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5. 시(市)의 제안 (2) >
“한동안 해결사 일 쉴 생각 없나?”
포레스트가 느닷없이 말했다.
충격까지는 아니지만 의외의 발언이었다.
보통 중개인은 뛰어난 해결사를 쉬게 하기보다는 굴리고 싶어하는 법인데 말이다.
허나, 포레스트는 보통의 중개인이 아니었고, 올리버 역시 이를 알았다.
"음…….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없구만.”
“아……. 죄송합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이유 말인가? 뭔지 알 거 같나?”
“아뇨, 잘 모르겠습니 다. 혹시, 제가 뭐 실수한 게 있습니까?”
“사실, 그 반대네. 일을 너무 잘해줘서 그러는 걸세.”
“일을 너무 잘해서요?”
올리버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댔다.
일을 너무 잘해서 쉬라니?
물론, 그것이 불쾌하거나 곤란한 건 아니었다. 얼마를 받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은 이번 임무를 끝내고 한동안 쉴 예정이었으니까.
돈이 급한 것도 아니었고, 마탑으로도 슬슬 돌아가야 했기에.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유는 궁금했다.
다행히 포레스트가 곧 그 의문을 해결해 줬다.
"정확히는 자네의 힘이 너무 강해져서라네. 란다의 기득권마저 경계할 만큼.”
“그렇습니까?”
“그렇네. 자네 혼자서 셰이머스와 그 부하들을 해치우지 않았나? ……아아. 반박은 하지 말게. 이 문제로 토론하려는 게 아니니까. 이미, 세간에 그렇게 알려졌다는 게 중요한 거야.”
올리버가 해당 문제에 반박하려는 찰나, 포레스트가 능숙하게 차단했다. 3년 동안 올리버를 봐온 덕분에 그가 어디서 딴지를 거는지 전부 꿰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자네의 힘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거야, 자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러니, 이 문제로 언어를 낭비하지 말지.”
올리버가 들었던 손가락을 조용히 내렸다.
“예, 알겠습니다.”
“고맙네……. 말이 다소 거칠게 나온 점 사과하지. 조금 피곤하고, 할 이야기도 많아서 말이 강하게 나왔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어쨌건, 하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자네는 명실상부 란다 최고의 해결사 중 하나가 됐어. 셰이머스와 일대일로 싸워 쓰러뜨렸으니, 이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자네조차도.”
포레스트는 정말 무슨 일이 있는지, 평소와 달리 강한 어조에 확정적인 발언을 했다.
완곡하고 부드럽던 평소의 말투와는 확실히 달랐다.
뭔가 화났나 싶었지만, 오히려 그는 걱정하고 있었다. 올리버를 말이다.
“예, 이해했습니다. 계속해 말씀해주십시오.”
“덕분에 자네는 제2의 셰이머스가 됐다고 봐야 하네.”
“제가요?”
“이해해. 자넨 셰이머스와 성격도 다르고, 사업도 하지 않으니……. 다만, 사람들은 그리 인식할 거야.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남긴 이름은 죽인 사람이 챙기는 법이니.”
“아……."
“그렇기에 이제부터 자넬 견제, 이용, 적대하려는 사람들이 더 생길 거야. 잡어(雜魚)뿐 아니라 대어(大魚)들 사이에서도.”
“이유가 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렵기 때문이지. 천여 명의 병력도 어찌하지 못한 일을 혼자서 해결했으니. 난 자넬 지지하지만, 란다의 기득 권 중 일부는 자네의 존재 자체를 불편해할 걸세.”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이해보다는 느껴야 하는 문제야. 사람이란 게 기본적으로 겁이 많거든. 가진 게 많을수록. 그렇기에 상대의 생각이 어떻든 자기보다 강한 존재는 일단 두려워하고, 미워해. 질투란 감정과 비슷하지……. 말이 샜군. 요점은 그렇기에 한동안 일을 쉬고 주변을 살펴 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거네. 판을 알아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니. 아무리 강해도 판을 읽지 못하면 죽기 십상이네.”
포레스트의 말은 진심이었고, 올리버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수차례 들은 이야기였기에.
“포레스트 님 말대로 하겠습니다.”
“정말, 그래 주겠나?”
“예, 어차피 한동안 또 쉴 생각이었거든요.”
