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4. 시(市)의 제안 (1) >
찰칵.
시(市) 내무부 소속 폴 카버가 소켓을 조작해 허공에 화면을 띄웠다.
화면에는 각 은행과 보관업체의 이름이 칸에 맞춰 나열되어 있었고, 해당 칸 옆에는 비밀금고 번호와 그 번호에 보관된 ABC 사태의 피해액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다.
셰이머스는 폭력으로 먹고사는 해결사 출신이었음에도 돈을 제법 매섭게 관리했다.
‘덕분에 간략하게 정리했음에도 화면이 꽤 복잡해……. 그나마 다행이지. 이 정도는 한눈에 훤히 알아보는 사람들만 있으니 귀찮은 설명 안 해도 되니까.’
카버가 자신의 앞에 앉은 열일곱 명의 남성들을 보며 생각했다.
모두 중년 혹은 노년에 접어든 나이로, 캐주얼한 차림의 남성이 있는가 하면, 귀족만큼 갑갑하게 차려입은 남성도 있었다.
이들 모두 란다의 시의원.
그 탓인지 복장은 달랐어도 하나 같이 정치판에서 살아남은 음험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적자생존을 기반으로 하는 이 도시에서 정치인으로 살아남은 이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보시다시피 이번 ABC사태로 발생한 피해액은 대부분 란다의 은행과 보관업체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얼핏 어리석은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꽤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만한 검은돈을 보관하기는 란다만한 곳도 없으니까요. 덕분에 피해액을 쉽게 환수하고 있습니다.”
"......."
카버가 일부러 군살을 붙여가며 설명했음에도, 시의원들은 늙은이들답지 않게 조급함 없이 차분히 들었다.
란다의 자유도시 지위가 위협받을 뻔한 직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재 계산에 의하면 1, 2천억을 제외한 나머지 ABC사태 피해액은 대부분은 환수할 수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1, 2천억 란다는 왜 환수하지 못하지?”
재킷에 셔츠만 입은 근육질 중년 사내가 물었다. 노동자 거주지의 시의원다운 복장이라 할 수 있었다.
“셰이머스의 도주 및 뇌물로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1, 2천억이 큰돈이긴 하지만, 3조라는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니까요. 오히려 이 엄청난 사태를 단 며칠 만에 해결했으니 이익이라고 판단됩니다. 아주 큰 이익 말입니다.”
카버가 당당히 주장했다.
실제로, 단 며칠 만에 이 대규모 금융사기를 해결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증거로 해당 사실을 공표하자 돈을 잃어 폭동이라도 일으킬 것 같던 도시의 소시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흘리며 이번 일을 해결한 란다 시(市)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덕분에 도시는 다시 안정됐을 뿐 아니라, 시의원님들에 대한 지지도도 올라갔죠. 그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조차 란다 시(市)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었으며, 중앙 의회의 견제를 받은 보안국의 가치와 필요성 역시 증명했습니다. 비가 온 후 땅이 굳듯 다소 소란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위기는 란다의 가치를 다시 보여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카버는 효과적인 의사전달을 위해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의 최대 수확은 이거라 할 수 있습니다.”
카버가 소켓을 조작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그곳에는 갈로스와 대륙 중앙 소국, 남쪽 해안 도시국가 등등. 여러 나라의 이름과 그곳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 엔조이먼트들의 조직표가 나와 있었다.
“그들은……?”
“녹색 머리, 얼굴 문신. 엔조이먼트의 드루이드입니다. 해외에서 셰이머스와 유사한 금융사기를 친 이들인데, 완벽하진 않지만, 이들의 개략적인 조직도와 그들의 사기 수법, 해당 자금 흐름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는 드루이드들에게 사기를 당한 국가에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시의원들은 미세하게 흥미를 보이며 계속 말해보라 침묵으로 재촉했다.
“이 자료를 통해 해당 국가와 자체적인 외교 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체적인 외교 관계?”
“임의로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비록, 란다가 외교권이 없는 자유도시긴 해도, 범죄를 막고, 범죄 피해 금액을 회수하는 공공의 목적으로 다른 국가와 교류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시의원님들의 의지에 달린 거지만요.”
척하면 척 알아듣는 시의원들답게 다들 엷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뱀과 같았다.
"흐흠……. 잠시. 이야기와 상관없는 질문 좀 하지.”
