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0. 셰이머스 (1) >
“나도 네놈 정체가 뭔지 궁금해 이대로 보낼까 말까 고민한 거거든. 위대한 분이라니……. 이로써 확실해졌어. 그냥, 너도 같이 재껴야겠다.”
셰이머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돌진해 왔다.
온몸에서 녹색 자연의 힘을 분출하며 말이다.
과도한 힘 때문에 다소 불안했지만, 그는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라 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을 했고, 올리버는 그런 셰이머스를 향해 흑마법을 사용했다.
로브 형태로 몸에 두른 가정 덩어리를 입자 형태로 뽑아내 손과 연동시킨 후 그대로 밀어버린 것.
거대한 손 형태의 감정 입자가 셰이머스를 향해 날아갔고, 셰이머스는 자연의 힘을 압축시킨 주먹을 내질렀다.
쾅———!!!
셰이머스의 주먹과 감정 입자가 부딪히자 공기가 찢어지는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 충격파가 어찌나 큰지 주변의 나무가 꺾이고, 푸른빛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대단하시네요.”
올리버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손을 위에서 아내로 내리쳤다.
쾅———!!!
감정 입자로 만든 거대한 손이 셰이머스를 파리처럼 내리쳤고, 땅이 울림과 동시에 셰이머스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올리버와 셰이머스의 눈높이가 위아래로 역전되었다.
“너……!”
셰이머스는 강렬한 분노를 느끼며 억지로 일어서려고 했다.
올리버는 다시 손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쾅———!!!
두 번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양 무릎을 끓은 셰이머스.
그는 간신히 이성을 붙든 채 양손을 땅에 댔다.
[자연의 숨결]
영창과 함께 셰이머스의 몸에 넘쳐흐르던 자연의 힘이 땅을 타고 주변으로 퍼졌고, 어마어마한 양의 풀과 나무가 잡초처럼 순식간에 자라났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당연히 셰이머스와 올리버 사이도 마찬가지.
자라난 식물은 하나같이 압축된 자연의 힘을 품고 있었고, 덕분에 흑마법사의 시야가 잠깐이나마 차단됐다.
셰이머스가 소리쳤다.
“적을 멸하라!!”
자연의 힘을 머금은 풀과 나무는 술사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막 자라난 풀과 나무는 우지직 소리를 내며 의지를 가진 인간처럼 올리버를 포위 압박하였다.
[쉐도우 텐타클(Shadow Tentacle)]
올리버의 그림자가 촉수와 칼날, 말뚝으로 변해 사방에 자라나는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자연의 힘을 머금고 있어, 나무와 풀 모두 보통 강도(剛度)가 아니었지만, 올리버도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별문제가 되진 않았다.
촤자자자자작—!!
수없이 찢어지고 토막 나는 풀잎과 나무 사이로, 셰이머스의 모습이 포착됐다.
[타겟팅(Targeting.)]
올리버는 셰이머스에게 타켓팅을 걸어 그의 몸에 다트판을 만든 뒤, 주변의 토막 난 나무에 똑같이 타겟팅을 걸었다.
타켓팅에 깃든 집착의 감정은 서로를 끌어당겼으며, 수많은 나무토막이 셰이머스를 향해 날아갔다.
콰과광——!!
거대한 자석이 충돌하듯 셰이머스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통나무와 충돌.
올리버는 여세를 몰아 자신의 몸 주변을 도는 마력을 뽑아 거대한 화염을 날렸다.
통나무와 함께 셰이머스를 불태우기 위해.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셰이머스에게 날아간 다수의 나무는 자연의 힘으로 진흙처럼 셰이머스의 몸에 들러붙더니, 어느새 갑옷 형태로 굳어졌으며,
그 상태로 셰이머스는 양팔을 휘둘러 마력으로 만든 화염을 찢어버리곤, 다시 올리버를 향해 돌진해 왔다.
[머드 볼(Mud Ball)]
올리버는 쿼터스태프에 집착의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집채만 한 흙덩어리를 순식간에 생성해 셰이머스에게 던졌다.
셰이머스는 주먹에 두른 나무 갑옷의 크기를 키워 정면으로 날아오는 진흙 공을 파괴했으나, 올리버는 당황하지 않고 다음 흑마법을 전개했다.
