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 세상을 한번 구한 사람 (2) >
[참으로 끔찍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한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주말에 말이다.
[갑자기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인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공업지구의 다수의 공장에 폭탄이 터졌으며, 몇몇 주요 도로에선 대규모 추돌 사건이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이에 즉각 대응하려 했지만, 교통혼잡과 인력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뉴스에서 나온 이야기 그대로 평온한 주말에 느닷없이 란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공장 폭발, 대규모 교통사고, 대낮의 강도 사건 등이 말이다.
물론, 그 숫자가 많다 해도, 수십 개의 도시를 합친 크기의 란다 전체로 봤을 때는 그리 대단한 수준이 못 됐다.
실제로 올리버의 집 근처는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으니 말이다.
분명 같은 사는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올리버에게는 바다 건너 일처럼 상관없이 들렸다.
그리고 그러한 심정은 다른 사람도 매한가지인지, 사고가 터진 곳과 경찰국을 제외하면, 란다는 전체적으로 평온했다.
허나, 주말이 지나자 더 이상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 터졌다.
바로, 셰이머스를 포함한 ABC 중요 관계자들이 하룻밤 만에 사라진 것이었다.
***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란다 시(市) 보안국 청사. 그중 가장 큰 회의실에서 폴 카버가 운을 땠다.
그는 당혹한 감정을 내보이면서도, 아주 약간 기쁨의 감정을 띠고 있었다.
왜냐면 그의 주장처럼 셰이머스가 사기꾼이라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올리버는 지난 2주 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셰이머스와 카버가 각자 치열한 공방전을 치렀던 2주를 말이다.
셰이머스는 자신이 금융 사기범을 만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거짓말로 밝혀지자마자,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자신이 만난 게 현재 대륙 중앙에서 금융 사기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인 게 맞으며, 또 엔조이먼트 드루이드라고 말이다.
그 발언에 사람들은 크게 동요했으나, 셰이머스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 사기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이 사실 억울한 누명을 쓴 거라고 주장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미간을 찌푸릴만한 헛소리였건만, 셰이머스쯤 되는 사람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주춤했다.
기세를 몰아 셰이머스는 신문, 라디오를 통해 소리쳤다.
‘크레이그는 성실한 사업가입니다. 오히려 그는 후진적인 대륙 중앙의 금융 제도와 뒤처진 경제체제로 억울하게 사기꾼이라 누명을 쓴 자이지요. 제가 비밀리에 만난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그 촌놈들 얼마나 거지인지 다들 알지 않습니까?’
그는 만남을 부정할 수 없으니, 오히려 크레이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소규모 국가로 쪼개진 대륙 중앙의 빈약한 경제 규모와 뒤떨어지는 금융 제도를 조롱했다.
가히 놀라운 대응 방식.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통했다는 거였다.
셰이머스는 크레이그를 통해 ABC의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깜짝 계획을 발표하며, 란다에서 첫 번째로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그 이상의 수익을 돌려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10퍼센트였던 수익금을 최소 12퍼센트, 최대 15퍼센트로 늘려주겠다고 말이다.
그 말에 셰이머스를 의심하던 투자자들이 다시 동요했다.
공짜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생물 본연의 위기의식마저 흐려진 것.
물론, 카버도 가만있진 않았다.
공식적으로 ABC의 위험성을 공론화하며, 올리버에게 설명했듯 ABC가 매달 지급해야 할 투자 수익금과 현재 ABC의 수익률을 분석하여, 이는 사기라고 이야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토대로 한 주장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다시 부추기 충분했고, 적잖은 사람들이 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셰이머스는 처음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며, 돈을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원금과 투자 수익금을 돌려주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마치, 너희 따위 없어도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그와 함께, 갈로스를 비롯한 해외 자산가와 투자회사의 동업 제안서를 모두에게 보이며, ABC의 건재함과 비전을 과시했다.
'여러분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ABC의 진정한 비전은 여러분의 돈이 아닌, 내가 구축한 세계수 투자 시스템입니다. 세계수 투자 시스템……! 시(市) 철밥통 하나가 복잡하게 지껄이며 겁을 주는데, 여러분이나 그놈이나 간과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태까지 ABC의 투자는 실패한 게 없다는 겁니다. 있다면 가져오십시오. 회사를 확 접어 버리려니까!!’