“다행이군. 협조 고맙네.”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제가 이 도시에 있는 게 앞으로 어려워질까요?”
“음……. 세상일이란 모르는 거니 섣불리 확답을 주긴 어렵지만, 이 도시를 떠날 수준까지는 아닐 걸세. 자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말을 강하게 하긴 했지만, 자네를 적대하는 사람만큼, 자넬 좋아할 사람도 많고, 많이 생길 수도 있거든.”
"아, 다행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혹시, 자네 조직에 가입할 생각 없나?”
쉬라는 말보다 더 느닷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올리버가 이해하지 못해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고, 포레스트는 이를 설득할 생각에 한숨을 쉬었다.
“이유가 있으십니까?”
“흐음……, 아까 전과 같은 이유야. 자네는 너무 힘이 세고 유명해졌거든. 자네를 견제, 이용, 적대하는 이들이 생길 거야.”
“좋게 지내려는 사람도 있다고 방금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이야. 우호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지만, 더 확실한 건 조직에 소속되는 거거든. 그럼, 건드리기 한층 더 까다롭지.”
“음……. 별로 안 내키는데요?”
“그럴 거 같았네. 그래도 한번 생각해줬으면 좋겠군. 자넬 속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압니다.”
올리버가 바로 대답했다.
애당초 포레스트의 제안 자체는 중개인 관점에서 보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었다.
올리버가 조직에 소속되면 앞으로 거래하는 데 어떤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제안을 한 건 올리버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중요한 건 자네 의지야. 조직에 들어가면 안전은 확보되겠지만, 그만큼 그쪽에선 자네에게 바라는 게 생길 테니.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게. 원한다면 시스터후드나, 크라임 펌, 파이터 크루 등. 자넬 원하는 이들과 대신 협상해주겠네.”
“음……. 질문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아직 판도 보지 않으셨는데, 그렇게 걱정하시는 이유 있습니까?”
포레스트가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자네 특성 때문일세.”
“특성요?”
"그렇네……. 세계수를 다룰 수 있고, 자연의 힘도 추출해 사용하지 않았나?”
“예."
“자랑은 아니지만, 난 초인들이 활보하는 란다 뒷세계에서 꽤 오랜 세월을 보냈네. 그런데 자네 같은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
“그렇습니까?”
“그래, 마력을 사용하는 희귀 케이스야 몇 번 있었지만, 그걸로 세계수를 다루는 건 한 번도 못 들어봤어. 자네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
“당연한 거야. 세계수는 마법사들도 재능 있는 소수만 다룰 수 있는 거니.”
"......."
“거기다 자네는 자연의 힘도 추출해 사용했지. 이 역시 한 번도 못 들었네.”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거 같았다. 세계수는 그렇다 치더라고, 자연의 힘을 추출한 건 확실히 신기했다.
그런 경우가 있다는 걸 올리버도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올리버가 추출을 시도한 것도 그저 셰이머스의 성장과 힘, 기술에 감명받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은 것에 불과했다.
성공할 줄은 올리버도 몰랐고. 음…….
“……많이 신기한 건가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네. 내 눈에도 그 정도니 마법사들에겐 더더욱 그렇겠지.”
“마법사라면......"
“…...마탑의 마법사. 그들은 자넬 납치해 연구해보고 싶을 만큼 신기해할 걸세.”
연구. 정확히는 인체실험을 뜻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인체실험을 한다는 건 이미 란다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
한동안 머리 한구석에 밀어놓았긴 했지만, 올리버는 이 사실을 잊지 않았다. 아니, 잊지 못했다.
"……마법사들이 절 습격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 이 도시에서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니. 다만, 자네가 그런 가치를 가진 것은 이제 확실하네. 처음 보는 특성의 흑마법사니.”
"음......."
“물론, 자네를 무시하는 건 아니야. 솔직히 이제 웬만한 마법사는 자네를 못 이길 거 같거든. 하지만, 마탑에 웬만한 마법사만 있는 건 아니거든. 뭣보다 한 개인으로는 명확한 한계는 있어. 아무리 강해도 말이야.”
"그런가요?”
“그래, 막말로 자네가 잘 때 납치하거나, 자네의 음식에 약을 탈지도 모르지 않나? 더럽지만 확실한 수법이지.”