[임프리전(Imprison)]
진흙 파편에 깃든 감정이 올리버의 의지에 반응, 살아있는 생물처럼 셰이머스를 사방에서 붙들고 구속했다.
셰이머스는 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애썼으나, 형태가 없는 진흙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고, 그 사이 올리버는 쿼터스태프 끝에 블랙 아머를 여려 겹 덧대 거대한 추를 만들어 셰이머스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나무 갑옷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셰이머스가 저 멀리 날아갔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적잖은 충격을 준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얼스 스피어(Earth Spear)]
올리버가 땅에 마력을 부여, 흙과 돌멩이로 이뤄진 창을 다수 만들어, 감정 입자를 통해 허공에 띄운 뒤, 블랙 재블린을 덧씌워 셰이머스를 향해 투척했다.
파바방!!
블랙 재블린을 덧씌운 돌창이 공기를 꿰뚫으며 날아가자 땅에서 다시 대량의 나무가 자라나 올리버가 던진 투창을 방해했다.
올리버가 다시 그림자 촉수로 나무를 베어버리려 했으나, 한 박자 더 빠르게 나무 사이로 창이 날아왔다.
올리버는 감정 입자를 이용해 나무창을 허공에서 붙잡았으나 그 순간, 나무 창에 심어진 씨앗이 싹트며 거대한 가시덩굴로 자라났다.
촤라라라라락一!!
주먹만 한 굵기의 가시덩굴은 쇠사슬 이상의 강도로 올리버를 옭아매 압박했으며, 가시덩굴에 붙은 단검 크기의 수많은 가시는 주변의 모든 것을 난도질했다.
다행히 올리버는 그전에 두른 블랙 슈트와 감정 로브로 직접적인 피해는 피할 수 있었으나,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가시덩굴이 술사의 의지대로 움직여 올리버를 더욱 옥죄고 압박했기에.
거기다 나무창이 여러 개 더 날아와 올리버를 공격하고, 똑같이 가시덩굴이 폭발적으로 자라나 올리버를 짓눌렀다.
꽈과곽……!
흡사,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올리버는 커다란 가시덩굴에 파묻혀 갔다.
거기에 사방의 나무까지 몰려들어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탓에, 이대로 가면 압도적인 질량에 눌려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되려나?...…[탐화 (食火)]”
올리버가 자연에 의해 압박을 받던 중 양손을 모은 뒤 감정과 마력을 뒤섞어 검은 불꽃을 일으켰다.
이번 탐화(食火)의 주 먹이는 다름 아닌 자연의 힘.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다행히 통했다.
올리버가 모은 양손에 검은색 화염이 작게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가시덩굴로 옮겨붙어 자연의 힘을 양분 삼아 주변의 모든 식물을 먹어치웠다.
콰화화화화화하하하하하항항———!!!!
거대하게 피어오르는 검은색 화염은 기름 위에 불을 지피듯 올리버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을 불살랐으며, 남은 것이라고는 탐화가 먹다 남긴 재뿐이었다.
탐화… …. 드루이드와 상성이 아주 좋은 거 같았다.
“검은색 화염? 역시, 아까 전 그 번개도 네놈 짓이구나?!!”
셰이머스가 흙으로 된 해일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는 극한까지 끌어올린 힘으로 거대한 산사태를 일으켜 올리버와 탐화를 통째로 뒤덮으려 했다.
흙이라는 특성과 압도적인 규모 차이 때문에 올리버가 불리.
올리버는 감정 입자를 손과 연동해 산사태를 치울까 했으나, 산사태 위에서 상황을 주시하는 셰이머스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단편적인 기술이 아닌 좀 더 연계된 기술이 필요했다.
그렇게 생각한 올리버는 한 손에 마력과 분노의 감정을 회오리바람처럼 뒤섞어 마법과 흑마법 그 사이의 기술을 발동했다.
[격풍(激風)]
올리버를 중심으로 검은색 회오리바람이 생성되었으며, 회오리바람은 곧바로 탐화와 합쳐져 거대한 탐화(貪火)의 회오리가 되었다.
지평선 너머 저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아주 커다란 불기둥이 말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 불태우던 탐화는 그 화력이 및 배로 치솟는 것도 모자라,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는 물리력까지 갖추게 돼 덮쳐오는 산사태를 정면으로 깨부쉈다.