숨 막힐 정도로 빳빳이 다림질된 프록코트를 입은 시의원이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노인은 콧수염이 하얗게 셌으며, 얼굴의 주름은 한없이 깊었지만, 두 눈은 지성으로 빛났다.
“말씀하십시오.”
"내가 듣기로……. 이 전무후무한 사기 사건을 해결한 게 단 한 사람의 힘이라 하던데 사실인가?”
카버는 감탄했다. 곧 이야기할 생각이긴 했지만, 먼저 꺼낼 줄이야.
대부분 시간을 의자에만 앉아 있는 노인들이 소식은 중개인 조합이나, 시스터후드 못지않게 빨랐다.
“예, 맞습니다.”
카버가 소켓을 조작해 T구역의 해결사 데이브 라이트를 화면에 띄웠다.
화면에는 데이브의 얼굴과 그에 대한 간단한 신상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번 임무를 해결하기 위해 보안국을 포함한, 크라임 펌, 시스터후드, 핑크맨 등. 다수의 조직이 협력했으며, 동원된 인력만 천 명이 넘었지만,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은 이 해결사입니다.”
"흑마법사라던가, 데뷔 기간 등 자잘한 정보는 전부 알고 있으니, 바로 핵심으로 넘어가지.”
다른 시의원들이 침묵으로 긍정했고, 카버는 곧바로 화면을 넘겼다.
넘긴 화면에는 영상이 나왔다. 셰이머스를 상대로 활약한 데이브의 모습이 말이다.
그는 검은색 번개로 천 명의 병력도 막은 숲의 방어를 반파(半破)하였으며, 강력한 좀비 떼로 방어선을 돌파, 혼사서 수많은 드루이드를 제압하는 것도 모자라, 셰이머스와 일대일 승부를 벌여 승리를 거머쥐었다.
부분부분 싸우는 모습이 잘려있었지만, 이미 나온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 도시에서 온갖 것을 봐온 시의원들이 감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감수성이 메마른 노인들조차 소년처럼 흥분케 했다.
드루이드의 힘을 빼앗아 알 수 없는 흑마법과 섞어 사용해 똑같이 나무 거인을 만들어, 더욱 성장한 셰이머스를 제압하다니……. 여러 의미로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셰이머스의 실력을 아는 시의원들에겐 특히.
영상이 끝나자 시의원 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흑마법이라는 게 원래 자연의 힘도 빼앗을 수 있는 거였나?”
"아니, 그런 경우는 없어……. 기껏해야 마력 정도나 빼앗지, 자연의 힘은……. 최소한 내가 알기론 여태까지 없는 경우야.”
“그럼,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없지? 그건 그렇고 정말 강하구만. 저 정도면 한 학파의 수장,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급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랜드 마스터라니..…."
“어쨌건 특성 자체는 흥미로워. 자연의 힘이라니……, 새로운 희귀 케이스의 등장인가? 보니까 검은 번개도 마력이랑 감정을 섞은 것 같은데. 마법사들이 군침을 흘리겠군.”
“그런 학술적 문제는 마법사들에게 맡기고 우린 우리 일이나 하도록 하지……. 카버.”
“예, 시의원님.”
“내가 알기론 저자가 단순히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뿐 아니라, 세계수 정보도 획득했다고 하던데, 그것도 사실인가?”
“예, 맞습니다. 데이브는 흑마법사이면서도,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이기도 합니다. 세계수 내 자료를 교차 검증할 때 도움을 받아 확인했습니다.”
“대단하군.”
늙은 시의원이 간단명료하게 자기 심정을 말했다.
카버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웬만한 조직 이상의 전투력을 가진 것만으로 대단하기 그지없었는데, 세계수까지 다룰 수 있다면 데이브의 능력은 그 둘을 합친 것보다 및 배는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한 개인이 가지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대단한 힘이야."
시의원 하나가 경계심을 빛내며 말했다. 이에 몇몇이 동의했다.
그도 그럴 게 세계수는 아직 시(市)조차도 다룰 수 없는 미지의 기술.
그런데, 저만한 힘을 가진 흑마법사가 세계수까지 다룰 수 있다?
그 영향력은 쉽게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그때, 카버가 끼어들었다.
“허나, 란다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런 개인을 포용했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카버에게 쏠렸다.
“란다가……. 그렇기에 발전했다?”