셰이머스는 가식을 벗어던지며 주장했고,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셰이머스가 주장한 수익률과 ABC의 실제 투자 수익률에는 간극이 존재했으나, 그렇다고 ABC가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셰이머스는 투자 시스템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어, 곧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할 수 있으며, 그 사이 부족분은 동업을 제안한 해외 자산가와 투자회사의 투자로 충당할 수 있기에 고객들의 돈은 모두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이를 증명하듯 상당한 고객들이 돈을 찾아가도 투자 수익금은 지체 없이 지급됐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돈을 찾아가던 대다수 고객은 변심해 다시 ABC에 돈을 가져다 바쳤다.
심지어 대출까지 받아서 말이다.
셰이머스가 던진 승부수가 통한 것. 덕분에 2조 8천억 하던 투자금은 3천억이 더 얹어져 3조를 돌파했다.
그런데 주말 중 도시가 혼란한 틈을 타 셰이머스가 사라진 거였다. 연기처럼 말이다.
“덕분에 지금 도시는 아비규환에 빠졌습니다. 특히, 도시 노동자층을 중심으로요. 눈치 빠른 도시 자산가들은 소수나마 돈을 뺐지만, 노동자들은 대출에 친구까지 끌어들여 전 재산을 맡겼거든요.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버가 진심이라곤 전혀 없이 말했다.
“허나, 나쁜 소식이 있으면, 좋은 소식도 있는 법. 사건의 심각성을 안 시의회에서 저희에게 셰이머스를 잡을 특별 수사팀 직위를 줬다는 겁니다. 이제부터 숨어서 움직일 필요 없이 당당히 움직이면 됩니다.”
아서가 손을 들었다.
“질문하나 할 수 있나?”
“하시죠.”
“우리가 뻘짓거리 안 하고 제대로 된 일을 했다는 사실이 기쁘긴 하지만, 특별 수사팀은 너무 위험한 게 아니야? 사실, 말이 특별 수사지, 총대 메고 이 난리를 해결하라는 건데? 실패하면 위험해지잖아?”
올리버는 잘 모르는 분야라 뭐라 할 말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번 사건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공식적인 책임을 지게 생겼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자칫 약아빠진 시의회에서 도시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우릴 고기 방패로 내세울 수 있어.”
“뭐, 그 말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실제로, 셰이머스에게 돈을 받고 있던 의원들이 저희에게 일을 맡기자고 제안했으니까요. 아마,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우릴 방패막이로 내세울 겁니다.”
“빌어먹을……. 그럼, 큰일이잖아? 우리도 셰이머스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아니면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아서가 모이라이 학파의 알버트를 봤다.
“미안하지만 저도 모릅니다. 세계수로 감시를 하고 있었지만, 저번에 당해서 그런지 세계수를 이용한 통신은 자제해 뭔가 캘 수 없었거든요. 순식간에 통신 수단을 바꾼 거 보면 도망칠 준비는 옛날부터 한 것 같습니다.”
즉, 갑작스럽게 움직였지만, 준비만큼은 철저하다는 이야기.
셰이머스의 종적을 알 수 없고, 주말에 일어났던 사고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경찰국 인력도 없는 와중 꽤 절망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카버의 반응은 달랐다.
“전부 맞는 말입니다. 셰이머스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제가 고용한 감시팀도 소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방법이 없었다면, 애당초 특별 수사팀 직위를 받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럼?”
“전부 들어와 주시겠습니까?”
카버가 회의실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문이 끼익 열리며 두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전부 올리버가 아는 얼굴.
파이터 크루의 조와 시스터후드의 제인. 이 둘은 제각기 사람을 끌고 왔다.
"……저들은?”
“저쪽은 크라임 펌과 계약을 맺은 해결사 집단 파이터 크루고, 저분들은 시스터 후드입니다. 저분들이 비공식적으로 부족한 인력과 정보를 보충해 줄 겁니다.”
알버트가 질문했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만? 저분들에 대해서 알지만, 왜 갑자기 우리를 돕는다는 거죠?”
모이라이 학파 알버트가 질문했다. 카버가 대답하려는 찰나, 제인이 입을 열었다.
