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 설득 (2) >
[해잇 불릿(Hate Bullet)]
해가 진 저녁. 올리버가 손가락을 겨누며 파이터 크루의 조를 향해 증오의 탄환을 날렸다.
추출된 감정이 올리버의 손끝에 모이는가 싶더니 발사.
조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짧고 간결한 공격이라 방어하기 까다로웠음에도, 조는 차분하게 팔로 얼굴을 방어했다.
타다당!!
올리버가 쏜 증오의 탄환이 조의 블랙 슈트와 블랙 아머 장갑(裝甲)에 가로막혀 허무하게 사라졌다.
봐주지 않고 제대로 쏜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대단하네요.”
올리버가 감탄하며 하늘 높이 뛰어올라 그 상태로 쿼터스태프 끝에 블랙 아머를 몇 겹씩 둘러 추를 형성, 그대로 내리쳤다.
골렘은 물론, 셰이머스의 나무 갑옷도 박살 낸 강력한 물리력을 가진 공격.
올리버는 그 강력한 공격에 중력을 더했고, 조는 피하지 않고 한쪽 주먹을 뒤로 빼 맞받아칠 자세를 취했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현재 조의 흑마법 장갑이 외골격 장갑처럼 두꺼운 탓에, 피하려고 해 봤자 소용이 없었을 테니, 차라리 맞부딪히는 게 더 나았다.
올리버는 바닥에 꽂인 못을 박듯 쿼터스태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고,
조는 반대로 한쪽 팔에 장갑을 집중해 아래에서 위로 주먹을 올려쳤다. 흡사, 하늘을 때리듯.
———————!!!!!
쿼터스태프와 주먹이 맞부딪히자 귀가 찢어지는 굉음과 함께 작은 충격파가 발생. 근처 유리창이 깨지며, 싸움을 구경하던 파이터 크루 멤버들이 양쪽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잠시 후, 굉음이 잦아들자 파이터 크루 멤버들은 하나둘 눈을 떠 앞을 봤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올리버의 일격을 버틴 조와 감탄하듯 찢어진 추를 바라보는 올리버였다.
올리버의 공격을 조가 맞받아친 것.
구경하던 파이터 크루 구성원들이 그 경악스러운 광경에 ‘오오!!’ 환호성을 내지르며 조에게 감탄 응원을 보냈다.
개중에는 올리버도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올리버가 쿼터스태프 끝에 두른 블랙 아머 추를 보며 말했다. 추는 절단기에 집힌 쇠구슬처럼 한쪽이 찢어졌으며, 그 상처 사이로 감정이 새어 나왔다.
“주먹 형태는 언제부터 바꿀 수 있게 된 겁니까?”
올리버가 유압 망치(HYDRAUUC HAMMER)처럼 뾰족하게 세운 조의 한쪽 주먹을 보며 물었다.
"블랙 슈트와 블랙 아머를 완벽하게 다를 수 있을 때부터요. 장갑을 늘리는 것을 넘어 변형시키면 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조가 한쪽 손의 장갑을 집중해 크기를 키운 다음 집게손 형태로 만들어 올리버를 향해 뻗었다.
올리버는 본능적으로 쿼터스태프를 휘둘러 방어하려 했지만, 아까 전 입증했듯 현재 올리버와 조의 위력은 비슷.
그 결과 조의 집게손에 올리버의 공격이 붙잡히고 말았다.
꽈악……!
올리버는 이번에도 감탄했다.
블랙 슈트와 블랙 아머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넘어 올리버보다 더 깊이 있게 다뤘다.
허나,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조의 감정 상태였다.
이긴다는 확신은 아직 없었지만, 올리버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이겠다는 각오는 있었다.
최고의 의욕.
저번에 봤을 때 대장이 되어줄 수 없냐고 물어서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기우인 듯했다.
그는 스스로 성장하려고 하였다.
“끝이 아닙니다.”
올리버의 쿼터스태프를 잡은 조가 반대쪽 주먹을 변형시켰다.
망치 형태. 쿼터스트프를 내리쳐 부러뜨릴 속셈이었다.
“아, 그건 곤란한데요.”
올리버가 조의 생각을 읽고는 쿼터스태프 끝에 모인 감정을 변형시켜 분노의 폭발을 일으켰다.
