래의 색깔과 성질을 잃어 황무지 그 이상의 것으로 변했다.

영향을 받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수수께끼의 안개 결계마저 화룡이 일으킨 폭발과 화염, 열기에 점점 그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이윽고 붕괴하였다.

웬만한 물리력은 무시할 수 있는 공간학파의 마법이 가미되어 있음에도 상식을 벗어난 위력이 그 법칙을 어그러뜨린 것.

이 상식 밖의 화염 속에선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놀랍게도 살아남은 자가 있었다.

'괴물.......'

케빈이 온몸이 숯처럼 타고 있음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마력과 상식을 벗어난 육체로 버티는 테어도어를 보며 생각했다.

방어마법인 드래곤 스킨은 완전히 부서져 더 이상 테어도어를 지켜주지 못했음에도, 테어도어는 말도 안 되는 육체와 방대한 마력량, 회복마법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실시간으로 회복해 생명줄을 붙들고 있었다.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공격을 위해 있는 마력, 없는 마력을 모조리 끌어다 썼는데 말이다.

케빈은 본능적으로 이대로는 자신이 질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죽지 않는다면 테어도어는 분명 바퀴벌레와 같은 회복력으로 몸의 피해를 복구할 테고, 마력이 바닥난 자신은 반항다운 반항도 못 하고 죽을 테니 말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끝을 봐야 했다.

케빈은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을 파다시피 해 마력을 억지로 쥐어짜 화염의 통제권을 다시 획득, 양손을 교차해 교살하듯 힘껏 팔꿈치를 당겼다.

그러자 힘을 주체 못 하고 주변으로 퍼지던 화염은 무분별한 확장을 멈추고, 가운데로 모여 그 힘을 집중시켰다.

생명학파의 그랜드 마스터이자, 마탑의 원로 테어도어 브란트를 불태우기 위해.

왈칵!

무리한 마력 출력, 한계치를 넘어선 통제력, 장기간의 전투 피로 등. 여러 악재가 겹치자 케빈의 몸은 한계에 도달한 엔진처럼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관자놀이와 이마를 비롯한 몸 이곳저곳에서 핏줄이 돋아 오르고, 케빈의 눈과 코에서 비정상적으로 뜨거운 피가 흘러나왔다.

육체의 과부하.

허나, 그러한 케빈의 노력을 비웃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멀린……. 정말 부럽군!”

파아아앙———!!!

테어도어는 부수적인 힘만으로도 결계를 부수는 화염 가운데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케빈의 화염이 찢어지며 단숨에 무력화됐다.

“……진짜 괴물이잖아?”

케빈이 거인의 손처럼 커진 테어도어의 손을 보며 생각했다.

더 경악스러운 건, 손이 단순히 커진 게 아닌 수백 개는 족히 될듯한 수많은 손으로 이뤄져 있다는 거였다.

아까 전 보여준 뼈 창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생명학파의 기술보다는 흑마법의 그것에 더 가까웠다.

생명학파가 흑마법도 연구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그 궤를 달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테어도어가 저 늙은 육신에 얼마나 많은 인간을 집어넣었냐는 거였다.

거대한 팔을 이룬 팔만 세어 봐도 수백 명분은 족히 될 것 같았는데 말이다.

“흡-!”

케빈이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테어도어는 거인의 팔을 휘둘러 케빈을 짜부라트리려 했다.

마치, 모기처럼.

케빈은 피하려고 했지만, 아까 전 무리한 탓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억지로 다리를 움직이려 해도 힘이 빠져 주저앉을 뿐.

바로 그때 케빈의 발밑에서 얼음이 생기더니 케빈을 움직여 구해주었다.

콰앙一!!

거인의 손이 지면에 닿자 땅이 뒤흔들리며, 균열과 함께 크래커처럼 지면이 산산조각 났다.

케빈은 자신을 구해준 얼음을 따라 시선을 돌렸고, 얼음 마법을 사용하는 틸다와 눈이 마주쳤다.

“우습군! 자기 아들을 폐인으로 만든 열등종을 구해주다니 말이야!!”

“틸다 씨가 그런 거로 앞뒤 분간 못 하는 멍청이로 보이나!!”

테어도어가 거인의 손을 다시 들어 공격하려는 찰나, 필립이 하늘 위에서 떨어지며 소리쳤다.

그는 거대한 칼로 테어도어의 손을 찔러 고정시켰다.

“이따위 공격 더이상一”

—쾅!!

테어도어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포격 마탄을 쏴 테어도어의 얼굴을 타격했다.

강렬한 폭발로 머리가 휘청이는 테어도어.

필립은 품 안에서 도끼를 꺼내 크기를 키운 후 마력을 실어 테어도어의 거대한 팔을 단숨에 양단했다.

