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흑마법사-276화 (276/633)

< 276. 작전 시작 (2) >

“다들 프로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도 내 입장이 있으니 다시 한번 브리핑하도록 하지.”

시(市) 보안국 팀장 아서가 운을 땠다.

그는 작전에 들어가기 전 골렘 의수(義手)의 부품을 추가했는데, 덕분에 거대한 몸뚱이가 작아 보일 정도로 의수가 커졌다.

다소 둔해 보일 지경. 허나, 그만큼 강력한 화력을 예상할 수 있었다.

‘내재한 마력이 엄청나…….'

올리버가 흑마법사의 눈으로 의수 안에 깃든 마력을 꿰뚫어 보며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서는 계속해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임무는 공식적으론 보안국의 임무야. 란다의 범죄 조직을 기습해 증거를 찾아 소탕하는……. 즉, 합법적이고 깨끗한 임무라 이 말씀이지."

핑계긴 했으나,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번 습격의 궁극적인 목표는, ABC의 약점을 찔러 그들의 수입원을 제거하고, 그들의 내부 정보를 확보하는 거였지만, 공식적으로는 보안 회사로 위장한 범죄 조직을 소탕하는 것이기도 했다.

즉, 란다 상층부에서도 외압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거였다.

“그러니 ABC니, 셰이머스니 하는 건 잠시 잊어버리고, 지금 눈앞의 일에만 집중해주길 바라. 이건, 란다의 안녕을 위한 합법적인 일이니.”

올리버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아서 휘하의 보안국 요원은 물론, 모이라이 학파에서 나온 넷 내비게이터(Net Navigator)까지 덤덤하게 그 말을 받아들였다.

다들 경험 있는 베테랑이라는 증거.

그 모습에 아서는 만족하며,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에 있는 적들을 설명했다.

이미, 카버에게서 들었지만, 다시 확인해도 나쁘진 않았다.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 말이 보안 회사지, 실제로는 범죄 조직답게 대다수 직원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갱들이 대부분이야. 하지만, 상시 대기 인원이 백 명에 무장은 소총에서 중화기까지 꽤 높은 편이지. 개중에 길바닥 마법사와 흑마법사도 섞여 있고…….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다들 주의하도록 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길바닥 마법사라 해도 웬만한 중화기 위력을 낼 수 있고, 흑마법사 역시 셰이머스에게 고용될 정도면 치명적인 능력을 갖췄을 터였다.

다수의 갱과 협업하면 꽤 귀찮아질 수 있었다.

올리버가 질문했다.

“그분들은 어딨죠?”

그분들이란 다름 아닌 셰이머스 직속 부하 드루이드를 의미했다.

카버가 따로 경고할 정도로 강한 그들은 총인원 수가 다섯이었다.

‘제프리, 카탈, 코너, 핀레이, 칼린 이렇게 다섯입니다. 제프리와 카탈, 코너는 자연교감이 특기인 드루이드로 셰이머스 휘하에 들어가기 전에도 지방에서 이름을 알린 해결사였고, 핀레이와 칼린은 수인화 능력이 특기인 범죄자로 셰이머스 덕분에 새 신분을 얻어 란다로 왔습니다. 이름 그대로 신체 일부를 짐승처럼 변화시키는데, 단순하지만 그만큼 강한 자들입니다. 보통 방법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입니다.’

올리버는 카버의 브리핑을 다시 떠올렸다.

모두 어디서든 자립할 수 있는 강자였고, 특히, 지금은 더 위험했다.

드루이드는 숲에서 더욱 강해지는 존재였으니.

“셰이머스 직속 드루이드를 말하는 거라면 코너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리를 비웠어. 다른 위장 회사의 거래에 지원을 나갔거든.”

“오……. 그렇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데이브 씨.”

모이라이 학파에서 나온 넷 내비게이터 알버트 헌트가 끼어들었다.

그와 올리버가 말을 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보통의 마법사들과 달리 꽤 친절했다.

“저희 쪽에서 알아냈거든요.”

“마법사 님께서요?”

“알버트라고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제가 아닌 저희 모이라이 학파에서 알아낸 것입니다. 세계수로 위장 회사의 거래 일정을 해킹했거든요. 믿으셔도 됩니다.”

