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328화 (328/633)

< 328. 원군 (1) >

레이크 빌리지의 명물인 마을 한가운데있는 호수.

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언덕 위에 호텔이 하나 우뚝 서 있었다.

그 호텔의 역사는 근 100년에 가까웠으며, 한때지만 대륙 곳곳의 거물들이 방문한 영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왕족, 귀족, 거부와 같은 이들이 말이다.

물론 그러한 영광의 시절은 영역을 확장한 피리 부는 사나이에 의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호텔은 그 영광을 지키며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언덕 위를 꿋꿋이 지켰다.

뭐, 그래 봤자 오늘까지인 것 같지만 말이다.

쩌저저저저저저적———!!!

퐈하하하하핫————!!!

찌지지지지지지직一!!!

세 명의 그랜드 마스터 급 마법사들의 전투로 인해 지금 호텔은 붕괴되고 있었다.

이미 부서진 호텔 꼭대기 지붕과 벽이 그 증거.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지 호텔 꼭대기에서는 자연재해를 방불케 하는 빙산(水山)과 불기둥, 번개가 아래에서 위로 솟구쳤다.

거대한 원소 마법은 발동되는 것만으로 거대한 물리력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호텔은 지진이라도 난 듯 심하게 흔들거렸다.

“흐아아아앗!”

수많은 마법이 폭죽처럼 펑펑 터지던 중 필립이 크게 도약해 하늘을 점거했다.

그는 품 안에서 축소화한 칼을 꺼내 마법을 발동시켰다.

[익스펜션(Expansion)]

[스트레인슨(Strengthen)]

[헤빌리(Heavily)]

세 개의 영창과 함께 필립이 꺼낸 검은 호텔과 맞먹을 정도로 커지며, 그 강도(剛度)와 중량(重量)이 비상식적일 정도로 높아져 호텔을 위에서 아래로 관통했다.

마치 신화 속 거인의 검처럼.

규격 외의 검에 호텔은 케이크처럼 토막 났으며, 언어와 문자로도 형용키 어려운 굉음과 함께 호텔을 무너뜨리고, 땅을 갈아엎었다.

그랜드마스터급 다운 상식을 초월한 힘.

정작 목표물은 부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내게 그런 건 안 통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압도적인 위력에도 주눅 들지 않은 테어도어는 공격을 가볍게 피하곤 칼날을 타고 올라왔다. 생명학파의 기술로 육체를 강화하고 강화한 덕분에 가능한 움직임.

참으로 고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원거리에서 바로 공격할 수 있음에도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여주려고 일부러 필립의 특기인 근접전을 고집하다니.

참으로 테어도어답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평할 수 없지. 실제로 실력은 내가 밀리니…….'

필립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않은가? 이 나이에 도전자 위치라니. 어떻게 흥분되지 않겠는가!

엿 같은 상황과 별개로, 필립은 약 20년 만에 도전자로서 호승심을 불태웠다.

“줄어들어라!”

필립은 확대화시킨 거대한 검을 다시 축소시켜 원래 크기로 만들었다.

빠르게 줄어든 칼날 탓에 테어도어는 허공에서 발판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몸 안에 깃든 방대한 마력과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곧 균형을 잡았다.

물론, 필립의 대응은 그게 끝이 아니었지만.

[오브젝트 컨트롤(Object Control)]

필립은 한 손으로 자기 몸뚱이만 한 칼날을 든 채 반대 손으로 마력을 분출, 부서지는 호텔 잔해를 붙잡아 일시적으로 통제권을 획득해 테어도어를 사방에서 압박했다.

벽돌과 사람 크기만 한 시멘트 덩어리, 철근 따위가 전방위로 테어도어를 압박했고, 테어도어는 마력을 방출해 방어막을 형성, 압박을 가하는 물체를 밀어냈다.

피해는 전무.

그러나 상관없었다. 발목을 붙잡는 게 필립의 목표였으니.

필립은 한 번만 쓰고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마력을 검에 한계까지 때려 박고, 거기에 중량화 마법과 강화 마법을 추가해 검의 공격력을 극대화해 그대로 내리쳤다.

필립이 만든 검선이 은빛 유성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힘.

그 힘을 증명하듯 추락 지점에서 호텔 크기와 맞먹는 폭발이 솟구쳐 주변의 잔해물을 밀어버리고, 대지와 안개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발생 사방으로 퍼졌다.

그 무엇이라도 양단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었다.

정작 흙먼지 속에서 비명을 지른 건 필립이었지만.

“......끄으윽!"

필립은 무기로 쓴 검마저 산산조각낼 공격을 하였으나, 놀랍게도 테어도어는 팔 한 짝을 대가로 이를 막아냈고, 그것도 모자라 마력탄을 쏴 필립의 어깨 한쪽을 통째로 날렸다.

인간의 신체가 감당할 수 없는 통증.

필립은 상처 부위를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섰고, 테어도어는 바로 팔을 휘둘러 필립의 머리를 수박처럼 으깨려 하였다.

