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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흑마법사-277화 (277/633)

< 277. 진입 (1) >

푸른빛 마력 레이저 두 줄기가 사선으로 주변의 적들을 휩쓸었다.

단순하지만 압도적인 공격에 갱들은 갈려 나갔으며,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아서가 소리쳤다.

“해치워버려!!”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리처드 뒤로 따라붙은 보안국 멤버 다수가 움직였다.

대다수 마력사용자.

그들은 단련된 신체와 마력을 결합해 놀라운 속도로 돌진해 우왕좌왕하는 갱들 사이를 파고들어 도끼와 칼, 샷건으로 휘저었다.

그뿐 아니라 전격 마법사 요원 둘은 그들의 공격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지원 공격을 날려 혼란을 틈타 반격하려는 적들을 번개로 지져버렸다.

찌지지지지직!!

어둠으로 물든 주변이 푸른 번개로 번쩍 빛나더니, 폭발이 일어났고, 붉은 불꽃이 일어나 주위를 밝혔다.

준비된 상태에서도 대처하기 힘든 맹공이었건만, 기습받은 상태로 당하자 갱들 대다수는 혼이 빠진 채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그나마 건물 후방과 좀 떨어진 측면에서나 갱들이 모여 반격의 기회를 엿봤고, 직접적인 습격을 당한 건물 정면에 배치된 갱들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도망쳤다.

뭐, 그마저도 철조망 탓에 제대로 못 했지만 말이다.

“전부 쓸어주마ㅡ!”

“하핫핫핫!!”

“뒤져라, 범법자 새끼들아ㅡ!”

요원들이 도망치는 갱들의 뒤를 추격하며 괴성을 질렀다.

얼핏 보면 흥분해 앞뒤 가리지 못하고 날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냉정하게 저런 모습을 연출한 것에 가까웠다.

적들의 시선을 끌고, 잘못된 판단을 유발하기 위해.

실제로 이를 증명하듯 아서는 흥분한 동료들을 제지하긴커녕 적들의 시선이 쓸린 틈을 타 허리춤에 맨 배낭 크기의 먹보주머니를 양손으로 찢었다.

눈물을 흘리며 찢어지는 먹보주머니.

“꿰에……엑!”

먹보주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두 쪽으로 찢어지자 그 사이로 거미 형태의 소형 골렘 수십 기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다름 아닌 마법 장비 전문가 맥보어의 물건이었다.

해결사 때부터 아서와 같이 일한 맥보어는 소형 골렘을 이용해 주변 지형을 파악하고, 지원 공격을 해주는 등 후방 지원이 특기였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형 골렘 수십 기는 새끼거미처럼 주변으로 재빠르게 퍼져나갔다.

‘이걸로 후방의 시야가 확보되겠구나.’

후방의 시야 확보. 이번 작전의 성공을 위한 첫 번째 단추였다.

그 이유는一

"ㅡ도나 녀석 시야를 확보했나 보군.”

아서가 어두운 밤하늘에 맺힌 보랏빛 마법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올리버도 보았는데, 마법진은 밝게 빛나더니, 납탄으로 된 비를 쏟아냈다.

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두ㅡ

공간학파와 브라우닝 사가 합작해 만든 기관총으로, 그 기관총은 단 한 자루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늘 위라는 압도적인 위치를 살려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의 넓은 부지를 말 그대로 휩쓸어버렸다.

덕분에 건물 후면과 측면에서 반격의 기회를 엿보던 갱들은 총질 한 번 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절명하고 말았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정도.

그럼에도 기관총은 멈추지 않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적들은 그나마 건진 목숨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건물 안으로 피신했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파앙ㅡ!! 찌지지지직!!

파앙ㅡ!! 찌지지지직!!

파앙一!! 찌지지지직!!

건물 안으로 재빠르게 기어들어 간 소형 골렘 일부가 갱들 근처에서 전격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골렘에 내장되어 있던 마력이 산화하며 전기를 분출. 사방수 미터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기관총 소나기를 피하고자 들어간 건물 내부가 오히려 폭탄이 심어진 함정이 된 셈.

참으로 정신없이 파상공세라 할 수 있었다.

‘난 움직일 필요도 없겠는데.’

보안국의 실력을 보며 올리버가 생각했다.

개개인의 실력은 뛰어난 해결사 정도였지만, 막강한 장비와 팀워크를 통해 실로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고작, 한 번의 공세로 보안 회사의 갱들을 절반 넘게 죽인 게 그 증거.