“음식은 주로 제가 요리해 먹습니다만?”
“그럼, 자네가 사는 식재료에 약을 넣어둘지도 모르지.”
“오……. 논리적이네요?”
“혹은, 자네가 약해지거나, 피곤할 때를 노릴 수도 있고, 억울한 누명을 씌울 수도 있겠지……. 그게 개인과 조직의 차이일세. 그렇기에 초인들도 마냥 날뛰지 못하고 일정한 선을 지키는 거고.”
“무슨 말인지 대충은 이해했습니다……. 할 거 같지는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포레스트는 솔직한 올리버의 대답을 듣고는 힘없이 웃었다.
올리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걱정하는 거였다.
“알았네. 늙은이 잔소리는 이 정도까지만 하지. 자네가 싫어함에도 귀찮게 이야기해 미안하네.”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포레스트는 올리버를 향한 걱정을 마음속에서 지우고, 믿으려고 노력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이 말만 하고 그만 귀찮게 하겠네. 카버 씨가 자넬 만나고 싶다는군. ABC임무에 관한 보상을 전달할 겸, 내일 한 호텔에서 만나고 싶다고 하네.”
“호텔요?”
“그래, 뭔가 거래를 제안할 때 호텔만 한 곳이 없거든. 장소도 괜찮고, 비밀도 보장되니.”
“임무도 끝난 마당인데, 카버 씨께서 제게 거래를 제안할 게 있나요?”
“글쎄? 확신할 수 없지만, 있을 거라 생각하네.”
“뭐죠?”
“가령, 시(市)의 비공식적 동맹이라든가.”
“시(市)의……. 비공식적 동맹요?”
“그래, 시(市)의 비공식적 동맹은一”
***
"ㅡ말그대로, 시(市)와의 비공식적인 동맹 관계를 일컫는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상호의 안전을 추구하고, 서로 필요할 때 도와줘 공생을 꾀하는 관계죠.”
4성급 호텔 한 객실. 포레스트가 했던 말을 카버가 똑같이 읊조렸다.
시(市)와 비공식적인 동맹은 마탑과 크라임 펌, 시스터후드, 중개인 조합등이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시(市)는 저를 통해 데이브 씨와 동맹을 맺길 희망합니다.”
카버가 예의를 갖춰 제안했고, 올리버는 침묵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카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마음에 안 드시는 게 있는지요?”
“아뇨. 너무 의외의 제안이라서요.”
올리버가 포레스트에게 들은 이야기를 참고해 운을 뗐다.
“의외요?”
"예, 전 흑마법사인데, 시(市)에서 이런 제안을 하실 줄 몰랐거든요.”
“아…….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넵."
“우선, 란다 시(市)는 이번 임무에서 활약해 주신 데이브 씨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동시에 데이브 씨의 능력을 몹시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데이브 씨 덕분에 ABC사태를 무사히 해결했을 뿐 아니라, 과도하게 부패한 시의원 일곱 명을 실각시킬 수 있었고, 보안국의 존재를 란다 안팎에 새길 수 있었으니까요. 여러 난제가 일거에 해결됐죠.”
진심.
“그러나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데이브 씨가 흑마법사이기에 가까워지는 걸 께름칙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코, 데이브 씨를 못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흑마법의 사회적 위치 때문이죠. 전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카버는 감사와 양해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서 아까 전 말씀드렸다시피, 저를 통해 시(市)는 데이브 씨와 비공식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싶은 겁니다. 그럼, 관계가 들켜도 제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참고로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위대한 도시를 위해서 말이죠.”
진심.
올리버가 대답했다.
“생각 이상으로 솔직히 말씀해주시는군요.”
“예, 빤히 들킬 거짓말을 해, 신용을 잃을 만큼 전 바보가 아니니까요.”
“아……. 혹시, 농담입니까?”
“예, 하지만 진심이기도 합니다. 전 데이브 씨와의 신용을 지키고 싶습니다. 실력과 신용 모두 갖춘 분을 만나기란 쉽지 않거든요.”
“음……. 전 일개 해결사인데,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셰이머스와 그 부하들을 단신으로 쓰러뜨렸다면 더 이상 일개 해결사는 아니지요. 뭣보다 이러는 게 시의원님들이 안심할 수 있고요. 그분들은 안전장치를 걸어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온갖 음험한 계략이 오가는 란다 정치판에서 평생을 사신 분들이라,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은 지 오래거든요.”