쩌적!!

팔을 휘두르려는 찰나 테어도어는 필립의 공격으로 반쯤 잘린 팔에서 뜨거운 감각을 느꼈다.

틸다가 가문 고유 능력인 얼음의 눈으로 상처 부위를 노려봐 순식간에 얼려 버린 것.

독과 비견되는 냉기가 상처 부위를 중심으로 팔을 얼려 순식간에 괴사시켰다.

“이건 꽤-”

-[클레이 모어(Claymore)]

테어도어가 얼어붙은 팔에 시선을 빼앗긴 그 틈을 타, 필립은 날아간 어깨를 마력으로 응급 처치한 다음 발을 매개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땅 밑에서 거대한 폭발의 파도가 터져 나와 테어도어를 정면에서 덮쳤으며, 필립 역시 후폭풍으로 뒤로 물러났다.

어깨가 날아간 극심한 부상에 구르기까지 하다니.

그러나 필립은 이를 꽉 깨물며 간신히 잡은 기회를 놓지 않았다.

그는 다시 발을 매개로 마력을 주입해 다중 폭발마법을 발동했다.

두더지처럼 땅을 타고 여러 방향으로 나아가는 다수의 마력 덩어리는 이윽고 터져, 공습에도 뒤지지 않는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땅이 다시 한번 뒤흔들리며, 안개가 요동쳤다.

필립은 테어도어의 마력 방어막이 약해진 걸 느끼며 소리쳤다.

“틸다!!!”

행여 통제권을 빼앗길까 싶어 대규모 마법을 자제하던 틸다는 그 목소리에 맞춰 아껴 뒀던 마력을 단숨에 분출.

자신을 시작점으로, 안개의 흐름마저 둔화시킨 냉기와 얼음을 방출해 필립을 제외한 공간의 모든 것을 얼려버렸다.

특히, 폭발에 휘말린 테어도어를 중심으로 산과 맞먹는 얼음 덩어리를 솟아나게 했다.

쿠웅一!! 쿠우우웅! 쾅!!! 콰아아앙一!! 쿵! 꿍!! 쿠웅一!!

빠른 속도로 솟아난 대규모 얼음 산맥은 폭발로 약해진 테어도어의 마력 실드를 단숨에 깨부수며 그의 몸에 유의미한 관통상을 남겼다.

제아무리 그랜드 마스터 중에서도 규격 외인 테어도어라도 무시하기 힘든 부상.

거기에 틸다는 멈추지 않고 상처 부위에 냉기를 주입해 해당 부위를 괴사시키기까지 했다.

상식적으로 끝난 싸움.

허나, 테어도어는 고통스러워하긴커녕 상처 부위를 매개로 자신의 마력을 주입해 틸다의 마법에 다시 통제권 싸움을 걸어 빼앗아왔다.

“빌어먹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필립은 짧은 찰나 테어도어가 해당 공간을 조작하려는 것을 보며 한 손임에도 능숙하게 무기를 던져 테어도어 주변의 얼음을 파괴, 그의 마법을 저지했다.

그리고는 테어도어의 주변에 축소화시킨 수많은 무기를 투척해 축소화 마법을 풀고, 반대로 확대화 마법을 발동시켰다.

쾅——!! 콰과과광! 꽝! 카가가가각!!! 꽝! 콰각가각!!!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한 각종 검과 창, 도끼 등. 투척된 냉병기가 거대해지며 대지를 가르고, 꿰뚫었다.

폭탄이 아닌 쇳덩어리를 투하하듯.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거대한 쇳덩어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재앙이었으며, 제아무리 테어도어라도 막기 어려웠다. 심지어 부상까지 입은 상태로는 더욱.

예상대로 테어도어는 거대해진 칼날 세례를 다 피하지 못하고 팔다리가 잘리며 내장이 드러날 정도로 깊은 자상을 입었다.

다시 한번 끝난 승부. 그럼에도 테어도어는 만신창이가 된 몸에서 마력을 분출, 양막과 같은 막을 형성해 자신을 몸을 태아처럼 뒤덮어 손상된 신체를 회복시켰다.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

신체를 복구하고, 회복력을 증대시킨 것과 차원이 다른 마법에 필립과 틸다는 경악했다.

간신히 몰아붙였건만, 이를 순식간에 복구하다니.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필립과 틸다는 그 나이에 걸맞게 넋 놓고 빤히 바라보는 대신 빠르게 대응했다는 거였다.

틸다는 필립이 부탁하기도 전에 바닥에 얼어붙은 얼음을 매개로 필립의 움직임을 보조해줘 그가 고속으로 움직이게 해 주었고,

필립은 그러한 도움에 맞춰 돌진 사방에 널브러진 거대한 무기를 조작해 크기를 줄여 손에 쥐고는 테어도어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피웅————꽝!!

섬광처럼 날아간 날붙이가 회복을 마친 테어도어의 마력 장벽에 가로막혔다.