“살기 위해서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제인에게 쏠렸다. 그녀는 카버에게 허락을 구한 다음 계속해 설명했다.
“ABC가 너무 커져 사람들께서 잠시 잊으신 듯한데, 셰이머스는 크라임 펌과 시스터 후드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이를 깨닫고 저희를 물어뜯으려고 할 겁니다.”
올리버가 처음으로 손을 들었다.
“예, 데이브 씨……. 이렇게 또 만나네요. 너무 반가워요.”
“예, 저도 반갑습니다. 제인 아가씨. 제가 알기로 셰이머스 님은 자기 지지 기반을 데리고 시스터후드를 탈퇴하셨는데, 문제가 되나요?”
“전 재산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건 사소한 문제일 뿐이죠. 실제로 셰이머스의 애인 중 하나이자, 전(前) 시스터후드 멤버인 데이지가 어제 쇼핑 중 돈 잃은 해결사들에게 납치돼 고문당했거든요. 죽지는 않았지만, 평생 침대 위에 누워있어야 하죠.”
“아……. 그렇군요.”
올리버가 납득하며 말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라임 펌은 이 난리 속에 자기들이 엮이는 걸 기겁하고 있습니다. 조직 자금을 맡긴 사람도 있고요.”
조가 올리버에게 정중히 말했다. 전과 똑같이 양복을 입었지만, 좀 더 느슨하게 입었고, 머리에는 왁스를 바르지 않았는지 더벅머리를 했다.
근래 부자연스러웠던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보기 좋았다.
“큼. 큼……. 제가 다시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올리버에게 보고하게 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회의장에서 카버가 정중히 물었다.
올리버는 사과하며 발언권을 카버에게 넘겼다.
“감사합니다. 앞서 두 분이 설명했듯이, 저분들 역시 셰이머스를 붙잡아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크라임 펌은 셰이머스를 그동안 뒷조사한 정보와 수천의 조직원이 있고, 시스터후드는 다방면의 정보망뿐 아니라, 셰이머스 부하들에게 알아낸 비밀 은신처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과 공조해 셰이머스를 추격할 겁니다. 우선, 팀을 나눌 테니 이를 바탕으로 각자一”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악악앆!!!
카버가 브리핑을 하던 도중, 회의실 전체에 끔찍한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너무 끔찍해 온몸에 소름을 돋을 정도.
당연히 카버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모두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올리버를 향해 말이다.
올리버는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품 안에서 작고 둥그런 고깃덩어리를 꺼냈다.
그 고깃덩어리의 정체는 압축 건조한 사람의 머리로, 다름 아닌 이완에게서 받은 통신 장치의 일종이었다.
흉물스러운 아이템에 모두 침묵했고, 올리버는 거듭 사과하며 통신 장치를 작동시켰다.
비명소리가 멈췄다.
“어, 저기, 지금 급한 일이-”
올리버가 말을 했지만, 사람 머리 입 부분에서 일방적으로 미세한 말이 흘러나왔다.
올리버가 멈칫했다.
흘러나오는 말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올리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어떠한 위기와 모욕에도 무덤덤하던 올리버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구겨졌기 때문.
보통, 사람으로 비교하면 그냥 불쾌한 일이 있다고 넘어갈 정도였지만, 어째서인지 회의실 안 사람들은 묘한 긴장을 느꼈다.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긴장을 말이다.
스르륵.
올리버가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카버 씨……. 일하는 중에 죄송하지만, 잠시, 일이 있어 그러는데, 실례 좀 할 수 있겠습니까?”
***
“크윽……! 애들이랑 여자는 빨리 도망쳐!!”
가난한 형제들의 대가리 캔트가 소리쳤다.
캔트의 외침에 맞춰 총기와 몽둥이로 무장한 거지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뒤쪽 비밀 통로로 피신시켰다.
그들은 훈련받은 대로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이동했다.
이 도시에서 약자가 살기 위해서는 비명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닌 침묵으로 몸을 숨겨야 했기에.
무사히 도망치는 여자와 아이들을 확인한 순간 한 거지 청년이 소리쳤다.
"오고 있습니다!!”
다급한 외침. 수십 명이나 되는 거지들이 잔뜩 긴장하며 엄폐물 뒤로 숨었다.