추를 구성하고 있던 감정의 양이 상당한 탓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구경하던 파이터 크루 멤버들이 기겁하며 조를 불렀다.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과거의 조였으면 몸이 산산이 조각났을 위력이었으니.
허나, 지금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생명력이 요동칠 정도로 데미지를 입고, 몸에 두른 흑마법 장갑이 반파(半破)되어, 저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수준밖에 안 됐다.
올리버는 정신을 못 차리는 조를 향해 흑마법을 발동했다.
[타겟팅(Targeting)]
올리버의 손과 조의 몸통에 다트판이 형성됐고, 올리버는 집착의 감정을 높여 조를 끌어당겼다.
올리버의 의지대로 딸려오는 조.
올리버는 그 상태로 조와 똑같이 블랙 슈트와 아머를 한쪽 팔에 둘러 거대한 주먹을 만든 뒤 휘둘러 반파(半破)된 조의 장갑을 완파(完破)시켰다.
체력이 다한 조가 바닥에 대짜로 널브러진 채 물었다.
“하아아……. 어땠습니까?”
“훌륭하셨습니다. 블랙 슈트와 아머 모두 능숙하게 사용하시고, 사용 방식은 저보다 더 심도가 깊었습니다. 실로 대단하십니다.”
“전 재주가 이것뿐이니까요.”
조가 겸손이 아닌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리 틀린 말이 아니었다.
블랙 슈트의 형태를 변형시킨 것은 대단한 거였지만, 그것은 올리버보다 재주가 한정적이기 때문.
그러나 올리버는 이를 부정했다.
“아뇨, 뭐가 됐건, 대단한 건 대단한 겁니다. 전 블랙 슈트와 아머를 그렇게까지 깊게 활용할 생각은 전 못했거든요. 덕분에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
올리버는 늘 그렇듯 진심으로 말했다. 그렇기에 조는 아닌 척해도 기뻤다.
“……칭찬 감사합니다. 혹시, 개선점은 없겠습니까? 여기까지는 어찌어찌 저 혼자 생각했지만, 이후로는 더 나아질 방법이 안 떠오르네요.”
“음……. 장갑을 압축하면 좋겠습니다.”
조의 요청에 올리버가 바로 해답을 내놓았다. 별거 아닌 듯 툭 던진 말이었지만, 바로, 핵을 짚었다.
“압축요?”
“예, 장갑이 너무 두꺼워 조의 특기인 기동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덕분에 무리하게 화력전을 강요받는데, 그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장갑을 압축해 위력을 유지, 기동력을 원상복구 시키면 훨씬 나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조가 본능적으로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을 올리버가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조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난감해했다.
“하지만 압축이란 게 쉬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화기계열도 연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화기 말씀입니까?”
“예, 원거리 공격을 익히라는 게 아닌 블랙 슈트를 라스 붐과 같은 흑마법으로 바꿔보라는 말씀입니다. 그럼, 근접공격의 위력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옛날에는 숙련도가 부족해 말도 못 꺼냈지만, 지금은 블랙 슈트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연습하면 다룰 수 있을 겁니다.”
완성됐다고 생각하자마자 올리버는 새로운 숙제를 내밀었다.
그러나 조는 한숨보단 의욕이 샘솟았다.
“음……. 원거리 공격 수단은 확보할 수 없을까요? 팀으로 움직일 때 지원을 받아 큰 문제는 없지만, 가끔씩 혼자서 싸울 때도 있어서요.”
“글쎄요? 배우실 수는 있겠지만, 효율이 높을지는……. 아, 장갑을 투척하는 건 어떨까요?”
“장갑을요?”
“예, 블랙 슈트와 아머의 형태를 바꿨듯이 장갑을 살짝 뜯어 덩어리 채 투척하는 거죠. 그냥 던져도 쇳덩어리를 던지는 효과가 있을 거고, 장갑의 성질을 변형시키면 폭탄을 던지는 셈인데, 이게 효율성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올리버가 다시 한번 말했다. 즉석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조는 가장 나은 방법이라 확신했다.
“괜찮으시면, 질문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조가 새로운 가능성에 의욕을 불태우던 중 올리버가 질문했다.
조는 똑바로 자세를 고치며 정중히 들을 자세를 잡았다.
“예, 말쏨하십시오.”