"예, 시의원님. 그렇습니다……. 란다는 한때 대재앙으로 버려진 땅.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 땅을 정화하고, 짧은 시간 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힘의 원천은 위험을 배척하는 게 아닌 품는 것에서 나왔고요. 이 도시가 계속해 자유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거와 똑같이 배척하는 게 아닌 품어야 합니다.”
진심이 담긴 젊은 시(市) 공무원의 말에 시의원 몇몇이 클클 웃었다.
“란다에 어울리지 않는 순진한 말이군.”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지요.”
시(市) 공무원의 당찬 반박에 모두 웃음을 거뒀다.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나름의 존중을 표한 거였다.
“맞아,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나, 환경에 따라 처세도 달라져야 하는 법. 이미 상당한 발전을 이룬 지금. 과거의 위험천만한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문제야. 뭣보다 이 경우는 특히 그래……. 데이브라는 이 해결사 흑마법사지 않나?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고.”
“예, 맞습니다. 나름대로 알아보려고 했지만, 그가 3년 전쯤 해결사로 데뷔한 흑마법사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알아낸 것이 거의 없습니다. 현재 가진 신분도 가짜고, 넷 내비게이터라는 것 역시 임무 중 밝혀졌습니다. 허나, 그의 됨됨이는 알 수 있습니다.”
“됨됨이?”
"예, 흑마법사에게 붙이기 어색한 단어라 할 수 있지만, 편견을 버리고 해결사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그는 매우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시의원들은 침묵했다.
“맡은 임무를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받은 대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뭣보다 3조란 돈을 가로챌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혀 손대지 않았고요. 란다에서 이럴 수 있는 해결사가 과연 또 있을지 전 의문입니다.”
“결국, 요점이 뭔가? 보안국에 스카우트라도 하자는 건가?”
“아뇨, 그건 아닙니다. 과거, 한 번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거든요. 성향 자체가 어디 소속되는 걸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대신, 시(市)의 비공식적 동맹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市)의 비공식적 동맹.
마탑과 크라임 펌, 시스터후드, 중개인 조합 등등. 란다의 안녕과 힘의 균형을 위한 일종의 상호불가침 겸 협력 관계를 뜻했다.
절대 공식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수면 아래에선 제법 수많은 거래를 했다.
“그래도 되는 건가? 실제로 수락할지도 의문이고, 아무리 비공식이라 해도 시(市)가 흑마법사와 관계를 맺는 게 좀 그런데 말이야. 자칫, 샌드백 처럼 온갖 놈들에게 맞을 수 있어.”
그 말은 사실이었다. 흑마법사는 사회적 위치로 볼 때 약자였다.
어떠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그 죄를 떠넘기는 정치적 샌드백 말이다.
데이브가 아무리 뛰어나고 신용이 높아도 이러한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시(市)는 그와 가까워지는 게 께름칙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악마숭배자로 몰릴 수 있었으니.
카버도 이점을 동의했다.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무리 실용주의 현실주의 란다라 해도 흑마법사와 그런 관계를 맺긴 그렇지요……. 하지만 한 공무원의 일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의원 몇몇이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총대를 메겠다는 건가?”
“위대한 도시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요.”
아까 전부터 그러하듯 카버는 진심으로 말했고, 답고 답은 시의원들조차 이것이 단순한 허풍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프록코트를 입은 시의원이 콧수염을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흐음……. 그건 말이 안 돼. 영상에 나온 뛰어난 흑마법사와 일개 내무부 공무원이 그런 관계라니……. 설득력이 없지 않나? 사람들이 납득하려면 급이 맞아야지. 가령, 내무부 장관이라든가.”
그 순간 카버와 시의원이 시선을 주고받았고, 수많은 대화가 눈빛 하나만으로 오갔다.
***
“억울하지 않으세요?”
포레스트 레스토랑 한 테이블. 올리버 맞은편에 앉은 제인이 말을 걸었다.
올리버는 읽고 있던 신문을 살짝 내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무엇이 말씀이죠?”
제인은 올리버가 읽고 있던 신문에 손을 살짝 올려 천천히 내리더니, 한 기사를 콕 짚었다.
해당 기사에는 보안국이 활약해 셰이머스가 빼돌린 돈을 되찾았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으며, 그 아래 사진에는 돈을 찾아 기뻐하는 도시 노동자들이 찍혀 있었다.
“데이브의 활약을 쏙 빼고 마치 보안국 혼자서 해결한 것처럼 기사에 실었잖아요? 사람들은 진짜 도시의 영웅이 누군지 모르고요.”