“조금 안타깝게 들리네요.”
"너무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 대가로 권력과 부를 손에 넣었으니까요.”
“음……. 시(市)의 비공식적 동맹이 되면 뭘 해야하죠?”
“없습니다.”
“예?”
“란다 시(市)를 위협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말이 동맹이지, 일종의 상호불가침 겸 협력 관계 체결에 더 가깝거든요. 동맹이라 부르는건 그게 더 있어 보여서고요.”
“아……."
“있어 보이는 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높으신 분들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유치하거든요.”
“그것도 농담인가요?”
“아뇨, 이건 진심입니다.”
“아……."
“아마, 시의원님들께선 데이브 씨와 관계를 구축해 다른 경쟁상대를 압박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겁니다. 마탑과 같은……. 하지만 부담가지진 마십시오. 사기꾼처럼 들리겠지만, 데이브 씨께서 이 때문에 어떤 의무를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저 시(市)가 필요할때 의뢰하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진심. 카버가 계속해 설득했다.
“그럼, 그 대가로 오염구역 청소라던가, 시의 긴급 동원령 등. 귀찮은 일에서는 빼 드릴 것도 약속드리며, 파테르교의 간섭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물론, 데이브 씨가 먼저 책 잡힐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지만요.”
“관대하군요,”
“솔직히 말하면 데이브 씨 활약에 비하면 별거 아닙니다. 이렇게나마 생색내려는 거지요.”
“괜찮으시다면, 잠시 고민할 시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일에 익숙지 않아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요. 다만, 조금 서둘러 주시길 바랍니다. 너무 오래 끌면 시의원님들이 의심할 수 있거든요. 협박이 아닌 걱정 드려서 하는 말이니, 오해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올리버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지겨운 일 이야기는 이쯤에서 하고, 의뢰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도록 하죠.”
그 말과 함께 셰이머스가 가져온 서류 가방에서 스무 개의 무기명 통장과 파일을 하나 꺼냈다.
카버가 먼저 내민 것은 20개의 무기명 통장 다발이었다.
“ABC임무 성공 보상금 200억 란다입니다.”
“200억요??”
올리버가 상상을 초월한 액수에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며 되물었다.
“예, 3조란 돈을 되찾고 건드리지 않았으니, 더 드려야 마땅하지만, 다른 분들도 있어서요.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양해는 필요 없었다. 오히려 올리버의 경제 관념을 뒤흔들 액수라 혼란스럽기만 했다.
“정말 이렇게 받아도 되나요?”
“예, 받아주십시오. 그럴 만한 일을 했고, 일종의 신뢰 관계를 위해 드리는 선물이기도 하니까요.”
올리버는 가만히 생각하다 통장을 살펴봤다.
<골드 스미스 은행>,<루반 황금 항아리 은행>,<매미니즘 은행>,<콜든 캐프 은행>등. 란다의 대형, 중견 은행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으며, 통장에는 각각 10억 란다라는 돈이 찍혀 있었다.
“깔끔하게 모아 드리고 싶었지만, 10억씩 쪼개는 게 안전 면에서 낫거든요.”
"아, 예…….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당연한 권리. 감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통장이랑 같이 꺼낸 파일은 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선물입니다.”
“두 번째 선물요?”
“예, 저번에 부탁하신 성기사 요안나와 그녀가 있었던 고아원 정보, 그리고 란다의 정식 신분증입니다.”
카버가 파일을 펼쳐 올리버에게 내밀었고, 파일에는 요안나와 그 관련 정보, 란다 정식 신분증이 있었다.
“현재 쓰시고 있는 가짜가 아닌 시(市)의 권한으로 발급한 진짜 신분증입니다. 란다뿐 아니라, 연합 왕국에서 통하는 합법적 신분증요. 이로써 데이브 씨는 어디서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겁니다.”
카버가 나름 회심의 선물이라는 듯했지만, 정작 올리버는 신분증이 아닌 그 아래 요안나와 그녀의 관련 정보에 눈이 갔다.
올리버가 말했다.
“배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295. 시(市)의 제안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