[그레네이드(Grenade)]

필립은 다시 무기에 주입한 마력을 이용해 수류탄과 같은 폭발을 일으키려 했으나, 이번에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더 이상 봐줄 생각이 없는지 테어도어는 무기를 가로막은 마력 장벽을 조작해 무기를 감싸 폭발을 압축해 막았다.

아주 가볍게.

필립은 다른 무기를 줄여 허공에서 낚아채 소나기처럼 쏟아부었으나, 테어도어는 발을 이용해 땅에 마력을 주입, 거대한 산사태 한 번으로 필립의 맹공을 공격을 상쇄시켰다.

아니, 오히려 압도했다.

틸다의 얼음 마법이 대지를 붙잡고 있음에도 흙이 계속해 솟구쳐 필립의 투척 공격을 가볍게 삼키는 것도 모자라 필립까지 덮치려고 했다.

무기를 폭발시켜 보아도 산사태 속에서 폭죽을 터트린 수준.

틸다가 거대한 빙산을 만들고 흙을 얼어붙게 해 테어도어를 막으려 했지만, 테어도어는 흙의 통제력을 높여 냉기를 흡수하고, 거대한 뱀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 빙산을 단숨에 분쇄하였다.

필립은 창을 낚아채 흙으로 된 뱀을 꿰뚫으려고 하였으나, 바닥에 하반신이 빠지더니, 무엇인가 팔을 구속하였다.

테어도어가 필립이 선 지반을 조작해 늪처럼 만들고, 양손을 흙으로 만든 촉수로 구속한 것.

여느 마법사들의 전투가 그러하듯 한순간에 불리한 형세가 되고 말았다.

흙을 압축해 만든 뱀의 아가리가 필립을 씹어먹으려고 입을 벌리는 그때, 거대한 화룡이 다수 출현해 흙으로 된 뱀을 물어 저지하고, 그 위에 올라탄 테어도어까지 물려고 했다.

탁―!

팔십을 넘긴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게 움직여 화룡을 피한 테어도어는 마법으로 거대한 산을 만들어 화룡의 공격으로 벗어났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자마자 그가 말했다.

“이거 의외군. 네놈이 여기 올 줄이야.”

테어도어의 시선 끝에는 케빈이 있었다.

그는 온몸에 화염과 샐러맨더를 두른 채 테렌스와 함께 안갯속에서 나왔다.

***

갑작스럽게 등장한 케빈에 모두가 놀랐다.

주변에 쳐진 안개가 보통 안개가 아닌 걸 알았으니.

허나, 그 못지않게 놀라운 건 케빈이 몸에 두른 샐러맨더였다.

드루이드의 고유 기술인 정령술.

이제는 마법의 영역에 들어왔지만, 정령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쓰지 못하는 재능 이상의 것이 필요한 분야였는데……. 다들 언제 케빈이 저 정도 실력을 키웠는지 의문이었다.

“설마 정령술을 쓸 수 있나?”

테어도어가 물었으나, 케빈은 그 말을 무시한 채 테렌스를 시켜 필립을 살펴보게 했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 약간 긁힌 것뿐이야……. 그보다 여기 어떻게 온 거야?”

“그게……. 설명하면 조금 복잡하고 길어집니다.”

테렌스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둘러댔다.

케빈의 개인 직원인 제논이 세계수를 이용해 이곳 상황을 파악하고, 안개의 통제권을 가져와 자신들을 이곳에 보냈다는 걸 어찌 말해야 할지 도저히 몰랐기에.

오긴 왔지만, 아직도 현실감이 없었다.

“그럼 복잡하고 길게 설명해봐. 내 기꺼이 기다려주지.”

테어도어가 뻔뻔할 정도로 평범히 테렌스에게 말했다.

방금까지 필립을 죽이려고 한 주제.

동등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고령임에도 혼자서 원마스터인 틸다와 명예 그랜드 마스터인 필립을 압도한 괴물이었으니.

그렇다 해도 이런 태도라니……. 테렌스가 조용히 분노하던 중 케빈이 분위기와 맞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로 틸다를 불렀다.

“원마스터 틸다.”

"……뭐지?”

"혹시 몰라 말씀드리는 건데, 야렐리도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케빈이 이야기 흐름과 상관없이 대뜸 말했다. 뭐, 필요한 말이긴 했지만.

실제로 야렐리의 소식을 들은 틸다는 약간 안도의 기색을 비치며 테렌스를 봤고, 테렌스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딨지?”

어느새 모두가 테어도어를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이야기 나눴다.

“잠시 일 좀 맡겼습니다. 저기 마을에 있는 비밀 실험실에 갇힌 우리 학생들 좀 구하라고요.”

“멍청한 짓을 했군.”

테어도어가 다시 끼어들었다.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였다.

“거길 누가 지키고 있는지 알기나-”

“-참고로, 야렐리 곁에는 아주 믿음직한 사람을 붙여놨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일에만 집중들 하도록 하지요.”

케빈이 다시 한번 테어도어의 말을 무시했다. 일부러 말이다.

“허허……. 이런 건방진 실험용 쥐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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