“이전보다 더 의욕이 있으시고, 성과도 냈는데, 혹시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뇨…….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저번에 저희가 실수한 것 같아서, 다시 정신 차리려고 하는 겁니다.”
“저번이라면……?”
“데이브 씨께 파이터 크루의 대장이 되어 달라고 제가 부탁했을 때 말입니다.”
“아……."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겉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조가 사과했다.
“그때는 나름의 감사 겸 존경의 표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데이브 씨를 끌어들여 저희가 이득을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강해질 생각을 안 하고, 데이브 씨를 이용하려고 한 거죠.”
“……그 정도까진 아니셨습니다.”
"아뇨, 뭐가 됐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 건 사실이죠. 특히, ABC 건을 맡고 실감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정신 차렸습니다. 저뿐 아니라 모두 가요.”
조가 주변의 파이터 크루 멤버들을 가리켰고, 그들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올리버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보기 좋네요.”
올리버가 진심으로 말했다. 저번의 제안 때문에 약간 실망했는데, 그 실망이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포레스트 님께서 말하시길 한동안 일을 쉬신다고 하시던데 사실입니까?”
“예……. 그러는 게 안전 면에서 더 좋다고 말씀하셔서요.”
“그럼,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요? 뭐죠?”
“데이브 씨께서 흑마법을 가르쳐줘 모두 자기 목숨은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이 바닥 특성상 결국 몇 명씩 죽고 말죠. 그래서 새로운 단원들을 추가하려 하는데, 좀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새 단원요?”
"예, 인력 보충이 필요해서요.”
그다지 이상한 말은 아니었다.
이 바닥에서 전력 손실은 불가피한 거였고, 그때마다 보충해야 했으니.
“보수는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수는 괜-”
“-아뇨, 보수를 이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가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몇 차례 도움받은 저희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주고받는 건 확실한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데이브 씨께서 보수를 안 받아주시면 나중에 저희가 또 의지할지 모르니까요. 데이브 씨의 가르침을 돈으로 사겠다는 게 아니라, 건전한 관계를 위한 일종의 성의 표시입니다. 일방적으로 계속 도와주시면 사람들이 계속 오해할 수도 있고요. 그건 싫지 않습니까?”
조가 논리정연하게 말했다. 그 논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올리버를 위한 배려로, 올리버는 반박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네요. 그럼 받도록 하겠습니다. 액수는……. 포레스트 님을 통해 정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혹시,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을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잠시만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리버가 마탑 일정을 고려하며 대답했다.
다시 출근하니 아무래도 저녁이나 밤이 좋을 듯했다.
‘한동안 또 바빠지겠네.’
올리버가 초창기 파이터 크루 수련과 마탑 교수 직원 생활을 떠올렸다.
아침부터 저녁은 마탑, 저녁부터 밤까지는 X구역. 참으로 바빴다.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예, 이번부터 교육일지도 작성해볼까?’
올리버가 마탑에서 본 각종 인프라와 케빈의 일 처리 태도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크게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올리버가 조에게 대답을 해주려는 찰나, 파이터 크루 구경꾼 사이로 경박할 정도로 호쾌한 목소리가 울렸다.
“아……!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 건가? 남자들 간의 짠 내 나는 우정이 느껴져서 속에 든 게 다 올라올 것 같구만.”
올리버가 고개를 돌리자 이완이 사람들을 헤치며 나왔다.
다들 이완을 좋아하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길을 비켜줬으며, 그런 이완의 뒤로 송장인형-저격수와 던칸이 뒤따라왔다.
올리버가 송장인형을 이용해 셰이머스를 쓰러뜨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살펴보고 싶다고 했기에 잠시 빌려준 거였다.
올리버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볼일은 끝나셨습니까?”
“아니. 볼일이 생겨버렸네. 얼마나 재밌는 장난감인가 싶었는데, 정말 재밌는 장난감이거든. 이거 하나 나줄 수 있겠나?”
***
예상치 못한 요구.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이완 뒤에 따라온 송장인형-저격수와 던칸이었다.
저격수에 들어간 세컨드는 소드 오브 샷건을 이완의 뒤통수에 겨누며 육두문자를 기관총처럼 뱉었으며, 던칸은 조용히 고기 톤파를 뽑았다.
여차하면 휘두를 속셈.