요동치는 땅과 함께 홍해(紅海)처럼 갈라지는 흙의 파도.
마치 자연재해끼리 싸운다고 해도 좋다 할 정도로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상황이 역전된 올리버는 눈에 신경을 집중해 셰이머스를 찾았다.
이대로 몰아붙이기 위해.
"......?!"
올리버가 고개를 픽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 이동했는지, 올리버가 격풍(激風)과 탐화(食火)를 섞는 사이, 셰이머스는 흙의 파도에서 망설임 없이 내려와 올리버 쪽으로 접근해왔다.
그는 주술로 올리버를 압살시키려고 하다가 불리해지자 바로 전술을 바꾼 거였다. 참으로 대단했다.
재주가 단순히 많은 것을 넘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그때그때 유동적으로 수정하다니. 왜 란다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셰이머스는 올리버가 탐화를 불러들이기 전에 끝장내려는 듯 사슴 다리처럼 길쭉하고 탄탄하게 변한 팔을 내질렀다.
[블랙 아머(Black Armor)]
올리버는 그런 셰이머스의 공격에 맞춰 한 손에 블랙 아머를 칭칭 건틀릿처럼 둘러 똑같이 셰이머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
올리버의 주먹과 셰이머스의 주먹이 맞부딪혔고, 공기가 찢어지는 충격파가 다시 한번 발생했다.
올리버가 두른 블랙 아머가 산산이 부서지며 뒤로 날아갔다.
“으아아아아아악……!”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셰이머스는 다시 한번 괴성을 지르며 올리버에게 돌진해 왔다.
[타겟팅(Targeting.)]
올리버는 셰이머스와 자신의 손에 타켓팅을 걸어 거부의 감정을 원료 삼아 그를 밀어냈다. 출력을 최대로 높여서 말이다.
올리버와 셰이머스의 사이에 강력한 척력이 발생하자 셰이머스는 멈칫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대로 저 멀리 날아가 나무나 벽에 처박혀야 마땅한데, 그는 강력한 육체와 극한으로 압축한 자연의 힘 그리고 꺾이지 않는 투지로 버텨냈다.
아니, 단순히 버티는 것을 넘어 서서히 다가왔다.
팔다리가 서서히 사슴의 그것처럼 변했고, 머리에 돋은 작은 사슴뿔은 성체의 뿔처럼 점점 커졌다.
놀랍게도 그는 이 순간 성장한 것이었다.
어느새 불안정하게 넘쳐흐르던 자연은 힘은 거대한 그릇으로 옮긴 듯 안정을 되찾았으며, 자연스럽게 섞여 하나가 되었다. 원래 자신의 것인 것처럼.
“내리치세요.”
올리버가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렸다.
셰이머스의 산사태를 정면으로 부수고, 주변의 나무를 삼켜 몸집을 부풀린 탐화의 회오리가 뱀처럼 요동치더니, 머리를 땅으로 처박듯 셰이머스의 위로 고꾸라져 떨어졌다.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재앙.
탐화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셰이머스를 집어삼켰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탐화가 셰이머스를 완전히 불태워버리려는 찰나 갑자기 땅이 요동쳤다.
이미, 수차례 땅이 요동치는 강력한 주술이 오갔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달랐다.
피부가 아닌 좀 더 깊이, 뼈 부근에서 울리는 울림.
그와 함께 땅 밑에서 나무줄기와 뿌리, 흙, 풀 등으로 이뤄진 거대한 두 팔이 나와 셰이머스를 보호했으며, 거대한 거인이 지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땅은 물론, 하늘마저 뒤흔들 형용키 어려운 굉음을 내며 말이다.
전투 중 성장한 셰이머스는 올리버도 감탄할만한 거대한 거인을 만들었다.
흙과 바위, 나무로 이뤄진 자연의 거인을 말이다.
거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나무 성벽 안의 드루이드들은 경외심을 빛냈고, 성벽 밖 반(反) 셰이머스 연합은 경악, 공포라는 감정을 빛냈다.
그 압도적인 크기와 힘에 전의가 꺾인 것.
거인은 셰이머스를 어깨에 태운 채 두 발로 일어서 자식의 주인을 노리는 탐화를 양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비틀어 숨통을 끊어버렸다.
신화(神話)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에 올리버는 말없이 손을 뻗으며 조용히 외쳤다.
"추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