살아 있는 이들이 소수 있었으나, 대다수 패닉에 빠져 전투 의지가 꺾여나갔다.

잘만하면 이대로 전투가 끝날 수도 있을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려는 찰나, 건물 내부에서 마력 파장이 촤앙! 하고 퍼져 나왔다.

물리력을 가진 공격은 아니었지만, 올리버는 이게 무슨 효과를 내는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마력으로 이뤄진 교란 전파였다.

건물 안에서 계속해 터지던 전기 폭발이 멈추고, 소형 골렘이 정지했다.

상대측에서 후방 지원을 끊기 위해 터트린 것.

자신들의 통신 장치도 먹통이 될 텐데……. 하지만 어찌 보면 양쪽 모두의 이해득실을 고려한 과감한 결단이라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 봤자 불리한 건 저쪽이 테니.

콰앙——!!

후방의 지원이 끊기자마자 기관총 세례를 피해 안으로 대피했던 갱들이 벽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선두에는 질병-강화계열 물약으로 신체를 강화한 갱들이 흥분한 채 달려왔으며, 그 뒤로는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갱들이 조직적으로 따라왔다.

‘대단하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사기가 엄청나게 꺾였는데……. 바로, 용기를 회복해 밀고 들어오고 있어.’

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적보다 더 무서운 아군이 지휘권을 잡은 거였다.

[슬로우 리플렉서스(Slow Reflexes)]

[레그 할든(Leg Harden)]

[인듀싱 필(Inducing Fear)]

[임모벌라이즈(Immobilize)]

질병-강화계열 물약으로 근육이 기형적으로 부푼 갱들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흑마법사 넷이 갑자기 튀어나와 제각기 질병, 조작계열 흑마법을 날렸다.

기습적으로 날아온 다수의 흑마법은 제자리로 돌아와 선두를 지키던 마법사용자와 마법사 요원들을 물감처럼 뒤덮었으며,

그로 인해 요원들의 반사신경은 둔화되고, 다리는 굳으며, 미세한 공포가 유발돼 그들의 몸이 경직시켰다.

하나하나는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중첩되니 그 효과는 어마어마. 덕분에 물약으로 억지로 몸을 도핑한 갱들의 둔한 움직임에도 요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동료가 당할 위기에 놓이자 아서와 리처드가 제각기 도와주려고 했다. 그때 뒤에 있던 올리버가 그들을 지나치며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아서가 대답할 새도 없이 앞으로 나간 올리버는 쿼터스태프 끝에 두른 블랙 슈트를 조작해 흑마법을 발동하였다.

[보레시티(Voracity)]

쿼터스태프를 두른 블랙 슈트는 술사의 의지에 반응하며, 수십 개의 작은 입으로 변했고, 올리버는 이것을 아군 근처에 붕 휘둘렀다.

춥. 춥. 춥. 춥. 춥. 춥.

소름 끼치는 징그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보레시티는 아군의 몸을 덮고 있던 질병, 조작계열 흑마법을 깨끗하게 빨아먹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말이다.

놀란 흑마법사들은 다급히 흑마법을 발동하려고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올리버는 단순히 아군의 흑마법을 풀어주려고 여기 온 게 아니었다.

그것보다 약간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토하세요.”

올리버가 쿼터스태프를 적들을 향해 다시 휘둘렀다. 그와 함께 보레시티는 아까 전 삼킨 흑마법을 적들을 향해 토했다.

진흙처럼 끈적거리는 검은빛 흑마법은 갱들은 물론, 흑마법사까지 뒤덮어, 그들의 반사신경을 둔화, 다리를 굳게 하며, 공포를 유발, 몸을 경직시켰다.

단 하나의 흑마법으로 정반대가 되어버린 상황.

너무나 절묘해 묘한 개운함마저 느껴졌다. 허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금만 빌리겠습니다.”

올리버가 흑마법이 풀린 전격 마법사의 몸에 손을 뻗어 전격 성질의 마력을 조금 가져왔고 자신의 몸에 저장된 마력과 뒤섞은 다음 쿼터스태프로 전이해 바닥을 내리찍었다.

쿼터스태프에 맺힌 마력은 바닥에 부딪힐 때의 충격과 술사의 의지에 반응해 땅을 타고 전방에 부채꼴로 퍼져나가더니 흑마법으로 느려진 적들을 단번에 휩쓸었다.