올리버가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올리버가 말을 꺼내자 흥분한 세컨드와 조용히 분노한 포스가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자기 무기를 도로 넣었다.
화가 풀렸다기보다는 올리버 때문에 참는 것.
올리버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이완 님. 송장인형은 드릴 수 있지만, 차일드는 못 드립니다.”
“하지만 난 가지고 싶은데?”
이완이 뻔뻔하게 요구했다.
옆에서 보던 조와 파이터 크루가 서서히 불쾌함을 빛내며 눈빛을 교환하였으나, 정작 당사자인 올리버는 차분히 응대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아……. 내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지만, 내가 자네 친구도 구해줬잖아? 근데도 이리 인색하게 굴 건가? 정의를 생각해봐.”
“그건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진심으로요……. 그럼 혹시 그게 부탁인가요? 이완 님께서 제게?”
"부탁이라니?”
“이완 님께서 보답으로 나중에 자기 부탁을 들어줄 것을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거입니까?”
“아니, 그거랑 이거랑……. 하……. 됐다. 이렇게 째째하게 나올 줄 몰랐어. 호구 새끼인 줄 알았는데, 날 배신하다니. 실망이 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차일드는 관찰일지를 쓰고 있어서 드리기 힘드네요.”
“관찰일지?”
“예, 성장에 관해서요.”
이완이 급격히 흥미를 보였다.
“흑마법으로 만든 크리처의 성장 일지라……. 흥미로워. 그럼 그것 좀 공유해줘. 읽고 싶어.”
“알겠습니다.”
올리버가 냉큼 수락하자 이완이 웃음을 터트렸다.
“오, 그런 귀한 지식을 그냥 준다니, 역시, 호구 맞았구만. 내 믿음을 지켜줬어!”
"공짜는 아닌데요?”
올리버가 다시 한번 초를 쳤고, 이완은 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표정이 참으로 변화무쌍했다.
“……뭐?”
‘부탁드리고 싶은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그것과 교환하고 싶습니다. 대량의 혈액을 신선하게 보관하고, 혈액의 특성을 무시하고 하나로 뒤섞을 수 있는 아이템이요.”
이완이 화내려다 하다 말고 혈액이란 단어에 반응했다.
“호오……. 내게 물건을 만들어달라니 건방지게 그지없지만, 그와 별개로 요구조건은 흥미로운데? 피라니……. 무슨 사업이라도 하려고?”
“사업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일이 있긴 합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차일드에 관한 관찰일지와 돈도 최대한 맞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음……. 좋아, 거래성립. 사실, 하나만 제시했어도 했을 텐데, 역시, 호구야.”
“기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완 님께 큰 도움을 받았으니 저도 기쁠 따름입니다.”
일부러 얄밉게 말하던 이완은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음에도 허공을 가르는 허무함이랄까?
그래서 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다른 요구사항은 없나?”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빅마우스……. 혹시 먹보주머니의 용량을 키울 방법을 아십니까? 오래 사용했더니 요즘 용량이 가득 찬 것 같아서요.”
“글쎄……. 내가 아는 방법은 같은 크기나 더 큰 크기의 먹보주머니를 동족포식하는 것밖에 없는데?”
“동족포식?”
조가 저도 모르게 따라 말했다. 방법이 조금 엽기적이긴 했으니.
이완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원래 흑마법이 좀 지랄 맞은 거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고.”
허나, 올리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차분히 생각할 뿐이었다.
“동족포식이라……, 그냥 먹이면 되나요?”
“아니, 정확히는 싸우게 해서 이긴 쪽이 먹어야 효과가 있어. 원리는 모르지만, 그래야 효과가 있거든.”
"음……. 그럼, 이완 님께서 먹보 주머니도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람 크기보다 약간 더 큰 거로요?”
“그건 내 제자인 스미스에게나 시켜……. 근데, 괜찮겠어? 만약, 자네 먹보주머니가 잡아 먹히면 어쩌려고?”
“그럼, 이긴 분으로 제가 다시 사면 되죠.”
몹시도 합리적인 제안. 그러나 빅마우스와 친분이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비슷한 위치인 차일드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올리버를 빤히 바라봤다. 그건 아니지라는 듯이.
그리고 그것은 이완도 마찬가지였다.
“와……. 이거 진짜 나쁜 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