“테렌스!!”

필립이 거인의 팔을 자르자마자 소리쳤다.

케빈과 함께 이곳으로 와 지원을 하던 테렌스.

그는 필립의 부름에 맞춰 자신의 몸에 한계치까지 마력을 때려 박은 뒤, 테어도어에게 접근 주먹을 휘둘렀다.

꽝一!!!

스스로 마탑 권투 챔피언 출신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테렌스의 주먹은 상식을 초월했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살을 터트리고, 뼈를 분쇄했다.

테렌스는 그런 강력한 주먹이 수십 개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꽝ㅡ!!!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맞게 극도로 단련했기에 가능한 기술.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는 테어도어였다

파방一! 꽝!!

테어도어는 공격받는 와중에도 잘린 팔을 회복시켜 테렌스의 주먹을 맞상대했다.

똑같은 권투 자세로.

권투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음에도, 테어도어는 능숙하게 자세를 잡아, 날아오는 주먹을 막고 반격을 가해 테렌스의 자세를 역으로 무너트렸다.

정교한 기술과 압도적인 힘이 있기에 가능한 기교. 테렌스는 가드가 열렸고, 그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테어도어의 주먹에서 뼈 칼날이 튀어나왔기에.

까각!!

뼈 칼날이 튀어나온 테어도어의 주먹이 테렌스의 얼굴을 찌르려는 찰나 필사적으로 접근한 필립이 한쪽 팔에 쥔 사브르로 막아주었다.

“정신 차려!!”

그는 고령에 한쪽 팔이 날아가고, 적잖은 피를 흘리며, 장기간의 전투로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로어 가문 특유의 투쟁심으로 이를 메꾸며 소리쳤다.

가주의 외침에 죽음의 공포를 느졌던 테렌스가 다시 용기를 얻어 테어도어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우두둑……!

복장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테어도어가 뒤로 밀렸다.

그러나 필립은 방심하지 않고, 테어도어의 목을 향해 들고 있는 사브르를 휘둘러 그의 목을 자르려 했다.

목이 생각 이상으로 튼튼하고 질겨 찢는 것밖에 못 했지만,

물론, 이것으로도 충분히 치명상이었으나, 예상대로 테어도어는 당황하지 않고 상처를 수복할 뿐이었다.

“몰아붙여!”

“예-!!”

필립과 테렌스는 제각기 칼과 주먹으로 연계해 테어도어를 몰아붙였다.

마법뿐 아니라 신체 능력도 극한으로 단련한 그들의 근접 공격은 흡사 폭풍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빠르고 매서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테어도어는 그런 공격을 맨몸으로 맞으며 버텼고, 그것도 모자라 점차 반격을 시작했다.

양손에 뼈로 만든 창을 쥔 채.

카앙!! 카가가가강——쾅!! 깡! 캉! 콰과과과광——! 깡!!!

귀를 찢을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테렌스의 주먹과 필립의 무기가 테어도어의 뼈 창과 맞부딪혀 충격파를 연이어 발산했다.

그렇게 충격파의 발생 첫수가 늘어날수록 공세는 점점 테어도어 쪽으로 넘어갔다.

그는 양팔에 자신의 뼈로 만든 창을 쥔 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필립과 테렌스를 점차 몰아붙였다.

푸북一!

이욱고 공격 패턴을 파악한 테어도어가 필립과 케빈의 어깨에 상처를 냈다.

깊진 않았지만, 실력의 격차를 보여준 절망적인 일격.

필립과 테렌스는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 눈빛을 교환해 양방향으로 거리를 벌렸다.

이대로 맞상대하면 위험하다는 걸 알기에.

그러나 그런 대응이 무색하게 테어도어는 한순간 사라지며 양쪽으로 거리를 벌린 필립과 테렌스를 동시에 타격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오가며 그들을 공격하면 됐으니.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속도를 냈냐는 것인데,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테어도어의 양다리가 말과 육식동물 다리가 뒤섞인 모습으로 변해있었기에.

그렇기에 그는 인간의 다리로는 낼 수 없는 속도를 내며, 지면을 얼려 이동을 방해하는 틸다의 빙판(水板)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었다.

인간을 벗어난 모습으로 필립과 테렌스를 제압한 테어도어의 두 눈은 케빈과 틸다로 향했다.

타다다다다다닥!

그는 땅에 충격파를 퍼트리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왔다.

케빈은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돌창을 만들어 맞상대하려 했지만, 돌창은 테어도어의 뼈 창에 허무하게 부서졌다.

멈칫.

뼈 창의 촉과 케빈의 눈이 종이 한 장 거리만 남은 그 찰나 갑자기 테어도어가 멈췄다.