진심. 아서가 덧붙였다.

“맞아, 모이라이 학파에서 지원을 해줬지. 우리 보안국 정보와 비교해봤는데 일치해. 드루이드 다섯 중 넷은 자리를 비웠고, 한두 시간 안에 돌아 올 수 없어. 즉, 빈집털이인 셈이지.”

아서의 말은 진심이었다. 꽤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올리버는 숲속에서 다수의 드루이드와 싸워 본 적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긴 했지만, 일이다 보니 이왕이면 안전하게 가고 싶었다.

“더 궁금한 건 없나?”

아서가 올리버에게 질문했다.

올리버는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서를 포함한 외골격 장갑으로 무장한 리처드와 저격수 도나, 마법 장비 전문사 맥보어 등. 보안국 소속 요원들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무기를 고쳐 잡았다.

“좋아, 그럼, 시작하지.”

***

란다 개발금지구역과 인접한 숲속.

그곳에 한 건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철조망과 엄폐물로 둘러싸인 건물은 작은 요새처럼 투박하고 단단하기 그지없었는데,

실제로 요새라도 되는 듯 건물 곳곳에는 기관총이 설치된 진지가 있었으며, 총을 든 무장병력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제아무리 란다의 보안 회사라 해도 과한 무장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시(市)에서 무장 수준을 낮출 것을 권고할 정도.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란다의 만국 공통어인 뇌물을 썼고, 인적이 드문 숲속이었기에.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고립되어 있어 습격을 받을 시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타겟팅(Targeting)]

어둠이 물든 숲속 올리버가 조용히 영창했으며, 올리버의 손 위에 쥐어져 있던 다량의 감정은 의지를 가진 연기처럼 물결형태로 움직여 저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향해 제각기 날아갔다.

목표물은 다름 아닌 건물 곳곳에 설치된 기관총 진지로, 그 수가 자그마치 스물다섯 개나 되었다.

‘단순히 감시하기 좋은 곳뿐 아니라, 상대방을 끌어들여 한 번에 섬멸할 수 있는 곳에도 기관총을 박아 놨어. 생각보다 방어가 튼튼해.’

흑마법사의 눈과 마력감지 능력으로 건물의 방어 수준을 파악한 올리버가 판단 내렸다.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의 바지사장이 군 장교 출신이라고 하더니, 아무래도 이름만 빌려준 건 아닌 듯했다.

뭐, 그와 별개로 의미 없긴 했지만.

올리버가 분노의 폭탄을 머금은 블랙 다트 수십 개를 하늘 위로 집어 던졌다.

샤아아아아아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고, 검은빛 칼날은 검게 물든 하늘 위로 숨어들었다.

덕분에 대다수 적은 블랙 다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자유롭게 하늘 위로 날아가던 검은 칼날은 고점을 찍더니 갑자기 자석에 이끌리듯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의 기관총 방어 진지 위로 말이다.

쏴아아아아이——과광!!! 쾅ㅡ! ㅡ! 꽝!!!

폭음과 함께 그리 멀지 않은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충격으로 땅과 나뭇잎이 미세하게 떨렸으며,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 내부에 있던 병력들이 당황하며 잠에서 깼다.

“리처드!”

“오케이-!”

해결사 때부터 아서와 같이 일했던 리처드는 최신형 외골격 장갑을 두른 채 소리쳤다.

푸쉭-! 푸쉭-! 푸쉭-! 위이이이이이잉을 터였다.—!!

대답과 동시에 기체의 엔진이 회전하며 마력의 출력이 높아졌고, 그와 함께 리처드는 스스로 방패를 자처해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로 돌진.

“따라붙어!”

아서를 비롯한 진입조가 대형을 갖춰 리처드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참고로, 대형 한가운데에는 모이라이 학파의 알버트가 있었다.

전투 인원도 아닌 넷 내비게이터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보안 회사에 있는 세계수를 직접 해킹하기 위해서였다.

세계수의 보안 일부가 너무 높아 물리적 해킹으로만 뚫을 수 있었기에.

‘그리고 난 이 사람을 호위하는 거지.’