회심의 반격이 올리버의 개입으로 무위로 들어간 것……. 그렇게 생각했다.

“오……."

올리버가 자신의 주변에 갑자기 솟구쳐 오른 나무뿌리를 보며 소리 냈다.

드루이드의 녹색 기운을 머금은 나무뿌리는 사방에서 솟아올라 올리버를 휘감으려 했다.

올리버는 쿼트스태프를 휘둘러 나무뿌리를 쳐낸 다음 뒤로 빠져 뿌리의 근원지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역시 보통 놈들이 아니구나. 정체가 뭐냐?”

폭발과 기관총 세례로 엉망이 된 건물 위 그곳에서 한 사내가 말했다.

어두운 밤이라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두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나는 키가 크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드루이드라는 거였다.

‘코너군.’

드루이드의 기운과 아서가 미리 준 정보를 토대로 추측했다.

그는 드루이드의 힘을 이용해 다시 한번 땅 밑에서 나무뿌리를 일으켜 세워 건물 주위를 에워쌌다.

“다시 묻는다. 너희들 정체가 뭐냐? 정체를 밝히면 용서해주는 것은 물론, 우리 사장님한테 이야기해 고액연봉으로 고용해 주마.”

놀랍게도 코너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런 태도는 좀 본받을 만한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려는 태도 말이다.

지지이이이이이!!

다만, 아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골렘 의수를 사용해 레이저를 쏴 대답을 대신했다.

직선의 푸른빛 레이저가 날아오자, 드루이드는 나무뿌리를 한데 뭉쳐 방어막을 만들었다.

드루이드의 힘이 깃든 탓인지 나무뿌리는 막을 수 있을 리 없는 고화력의 레이저를 막아냈다.

“여긴 내가 맡을 테니 진입해!”

아서가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올리버는 곧 상황을 파악했다.

이번 일은 속도가 생명이었다.

가능성은 낮았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저기 밖으로 나간 드루이드가 돌아올지 몰랐고, 어쩌면 우리 측 목표를 눈치챈 적들이 내부 자료를 옮길지도 몰랐다.

임무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놔야 했으니.

올리버는 그리 판단하며, 방패를 형성하느라 엷어진 문 쪽 나무뿌리를 확인하곤 넷 내비게이터 알버트에게 다가갔다.

“잠시 몸에 손 좀 올려도 되겠습니까?”

"예? 아, 예!”

대답을 듣자마자 올리버는 알버트를 어깨에 들쳐 맨 다음 냅다 뛰었다.

“너희들도 따라가! 이쪽은 나랑 리처드가 맡는다. 해치우자마자 바로 뒤쫓을 테니 신경 쓰지 말고 가.”

아서가 다른 요원들에게도 명령하자 그들은 올리버의 뒤를 따라 건물 내부로 뛰어갔다.

“어딜 감히!!”

드루이드가 손을 뻗었다. 땅 밑에서 드루이드의 녹색 기운이 요동치더니, 나무뿌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굉음과 함께 올라온 나무뿌리는 거대한 몽둥이와 채찍을 한 데 섞은 듯 육중하지만 유연하게 움직여 건물 안으로 다가가려는 모든 사람을 공격했다. 당연히 올리버도 포함.

올리버는 화답으로 쿼터스태프 끝에 블랙 아머를 둘러 철퇴 모양으로 만든 다음 그대로 나무뿌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콰작——!!

나무 굵기 정도 되어 보이던 나무뿌리는 놀랍게도 쿼터스태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지고 말았다.

“네가 제일 위험한 놈이군.”

상황을 지켜보던 드루이드 코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올리버를 향해 뛰어와 주먹을 뻗었다.

“어딜!”

코너의 주먹이 올리버에게 닿긴 전, 아서가 비행체를 날려 근거리에서 코너를 쏴 밀어버렸다.

그 틈을 타 올리버는 알버트를 둘러멘 채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갔다.

우우우우웅.......

건물 입구에 다다르자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저 밑에서 드루이드의 힘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올리버는 알버트를 드는 자세를 고친 다음 다리에 힘을 꽉 주곤 폭발시키듯 땅을 박찼다.

쾅!!

올리버가 디디고 있던 지면은 폭발하듯 흙이 솟구쳤으며, 올리버는 한순간 사라진 것으로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늦게 나무뿌리와 흙더미가 중력을 거슬러 올라 흡사 산사태처럼 건물 정면을 뒤덮어버렸다.

건물이 봉쇄당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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