그리고 저 끝 어두운 하수도에서 오는 침입자들을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눴다.
"쏴!!"
캔트의 명령과 함께 버려진 하수도 입구에 진을 친 거지들이 총을 난사했다.
번쩍번쩍 터지는 총구 화염은 하수도를 밝혔고, 동시에 침입해 오는 적들을 쓰러뜨렸다.
“끄악.....!"
“정지! 정지! 저 개새끼들 총 있어!”
“무슨 거지새끼들이!!”
당황한 적들은 소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예상치 못한 선방에 기뻐하는 캔트의 부하들.
캔트는 방심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들이 셰이머스를 감시하는 와중 갱들이 습격해 왔다면 이건 심상치 않은 조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다시 어둠 저편에서 뭔가가 달려왔다.
드루이드였다.
“쏴!!"
캔트가 다시 소리쳤고, 부하들을 빠르게 달려오는 남자를 향해 총을 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ㅡ
요란하게 울리는 총성.
허나,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눈 같은 예민한 부위만 가린 채 일직선으로 돌진해왔다.
인간의 육신이었건만 총알이 박히지 않았다.
“이런 미친……!”
“하앗一!!”
불합리한 힘에 거지들이 질렸을 때, 남자는 고함을 내며 기다란 다리로 시멘트를 꽉 채운 드럼통을 찼다.
놀랍게도 시멘트로 채운 드럼통은 빈 깡통처럼 으깨지는 것도 모자라 몇 미터 뒤로 날아가 범위의 있던 거지들을 모조리 뭉개버렸다.
"......."
충격적인 광경에 말문이 막힌 캔트. 자신이 해결사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보기 드물던 괴물이었다.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들개만 한 크기의 쥐가 천장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그대로 가난한 형제들을 덮친 거였다.
찌지직一! 찍一! 찌지직一! 찍一!
규칙적인 울음소리와 사람의 내장을 산채로 파먹는 쥐는 두려움을 자아냈고, 단 한 번으로 싸움의 주도권이 침입자들에게 넘어갔다.
찍!! 찍!!
찍!! 찍!!
캔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쥐 두 마리를 향해 쿼터스테프를 휘둘러 머리를 쪼개고, 근거리에서 권총을 쏴 머리를 꿰뚫었다.
그리곤 외쳤다.
“전부 후퇴!!”
캔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필사적으로 침입자와 싸우던 가난한 형제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단원들을 살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명령이었지만, 정작 캔트에게 있어서 이는 위험이 되었다.
“네가 대장이군.”
드루이드가 부서진 나무 상자 파편을 가볍게 들어 캔트에게 던졌다.
드루이드가 가볍게 들었다곤 하나, 상자는 꽤 무거운 편이었고, 이를 증명하듯 상자 파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캔트는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뚜벅. 뚜벅. 뚜벅. 다가오는 드루이드.
단원들이 캔트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쏘며 앞을 막았지만, 드루이드가 가볍게 휘두른 주먹에 머리가 으깨져 죽었다.
그 모습을 본 캔트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힘을 억지로 쥐어짜 쿼터스태프를 휘둘렀지만, 드루이드는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붙잡을 뿐이었다.
“네 놈이 거지새끼들 대장이냐?”
드루이드가 질문하고는 손날을 세워 쿼터스태프와 함께 캔트의 한쪽 팔을 잘라버렸다.
콰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뻘건 피가 뿜어졌다.
"......!!"
캔트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오……. 그걸 참아?”
커다란 발로 캔트를 짓밟는 드루이드. 그는 발에 무게를 조금 실었다. 그에 맞춰 캔트의 갈비뼈에서 우지직 소리가 났다.
“늙은이. 네가 우리 사장님 찍은 새끼야? 호텔 말이야?”
캔트는 대답 대신 노려볼 뿐이었다.
“대답을 안 하네……. 하긴, 무슨 상관이야. 난 그냥 이 좆 같은 상황에 분풀이하러 온 것뿐인데 말이야."
드루이드가 발을 살짝 들었다. 이대로 짓밟아 죽이려는 것.
그때, 저 앞에서 기이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실제로 사람이 서 있었다.
두껍고 커다란 망토를 두른 사내가 말이다.
그가 말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 283. 세상을 한번 구한 사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