“침입자다!!”

폭발로 흙먼지가 일어난 맥클러스키 보안 회사 주변에서 한 갱이 외쳤다.

그는 그냥 갱이 아니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당한 양의 마력이 그 증거.

그는 경험이 풍부한지 실드를 펼쳐 폭발의 충격을 피하고는, 우왕좌왕하는 갱들을 지휘하던 중 우리를 발견했다.

더 놀라운 건 당황하지 않고 갱들에게 명령을 내린 다음 마력을 끌어올려 고밀도의 화염탄을 쏘려고 한 점이었다.

‘냉정하고, 마법 수준도 높아. 마력 흐름을 볼 때는 포격(砲擊) 역할만 하는 마법사긴 해도 대단해.’

어떤 의미로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었다. 방패 역할을 해줄 사람이 있다면 마법사는 화력에만 집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긴 했으니.

허나, 이와 같은 생각은 올리버만 한 게 아니었다.

충차의 촉(鐵) 역할을 하던 리처드는 마법사의 훌륭한 대응을 보자마자 경계심을 빛내더니, 왼쪽에 단 방패-기관총을 겨눠 마법을 준비 중이던 마법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퉁퉁퉁퉁퉁퉁퉁퉁———!!!

두꺼운 기계 팔에 달린 방패-기관총은 외관에 걸맞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두꺼운 납탄을 쏘아댔다.

연사력은 다소 떨어졌으나 위력 하나만큼은 진짜라, 마법사 근처에 있던 갱들은 머리가 터지고, 가슴이 박살 나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게 됐다.

마법사는 자신이 보통 실력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듯 준비 중이던 마법을 해체 그대로 방어 마법으로 변경하여, 쏟아지는 납탄을 정면에서 막았다.

‘아서 씨 말씀대로 조심해야하는 상대 맞네. 실력이 뛰어나…….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고밀도의 마력 방어막으로 두꺼운 납탄 세례를 막은 마법사가 안심한 그 찰나, 눈으로도 쫓기 힘든 빠른 비행체가 그의 뒤를 순식간에 잡아 레이저를 쐈다.

지지지이이이잉——!!

다름 아닌 아서의 골렘 의수 중 일부로, 제법 노련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는 자기 실력을 채 발휘하기도 전에 몸이 꿰뚫리고 말았다.

"......!!"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절명한 마법사. 그는 그 짧은 순간 충격과 공포, 억울함과 같은 감정을 빛냈다.

허나, 어쩔 수 없었다.

이 바닥이 원래 이런 바닥이었으니.

실력도 중요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잠깐의 방심과 교묘한 기습 혹은 운에 의해서 실력과 상관없이 죽을 수 있었다.

‘포레스트 님은 그마저도 실력이라 했지만.’

부웅————촤좌자자작!!

아서와 합을 맞춰 마법사를 해치운 리처드는 기관총 방패를 들어 듬성듬성 날아오는 총탄을 막은 다음, 거대한 칼을 휘둘러 건물 주변을 에워싼 철조망을 가볍게 찢어버렸다.

[라이트닝 체인(Lightning Chain)]

철조망이 찢어지자 아서 휘하의 마법사 요원이 재빠르게 철조망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푸른빛 번개 줄기를 쐈다.

푸른빛 번개는 마귀할멈의 손톱처럼 날카롭게 다섯 줄기로 뻗어 나가 엄폐물 뒤에 숨은 갱들을 위에서 아래로 할퀴었다.

찌직찌지지지지직!!!!

귀를 아리게 하는 소음이 울려 퍼지며, 번개는 목표뿐 아니라 목표물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지져버렸다.

“......!!!,,

“끼어어억……!!”

“끄으一!”

갱들은 전기로 근육이 경직돼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하나둘씩 숯덩어리가 됐으며, 여기저기 흩어진 갱들은 그 모습에 기겁하며 주춤거렸다.

싸움의 주도권을 이쪽이 가져온 것.

아서는 이 흐름에 못을 박을 듯 골렘 의수를 대포처럼 겨눠 마력을 발사, 푸른빛 레이저가 사선을 그리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갱들을 빗자루처럼 쓸어버렸다.

“해치워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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