올리버는 해당 기사를 잠시 보고는 입을 열었다.
“총책임자는 보안국이 맞으니까 문제없는 것 같습니다……. 또, 전 영웅이 아니라 해결사고요.”
“흐음…….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좀 그렇잖아요? 자기 공을 남이 가로챈 건데?”
“시(市)가 절 고용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하……."
제인이 올리버를 보며 익숙해지지 않는 익숙함을 빛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난 능력을 갖췄음에도 이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니. 아마, 평생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그건 그렇고 아가씨께선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어머, 여성이 찾아왔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좀 실례가 아닐까요?”
“아, 죄송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 것 같아서요.”
“뭐, 틀린 건 아니에요. 시스터후드를 대표해 데이브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 왔거든요.”
“저에게요?”
"예, 저희 시스터후드도 핑크맨을 통해 데이브 씨 활약을 들었거든요. 데이브 씨가 없었으면 셰이머스를 꼼짝없이 놓쳤을 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도 활약하셨습니다.”
“그래요? 어떤 거요?”
“제가 가는 동안 숲을 포위해 셰이머스 님이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아 주셨거든요. 그분들이 없었으면 저도 놓쳤겠죠.”
“그렇다고 넘어가죠……. 어쨌건 도와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시스터후드가 걱정하던 최악의 사태를 넘겼고, 그뿐 아니라 저도 시스터후드에 꽤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거든요.”
“그렇습니까?”
“예, 저와 미란다 사이에 있던 다른 멤버들이 대거 셰이머스를 따라간 탓에 어쩌다 보니, 제가 진급 비슷한 걸 하게 돼서요. 이번 일을 마무리하는 데 나름 공도 세웠고요……. 덕분에 원래라면 불가능한 짧은 기간에 제법 큰 역할을 맡게 됐어요.”
“오…….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도와드린 게 아닌 아가씨의 행운과 능력이니, 제게 감사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올리버의 말을 들은 제인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혹시,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할 수 있을까요?”
“식사요?”
"예……, 미란다 씨께서 데이브 씨를 정식으로 만나 뵙고 싶다고 하시거든요,”
“절요? 왜요?”
“이상한 건 아니에요. 이 도시의 부호는 강력한 무력을 지닌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거든요. 또, 이전부터 데이브 씨 명성을 들어 관심을 가졌고요. 그런 와중에 이번 독보적인 활약도 했으니 한번 만나보고 싶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예요.”
“음……. 잠시 생각해보고 말씀드려도 되나요?”
도시의 부호와의 만남을 고민하는 해결사라. 꽤 보기 드문 경우였지만, 제인은 놀라지 않고, 물론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것으로 일일이 놀라면 올리버와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뭣보다 올리버는 이제 그럴 위치였다. 개인의 힘 하나만으로 도시의 자산가와 대등하게 말을 나눌 수 있는…….
제인은 자기도 힘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신다고 미란다 씨께 말씀 전할게요……. 더 이야기 나누고 싶긴 하지만, 일이 있어 그러는데, 실례해도 될까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요……. 그런데, 바쁜 일이 뭐죠?”
"이것저것요. 위에 빈자리가 생긴 만큼 제가 다른 투자자들을 상대하게 됐거든요. 그 외에도 시스터후드 역시 조직을 개편하게 생겼고요…... 셰이머스 때문에 조직이 좀 찢어져서요.”
“아……. 그러고 보니 셰이머스 님을 따라 나가신 분들은 어떻게 됐죠?”
“음……. 확실해진 뒤 말씀드려도 될까요?”
확실해진 뒤? 약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올리버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꼭 말씀드릴게요. 그때, 같이 식사나 한번 하죠.”
“미란다 님과요?”
“아뇨, 데이브 씨와 저랑 단둘이요……. 친구니까요.”
“아, 예. 좋은 생각이네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인이 반가움과 씁쓸함을 빛냈다.
제인은 미소 지으며 떠났고, 올리버는 그런 그녀를 앉은자리에서 배웅해준 다음 다시 신문을 읽었다.
신문에는 보안국의 활약을 강조하며 보안국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기사와 함께, 시(市)의 뛰어난 능력을 강조하는 기사가 주를 이뤘다.
끼익……. 탁.
신문을 거의 다 읽을 때쯤 맞은편에 누군가 앉는 소리가 들렸다.
“……포레스트 님도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포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진지했고, 제법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한동안 해결사 일 쉴 생각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