한쪽 손을 자신의 귀에 댄 채.

그의 귀에서는 알아듣기 힘든 잡음이 흘러나왔다.

“뭐라고……. 좋아……. 알았다.”

테어도어는 귀에서 흘러나오는 잡음과 대화를 나누더니 공격을 중지 그대로 물러났다.

“운이 좋구만. 실험체 162번.”

테어도어는 체력이 다해 쓰러진 케빈을 내려다보며 허공에 포털을 생성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속으로 들어갔다.

별거 아니라는 듯.

테어도어가 사라지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케빈은 뒤늦게 긴장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처음 드는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죽다 살아났으니. 허나, 두 번째 드는 감정은 분함과 굴욕, 절망이었다.

목표를 위해, 복수를 위해 평생에 걸쳐 수련했고, 정령술이라는 그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성과를 이뤘음에도 결국 이 꼴이라니.

테어도어를 상대로도 이러니 멀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케빈은 아직도 목표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왜 도망친 거지?”

늘 얼음처럼 냉정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이던 틸다가 중얼거렸다.

케빈도 의문이었다. 다 이긴 싸움을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다니. 우습게 여겨 조롱한다기에도 뭔가 맞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케빈이 추측하던 중 저 멀리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다름 아닌 올리버로, 그는 무너진 안개 결계 사이에서 야렐리와 스무 명이 넘는 마법사를 대동한 채 걸어 나왔다.

“……너야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케빈이 톤파 대신 쿼터스태프를 든 올리버를 보며 대뜸 물었다.

올리버가 대답했다.

"음……. 이것저것요?”

***

"돌겠네. 진짜......."

모포 위에 누운 케빈이 말했다.

그렇지 않은가? 생명학파는 마탑을 배신했고, 여전히 안개에 갇힌 상태였으며, 방금 테어도어에게 죽을 뻔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칠 상황이었는데, 올리버가 오자 더 미친 상황을 이야기했다.

가령, 올리버의 정체를 들켰다는 것과 같은.

생명학파와 야렐리 모두에게 말이다.

더 어이없는 건 당사자인 올리버는 그 상황을 받아들여 등에 티 나지 않게 메고 있던 먹보주머니를 꺼내 모포와 의자, 간이 침대, 구급약, 심지어 캔 수프까지 꺼내 케빈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나눠줘 도와주고 있다는 거였다.

이왕 들켰으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말이다.

더 웃긴 건 다들 지쳐서 그런지 넋이 빠진 채 올리버의 도움을 말없이 받고 있다는 거였다.

“진짜, 돌겠네……."

케빈이 너무 어이가 없어 다시 말하고는 머그컵에 든 캔 수프를 마력으로 데운 후 호록 마셨다.

마력 전도 기능이 있는 제법 비싼 머그컵으로 이 역시 올리버가 꺼낸 거였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칼 씨께서 제 정체를 갑자기 말해 어쩔 수 없이 들키고 말았습니다."

모포와 캔 수프, 의약품 및 포션을 나눠주던 올리버가 케빈 곁으로 다가와 다시 사과했다.

처음에는 부정했다고 했으나, 마텔에서의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고 말이다.

마텔에서의 일이라면 케빈도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었다.

스승인 멀린이 직접 이야기해줬기에.

거기 왜 올리버가 갔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이다.

그 말을 듣자 케빈은 어이가 없고, 화가 남에도 화를 낼 수 없었다.

케빈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봐……. 제논? 데이브?”

케빈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필립이 끼어들어 올리버를 불렀다.

마탑의 교수 개인 직원과 란다의 해결사 두 가지 이름으로 말이다.

올리버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예, 필립 중장님.”

마탑의 명예 그랜드 마스터와 흑마법사가 대화를 시작하자,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흑마법사가 마탑 직원으로 몰래 들어온 이 사태를 어찌 대응할 건지 보듯.

필립이 말했다.

“혹시 술이나 담배 있나? 둘 다 필요한데?”

“예, 둘 다 있습니다. 잠시만요.”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올리버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답하며 빅마우스가 꺼낸 물자 가운데서 상자를 두 개 골랐다.

한쪽 상자에는 란다에서 파는 각종 담배가 종류별로 들어있었고, 반대쪽 상자에는 마법주와 일반 주류가 들어있었다.

짤랑.

술병이 부딪히자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담배는 시가를 포함해 종류별로 있고, 술은 일반 주류와 마법주가 있습니다. 주요 브랜드 위주로 챙겼는데, 혹시, 원하시는 상품 있으십니까?”

올리버가 정말 평범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본 필립이 한쪽 팔이 날아갔음에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케빈. 직원 정말 제대로 뽑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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